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05
405화
공융과 홍농왕비는 승태의 행동에 당혹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그들의 얼굴을 보고 한 번 정도는 이야기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자신감에는 지금 자신들이 스스로 황제를 세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깔렸었다.
물론 그들의 생각과 달리 승태는 아무런 미련 없이 이미 북해로 떠난 상태였고, 공융과 홍농왕비는 청주 황제와 마찰을 빚게 되었다. 힘을 가진 승태와 이야기하기는 힘이 드니 말이다.
북해성 앞에 도착한 승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서가 올린 보고를 읽어 보았다.
“공융과 홍농왕비가 청주 황제를 질책했단 말이지요?”
“형식상으로는 저희에게 필요 없는 권한을 쥐어 주어 황실을 뒤흔들 권신을 만드는 것이라 칭했습니다만… 들려오는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주군께서 그들을 무시하고 청주 황제만 본 것이 그들에게 자극이 된 듯싶습니다.”
‘허…….’
승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공융과 홍농왕비에게는 얻을 게 없고 오직 내줄 것만이 있어 만나지 않은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꽤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춘과 그들의 일이 직접 관련 있는 것은 아니나,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또한, 청주 황제와 홍농왕비, 공융 모두는 후일 털어 버려야 할 존재이니, 이런 진행도 나쁘지 않았다.
“내버려 두지요. 아니면 조금 더 자극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말입니다. 황제가 나에게 더욱 의지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까요.”
“받들겠습니다.”
“그건 나중에 해야 할 숙제 같은 이야기고, 우선 우리 앞에 있는 북해성을 넘을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해성이 높은 성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성도 아니었다. 관해가 공융이 북해에서 나와 도창에서 주둔을 할 때를 노린 이유도 이것이었다.
승태는 뒤를 돌며 웃음을 지었다.
“겨우 기천의 기병을 가지고 성을 넘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태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자들과 주변 호족들이 북해성을 장악한 것이니, 아마 주변 현을 공격하면 능히 저들을 무너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서서는 태사자의 말에 찬동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장군의 말이 옳사옵니다. 그들이 뭉친 이유는 결국 스스로 지킬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에 지켜질 수 있다는 게 밑바탕입니다. 그러하니 그들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태사자는 앞에 펼쳐진 지도 몇 군데를 짚으며 말했다.
“북해에서 난을 일으킨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전에 공손도가 지원을 한 적이 있는 자들입니다. 일전에 청주를 장악하면서 이러한 이들이 북해 내륙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의 기반이 된 지역인 하밀, 교동 등의 영주를 칭했지요. 만일 공손도의 손을 잡은 이들이 이주한 현들을 흔든다면, 내분이 일어 성을 나오거나 내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사자의 말에 찬동하며 물었다.
“좋은 말이지만 그리된다면 청주에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할 것 같소이다. 도리어 우리를 수탈자로 보고 반기를 들고 뭉치는 이들이 나타날 수 있으니, 그들을 물건을 무너트리기보다는 민중에 흩어 버리는 것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과거 승태가 쓰던 방법이었다. 민중과 부를 가진 이들을 갈라놓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효과적인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약탈은 하였으나 지지를 받고, 그들의 이름을 뒤에 숨어서 약탈하는 이들도 나타날 것이고 말이다.
“좋은 방도입니다.”
“하면 군을 나누어 움직입시다. 기천에 이르는 기마가 한 번에 움직인다면 그 모습을 쉽게 들킬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승태는 우선 세 곳의 현을 노리기 위해 창희와 승태, 그리고 태사자로 군을 나누었고 곧바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은 승태가 원하는 대로 그들이 움직이는 데 사용해야 할 금액을 제외한 모든 재화를 민초들에게 뿌려 강한 지지를 받았다.
승태의 생각처럼 그런 식으로 움직이자, 청주의 유협들이 모여 휘하에 들고자 한 일도 생겨났다.
재미있는 것은 이전에 영주 자사부를 이끌었던 유의(柳毅)가 승태에게 귀부를 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물론 승태는 그가 누군지 몰랐지만.
“소신 유의, 수춘후께 인사 올립니다.”
승태는 말 위에서 그를 바라보며 이마를 긁었다.
“누구입니까?”
승태의 말에 태사자가 나서 말했다.
“이전에 공손가에서 영주 자사부를 받아 이끌던 인물입니다.”
“공손가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 소신이 영주 자사부를 만들고 공손가의 지원을 받았을 뿐입니다. 공융과 같은 이가 청주에 왔을 때 관리를 하는 척하다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차라리 원담이 있던 때가 좋았다고 느낄 정도로 말입니다.”
승태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것과 지금 이 상황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정도가 귀부의 이유라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냥 자신의 세력을 지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언가 더 없다면 휘장들에게 말할 터이니 나중에 뵙기로 하지요.”
승태가 말고삐를 잡고 말머리를 돌리려는 순간, 유의가 빠르게 말 앞에 엎드려 승태가 떠나려는 것을 막았다.
이에 허정이 철퇴를 들고 축 늘어뜨렸다.
“어디서 감히 주군의 앞길을 막는가?”
“북해성! 그곳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귀부의 대가는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성문을 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어찌 그것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장담은 그리 쉽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주 자사부의 군세가 북해성에 많이 있다는 것은…….”
승태는 말머리를 돌려 다시 한번 유의를 바라보았다.
흠칫.
