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조진의 원래 성은 조씨가 아니고 진씨다. 위략에 따르면 조진의 부친 진백남은 조조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조조가 원술과 싸우려고 출병하였다가 도적에게 쫓겨 진백남에게로 달아났고, 진백남이 문을 열고 조조를 받아들였다. 그 뒤, 도적에게 죽을 뻔한 위기의 순간에서 조조 대신 죽임을 당했다.
조조가 그 공적을 기려 조진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조진은 조조의 사랑과 믿음을 받았다. 그러나 조조가 죽고 조비가 들어선 지금, 그의 위치는 조가를… 아니, 조비를 지키는 개 정도로 바뀐 상태였다.
조비의 측근으로 들어간 것이니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조비가 조진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 문제를 같이 상의할 수 있는 신하나 가문의 인물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가 데려온 개를 대하듯이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진은 조비가 자신을 그저 부곡장 정도로 대우하는 것에 마음이 많이 상해 있었다. 그런데 그 아픈 곳을 조창이 긁은 것이니, 어찌 분기가 터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진의 몇 없는 역린이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역린은…….
“아니, 돼지라 불러야 하는가? 어째서 말을 그리 타는데 살이 찔 수 있는단 말인가? 그대의 말이 참으로 불쌍하군.”
조진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며 순식간에 뛰어나가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씩씩거리는 소리를 낼 뿐 나아가지 못하였다.
그의 눈에 조창의 차가운 눈동자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저급한 조롱과 도발을 하는 모습이었지만, 조창의 눈만큼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과거 자신의 힘과 과단성만 믿던 조창이 아니었다. 그런 성장한 모습이 조진을 앞으로 나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분기탱천한 상태에서도 달려들지 않는 조진의 모습에 조창은 순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많이 바뀌었구나. 과거의 창아가 아니야.”
조진의 말에 조창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과거에는 어리광을 부려도 될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능력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놀랐습니다. 형님도 이 정도면 달려들 줄 알았는데, 제가 아직 능력이 부족한 듯싶습니다.”
조진은 조창의 솔직한 말에 껄껄 웃음을 지어보였다.
“연기 말이더냐? 어지간해서는 속을 것이다. 그런데 내 눈칫밥을 오래 먹었더니 눈치 하니만큼은 많이 늘었지. 아니었으면 이미 대도를 들고나와 네 멱을 땄을 것이다.”
조진의 말에 조창은 살며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진정으로 말입니까?”
조진은 조창의 위아래를 쓰윽 훑으며 입술에 침을 발랐고, 천천히 말고삐를 잡았다. 어렸을 때는 분명 자신이 신체적인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한번 보고는 영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에 언제나 안 좋은 쪽의 감각을 따라야만 했다.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했으며,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땐 언제나 하지 않았기에 조진은 능장으로서 남아 있는 것이었다.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네. 격이 맞지 않으니 말이야. 차라리 우 장군을 모셔온다면 모를까 아직은 이르지. 이제 본론으로 가 보세. 무엇을 하러 왔는가? 우 장군이 혹여 조정과 척을 지고자 하는 것인가?”
조진의 말에 조창은 잠시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차리시지요. 조씨 가문의 목을 노린 승상입니다. 언제고 순가의 인물들이 조씨 가문의 숨통을 조이려 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내 본론을 이야기하자고 말했네. 그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해 봐야 내가 달리 무슨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네. 선주의 명이 우선이니 말이야.”
조창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가를 지키라 하셨지 큰형님을 지키라 하신 적은 없습니다.”
조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자문,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니 어찌 그리 쉽게 말하겠는가? 내 다시 말하지. 본론은 무엇인가?”
“원상은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쉬울 것 같은가?”
조창은 황수아라고 불릴 정도로 누런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려울 것은 무엇입니까?”
조진은 조창의 대답에 멀리 보이는 우금의 대비 태세를 바라보았다. 열세. 우금이 진정 원상을 노리고 진창에서 싸움을 시작한다면, 자신들은 열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조진의 감각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싸우는 것과 그리고 물러나는 것, 모두가 그의 목을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물러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조진의 물음에 조창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형님은 ‘이해’ 라는 점이 없으니 말입니다. 거기다가 사마 가문의 사람이 작금 종형의 옆에 붙고, 작금 조씨 가문의 어른들은 남양과 연주에 있으니 자단 형(조진)의 힘이 되어 줄 사람이 지금 화북에는 없겠습니다. 하하하하!”
“싸우자는 것인가! 진정 피를 봐야 하겠어! 우리끼리 피를 보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는가?”
그 말에 조창이 눈을 가늘게 뜨며 조진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생각이었으면 형님이 어린 저희를 내쫓을 때 반대라도 해 주시지, 어찌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까? 그랬다면 지금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닙니까?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어차피 형님의 밑에 있었다 하여도 저희는 죽었을 것입니다.”
조진은 차마 그 말에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작금 조비의 모습을 보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형님, 지금까지는 그간의 정에 대한 양보였습니다. 이미 저희가 강을 건너왔다는 것이 말하는 바를 이해치 못하신다면 직접 길게 설명해 드립니까?”
