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0
삼국지 : 미완의 군주 39화
밖으로 나오자, 네 명의 인물들이 순욱에게 예를 표하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승태와 조운도 순욱의 뒤에서 그들을 향해 예를 표하였다.
“조승태이옵니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웃으며 다가와 예를 표했다.
“조 서주를 뵙습니다. 사마가의 중달(仲達, 사마의)입니다.”
승태는 놀란 눈으로 사마의를 바라보자,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 수도에서도 유명한 조 서주 아닙니까? 사마가의 백달(伯達, 사마랑)입
니다. 상서령께서 무리를 하신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마랑의 말에 순욱은 그저 옅은 웃음만 지었고, 그 옆에 있는 인물도 예를
표하며 말했다.
“청하의 최가 계규(季珪, 최염)입니다.”
“획가의 변가 계재(季才, 양준)이옵니다.”
‘모두 사마가와 친한 인물들이구나.’
양준은 사마의를 평가한 인물이고, 최염은 사마랑과 친우였다. 순욱이 사마의
를 추천한 것을 보면 순가 또한 사마가문과 가까운 듯싶었다.
순욱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며 노복을 시켜 말했다.
“술상을 좀 더 내오게. 내 이들과 오늘을 즐겁게 연회를 즐길 것이니.”
***
그들은 정자로 자리를 옮겼다. 순욱이 상석에 앉자, 사마랑이 나서서 물었다.
“술을 삼가시는 상서령께서 저희와 연회를 하자고 하여 놀란 가슴으로 이리
달려왔습니다. 혹여 변고가 있나 해서 말입니다.”
“그러한가? 그런데 변고는 아니니 놀랐겠군.”
사마랑은 기쁜 듯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아닙니다. 변고는 맞지 않겠습니까? 조가의 청년 영웅이 여기 있지 않습니
까. 기개는 하늘을 찌르고, 충심 또한 뭍 제후들보다 높으니, 영웅이 아니겠
습니까?”
승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저 휘하의 관인들의 노고일
뿐입니다. 저는 그저 조 사공의 후광을 입은 한량일 뿐이지요.”
“하하, 공은 높은데 겸양이 너무 심하십니다. 듣기로 조 서주께서 서주를 다
스리시고 나서 서주는 안정되고, 능력이 있는 자들이 다시 모여든다고 합니
다. 이는 주공(周公)의 치세와 다를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 분이 한량이라
면, 저희는 길가의 돌멩이도 되지 못할 겁니다.”
양준의 말에 사마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지요, 맞아요. 조 사공에 이어 조가의 큰 별이 떴으니, 한의 홍복이옵니다.”
상서령은 살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들이 조 서주를 그리 생각하니, 이리 말하기 편하겠군.”
“하, 역시 상서령이십니다. 하긴, 일 없이 저희를 이리 부르시지는 않았을 것
이니.”
“다행이지. 자네와 계규가 예주 근처에서 있다는 소식을 들어 백달에게 부탁
하여 데려왔으니 말이네.”
순욱의 말에 최염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저 역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상서령의 명이 없었다면 수춘을 넘어 장강으
로 향했을 겁니다. 그럼 조 서주도 못 봤지 않겠습니까?”
“고맙군.”
“상서령, 부탁할 일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상서령께서 개인적인 부탁을 하실
분도 아니고, 아마 공무와 관련된 일일 텐데 말입니다.”
순가의 노복들이 들어와 술상을 들여놓자, 승태는 술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말했다.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순욱이 약간 불안한 얼굴로 승태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승
태는 순욱의 걱정을 무시하듯 과감하게 말을 이었다.
“서주의 수많은 상소가 상서령께 밀려들어 왔다고 합니다. 제가 백성들의 땅
을 빼앗고, 부를 빼앗고, 곳간에 채웠다면서요. 사공께서 분노하셨으나, 호족
들이 연을 댄 이들까지 저를 모함하니 어쩌겠습니까? 서주목 자리를 내놓고
전장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승태의 말에 최염이 술상을 내려치며 부리부리한 눈으로 물었다.
“진정입니까! 고리대를 타파하고 무단으로 점거한 땅을 직접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 분배하도록 내준 것이 잘못이라니! 정말입니까?”
“조정에 상신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들 합니다. 내 조가의 연회에서
도 들은 이야기이니,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순욱이 반박하듯 말했다.
