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18
418화
장포는 매우 놀란 눈빛을 보였다. 한수의 둑에 꽤 많은 인영이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포는 그것을 보며 급히 말머리를 돌리려 하다가 이내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명을 찍었다. 가장 말을 잘 타는 인물이었다.
“우선 저들을 공격한다. 너는 빨리 황 장군께 돌아가 이를 고하여라!”
“충!”
기마 하나가 빠르게 말을 머리를 돌리는 순간, 장포는 모를 들고 둑으로 향하여 달렸다. 겨우 기십 남짓한 기병들을 이끌고 달려가는 장포의 모습은 급하기 그지없었다.
저들을 막을 수는 없지만 황충이 대처할 시간을 만들기는 해야만 했다. 아니, 적어도 최소한 황충에게 방금 출발한 병사가 보고할 때까지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다.
“저들을 쳐 낸다!”
“충!”
비가 미친 듯이 내리는 그때, 둑을 부수는 것을 지휘하는 인물은 감녕이었다. 감녕은 계속 구시렁거리면서 둑을 부수고 있었다.
‘이래저래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
자신은 장강의 수적들을 모조리 흡수하고 절충장군이라는 직위를 받으며 항장으로서 높은 자리에 섰다. 이젠 나이도 먹어 감에 따라 영 몸도 좋지 않았는데, 이 비 오는 날에 직접 이런 일을 지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정말 화가 났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영 모르겠다.”
그 말에 누발의 아들인 누창이 감녕을 보며 말했다.
“장군의 아들이 죄를 저질러서 이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뭐? 내 아들이 어때서? 남아가 되어서 주먹질은 좀 할 줄 알아야지!”
“어때서요? 주먹질이요? 누가 들었으면 단순히 투덕거린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장군님이 품어서 겨우 면죄된 놈들을 끌어다가 민가에서 주먹질하고, 황건적이 하던 짓을 그대로 하니 문제가 된 것이지요. 덕분에 저도 하 도독 밑에서 일하다가 이리 왔습니다.”
“뭐? 하제가 뭐라고! 그놈이 뭘 알아서?”
“대공자와 가깝지 않습니까? 그리고 공도 많으니 그 밑에서 일하면서 쉽게 공을 세워 위로 올라가려 했지요.”
“하… 요즘 애들이 정말 뭘 모르네.”
“뭘 모른단 말입니까? 대공자께서 하 장군을 밀어주는 것도 맞지 않습니까? 양주 남부의 개척을 하는 장수들, 그들을 관리하는 인물이 하 도독입니다. 대공자께서는 양주의 관리를 받았고 말입니다. 그러면 딱 보아도 하 도독을 밀어주는 것이죠.”
“법 위에 서서 이리저리 돈이나 버는 그런 놈들과 나를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이다. 주군께서 장강을 내게 주었다.”
“장강을 준 것이 아니라 장강을 지키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그거지 뭐가 다르겠냐? 장강을 다스린다는 뜻은, 장강을 흐르는 모든 물건이 이 흥패의 손에 놓인다는 것이다. 익주나 형주에 있을 때는 꿈 꾸지 못하는 것을 주군께서 내려주셨지. 대공자의 인정? 흥, 이 몸은 주군께서 직접 인정한 장군이다. 각지에서 어설픈 아이들이나 관리하는 하제와는 완전히 다른 몸이다. 이 말이지.”
그 말에 누창은 손을 내저었다.
“싹수없는 원지는 지금 뭐 하고 있느냐?”
“심춘하고 아직 하 도독 밑에 있습니다. 각 군에서 장군께서 말하는 애들을 관리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뭘 도우냐고, 감괴 그놈하고 연 끊는다고 하니 노발대발하셔서 이곳에 왔고요. 여튼 괴, 그 녀석하고 같이 놀아 약간의 죄책감도 있었고 말입니다.”
감녕은 순간 입술을 계속 만지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 삼촌이 널 책임질 것이니 말이야.”