이미 강을 건넜다는 것은 조비가 대비하여 황하에 둔 수병들이 모조리 무력화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막는다고 한들 원상이 그들과 합류한다면, 이미 길은 열려 있으니 그냥 발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조창이 손을 들어 올리자 궁수들이 빠르게 달려 나왔고, 깃발들이 흔들렸다. 조진의 앞에 호위병들이 달려 나와 방패의 벽을 세우자 조진은 조창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무릇 장수라면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내 여기서 물러나면 군권을 잃어버릴 것이다.”
“더욱 좋은 일입니다. 형님이 군권을 놓게 되면 그 빈 공간이 더욱 클 테니 말입니다.”
피슈우우웅!
그때, 화살 몇 발이 조창을 향하여 날아왔다. 그것을 본 조창은 약간 눈이 커지며 조진을 바라보았고, 조진은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온 곳을 보았다. 조진을 감시하는 역할로 온 부장 몇이 활로 조창을 그대로 쏴 버린 것이었다.
조창은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을 바로 쳐 낸 뒤에 빠르게 뒤돌아 들어갔다. 조진은 얼굴이 붉게 타오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부장에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더냐! 내 너희들이 나를 감시하러 왔음을 알지만, 그대들을 나의 사람처럼 대했는데 어찌하여 이런 행동을 보이는가!”
“이것이 옳은 길입니다.”
“싸우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작금 청주로 갈 기반을 세워야 할 것인데! 백방!(양무의 자) 그대가 하는 짓 때문에 청주로 진군해야…….”
“장군, 이미 우금이 수춘후에게 붙었다면 그것이 모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거기다가 그들이 군을 이끌고 강을 건넜습니다. 냉정해지시지요!”
‘냉정이라, 글쎄…….’
조진은 그 말이 지금의 자신에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이 틀어지면 아마도 군을 물리든 싸우든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은 한동안 칼을 찰 수 없을 것이었다.
조진이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자, 양무는 빠르게 군에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진이 세워지고 싸울 준비가 된 그들이 나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조진은 이제 돌이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겨야만 했다. 우금의 청주병들이 장창을 들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오는 그때, 다른 곳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
전령이 달려와 고개를 숙이며 급박한 상황을 말했다.
“좌익으로 기마 수천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기마 수천? 조창이 진정 마지막 기회라고 했던 것이 옳겠군.”
조진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휘봉을 잡고 군을 지휘하기 시작하였다.
우금은 달려오는 군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달려오는 부관들에게 명을 내리고 가후를 바라보았다.
“그리 좋게 끝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가후는 침침한 눈을 가늘게 뜨며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군도 대화의 끝이 웃음이 아니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셨지 않습니까?”
“조진이라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태보.”
가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기야 저보다는 조가의 사람들 사이의 깊은 곳을 알고 있으니 그리 생각할 수 도 있었겠습니다. 하나 여기서 물러난다는 것은 조진 스스로 세운 모든 것을 무너트리는 일인데, 그리하겠습니까? 제가 조씨 가문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조비만큼은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극렬하게 패하는 게 낫다는 생각일 테니까요.”
우금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병사들이 죽더라도 말입니까?”
“병사들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사실 우 장군이 이상한 것입니다.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욕을 먹는 것이라든가, 자신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기야 그러니 우 장군께서 수춘후의 휘하에 들겠다고 결정한 것이겠지요.”
그 말에 우금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은 태보께서 하신 협박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저 순가의 인물들이 하는 짓을 보여 드렸을 뿐입니다. 작금 수춘후와 가까웠던 이들이 모조리 정계에서 밀려났습니다. 일례로 최염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저 그러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조언을 드렸을 뿐입니다.”
“태보, 제가 그 말을 듣지 않고 순가에 붙었다면 어찌하셨겠습니까? 그랬다면 태보나 조가의 인물들을 모두 승상에게 바쳤을 텐데 두렵지 않으셨습니까?”
가후는 눈을 감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우금에게 눈을 돌렸다.
“그렇다면 영원히 군의 권한을 잡을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니, 제가 한다기보다는 순가의 인물들이 장군을 물어뜯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그간 결정을 하지 않고 미적거리던 일이 있으니, 장군은 눈치채지 못한 채 위험한 인물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가후는 칼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우금을 바라보았다.
“붓을 든 이가 칼을 쥔 이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른 법입니다. 붓을 든 이들은 칼을 든 이가 무서우니 별별 수를 써서 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거나, 혹은 칼을 든 이들을 모아 서로에게 칼을 겨누도록 만드는 법입니다. 그러니 우 장군과 같이 자신의 칼을 가진 장수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가후는 자신의 손을 목에 가져다 대며 느릿하게 말했다.
“목줄을 채우지 못한다면 칼을 부숴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서진 칼로 다시 칼을 만들어서 목줄이 채워진 이에게 넘기겠지요.”
“수춘후라고 다르겠습니까?”
가후의 눈썹이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다르겠습니까?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수춘후는 조씨 가문과 유력한 가문들을 등지고 나왔으니 내어줄 의자는 많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