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우금도 가후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였다. 사실 조비와 순욱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무게 추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바로 우금 본인이 조조를 죽이는 것에 힘을 보태었다는 사실. 물론 이것을 아는 자는 장비, 장수, 수춘후, 그리고 우금 자신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의 입이 언제 터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특히 유비와 손을 잡은 순욱은 혹여나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기도 했고, 성격이 개차반인 조비는 아예 그의 안중에도 없었다.
가후는 그런 우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후가 의미 모를 미소를 짓자 우금은 그 표정을 보기 싫어 앞으로 나섰다. 가후는 약간 힘겨웠는지 호종들이 모는 사륜거에 앉아서 움직였다.
“기마들은 어디서 온 것인지 아십니까? 좌익을 무너트리는데 그 위용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우금이 보기에 눈앞에 있는 기병들이 조진의 군세의 좌익을 공격하고 있기는 했으나, 혹여 그들이 자신들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수춘후께 복속한 유주의 군세들과 이족들 일 것입니다. 저 감군이 유주의 군세를 정비하며 북방의 이족(異族)들을 둘러보았으니, 그들이 이끌고 온 병력이 분명합니다.”
우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관들에게 명하여 혹여 기마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승기는 이미 기울어 버린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합니까?”
우금의 눈이 치평을 바라보았다. 우금의 뜻이 무엇인지 눈치챈 가후도 이제는 수염을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그것이야 현령의 의지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우금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의지는 무슨 의지란 말입니까? 장 장군이 저 현에 있었다면 현 내는 이미 발칵 뒤집어엎어지거나 장 장군에게 조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이미 목이 저곳의 현 앞에 서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상황인데 장수를 이곳에 보낸 것입니까?”
가후는 팔을 사륜거에 팔을 올려두며 고개를 저었다.
“이러한 일은 장 장군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지옥 같았던 삼보의 난도 견뎌 낸 인물입니다. 이런 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보낸 것입니다.”
가후의 말에 우금은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다면 현령이 곧 백기를 들고 귀부를 청하겠습니다.”
“그거야 현령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곳의 인물이 꽤 뒷배가 있는 거 같으니,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진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이 지닌 가치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조진의 군세는 패퇴하기 시작했고, 그 뒤를 전예와 저수가 이끌고 온 기마들이 쫓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다. 조창의 기마들이 그들을 빠르게 쫓은 것도 있었지만, 유주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피로가 많이 쌓였으니 휴식을 취하고자 말머리를 돌린 것이었다.
수춘후가 내어준 기린이 세겨진 깃을 높이 치켜든 저수와 전예의 군세는 우금의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이었다.
“태보, 오랜만에 뵙니다. 우 장군께도 인사드리옵니다.”
가후는 일어나기 어려워 사륜거에 앉아 예를 표하였고, 우금 또한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숙이자 전예 또한 두 사람을 뒤따라 읍했다.
“그대들은 어찌 왔는가?”
“업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라며 말입니다. 사실 요하에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원상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것을 그냥 믿었는가? 함정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저수는 잠시 생각을 하며 말했다.
“함정 정도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여 모두 기병으로 이끌고 왔으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참, 우 장군께서는 결국 선을 결정하였습니까?”
“하였지요. 이제 물러날 곳이 없을 것 같아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수는 빙글빙글 미소를 입에 건 채 가후와 우금에게 여러 차례 물음을 던졌다. 가후가 심문을 시작하였으니, 저수 또한 그들에게 살짝 지나가는 어투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하후가의 인물들이 문을 어찌 열어주었습니까?”
“하후 가문이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열려 있는 곳을 지나왔을 뿐이네. 무엇이 염려되는 것인지 알지만, 하후가가 조비를 밀어 올리는 지금 내가 조비와 적대하는 일을 돕겠는가? 하후 가문은 착각했을 뿐이네.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너무 커 보였고, 그 큰 물건을 내버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겠지.”
우금의 말은 연주 일대를 장악한 하후 가문의 군세가 지금 승태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우금의 군세가 연주에 공세를 폈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누군가의 손을 들지 않은 상황에서 기주로 군을 움직이니 하후 가문은 당연히 조비를 도우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만일 조비를 공격하더라도 지금 위치로 인하여 저울추가 된 것이었는데, 강을 건너는 순간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우금이 보급이 없이 조비와 싸우고자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이성적인 일이었고, 작금 여남과 허 일대를 장악한 우금이 그곳을 버릴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금의 힘은 그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끄는 청주병과 정규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우금도 통치에 대한 욕심은 없었고 말이다.
“큰 결정을 하였습니다. 저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을 텐데 말입니다. 한데 결국 주군께서 조정의 협박을 무시한 것이로군요.”
저수의 말에 우금은 머리를 갸웃거리자 가후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후는 몇 번 기침을 한 뒤에 저수를 바라보았다.