유의가 보기에 승태의 눈동자는 완전히 공허한 듯했다. 그래서 그는 순간 굳어서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 정도는 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쉬이 가능하겠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그들 중 제 입김이 닿는 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만일 후께서 제게 기회만 주신다면 이를 이용해 성문을 열어 보이겠습니다.”
“확실하지는 않다… 그렇게 들리는군요.”
유의는 눈을 굴리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미 공손도에게 지원을 받아 동래와 그 일대를 주름잡던 시기는 이미 끝이 났고, 군세도 모두 흩어져 버렸다. 다행히 청주가 그리 안정적이지는 못해서 일부의 군세는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무엇을 도모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리고 이제는 그 끝에 이른 듯했다. 지금 귀부하여 조금이라도 남았을 때 권세를 지키고자 하는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게 도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한다면 제가 원하는 것 또한 이루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결과로써 말입니다. 다른 것은 그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지요. 원하신다면 영주 자사를 다시 살릴 수 없지만, 익숙한 곳은 내어드리지요. 증좌가 필요합니까?”
유의는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잠시 눈을 감으며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아마도 이전의 무턱대고 달려든 조금 전과 달리, 가늠해 보는 것이리라. 그리고 장고 끝에는 승태가 원하는 답이 나왔다.
“소신,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 오겠습니다.”
유의는 다짐하듯 숨을 크게 뱉으며 예를 표하였다. 그리고 물러가는 유의를 보다가 승태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욕망이 꺼져 갈 때마다 이를 붙잡아 줄 물건이 필요할 테니…….”
승태가 손을 뻗어 까딱거리자 병사들 몇이 탁상을 들고 왔다. 승태는 문서를 쓰고 난 뒤 품에서 도장을 찍어 전령에게 건네었다.
“저자에게 전하면 될 것이네.”
태사자는 약간 걱정이 된다는 듯이 승태에게 물었다.
“함정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주인을 한 번 배신한 인물은 언제든지 두 번 배신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를 속이려고 하더라도, 그 근거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적어도 성문을 열고 속이지 않겠습니까?”
“주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저들이 이미 대비를 해 두었다면, 저희가 들어간다고 한들 그저 화살의 밥에 불과할 것입니다.”
승태는 태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승태에게 붙어 스스로 의를 행한다고 생각하는 유협들을 보며 말했다.
“저들이 생각하는 의의 끝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다지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다면…….”
“나는 유의를 믿었을 뿐입니다. 또한, 공을 세우고자 하는 유협에게 기회를 주었고, 지금의 가장 큰 문제들을 처단할 기회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가장 원하는 자리에 그들이 서는 것입니다. 단지, 그 자리가 위태할 뿐이지요.”
승태의 말에 태사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장군, 냉혹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게 저들이 원하는 바입니다.”
“모르기에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면 다를 것 같습니까?”
태사자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이었다. 승태가 공을 세울 수 있는 곳을 열어 준다는데, 그곳이 사지이더라도 분명 덤벼들 인물들이 나오리라. 위험할수록 큰 공과가 따르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것은 고래로부터 바뀌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말을 전해 줄 것입니다. 성문을 열려면 능당 그들이 버텨야 하니 말입니다.”
* * *
모든 것은 승태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유의는 성문을 열었고 그곳에 있던 적들이 알고 있다는 듯 대응하였다. 그러나 유협들이 나서서 먼저 성내의 길을 열고, 그 뒤에 기마들이 들이닥치자 저항은 금방 끝이 나 버렸다.
승태는 비명이 들려오는 북해성을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을 훑었다. 치소에 다다랐을 때, 숨어 있던 유사들이 칼을 들고 달려들었으나 그들의 노력은 허정의 철퇴 아래에서 끝을 맺었다.
단 두 번의 휘두름에 머리가 깨져 승태의 옷깃도 건드리지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치소의 문을 열었을 때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의가 꽤 많은 칼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승태가 걸어가자, 일전에 건네주었던 증서를 쥔 채 승태를 바라보았다.
유의는 무슨 말을 하고자 입을 열었지만, 이내 그의 고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승태는 그의 증서를 쥐고는 서서에게 물었다.
“이자의 가족이나 자손 중에 일군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 있는가?”
“어린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한 인물이네. 태수가 될 수 있도록 거둘 것이니 말을 전해 주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청주 황제가 황제에 등극하고 난 뒤에 만들어진 황제의 자리. 꽤 공을 들인 것 같은 그 자리의 앞에 서서 잠시 망설인 승태는 이내 몸을 돌렸다.
“항복은 권하되 강요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곳의 인물들에게 줄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또한, 그간 했던 것처럼 부인(富人)들에게 빼앗은 물건들은 모조리 백성들에게 내어 줄 것입니다. 이에 예외는 없습니다.”
승태의 말은 승태에게 도움을 요청한 공융의 창고도 털겠다는 의미였다. 그런 승태의 말에 딱히 반대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공을 세운 이들을 신상필벌 할 수 있도록 전쟁 사관을 들라 하십시오.”
잠시 후.
보즐은 전쟁 사관들과 함께 도착하였는데, 주변을 쓰윽 훑으며 무언가 찝찝한지 입술을 오물거렸다. 아무리 비위가 좋다고 하더라도 시체들이 널려 있는 곳에서 공을 논하고 무엇인가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치우겠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로 전쟁 사관들이 빠르게 들어와 승태에게 예를 취하였다. 각 공에 대하여 고하고 이를 평가하는 일을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