“아닐세. 어찌 사공께서 그런 상소와 간사한 말에 자네의 직을 빼앗겠는가?
그대의 공이 높으니, 궁으로 불러 공을 높이 사기 위함일세. 걱정하지 말게.”
그러나 승태는 자리에 앉아 술을 들이켜며 순욱의 말에 답하였다. 그런 모습
을 본 사마의는 승태에게 물었다.
“조 서주, 어느 전장으로 가고자 하십니까?”
승태는 역사와 달리 초롱초롱한 눈으로 마치 아이돌 스타를 바라보는 팬 같은
사마의에게 말했다.
“서주와 가까우면 말이 나올 것이고, 연주의 북부는 불안하니 남양으로 갈까
합니다. 약속한 일도 있고 말입니다.”
“남양도 유표와 장수가 계속 분란을 일으키니, 문제가 크지 않습니까.”
“조 사공께서 가셨는데, 패하시기라도 하겠습니까?”
승태는 술을 들이켜고 나서 순욱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연한 일이네.”
“아마 제가 떠나도 서주는 평화로울 겁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당연한 말이네.”
승태는 술기운이 많이 올라와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상서령께서 그리 말하면 그런 것이겠지요.”
최염이나 양준은 승태와 순욱의 기 싸움을 인지하고 조용히 술을 마셨다. 하
지만 이내 순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조 서주, 자네가 걱정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자네나 나나 명공이 잘되기
를 바라는 마음은 같으니 그만하지. 그리고 내가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조 서
주가 수도에 들어와 일하게 되면 도와 달라는 말을 하러 불렀네.”
의아한 말에 사마랑이 물었다.
“저희가 말입니까? 저희가 도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조 서주께서···
흠······.”
순욱은 승태를 보고 나서 말했다.
“저러하니, 자네들이 도와줘야 할 것 같네.”
최염은 입을 닫았고, 양준과 사마가 인물들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태
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상서령께서 저를 위해 자리를 내주려는 것은 알지만, 저는 허도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순욱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정 남양으로 가겠다는 말인가? 아직 치안도 안정화 되지 않는 그곳에서 무
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자네의 능력이라면 능히 허도에서······.”
승태는 뻔한 말을 하려는 순욱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가문의 사람들과는 교류도 없었고, 스승도 없고,
부공도, 외척이라고 할 평도후도 돌아가셨습니다. 세력도 없고, 해 봐야 명성
좀 있는 인물이 허도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승태는 조안민의 기억을 떠올렸다. 조덕이 죽은 후, 조안민은 오롯이 조조에
게 매달려 살았다. 특히 서주 침공 이후에 조조의 휘하에서 군에 종사하고 전
위와 같이 훈련하는 기억 정도가 다였다.
승태의 말에 순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저 쓰기 쉬운 도구 정도로 끝나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로 느낀 것도 많습
니다.”
순욱은 조조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길 바랐으나, 승태의 태도로 그런 일은 거
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분들입니다. 모두 천하의 재목이 될 분들입니다. 후우, 저는 술이 많이
취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으나, 말을 이으면 실수할
것 같습니다.”
승태가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다른 이들이 그를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조운이 달라붙어 그들을 만류하며 말했다.
“조 서주께서 상심이 크신 듯합니다. 또 술도 많이 드셨으니, 제가 책임지고
모시겠습니다.”
순욱이 일어나 예를 취하자, 조운이 고개를 숙이고 승태를 엎쳐 매고 자리를
떠났다.
승태가 사라지고 난 자리는 꽤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에 청년 영웅인 승태와 대화하려 했는데, 자칫 말을 잘못했다간 조조를 욕하
게 되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순욱은 술을 한 차례 들이켠 후에 물었다.
“자네들은 조 서주를 어찌 생각하는가?”
양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바르고 곧은 대나무, 이를 닮은 선비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일을 보면 조정
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언제나 위험한 일에 앞장서서 나
섰는데, 실망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마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조 사공과 상서령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아무리 조가 인물
이고 서주에서 조 서주의 명성이 높더라도, 서주의 군이 그의 통제대로 쉬이
따르니··· 혹여 후일 군을 사유하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동시켜
힘을 빼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마랑이나 양준은 단순히 승태가 서주에서 군벌화 되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라고 생각하기에 그럴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았다.
순욱은 그것이 아니라 조조의 시기심이 만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래서 그는 승태를 살리고 그 능력을 어떻게든 한조에 쓰고자 했다.