“협박이라… 글쎄요. 본시 유자들이 후가 하시는 일에 그다지 좋은 시선을 주지 않았으니,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간 수춘후 휘하에서 난을 일으킨 이들이 대다수 어떤 자들이었습니까?”
“태보, 한조는 유자의 나라입니다. 쉽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유자들의 나라에서 괴력난신을 믿으며, 또 유자들의 나라에서 매관매직이 성행한단 말입니까? 유자라는 자들이 나라의 법을 자신들 입맛대로 사용하여 아래로는 백성들을, 위로는 백성을 살피고자 하는 군주를 욕보이지 않았습니까? 이미 그들은 충과 인을 잃었으니 끝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가후도 마지막 일은 힘들다는 것을 아는지 살짝 끝을 흐렸다. 저수는 더 말을 이어 가기 싫어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우금에게 예를 표하며 웃음을 지었다.
* * *
승태는 원상을 구해냈다는 이야기와 원상의 집안사람들이 지금 청주를 지나 태사자가 주둔하는 곳을 통하여 서주로 향한다는 이야기를 모두 받아 보고 있었다.
“차라리 유주에서 요하로 왔으면 빠를 것 같은데 기주로 향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군. 그렇지 않습니까 자경 형님?”
“그것이 쉽겠습니까? 그리고 공손씨들은 원가와 척을 지은 지 오래 되었으니,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을 테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장수가 올린 보고를 보면 단순하게 도망만 나온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기야 참으로 꼼꼼합니다. 그 급박한 순간에 원가의 힘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자신의 세력을 확인하고 온 것이니 말입니다.”
“그것이 원가의 힘이 될 것이니 끝까지 챙기겠지요.”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가의 칼이라면 이제 우리의 칼이 되기도 하겠지요.”
“기주의 장수들이 원가에 종속될 수도 있습니다.”
“조심은 해야겠지요. 하지만 장합이나 고람과 같은 이들이 모두 원상에게 힘을 합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북의 인물들 보다 남양의 원가를 더욱 주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현명하십니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승태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노사께 그간 꽤 많이 배워 그렇습니다. 꼬박꼬박 서신을 보내며 배움을 받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하하핫!”
노숙은 웃음을 터트린 뒤 자신이 한번 걸러 낸 상소문들을 올렸다. 그것을 본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전장에 나왔는데도 이렇게 많은 상소가 올라온단 말입니까?”
“전장이니 더 많은 것입니다. 농번기에 많은 장정들이 전장에 나와 있으니, 가용할 사람들을 구하는데 주군의 곳간을 털어서 노역을 시키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주군께서 명하신 내용의 서를 배포하고, 양서주에 이러한 일이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상소도 있고, 또 장수들이 올린 내용들도 있습니다.”
승태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아! 내 말한 내용은 잘 전해졌습니까?”
승태의 물음에 노숙은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글을 아는 이들 중 대다수가 유자이고, 유자들은 한조에서 크게 중용되었습니다. 장문(長文 진군의 자)의 말처럼 유자들은 한조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유자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서주와 양주를 묶어 내고 중원을 배척하기 위함이지요. 그간 단순히 인정받으려 한 것을 이제는 넘어서야 할 때이지요.”
노숙은 약간 회의적인 모습으로 승태의 말을 받아들였다. 아직 양주와 서주의 부유함을 가진 이들이 경(京)이라 불릴 수 있는 장안과 낙양의 부유한 이들에 비해서는 역사와 크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에 비견될 수 있는 이들은 노숙이나 서주의 미씨, 그리고 수춘후 본인이었다. 이럴 진데 어찌 문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승태는 노숙의 눈을 보며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걱정이 많이 되나 봅니다.”
“그러합니다. 조가의 장수들과 하후씨들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뛰어들며 지지부진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군께서 천명한 일도 도리어 유자들의 공격할 빌미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승태는 살짝 열이 올라와 얼굴이 붉어졌다.
“올리지 않은 상소에 그런 이야기가 많습니까?”
쾅!
노숙은 답이 없었고 승태는 탁상을 내리찍었다. 하기야 전쟁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니 이만 조정과 화친을 하라는 식으로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찰박찰박.
빠르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주 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는 급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에 승태는 약간 긴장하였다. 원상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급전으로 올라올 것은 전장에 나가 있는 장수들에게서 온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관들이 문을 열자 허정이 전령과 들어왔다. 전령이 죽간을 건네자 허정이 먼저 열어 본 뒤 살짝 얼어붙었다.
“무슨 일인가?”
허정이 승태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박았다.
“노사께서…….”
승태는 눈을 감으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이가 나이이니, 노환이 깊어 떠나보낼 시기가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허정이 이어서 하는 말에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독살당했다…고 합니다.”
순간 승태의 머릿속에 어째서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죽음에 가까운 인물을 누가, 왜 독살하여 떠나는 길을 더럽힌단 말인가?
“누구인가?”
“허자와 그의 문하들이 지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