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87
387화
장수는 강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준비하였던 배들이 없어진 것과, 지금 군이 쫓는 상황을 보면 분명 조비가 하간에 원상이 없다는 걸 눈치챈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장수는 말머리를 돌려 원상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작금 장수가 지켜야 할 인물은 원상이었으니 말이다.
“공자, 저들을 모두 데려갈 생각이오?”
원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대신하여 죽은 충신들의 식솔이요. 수만의 군민들을 이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수십의 인물들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어찌 일주를 다스렸던 인물이라 말할 수 있겠소?”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며 말했다.
“공자, 제 몸은 제가 지킬 수 있으나 공자는 가능하겠습니까?”
장수는 원상의 곁에 서있는 호위병들을 바라보고 나서 원상을 보았다. 그러자 호위병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에 울컥하기는 했으나,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장수와 그의 수하들의 능력은 자신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게 일전의 전투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울 듯하군요.”
“그렇다면 결국 저들은 화살 받이나 적들이 가진 기마병의 속도를 줄이는 방해물 정도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원하십니까?”
원상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장군…….”
“불허합니다. 저희는 공자를 모시기 위해 온 것이지, 저들까지 부탁받은 적이 없습니다. 혹여 본인의 안전을 가지고 협박한다면 공자를 포기할 것입니다.”
원상은 자신의 입 밖으로 꺼내려 했던 말을 삼켰다. 장수 일행이 원하는 것이 자신이니, 자신을 구하려면 데려온 일행들도 모두 구해야 한다는 진부한 말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저들을 지킬 힘은 공자께서 만들어야 합니다.”
원상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에서 내려 그들이 모인 곳으로 향하였다. 원상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며 무엇을 내주었고, 또한 그들에게서 무엇인가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원상은 일일이 피난민의 손을 잡아 준 뒤에야 돌아와 말 위에 올랐다. 원상의 의도를 모르는 장수로서는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궁금하였으나, 그것에 대한 물음은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어찌하기로 하였습니까?”
“대충은 예상되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장수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그리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작은 배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얼마 후.
장수는 원상과 같이 움직이던 이들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이 떠나간다면야 길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많았다. 아무리 배를 징발하는 명이 떨어졌다고 한들, 겨우 십여 명에 이르는 사람이 강을 못 건너겠는가? 그렇게 장수가 한결 가벼운 마음을 가지며 병사들을 이끌고 흔적을 지우려는 그때였다.
펄럭!
후미에 있던 원상이 나팔과 창대에 원가의 깃을 높게 올려 보였다. 장수가 욕을 하려는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
뿌우우우!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장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멀리서 보이는 연기가 줄어들고 지면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죽고 싶은 것입니까?”
장수의 물음에 원상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죽고 싶은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내 부탁이 통하지 않으니 이런 거친 수단을 쓴 것뿐입니다. 저들이 당하는 것보다야 우리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쪽이 더욱 나은 선택 아니겠습니까?”
장수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고삐를 잡았다.
“빌어먹을! 그자들이 배를 어디서 구하겠소?”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상황에서 장수는 순간 원상에 대한 예는 날려 버리고 소리를 쳤다. 그러나 원상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움직이며 답했다.
“원가가 제아무리 몰락에 이르렀다고 한들, 수백 수천도 아닌 기십이 넘는 이들을 강을 건너게 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태연한 원상의 모습에 순간 이를 악물었던 장수는, 이내 화를 가라앉히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본인과 우리도 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도가 있다는 것이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제길.”
“위험이 없다면 언젠가는 배를 얻어서 건너갈 것입니다.”
장수는 말의 배를 차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히이이이이잉!
“우리가 어찌 건너갈 방도는 있습니까?”
“따로 생각나는 곳은 없습니다. 얼마 되지 않으니 소선을 타고도 넘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수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원상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원상의 목을 날려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가후의 당부에 원상을 데리고 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원상은 장수의 모습을 보며 약간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의 안위는 지켜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장수는 겨우겨우 추격병들을 처리하고 나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무기를 너무 많이 휘둘렀는지, 팔이 저리기 시작하였다. 병사들도 자신들의 상처를 치료하며 잠시 쉬고 있었다.
장수는 그런 이들을 쭉 보면서 원상에게 다가갔다.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을 것인데, 어찌할 것입니까?”
“이미 추격병들을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장수는 적병의 말들이 차고 있는 묘한 물건을 꺼내며 원상 앞에 내려놓았다.
“추격에 이용되는 향낭과 불을 던져놓을 물건들입니다.”
“사용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장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원상을 바라보았고, 원상은 말에 매달린 것을 모조리 모아 적들이 끌고 온 말에 얹어 보내버렸다.
“고식지계(姑息之計)일 뿐입니다. 배를 구하지 못하면 잠시 시간을 버는 것으로 끝날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늘어질수록 배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포구 몇 군데에서도 똑같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군이 주둔하는 곳을 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원상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책을 세워 놓은 것이 아니라 그저 시간을 끌고자 하는 것이었으니까.
배를 구하지 못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몇 군데의 작은 포구를 찾은 그들이 맞이한 것은 적병들이었다. 작은 포구까지 병력을 보낸 것을 볼 때, 아마도 배를 모조리 징발하는 것으로 보였다.
원상이 답이 없자, 장수는 숨을 크게 쉬며 머리를 짚었다.