그러나 순욱의 좋은 의도와 달리, 승태는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래도 곧은 분으로 보이니, 조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겁니다.”
순욱은 술을 마시다가 이내 말했다.
“그렇겠지.”
그때, 사마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서령께서는 그럼 조 서주의 말대로 남양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입니까?”
순욱은 말없이 술을 들이켰고, 사마의는 그가 묵언으로 답한 것이라 생각했다.
“조 사공께서 장수를 토벌할 것인데, 문제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사마랑의 말에 순욱은 승태가 한 말을 곱씹으며 묵묵히 술을 들이켰다.
***
조운은 술에 취한 승태를 들어 마차에 태우고, 자신도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
자 마차가 관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진짜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거 아시지요?”
조운은 그런 승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유 예주가 언제 서주를 공격할지 모릅니다. 단순히 유 예주가 서주를 공격하
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주가 유비의 손에 들어가면 서주는 다시 조 사공의
군대에 짓밟힐 겁니다.”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운의 말에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단순히 서주를 점하려는 게 아니라 황실과 원소, 유표, 손가와 묶여 있는 일
이니, 반드시 일어날 겁니다.”
조운은 놀란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허도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어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는 조운이었지만, 이전의 유비가 자신에게 한 말도 알
아내는 승태였다. 그러니 이번에도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그렇습니까?”
“제가 허도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허도가 가장 안전하다
고요?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습니까?”
“전장에서 머니, 그래도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유비가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조 사공을 노리는 일들이 시작될 겁니다. 그
런데 허도가 안전하겠습니까? 무법천지가 될 텐데요. 차라리 항복할 기회만
보는 장수와 마주하는 게 좋습니다.”
“예? 마주한다고요? 조 사공이 장수군을 무너트려서 그곳으로 가는 게 아니었
습니까?”
조운의 말에 승태는 킬킬거리면서 말했다.
“조 사공이 장수를 쓰러트린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가후에게 그렇
게 당하고도 아직 말도 안 되는 변명이나 하는데, 이길 수 있겠습니까?”
조운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승태는 술에 취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조운에
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승태는 술이 약간 깼는지, 침음성을
흘렸다. 이에 조운이 말했다.
“조 서주는 술을 많이 먹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승태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미친 짓을 한 것 같은데, 상서령이 뭐라 하지
않으셔서 다행이죠. 나중에 가서 사죄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승태의 말에 조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하셔야 할 겁니다. 오늘의 일은 심했습니다.”
승태는 아픈 머리를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양 주부가 친우와 함께 관사로 온다고 했으니, 관사의 관노들에게 말
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운은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차라리 진 선생을 모시고 오시는 게 나은 판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럼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타계할 방법이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조운이 그렇게 말했으나, 승태는 서주를 완전하게 자신을 세력화하는 것에 대
해서 딱히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서주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얻었으니, 그 정도면 된 거다.
원소와의 한판을 앞두고 대립각을 세웠다가는 목 날아갈 텐데, 그냥 머리 숙
이는 게 좋겠지.’
장료나 고순과 같은 명장들을 휘하에 두고 움직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으
나, 이제 조조에게 돌려주는 게 답일 것 같았다.
‘함진영 정도는 내가 이끌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노숙이나 진군은 옮겨 가
는 자리에 계속 데리고··· 하아, 욕심이겠지?’
“저도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승태의 말에 조운은 의문을 표하며 물었다.
“욕심 말입니까? 따로 창고라도 만들었습니까? 제가 아는 조 서주의 창고에
곡식이나 보물이 남은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조운의 말에 승태는 빙긋 웃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 말입니다. 다른 이들이 저를 떠나 높은 곳으로 올라갈 텐
데, 그게 아쉽습니다.”
조운은 아쉬운 표정을 하는 승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 아쉬워 마십쇼. 다시 모이는 날, 서주께서는 더욱 큰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조 서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모여 다시 그때처럼 일할 겁니다.”
“하아, 자룡 공이 없었으면··· 하, 말도 제대로 못 해서 화병으로 먼저 갔을
겁니다. 고 도독은 벽에다 말하는 것 같고, 진 선생은 말을 꺼낼 때마다 눈치
가 보이고··· 노 형은 감정 기복이 좀 심해서 제가 걱정을 하니··· 흐흐흐,
다행입니다, 다행.”
승태는 어느새 멈춘 마차에서 내린 뒤, 후련한 마음으로 관사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