“장군 뭘 책임을 집니까? 그리고 무슨 삼촌입니까?”
“네 아버지들이 나를 형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친하였다. 그리고 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들 녀석에게 일을 맡기기에는 영 머리가 아파. 사실 내가 괴를 아끼기만 하여 잘못 큰 것을 안다. 네가 공을 세워서 장강의 군세를 맡아라.”
그때 멀리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누창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저놈들… 우리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감녕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누창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우리 쪽이 아니면 뭐부터 해야겠느냐?”
“무기부터 들어야지요.”
“알면 빨리 병사들을 모아 저놈들 대비해야지 않겠느냐? 아마 진흙탕에서 달려오니 시간은 있을 것이다.”
“불나방이 아닙니까? 기껏해야 기병 몇이 된다고…….”
적을 무시하는 누창의 태도에 감녕은 코웃음을 쳤다.
“만일 내가 여기 있는 게 아니라면, 적에게도 충분히 승산은 있었을 것이다. 보병 기십으로 저들을 상대하기에는 어려울 테니까.”
“그래서 그 늙은 몸을 이끌고 저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입니까?”
“뭐 못할 성싶으냐? 아직 극으로 저들을 물리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 연세에 예전처럼 하다가는 골병듭니다. 혹 잘못하면 여기서 드러눕는 것입니다. 제발 생각을 하세요.”
진저리치는 누창을 향해 감녕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 무슨 생각. 적을 상대하는 일에 자기가 다칠 것을 생각하며 싸우는 이들이 어디 있다더냐? 죽음만 피해 가면 된다… 대체 그게 무슨 칼을 잡은 사람의 태도더냐?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죽여야지.”
“하지만 그것이 장군으로서 가질 생각도 아닙니다.”
누창이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치자 감녕은 다시 한번 웃었다.
“이 나이에도 쉬이 누군가에게 질 생각은 하지 않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장수가 되어 뒤에 앉아 있으라니…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
* * *
한편, 적병들이 몰려와 대응하기 시작한 그때, 장포는 급히 병사들에게 말했다.
“겁먹지 말라! 적들은 급히 진을 형성하였으니 빈틈이 있을 것이다! 달려들어라!”
장포는 가장 앞에서 병사들과 맞서 싸우기 위하여 모를 앞으로 쭉 빼었다. 제아무리 우천으로 인하여 기마의 속도가 떨어져 돌파력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마 위에서의 공격은 보군들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쉬이익!
장포가 모를 휘두르자 둑을 부수던 보군들이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통하는군. 이대로 저들을 계속 압박하여 아무런 이득도 취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저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시간을 버는 일이었다.
“이대로 저들을 밀어낸다! 이들은 그냥 노역하는 일꾼들이니 쉬이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저 무슨!”
차라랑.
장포는 순간 흰머리를 휘날리며 달려드는 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냥 노병으로 보이는 자의 모습을 보고 노망이 났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점차 다가오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이내 날아올라 자신에게 극을 휘두르자 장포는 급히 모로 공격을 막아 내었다.
히이이이이잉!
장포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자, 말을 붙잡기 위해 허벅지에 힘을 더욱 크게 줘 붙잡았다.
그러나 계속 쇄도하는 노병의 공격에 눈이 팔린 순간, 감녕의 다른 손에서 수극이 꺼내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촤아악!
순식간에 장포의 허벅지는 수극에 한 번 꿰뚫렸다.
“크윽!”
피가 뿜어지자마자 감녕은 곧바로 장포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주변의 기병들은 빠르게 장포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감녕이 손을 흔들자 그들을 향해 창이 날아들었고, 어쩔 수 없이 기병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그물에 낚인 물고기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감녕의 수하들에게 붙잡힌 장포는 멍한 표정으로 감녕을 바라보았다.
“방울 소리를 들어도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면, 내 명성이 아직 부족한가 보군.”
누창은 한심하다는 듯이 감녕을 보았다.