“연주는 하후돈이나 하후연의 군이 주둔 중이니, 반드시 청주로 향해야 합니다. 방향을 틀어 원가의 입김이 닿는 그곳으로 향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장수가 말을 흘리자 원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지금 청주에서 멀어지는 길을 택한 것은 어찌 되었던 자신을 따랐던 이들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자신을 도우러 온 이들도 위험에 빠트리게 된 것이었다.
“최소한… 치평까지 움직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치평이라면 청주에 속하기도 하는 곳이니,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 * *
“치평까지 움직이는 게 저들의 목적일 것입니다. 치평이라면 청주에 속하기도 하는 곳이니, 분명 저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허유의 말에 조비는 손뼉을 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 중달이 옆을 떠나 수춘후의 곁에 서게 된 이후, 누군가 옆에서 계책을 설명해 줄 사람들이 없었는데, 이를 들으니 확실히 어찌하여 그곳을 노릴지 알겠소이다. 하하하하! 귀는 어떻소?”
“아직 계속해서 귀가 찌르는 듯한 아픔이 있사옵니다. 하나 위공께서 걱정을 해 주시니, 아픔이 가시는 느낌이옵니다.”
허유는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자신의 귀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지 다친 귀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흔들고 있었다. 그것을 본 조비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내 곽원을 더 심하게 만들어 주었으니 억울한 마음은 좀 가실 것이네.”
허유는 묘하게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곽원의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온몸에서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몸을 감쌌기 때문이다.
“아, 위공께서 하신 일은 참으로 대단하지 않소? 그대가 당한 일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한 일을 하지 않았소? 하여 그대의 위신을 세웠으니 말이오.”
오질이 당당히 말하자 허유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마뜩잖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비는 그런 허유의 모습에 살짝 웃음을 보였다.
“허 공은 마땅치 않은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곽원이라는 자가 육체의 괴로움보다는 이상을 짓밟는 것에 더욱 큰 아픔을 느끼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습니다.”
조비는 살짝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인두로 지져짐에도 웃는 이상한 인간이니, 원상의 목을 보여 주기 전에는 무릎을 잘라야 꿇을 것 같더군. 좋네. 이번의 일이 잘 풀리면 원상이 내 손에 들어올 터이니 말이야.”
허유는 예를 표하고 그곳을 떠났고, 조비는 그 자리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위공, 언제까지 저 늙은 얼굴을 봐야겠습니까? 저자의 능력이야 조정에서도 버린 인물이니 뻔히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비는 오질의 물음에 살짝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오질이나 주삭은 자신의 권위에 빌어먹는 인물들이고 그 위치를 잘 아는 인간들이었다.
조비 또한 이를 잘 알기에 허유가 조비에게 가까워지는 것에 반감을 품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북의 일만큼은 냄새를 잘 잡는 개이지 않은가? 개야 쓰다가 버리면 될 것이네. 뭐 늙어 죽으면 더 좋고. 그리고 그저 이번의 일… 즉, 원상을 잡는 데에 그 늙은이가 가장 적격이지 않은가?”
그러자 오질과 주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달에게 온 서신은 있는가?”
조비의 말에 주삭은 품에서 서신을 꺼내어 건네었다. 조비는 이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연신 턱을 쓰다듬었다.
“중달이 능력을 펴기에 어려운 점이 있나 보군. 무엇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같으니 말이야.”
조비의 말에 주삭과 오질이 놀라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중달이 말입니까? 중달이 능력을 펴기 어려울 정도란 말입니까? 아니면 수춘후의 눈이 좋지 않은 것입니까? 중달의 책안과 능력은 능히 일국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데… 하여 위공께서 중용하지 않았습니까?”
조비는 그들의 말에 껄껄 웃으며 말했다.
“조제, 그 인간은 그러니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가? 진군이나 사마의가 떠났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자신의 모자란 머리로만 이루려고 하며, 영 우유부단하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조비와 그의 측근들이 수춘후를 공격하는 그때, 허유는 곽원을 찾았다. 허유는 곽원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양쪽 손목 아래로 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검을 잡지는 못하겠군.”
곽원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부어있었는데, 허유의 목소리가 들리자 입을 뗐다. 그러나 이미 혀가 없는 곽원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저 소리를 밖으로 뱉어 내는 정도였다.
“허어어어어.”
“그러게 적당히 머리를 숙이지 그랬는가? 아니면 분한 마음을 보이던가 말이야. 그랬으면 자네 목이 잘리고 끝났겠지.”
“흐어어어어!”
“뭐, 그냥 그렇게 생각하게나. 나는 말이야, 그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이네.”
“흐으으으으으.”
“원상, 살려 주겠네. 아니, 이미 살 수 있도록 내 수춘후를 돕고 싶다는 사람을 보내었네.”
“흐어어어어!”
“개소리라 말하는 것인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하북의 분란이 끝나면 나의 가치가 떨어지니, 하북이 안정되면 아니 된다는 것이네. 거기다가 자네를 이렇게 만드는 것을 보니 조비가 내 생각보다 더 미친놈 같다고 생각이 든단 말이네. 영 고상하지 못해.”
허유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러니 말이야, 조비에게 내가 쉬이 죽지 않도록 힘을 내놓게.”
잠시 침묵이 감돌던 그때, 허유가 재차 입을 뗐다.
“대극사(大戟士), 누구의 밑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