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갑자기 서서가 달려와 승태의 앞에 고래를 숙였다. 아직 어떤 일인지 모르는 승태로서는 막 쉬려고 할 때 들이닥친 서서가 영 마뜩잖았지만, 당황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였다.
“어찌 그리 급하시오? 잠시 숨을 돌리시…….”
서서는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내관들을 물러 주시옵소서.”
“알았소이다.”
승태가 손을 휘젓자, 내관들이 발소리를 내며 사방에서 빠져나갔다.
“말하시지요.”
서서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몸을 푹 숙였다. 마치 죄를 고하는 것 같아 보였다.
“대공자… 아니, 오군도위가 작금 패전하였다고 합니다.”
승태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들이 가장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단단히 대비하였다. 심지어 도적 토벌의 스페셜리스트인 하제까지 붙여 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패전하였다니?
감히 누가 양주에서 수춘후의 깃발을 꽂은 거선과 강대한 수군을 상대한단 말인가. 또한 수춘의 군세에 비견되는 함대와 휘황찬란한 갑주를 입은 하제의 병력이 강을 지나가는데 이를 맞상대한가니, 게다가 서서가 패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는 단순히 도적이나 합비에서 굶어 죽어 가는 이들이 아닌 다른 손길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려 주겠습니까?”
서서는 올라온 서신을 펼치며 글과 함께 그림을 보였다. 승태는 순간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저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군에서 갑자기 불이 오르고 주변의 아군이라 여긴 이들이 도리어 거선에 달라붙었다는 뜻이 아닌가.
“어찌 되었습니까? 지금 이 상황을 알렸다는 것은 우선 단이는 안전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승태는 약간 안심하며 서서를 보았는데, 서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승태의 가슴속이 격동하며 눈동자가 붉어졌다.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물었습니다. 단이가 무사하냐고요.”
서서는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명확하지 아니하옵니다.”
승태는 순간 온몸에 찌르르 전기가 오른 것 같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즉시 문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순간, 서서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신중하게 움직이셔야 합니다. 당장 움직인다면 지금 모사들이 세운 큰 그림을 무너트릴 것입니다.”
승태는 서서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 큰 그림에 단아의 위험도 들어 있었습니까? 이를 어찌하여 내게 가장 먼저 알린 것이요? 내 몰랐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지 않소! 아비로서 이런 사실을 안 이상 어찌 가만히 있으란 말이오!”
“주군!”
승태가 문을 나가려는 순간 서서가 머리를 박으며 물었다.
“고 도독의 복수는 그저 말뿐이었습니까? 이미 수많은 모사와 수많은 병사, 그리고 수많은 간자가 오롯이 주군께서 천명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사옵니다.”
멈칫.
그 말에 승태는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고,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서서를 볼 수 있었다.
파가가각!
승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의 모습에 분노하여 기둥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고 나서 서서의 앞에 주저앉았다.
“분명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것이오. 큰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지키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당하지 않게… 내 사람을 건드리면 어찌 되는가, 이를 알리기 위한 일이었단 말이오. 한데 내 아들조차 지키지 못하면 그 모든 일이 거짓이 되는 것 아니오? 도와주시오… 아니, 내 어찌해야겠소? 어찌해야 내 단아를…….”
서서는 눈을 마주치고 승태를 보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모습에 서서 또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승태가 신하의 복수와 자신의 아들 사이에서 고민하며 도와달라는 모습이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강한 주군이 연약한 모습을 보이자 더 그런 듯했다.
서서가 본시 본단가자(本單家子)로서 친족의 없는 집안이었기에 이러한 승태의 따스함은 그를 무너트리기에, 충분하였다. 아니, 이미 서서는 승태를 단순히 주군을 넘어서 아버지와 똑같은 존재로 여기며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승태가 무너져 살려 달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크게 느끼지 못한 아버지의 따스함으로 말이다. 서서는 심장이 미어지는 듯한 기분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승태가 엎드린 서서의 손을 들어 꼭 잡고는 일으켰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서서의 눈 역시 붉어진 것은 본 승태는 씹어 내듯 말을 뱉었다. 아니, 물음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며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지킬 수 있겠소?”
서서는 다시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모두를 지킬 수 있게 하겠습니다. 소신, 대공자의 신상을 지킬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옵니다. 그러하니 그저 굳건히 자리를 지키셔야 하옵니다.”
서서가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승태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얼마 뒤에 다른 이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소신이 주군을 먼저 뵈온 것은 다른 이들보다 먼저 주군께 사실을 알리고 굳건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옵니다. 주군, 부디 굳건한 모습으로 신료들을 압도하고 주군의 의지를 세우소서.”
