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염행의 필사적인 공격은 서황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크읍!”
고통을 참고 한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허무한 결과였다. 서황이 가볍게 쳐 내자 말을 붙잡아야 할 양쪽 허벅지를 모두 사용하기 힘든 염행은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때, 말이 자신의 주인을 받쳐 떨어지는 것을 막았고, 이에 서황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서 약간 아쉽다는 듯 대부를 들었다.
“그대가 멀쩡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내 손에 죽었겠지.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서황은 대답하지 않고 웃음을 지으며 도끼로 염행의 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서황의 모습은 마치 무인의 품위를 지키며 마무리 짓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염행에게는 고마울 것이 없는 행동이었다. 원하는 게 서로 달랐으니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의 무기가 맞부딪쳤다. 염행은 죽어 가는 와중에도 서황의 공격을 막았으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졌다.
퍼억!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낙법을 펼친 염행이었지만, 팔 한 쪽이 완전히 꺾여 버렸다. 만신창이인 몸으로 낙마했음에도 목숨을 건진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낙마한 염행은 그저 한손으로 창을 짧게 잡고는 자리를 잡기 위해 꿈틀거리며 움직일 뿐이었다. 그의 표정은 분하거나, 억울해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일 뿐.
이에 서황은 인상을 찌푸리며 염행을 바라보았다. 마치 생에 집착하는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죽음에 의연하다고 생각하며 무인이라 치켜세워 준 자신의 입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깔끔하게 죽음을 건넬 수 있었음에도 이리 지저분하게 움직이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목숨을 지키고자 그리하는 것이오? 나는 그대가 무인으로 죽을 거라 생각했소이다.”
“목숨? 이미 지키기 어려운 것 같은데 무슨 목숨이 중요하다고 이리 비굴하게 지키겠는가?”
“하면 무슨 일이오.”
“시간을 버는 것이지.”
“마초를 잡는 것이라면 어차피 쫓지 않을 것이오.”
“그런가? 그럼 내 헛수고를 하였군. 그런데 말이네. 내가 그대들을 어찌 믿겠는가? 자신의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 인물을 말이야.”
염행도 알고 있었다. 이들이 어찌하여 마초를 쫓지 않는지 말이다. 마초의 신기와 같은 기마술은 서황이나 이들이 따라가기에 벅차다는 것을 아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가 말이 없다는 점도 큰 이유이리라. 만일 염행이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아마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마초를 쫓았을 것이었다. 즉, 이들은 어차피 잡을 수 없는 마초의 목숨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염행은 못하는 것을 안 한다고 말하는 서황의 모습에 웃음도 나왔다. 그리고 솔직히 하후연을 죽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였다.
“도발하는 것이오?”
“도발? 사실을 말하는 것을 도발이라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기분이 꽤 나쁜가 보군. 어찌하여 하후연을 죽였는가?”
“…죽기 전에 그런 것이 궁금한 거요?”
“궁금치 않겠는가? 그토록 무인의 자존심을 중요히 여기는 자가 그런 행동을 보였는데 말이야.”
염행은 출혈로 인하여 점차 졸음이 찾아왔다. 눈도 영 상태가 좋지 않아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맞는지도 몰랐고, 그저 서황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서황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죽을 인물이니 털어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자신의 죄를 털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말이다.
“하후가가 군문에 들어 장수가 아닌 주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오. 하후 가문이 조비의 손을 들어 주어 하북을 차지하게 하였고, 조비를 받들어 하늘을 바꾸려 하는 중이기도 하지. 즉, 하후가는 한조가 아닌 조씨를 받들…….”
서황의 말에 염행은 힘없이 웃음을 흘렸다.
“주인? 그것이 변명이 되겠소? 하후가가 조조의 밑에서 조정을 다시 세우기 위하여 가문의 모든 것을 털어 넣었다는 것을 모르는 인물이 없소. 정세를 아는 이라면 누구든 말이지.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천하에 포부를 알렸는데, 그대는 그런 인물들을 죽인 것이오. 순가의 눈에 안 든다는 이유 하나로. 차라리 그냥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시오. 내가 그대를 뭐라 하겠소? 날카로운 칼이 굳이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는 법이니.”
염행은 끄으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나는 효를 다하였고, 의를 지켰으며, 충 또한 바쳤으니 그 끝이 초라하지 않구려. 그대가 인정이 있다면 시신을 수춘으로 보내 주시오.”
염행은 가후가 효를 다하라는 조언을 잘 들어 노모를 모시고 수춘에 온 이후로 지극정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 모시었다. 가후의 명에 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공을 세웠고, 마지막에 이르렀음에 가슴 한편의 짐으로 남아 있던 마초와의 다툼도 화해하였다. 후일 마초가 량주를 차지한다면 자신은 죽더라도 시신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까지 품은 상태에서 말이다.
염행의 목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서황이 듣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대는 가는 길이 당당한 것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오. 나는 그릇된 길로 갔지만, 하늘이 허락하여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았으니 여한이 없소.”
