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82
382화
조단은 차를 한잔 마신 뒤 여유를 부리며 남은 이들에게 차와 다과를 내었고, 육손은 자리에 앉으며 옷을 털었다. 그러면서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공자, 지금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상황이 아니옵니다. 저자들의 악독함은 이미 지난번의 수상전에서 겪어 보지 않았습니까? 저자가 잡혔다는 소식은 분명히 저들을 자극할 것입니다.”
조단은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당연하다는 그의 표정에 육손은 살짝 놀랍다는 감정을 느꼈다.
‘어찌 내 말에 분명 동의를 했음에도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시 한번 조단을 바라보자,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을 자극하면 얼마나 튀어나올 것 같은가?”
육손은 조단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종교라는 것이 사람마다 믿는 정도가 다르기에, 그는 종교에 목숨을 바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목숨을 바쳐서 갈현을 구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감을 잡지 못한 것이다.
육손이었다면 무언가를 주지 않는 신앙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소신, 그런 자들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전 황건의 일을 비추어 보았을 때,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분명 한둘은 아닐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원하는 바이네. 정말 얼마나 튀어나올지 궁금하지 않나? 그래야 그들의 세와 효용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육손은 조단의 말에 약간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신앙 또한 도구로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조단의 눈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내에는 조단의 차 마시는 소리만이 들릴 뿐, 정적으로 가득 찼다.
그날 밤.
갈현이 잡혔다는 소식과 함께 그와 관계된 이들의 비명이 곳곳에 울려 퍼졌다. 조단은 마치 모든 이들이 이를 듣기를 바란다는 듯, 이를 보러 오는 이들에 대하여 제지하거나 말리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적이었고, 기이한 암습을 통하여 수병들의 배를 공격하여 큰 피해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러하니 주변에서는 갈현을 욕하는 이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스름한 저녁이 되고 모두가 잠들었다고 생각하는 그때, 꽤 많은 이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물론 이를 알아차리기에는 적은 수였다. 딱 몰래 움직이기 좋은 숫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갈현이 잡혀있는 곳으로 몰려왔는데, 당연히 갈현과 그의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들은 갈옹이 고문을 받아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옥사의 문을 부수기 위해 움직였다.
그곳에 당도한 이들은 옥사를 지키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자물쇠로 잠궈져 있는 옥사의 문을 부수려고 했다. 어차피 들키는 것이야 각오한 일이었다. 큰 소리가 나더라도 빠르게 대처한다면 쉬이 이곳을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신이 그들을 지켜 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져온 도끼로 내려쳐 문을 부순 뒤, 안을 살펴보자 갈현의 제자 장공이 신음을 내고 있었고, 그들은 급한 마음에 그를 흔들며 물었다.
“태극선옹께서는 어디 계시나이까?”
장공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찌하여 이리 왔는가?”
“당연히 태극선옹과 제자님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장공은 그들의 팔을 잡았다.
“그만 물러나가게. 자네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선옹께서 고통을 받는 지금……!”
그때, 발소리가 들려왔고 장공은 그들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그들이 맞았군. 그들이…….”
장공의 눈에 이제 희망은 사라졌고, 이내 그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온 이들의 손을 뿌리치고 옥사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자 이곳에 찾아온 이들은 뒤에서 들리는 빠른 발걸음에 긴장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흩어져서 선옹을 꼭 구해야 하네. 황건의 이치를 이어갈 사람이 동천에는 이곳밖에 없음이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스스로 미끼가 될 인물들과 선옹을 구할 이들로 나뉘어 빠르게 움직였다.
뒤에 느긋하게 도착한 조단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꽤 많은 숫자가 튀어나왔군.”
조단의 옆에 서 있는 조충과 육손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 딴에는 여러 이유를 들어 얼마 많지 않을 것이라 말했는데, 생각보다 그 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떠한가. 걱정할 만하지 않은가?”
“그렇사옵니다.”
육손은 고개를 숙였고, 조충은 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할 것인가? 저번에 암살자들같이 했다가는 정보는커녕 불쌍하게 보내 줘야 할 것이네.”
조충이 일전의 암살자들을 생각하고 조단에게 말을 던지자 조단은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들을 상대하느라 내 힘이 조절되지 않았을 뿐이네.”
조충은 뻔뻔한 조단의 말에 입술에 침을 바르면서 말했다.
“흥을 덜 내라는 것이네. 자네의 무예가 뛰어남은 궁내에서는 다 아는 일이니 말이야.”
조단은 다시 도끼를 들고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네. 아직 남은 이들이 많이 남았으니 말이야. 그보다는 저번처럼 제자들이나 잘 설득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조충은 고개를 끄덕였고, 즉시 조단은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는 평범한 병사나 마찬가지인 이들을 마치 학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뒤를 조충이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조단은 자신의 도끼를 털며 신음 소리를 내는 이들 중 하나를 잡고 장공의 앞에 섰다.
“내 생각에 하늘이 그대들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면, 이들이 그대들의 옥사 문을 열었을 때 성공하고 다시금 민중 속에서 기회를 기다렸을 것 같네. 그렇지, 그렇게 다시금 세를 키웠을 것이야.”
피를 게워내는 신도를 아래로 내려다보던 조단이 말했다.
“이들에게 그대가 준 것이 무엇이지? 궁금하였네.”