승태는 서서가 먼저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유엽이었으면 걱정을 나누고 초조하였을 것이고, 노숙이었으면 그저 곧은 말만 하며 승태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사마의나 방통은 아직 그 정도를 털어놓을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승태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마음이 다잡기는 힘들었지만, 서서의 말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최대한 표정을 평온하게 유지했다.
‘그래. 어차피 내가 걱정하여 군을 돌린다 하여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승태는 순간 고순이 죽었을 때를 떠올리며 불안한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굳어 버린 승태의 얼굴은 그가 과거에 그토록 싫어하던 조조와도 조금 닮아 있었다.
“…복수만큼은 철저히 해 줄 것이다. 진정 모든 이들의 피가 필요하다면, 모조리 죽여서라도 그 위에 설 것이다. 그것이 필요하다면 말이야.”
* * *
조단은 환구에서 일어난 이번의 습격에 큰 피해를 보았지만, 하제의 도움을 받아 함대들을 정비하고 나서 급히 파양 근방으로 군을 옮겼다.
그러고 나서 마치 자신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것처럼 소문을 내고, 군대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모두 조단의 의도대로였다.
승태의 걱정과 달리 너무나 멀쩡한 조단은 침상 위에 앉아 고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람은 고개를 숙여 마치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엎드려 있었고, 그곳에 모인 인물들 또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소장의 목숨으로 휘장들을 용서해 주소서. 소장의 무능 때문에 능장들을 처벌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고람의 말에 그의 휘장들은 고개를 숙이며 다른 말을 꺼내었다.
“도독의 잘못은 없사옵니다. 그저 소장들이 부족한 것이오니…….”
조단은 그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며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참, 궁금한 점이 있어 묻는 것이 온대, 진정 죽고자 하는 말입니까?”
조단의 당혹스러운 모습에 고람을 필두로 한 모든 이들은 무어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조단의 옆에 있던 조충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조단은 손을 내저었다.
“결코, 비꼬자 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만큼 잘못을 통감하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도독을 어찌 참하겠습니까? 제 손에 부월(符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나 고람의 귀에는 비꼬는 말처럼 들리는 것이었다. 마치 조단의 말은 가절월같이 장수를 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면, 사용하여 처벌했을 거라는 말투였다.
고람은 순간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당황을 하게 되었다.
조충은 옆에 있던 육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상태로 고람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마시지요. 그… 저 친구가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 것은 알지 않소이까?”
“그래도 꽤 놀랐습니다. 분명 도적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분이었는데, 어찌 잔인한 말을 이리도 쉽게 던질 수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나도 가끔 놀랍니다. 그… 뭐랄까, 생각이 좀 남달라서 말입니다.”
오찬은 그런 그들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계속 처벌해 달라는 말을 꺼내던 저들의 소리는 줄어들었으니, 원하신 바는 얻은 것 같습니다.”
조충은 잠시 생각하더니 오찬의 말에 찬동하였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몇 번 정도 저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죄를 청하는 모습을 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거참.”
조단은 침상에서 무릎을 두들기며 말했다.
“단순히 도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군사 외에도 우리를 공격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대들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 그리 말을 이어 가지 말자는 것입니다.”
“알겠사옵니다.”
조단은 턱을 쓰다듬으며 조충에게 물음을 던졌다.
“창서,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본시 이런 일을 하는 인물들은 조심성이 크니, 일을 진행함에서도 그리했을 것으로 생각하네.”
“내 생각도 그러하네. 그래서 내가 지금 죽기 직전이라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고 말이야. 저들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기 위한 술책이지, 하핫.”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끝끝내 숨기다가 이렇게 급작스러운 순간 보였으니 말입니다.”
조단은 살짝 눈썹을 들었다 놓았다. 이는 꽤 거스르는 듯한 느낌을 보이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를 완전히 부숴버렸으니 그럴 만하였다.
“그러니 촉박하게 만들어야지요. 병이 위중하여 몸이 안정화되면 수춘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저희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니면 되는 것입니까?”
고람이 말을 하자 조단은 손을 휘휘 저었다.
“내 그대들의 표정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이는데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대들은 옥에 잠시 들어가시지요.”
조단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고람은 아직 전혀 무슨 소리인지 깨닫지 못한 듯했다. 조단이 다시 한번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거의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대들이 멀쩡히 있다면 진정성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병사들 가운데 숨어 있는 암중의 세력이 움직일 것이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 말은 전하시지요. 이번의 일로 어떻게든 다시금 공을 세우려는 모습을 보여 주시면 됩니다. 병사들 사이에 누가 움직이고 있는지 말하면 어느 정도 저들도 속을 것입니다.”
육손이나 오찬도 훌륭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고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승낙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단은 다시금 결정하라는 듯 말을 던졌다.
“정말로 죽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니겠습니까?”
생글거리는 조단의 모습에 고람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고람이 이를 승낙함에 따라 그의 수하들도 따라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조단은 고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 함선을 태워 먹은 이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