“장군의 명성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미친 듯이 내리는 빗속에서 장군을 알아보는 게 신기한 것입니다. 담소를 나누기 위해 서로 마주한 것도 아니고, 싸우려는 적에 불과한데 뭐가 어떤지 보이겠습니까?”
“목숨이 걸려 있는데 못 보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니냐?”
“아니, 구분을 할 수 있어야 하지요. 빗소리 때문에 방울 소리도 안 들리고, 비단을 감은 옷은… 아, 이미 벗으셨군요. 여하튼 알아보기도 힘들고, 알아본다 하여도 장군의 늙은 겉모습만 보면 싸울 수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감녕은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지 연신 몸을 움직이며 두들기고 있었다. 누창은 그걸 보며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다.
“보십시오. 지금도 무기 몇 번 휘둘렀다고 계속 몸을 두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뒤에 계시라고요.”
“내 나이도 이제 하늘의 뜻을 알 나이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은 뭐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내 말도 안 듣는 몸이 어린 네놈의 말을 듣겠느냐?”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그때, 장포는 아주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고삐를 잡고 말했다. 어떻게든 위엄을 지키기 위해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장…….”
털썩.
힘이 빠진 장포는 말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을 본 감녕과 누창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아보았다.
“저거 기병대장인 것 같은데, 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굳이 살려 어디에 쓴다는 말이냐? 뭐, 몸값이라도 받아 낼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 먼 곳까지 기마를 끌고 왔다는 건 그냥 정찰 나왔다가 공에 눈이 멀어서 온 미친놈 같군. 그 정도면 딱 견적이 나오지 않느냐.”
“무슨 견적 말입니까?”
“공을 세워 입신하고, 집안을 바로 세우고, 노모를 부양하고… 뭐 그런 거 말이야.”
“시신은 어찌할 것입니까?”
“옆에 강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더냐? 장강의 신께서 좋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감녕은 장포의 시신을 질질 끌어서 한수에 흘려보내려 했다. 밀기만 하면 이제 시신이 정리되는 것이었다. 그때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움직인 병사들이 인상을 쓰면서 다가왔다.
“뭐 신상이라도 알아왔느냐? 하기야 이놈들이 어떻게 왔는지가 중요하지, 신상이 중요하겠냐 마는.”
“장비의 아들이랍니다. 시신은 보전해 달라고 막 소리 지르던데요?”
“장비? 뭐 장삼이나 이사는 아니네. …장 뭐?”
감녕이 놀라 손을 놓자 장포의 시신이 강에 휩쓸렸고, 이에 누창이 미친 듯이 강에 들어가 장포의 시신을 건져 냈다. 비가 폭포처럼 쏟아져 누창은 겨우겨우 장포의 시신을 끌어낸 뒤 연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지체 높은 것이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감녕은 헐레벌떡 누창이 있는 곳까지 내려와 장포의 시신을 거두었다. 그리고 누창과 함께 다시금 물이 넘치는 것을 막는 방벽을 무너트리던 곳으로 와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창은 감녕의 웃음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으하하하! 내 먼 길 가기 전에 주군께 큰 선물을 드리고 갈 수 있겠구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선물이 아니라 이건 독입니다, 독. 굳이 장비의 분노를 우리가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고이 장포의 시신을 보내 주면 되는 것입니다. 무릇 장수가 죽는 것은 병가지상사이니…….”
감녕은 누창의 조언을 듣기는커녕, 다른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끝을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장비를 잡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이 흥패의 손으로 말이다.”
“하아… 장군. 이미 대공자께서 일러준 대로 하면, 능히 장비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 잡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힘으로 큰 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양번을 모두 수군의 능력으로 차지한다면 이는 장비를 잡는 것보다 더 중한…….”
“흥패의 이름에 화려한 글줄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 그곳에 만인을 상대한다는 장비면 능히 빛날 것이다. 드디어 여의주를 물고 천하에 장강의 용으로 길이길이 빛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