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조비의 군세들이 치평현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뿐 아니라 치평에 남아 있는 배들이 빠르게 징발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현령 또한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반발심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령이 직접 나와 조비의 군세에 대하여 반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조용히 현청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 징발하는 장소인 포구에서 말이다. 왕기는 징발하는 병사들을 막으며 조진을 맞이하였다.
“조 장군, 어찌 배를 전부 징발한다는 것입니까? 작금의 치평은 기주에 속한 곳도 아니며, 위공을 따르는 지역도 아닙니다. 한데 어찌하여 포에 나서 배를 가져가겠다는 것입니까? 조정에서 이 일을 안다면 응당 문제로 삼을 수 있을 만한 사안이옵니다.”
조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현령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제아무리 왕씨의 비호를 받는다고 하지만, 자네의 이러한 일이 위공의 귀에 들어가면 무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왕기는 조진의 협박에 도리어 강하게 나갔다.
“제아무리 군권을 잡은 위공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무리한 행동을 내렸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하겠소! 무슨 일인지 말하지 못한다면, 내 이대로 조정에 올라가 승상께 따질 것이오!”
조진은 묘한 표정으로 왕기를 바라보았다.
“사유를 말해 주지. 작금 원상이 수춘후와 손을 잡고 도망가려 하고 있다. 지금 그러한 자를 잡기 위하여 징발하는 것이다. 네놈이 여기서 반기를 든다면, 응당 원상과 같이 조정에 반기를 드는 인물과 동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너도 역모를 꾀하고 있는가?”
왕기는 조진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역모할 것이었으면 그대를 만났겠습니까? 작금 나는 위공의 장수가 감히 외주에 명령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말하는 것입니다! 진정 네놈들이 역모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식으로 조정의 명을 받아서 가지고 오시오! 아니면 주목께서 내린 명을 가지고 오거나!”
조진은 왕기의 박력에 한발 뒤로 물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내 위공의 인장이 찍혀 있는 거를 내릴 것이니 기다리시오.”
왕기는 조진이 한발 뒤로 물러나자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하였다.
“그럼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조진은 물러 나가기 전에 왕기에게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혹여 위공의 명에 어긋나게 배들이 움직인다면, 내 분명 이를 문제 삼아 그대를 벌할 것이네.”
조진의 협박에도 왕기는 아무런 흔들림 없이 그저 예를 표하며 물러났고, 조진은 침을 한번 뱉은 뒤에 포구에서 멀어졌다.
이러한 소식이 퍼지자 많은 어민이 왕기를 향하여 달려와 연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도 왕기는 그들을 향하여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걱정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이고 현령님, 그 높은 사람들이 더 높은 사람의 말을 가지고 온다는 것 아니 옵니까? 우리 때문에 현령님이 어려워지는 거 아닙니까?”
“절차가 맞춘다면 거기에 맞추어 움직이면 될 것입니다.”
왕기가 포구의 사람들을 어우르고 난 뒤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려던 그때, 장수와 그의 무리들이 왕기의 앞을 막았다. 이에 호위병들이 빠르게 대응을 하였지만, 왕기는 그것을 보고 손을 들어 이를 막았다.
“너희들이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눈치가 빠르십니다.”
“말은 어디에 두셨습니까? 혹여 제가 말을 달려서 조 장군에게 이를 구하면 어찌하려 합니까?”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 나타난 것이오. 아직 원 기주(원상)께서 정당한 기주목이니 말입니다. 이번의 일을 조정에 고할 생각이오?”
왕기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장수의 말을 비웃었다.
“조정이 아니라 수춘후이겠지요. 태보의 검이라 불리는 분께서 작금 태보의 위치를 모르시지 않을 텐데요. 그리고 위공께서 원 기주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운 지가 언제인데 그런 말을 하십니까?”
장수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칼을 빼 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자만 협박하는 데 성공한다면 능히 작은 배를 가지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표정은 칼로 저를 억압하여 배를 타고 나오려는 것 같은데, 그건 어려울 것입니다. 작금 조진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이미 황하를 장악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아마 저들의 눈을 뚫고 나가는 것 자체가 꽤 어려운 일일 겁니다.”
장수는 순간 절망이 휘몰아쳤다. 그때 왕기는 장수가 가진 희망의 마지막 불길을 다시 살려 주는 말을 하며 웃음을 지었다.
“치평은 어렵겠지만, 태사 장군의 영향력이 뻗어 있는 고성을 거쳐 역성으로 향한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장수는 왕기의 말에 어처구니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조진의 군세를 넘어서 말인가? 차라리 그대가 우리를 숨겨 준 뒤, 어느 정도 틈이 느슨해졌을 때 움직이는 게 안전할 것 같군.”
“그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하여서?”
“당신이나 나나 서로를 어찌 믿겠습니까? 사소한 일로 목이 날아가는 일은 피하고 싶으니 말입니다.”
“내가 잡힌다면 그대가 나를 도왔다고 할 것이네.”
왕기는 입꼬리를 올려 장수의 어깨를 잡았다.
“장군, 그러니 아직도 태보의 검 노릇이나 하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여러 형태가 있는 것인데, 소신의 말에 담긴 믿음은 장군의 말보다 높을 것입니다. 소신의 가치와 더불어 말입니다.”
장수는 순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몰라 잠깐 머뭇거렸으나, 이내 그의 말이 자신이 잡혀 봐야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칼의 손잡이를 꾸욱 눌러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본 왕기도 약간 겁을 먹은 것인지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수는 무심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막다른 골목이었으니.
장수는 검의 손잡이를 잡고 빤히 왕기를 바라보며 그를 압박하였다. 왕기도 자신이 그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다는 것을 깨닫고 변명을 논하려 하였다.