“그들에게 진리를 보여 주었다.”
“진리?”
조단은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하늘의 순행을 말했던가? 하늘 위에 별의 움직임을 말했던가? 물이 어찌하여 모양이 변하는지 말하던가? 태양과 달이 어찌 밝은지 알려 주었던가?”
장공은 우물거리다 겨우 입을 뗐다.
“천제의 말은 빛과 같은 말로…….”
“헛소리로 사람을 현혹하였군. 진리라는 것은 변치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오롯한 것이지. 한데 천제라 말하는 그 말은 그렇던가? 너희 마음대로 했겠지. 아니라면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
장공은 입을 떼지 못하였고, 조단은 그런 그를 보며 큰 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핫! 그렇지만 나는 그대들의 모습 덕분에 우민(愚民)을 어찌 다스려야 하는 것을 배웠으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아니, 이미 부공께서 하는 일 중 일견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맞겠군.”
조충은 조단의 옆에 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몰아세우면 어찌하겠다는 것인가?”
조충의 말에 조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고, 조충은 그 앞에 앉아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장공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조단이 조충을 버려두고 자리를 움직이자 육손은 조단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저렇게 해도 괜찮은 것이겠습니까?”
“무엇을 말인가? 창서에 대한 이야기라면 뭐… 방법의 일환이네.”
“그렇다 하더라도…….”
물론 조단에게 무슨 좋지 않은 소리를 한 조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겠지만, 조충만 남기어 저렇게 설득을 해도 되겠냐는 물음이었다. 그것을 모를 조단은 아니었고 그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작전을 보여 준 것에 불과했다.
“상관없는 일인데. 내가 나쁜 놈이 되었으면 남은 자는 따스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지. 심문의 기초라고나 할까? 그것보다는 다른 것을 찾기 위해 움직인 이들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육손이 고개를 끄덕였고 병사들과 함께 빠르게 다른 곳으로 향한 이들을 향하여 방향을 잡았다.
* * *
한편, 갈현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 이들은 제자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위치를 향해 나아갔고, 그곳에는 정말로 갈현이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갈현을 찾은 이들은 빠르게 문을 부수고 그를 둘러업었다. 갈현은 계속 신음을 내뱉었는데, 그들은 이를 갈면서 조씨 가문을 욕하였다.
“어찌 신의 사자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단 말이던가?”
“빨리 움직여야 하네. 작금 추격하는 이들이 우리를 쫓을 것이니 말이네.”
지금 그들의 눈에는 다시금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였다. 아마 이전에 그들을 막던 이들은 신실함이 넘치던 이들이었고, 지금 여기 있는 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물들이었으니 빠르게 나서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다시금 발소리가 들려오자 이들 중 가장 결단력이 있어 보이는 인물이 나서 말했다.
“발 빠른 둘이 선옹을 모시고 가는 것으로 하기로 하지. 악적들을 막아 시간을 벌어 보겠네.”
그가 그리 말하자 두 명이 나서 선옹을 들고 그 자리에서 빠르게 떠났고, 남은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병사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의 앞에 조단이 피 묻은 도끼를 들고 웃으며 나타났으니, 그들의 두려움은 더더욱 커져 있었다.
그들의 눈을 바라보는 조단은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허무하군. 겨우 끝이 이 정도라니 말이야. 그래도 나는 신념과 정의에 가득한 이들의 모습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내 앞에는 확신 없는 자들의 모습만 보이는군.”
“신의 벌을 받을 것이다!”
조단은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을 향하여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신의 축복을 받았을 것이니 한번 나를 막아 보아라. 신의 벌을 받을 자와 축복을 받을 자의 싸움이니 말이다.”
그들은 순간 한 발 뒤로 물러섰고, 조단은 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비명을 듣던 조단은 육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망간 이들은 어찌 잡을 것인가?”
“뒤를 쫓아 근거지를 잡을 생각이옵니다. 지금 저자들은 걸어서 숨으려 하는 것이니, 근방에 그 집단을 잡을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
조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들을 완전히 뽑아내지 못하면 그 악랄함이 어디까지 퍼지겠는가?”
“하지만 그 교는 다시금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하겠지. 그렇기에 부공께서는 통제할 수 있는 교를 품는 것이네. 통제가 가능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니 말이야.”
“제가 보기에는 완벽히 뽑히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도가는 통제한다고 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일전의 장각, 좌자, 우길 등을 끊어 낸다고 하였으나, 그들이 남긴 것들이 계속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그들 또한 우리 통제 아래 두어야 할 것이지. 하늘이 진정 도우신 것인지, 그대가 도가의 대를 이을 자들을 모조리 잡았으니 말이야.”
* * *
유비는 유장을 사로잡아 그의 정통성을 이양받으려 했지만, 유장이 가후의 조언을 받은 이들의 도움으로 그 위험에서 벗어나 한중에 들어가게 되며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한중에서 문을 틀어막고 익주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분명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니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유비와 완전히 척을 져서는 아니 되옵니다. 저희가 그들을 꺾을 수 있는 완벽한 힘을 가지기 전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유비는 무서운 자가 아니오? 혹여 일이 틀어진다면… 어찌하겠는가?”
“틀어진다 하여도 익주에 빗장을 걸어 잠가 버리면, 작금의 혼란한 세월을 능히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밖에서 무슨 큰 소리가 들려왔고 철갑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