서황은 마지막 가는 길에 변명을 하려다가염행의 웃음에 그냥 고개를 내리깔았다. 여기 저기 성한 곳이 없어 피를 그득하게 흘리며 고개를 숙인 자신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 염행의 모습은 묘하게도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서황은 그런 염행의 모습에 순간 분기가 차올랐으나 이내 가슴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 염행에게서 분기를 느낀 것은 지금 자신이 그저 칼로 쓰이며 무엇인가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세우고 군을 양성하여 무릇 천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작금의 파란에 그저 부평초 같이 흔들리는구나.”
서황은 염행의 시신을 눕히며 말했다.
“돌아간다. 시신은 잘 운반하도록 해라.”
서황의 말에 병사가 약간 당황하며 물었다.
“적장은 어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수춘으로 돌려보낸다.”
“충.”
* * *
하후연의 죽음은 조인의 죽음 이후로 다시 한번 정국을 크게 흔들었다. 특히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하후돈이었다. 하후씨 가문 두 개의 축 중 하나가 무너졌으니 말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연주 각 지역의 유력자들이 승태의 힘에 굴복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후연의 명성은 군과 연주에서는 공포였는데, 그것을 꺾었으니 말이다.
즉, 그동안 하후연이라는 공포에 고개를 들지 못하던 이들이 들고일어나는 셈이었다. 또한, 이곳저곳에서 도적들이 나타나니 연주는 다시금 혼란스러운 상황에 돌입했다.
이에 하후돈의 군세는 옹구까지 빼앗겨 위태로운 진류에서 본대를 이동시켜 제수를 넘어 동군까지 물러났다. 이로써 낙양까지 가는 길이 열린 것이었다.
낙양은 혼돈 상태였다. 역병과 적이 코앞에 도착했다는 공포, 그리고 이러할 때에 황제를 칭한 자를 봉대한 수춘후에 대한 분노. 그리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어떠한 일도 이루지 못한 승상에 대한 실망. 황숙과 위공이 된 둘에 대한 절박함 등등 그런 감정들이 조정에 휘몰아 친 것이다.
그러나 순욱의 모습은 그런 것과 멀리 떨어진 듯하였다. 그는 순유가 도착한 것을 보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계획한 것은 성공하였는가?”
“확실한 것 하나는 처리했으나, 나머지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하후연이고 나머지는 마초였다. 순욱은 죽간을 묶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랬을 것이라는 듯, 그의 모습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그저 그리된다면 능히 량주를 안정화하고 유 사군에게 거래할 것이 생기니, 약간 기대만 한 것이지. 그가 잡히지 않더라도 상관없네.”
“그러합니다. 하나 마초의 입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마초의 입이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가 서황이 죽였다고 말을 해 봐야 누가 믿겠는가? 승태가 이를 공표하면 하후돈이 이해해 주겠는가? 가문에서 외톨이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네. 안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보는 눈과 입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는 서 장군이 책임질 일이지. 하후연의 자리도 이제 그가 받았으니 말이야. 서 장군에게는 축하 선물도 보내야 하겠군. 마음이 좋지 않을 테니 말이야. 그래, 아직 고할 것이 남았는가?”
“하후돈이 옹구를 빼앗기고 진류에서 물러났으니 수춘후가 코앞입니다. 유비와 조비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낙양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괜찮네. 아직 군량도 남아 있고 제후들을 막은 관들이 있으니 말이네. 시간은 충분하지.”
“진정 시간이 충분한 것입니까? 수춘후에게 낙양을 빼앗기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작금 수춘후는 감히 폐하를 참칭한 인물을 봉대하였습니다.”
“그러니 더욱 좋은 것이네.”
“어찌 그런…….”
“유비나 조비 모두 자신이 얻어먹을 것이 있어 지금 낙양을 지키고자 한 것이었네. 아직도 그러한 것이 남아 있는데, 외부인이 이 음식에 재를 뿌리는 것을 막고 싶을 것이네.”
순유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순욱은 죽간을 모두 밀어 놓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품에서 꽤 귀해 보이는 종이봉투를 앞에 내어 놓았다.
“하후 가문에 서를 보내 주게. 조정의 군을 담당했던 가문인데 이 정도는 해야겠지 않는가?”
순유는 순욱이 건넨 서를 받고 일어났다.
순욱은 떠나는 순유를 바라보고 이내 이마를 부여잡았다. 자신의 입 하나로 그간 조조를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동지인 하후연을 죽인 것이니, 어찌 감정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순욱 본인이 조조와 같은 인물이 되지 못하니 다른 방법으로 천하를 움직여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조가 만들어 둔 판을 모조리 부숴야만 가능하였다. 그리고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후 가문의 힘만 모두 빼어 놓고 순가가 집어삼키려는 준비를 마쳤다.
“이제 하후 가문을 흔들었으니 하후가를 집어삼켜야지.”
그것이 어려운 점은 아니었다. 하후연의 자식들과 하후돈의 자식들이 그리 친하지는 않으니, 그들의 힘에 추를 두어 집어 먹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러한 일은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그전에 낙양까지 밀려오는 승태의 군세를 막아야 할 계책을 짜야 할 시기에 순욱은 여유로운 듯 그저 후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