그러나 장수는 왕기의 생각보다 오랜 세월 난세에 버텨 온 인물이었다. 그는 동탁이 난정을 일삼을 때도, 제후들이 난을 일으킬 때도 굳건하게 삼보의 난 때도 자리를 지킨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에게 자신의 능력을 뽐내었으니 왕기가 그것을 떠올리려는 순간 당연히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순간, 장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더니 물음을 던졌다.
“그대는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왕기의 눈이 흔들렸다. 왕기는 그저 이들이 자신의 주제를 알고 사라지면 그때 그들을 조진에게 이르고자 함이었는데, 장수는 그럼 얕은 생각을 산산이 부숴 버리고 직접 나서 물음을 던진 것이었다.
“폐하의 의중에…….”
채앵!
장수는 그대로 칼을 뽑아 들었다.
“폐하의 의중이라면 승상의 손을 잡을 생각이군.”
왕기는 지금의 말이 자신을 잡을 거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장수가 승상을 그냥 인정해 주었다면 아무런 일이 없었을 것이었다. 차라리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선을 강탈하게 내버려 두었다면 알아서 끝났을 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을 못 하겠소? 가까이 칼이 있음에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충심이 대단하구려. 민심이 천심이다.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고 후께 전해 드리리다.”
“자… 잠시만!”
장수는 빤히 왕기를 보며 말했다.
“난세의 결정은 마치 떨어지는 칼을 피하는 것과 같은 법이네.”
장수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드는 순간 호위병들이 달려왔으나, 장수의 호위들이 빠르게 그들의 가슴에 화살을 날려 주었다. 정확히 가슴 갑주에 맞은 화살은 깊이 뚫지는 않았으나, 호위병들을 싸움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왕기는 그 모습에 손을 들어 올렸다.
“알겠소! 알겠소이다! 내 그대들을 돕겠소!”
장수의 칼이 이내 왕수의 목에 드리웠다. 목에 서늘한 감이 느껴지다가 곧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피가 흐르는 것이었다.
“내가 묻는 것은 그대가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수춘후를 따를 것인지 묻는 것이네.”
왕기는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현령이외다! 작금 현의 백성들을 지킬 자는 나밖에 없소! 그런데 수춘후를 당장 따르라는 것은 현의 백성들을 모조리 버리라는 말과 같소! 현령으로서 어찌 그것을 쉬이 받아들이겠소!”
장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네.”
지금껏 옆에 가만히 있던 젊은 인물이 장수의 손짓에 품에서 묘한 책을 내밀었다.
장수가 내밀었던 서책에는 꽤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이 보였다. 물론 그 인물들이 거짓으로 쓰여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내 그것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왕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눈을 깔았다.
* * *
조진은 군을 일단 물리며 멀리서 치평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군, 그냥 현을 점령하고 다음에 정치적인 일을 생각하시지요. 어차피 위공께서도 다음 목표는 청주이시지 않겠습니까? 치평을 먼저 점한다면 분명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모르는 바는 아니네. 아마 우리가 치평을 점하면 쉬이 쥐새끼들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야. 아니, 원상은 잡아낼 것이네.”
“한데 무엇이 그리 걱정입니까?”
“내 문제는 아니지. 치평을 점하고 난 뒤에 버려질 말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네.”
“위공의 세력은 급히 커져 나갔네. 그 뒤에 하후씨 가문과 조씨 가문, 그리고 조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 지지는 살얼음 같은 상황이네.”
“하면…….”
“치평을 점하고 난 뒤, 조정은 위공을 문책할… 아니, 정확히는 거래하겠지. 수춘후의 뒤를 노리라든지, 아니면 우리가 생각 못 할 무슨 대단한 것을 말하면서 말이야.”
부관이 말이 없자, 조진은 살짝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그러한 거래 대상에 내 수하들이 겉을 포장하는 일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나야 위공이 뒤에 있으니, 큰 문제 삼지 않겠지만 치평을 노리라 말한 인물 한 명은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겠는가?”
조진의 말에 부관은 차마 무슨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그를 부를 뿐이었다.
“장군…….”
“조정과 위공께 모두 급전을 보내었으니, 얼마지 않아 명이 내려올 것이네. 그리하면 그 책임에서 우리는 벗어나는 것이고 말이야.”
“혹여 태사자가 먼저 움직인다면…….”
“그도 나쁘지 않을 것이네. 태사자가 동래에서 움직이는 것은 청주가 수춘후의 손에 들어간 것처럼 보일 터이니.”
조진의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여우 같은 지혜에 부관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조진은 부관과 달리 약간 생각이 많았다. 사실 지금 이렇게 꽤 많은 군을 남하시킨 것 자체가 청주를 삼키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청주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움직인 군대치고는 많았지만, 청주에 주둔 중인 태사자를 자극하기 위해서 움직인 군이 삼만 정도면 적정한 수준이었다.
물론 조진은 처음부터 이번 일에 반대하였다. 만일 기주가 평정되면 유주는 자연스럽게 조비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이제 북적들과 국경을 맞닿게 된 것이었다.
즉, 조비에게 있어 북적들과 수춘후의 좋은 관계는 영 껄끄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차라리 빨리 움직였으면 좋겠군.”
태사자가 움직이면 조정 또한 이번 일로 조비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지지하는 편으로 바뀔 터. 그렇다면 하북을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조정이 수춘후와 드잡이하는 지금, 하북을 점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하북의 내홍이 너무 길어 작금의 기주가 예주만도 못하니… 예, 서주는 반드시 이번의 전투가 길어져 서로가 무너져야 한다. 그래야만 해. 그것만이 조씨의 적자가 천하의 주인이 될 기회를 만들어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