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22
422화
맹달의 말을 들은 유봉은 말을 잃은 벙어리처럼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상황까지 만들어 준다는 맹달의 말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내가 우장군(장비)을 돕지 않는다면 우장군의 안위가 위태로워질 것이오. 그리된다면 양부의 분노는 분명 나에게 향할 것인데, 따를 수는 없겠소.”
일을 행하기도 전에 먼저 겁을 먹은 유봉의 발언에 맹달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장군이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오, 아니면 사군(使君)의 분노가 두려운 것이오?”
유봉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기야 작금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말을 하는 장비나 관우의 죽음을 걱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저 가만히 있는 정도만 해도 괜찮소. 상황을 만들어 내면 그 위에서 일을 결정하기만 하시오.”
맹달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을 두드렸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결정도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잘 생각하시오. 아, 선물은 꽤 귀한 것이오. 그대가 쓸지, 아니면 다시 선물할지는 잘 생각해 보시도록 하시오.”
맹달을 바라보던 유봉은 고개를 내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선물 안에는 동방에서 가져온 삼이 들어 있었다.
다음날, 방릉의 군세가 난을 일으켰다. 마치 군세가 빠져나갈 것을 아는 것처럼 당당하게, 누군가에게 보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봉기를 천하에 알리는 것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곳은 아직 불안하다고 말입니다. 이대로 군을 움직이면 분명 불이 주변으로 불타오를 것입니다.”
황충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맹달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구원 요청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일어난 반란은 황충이 쉬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군을 못 움직이겠다는 것인가?”
“우선 반군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군의 목적 자체는 분명합니다. 바로 상용이지요. 저들의 세력이 커진다면 상용이 모두 수춘후의 손에 넘어갈 수 있음입니다.”
황충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유봉을 보았다.
“…원군을 이끌고 우장군을 구원해야 할 것이네. 반적들을 잡아야 하는 것도 응당 옳은 일이지만, 일의 경중이 있으니 우선 원군을 이끌 것이네. 상용을 지키는 데에는 기백(幾百)의 보군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산이 험하고, 적들 또한 지금 같은 우기에 움직이기 힘들 터이니 말이야.”
맹달은 약간 놀란 눈으로 황충을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황충은 그저 덤덤하게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군을 정비한 뒤 움직인 것이었다.
맹달은 이를 갈며 황충을 바라보았다. 황충의 앞에는 그의 길잡이가 된 유봉이 선봉에 서서 움직이고 있었다.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이로군.”
자신의 감시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감시해야 하는 인물인 유봉이 사라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단순히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리되면 신씨 형제들이 머리를 숙이려 하지 않을 터인데 말이야.”
맹달의 눈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을 보였다. 하기야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공은 인정받지 못하고 이런 곳에 끌려온 신세였다. 이미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은 포기한지 오래였다.
물론 자신의 능력은 법정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유비군의 주력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번 배신한 인물이니 이리 쓴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세운 공만큼은 대우해 주길 바랐는데, 유비는 그러한 성정이 아니었다. 능력 있는 인물과 앞으로 공을 세우게 될 사람들을 중용하였으며, 자신과 같이 부를 이용한 사치를 하는 인물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제갈량 또한 그를 배척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물과 물고기라던 인물들이 그런 태도를 보여 주니 이미 그른 것 같았다.
‘어차피 이렇게 밀려난 상황. 내 가치가 가장 높을 때 자신을 팔 수 있는 상용의 왕과 같은 위치에 서고자 하였다.’
맹달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황충을 직접 상대하는 것은 영 마뜩잖은 일이고. 혹여나 장비가 돌아오면 경을 치를 일이니 말이야…….”
그는 자신의 손을 더럽혀서까지 무엇인가를 이뤄 내 위험에 빠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갈 만한 길이야 뻔한 것이지. 방릉이 아니면 양현을 거치겠지?”
맹달은 도포를 휘날리며 걸음을 옮겼다.
* * *
감녕은 번성의 앞에 정박한 배에 앉아 서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황충이 원군을 이끌고 오고 있다? 대체 왜? 퇴각하여 군을 물리는 것 아니었나? 장비가 미끼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이냐?”
“정녕 장비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유비의 분노를 감당치 못할 텐데요. 원군이라기보다는 군을 이끌고 뒤를 혼란케 하려는 것 같습니다. 군세가 양번을 지키는 데 집중되어 있으니, 그 뒤를 노린다면 능히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감녕은 이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껏 해 봐야 손가와 유씨 놈이 욕먹는 일이지.”
감녕은 별것 아니라는 듯 턱을 긁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차라리 좋은 것 같은데. 손가나 유씨 놈이 욕먹으면 우리가 일하기 쉬워지지 않겠느냐.”
“그래서 황충을 놓아주자는 것입니까?”
“어차피 늙어서 골골대는 인간, 그런 놈 하나 잡자고 배를 움직이자는 것이냐?”
누창은 머리를 긁으며 감녕을 보았다.
“장군.”
“말해보라.”
“익주와 형주를 평정하고 우리의 소소한 공격을 막아 낸 인물이 그 인간입니다. 언제고 꼭 멱을 따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혹여 이 정도 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감녕은 휘파람을 불며 그를 바라보았고, 누창은 그런 감녕에게 물었다.
“무서운 것입니까?”
“무섭다니!”
“몇 번 붙어 봤다고 들었습니다.”
“내 두렵다니! 내가 그 늙은 인간이 무서울 리가 있나……?”
뿌우우!
“내 나팔을 울리지 말라고 하였는데!”
감녕이 말을 하려는 중간에,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녕은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나빴는데 자신의 명을 어기고 나팔을 불어 댄 놈들을 두들겨 패고자 갑판으로 나아갔다.
갑판 밖에 나서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하였다. 큰 소리를 내기 직전에 감녕은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저 인간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저 인간은 청주에 머물면서 황제나 모시려는 것 아니었어?”
누창도 감녕의 뒤를 따라 움직여 밖에 나왔는데, 나팔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무슨 일인데 그럽니까? 이건 예장의 병사들이 쓰던 나팔인 것 같은데, 태사 장군이라도 오신 것입니까?”
그 말이 정말이었다.
누창 역시 놀란 눈으로 태사자의 전함을 바라보았다. 감녕의 함선 크기와 비슷한 중선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감녕은 함선 위로 올라서서 소리쳤다.
“검리상전(劍履上殿)이나 하고 싶은 인간이 여기까지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왔소!”
나팔 소리가 잦아들며 배가 감녕의 배와 가까워졌다. 대장선에서 태사자와 육손이 나와 인사를 올리자, 감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장에서 떠나 이미 다른 곳에 부임한 분께서 어찌 이리 왔소?”
“명을 받았소이다. 관우가 움직이니 이를 대응하기 위하여 움직이라는 명 말입니다. 한데 양번을 이리 점하였으니 참으로 놀랐소이다. 주군께서 장군의 선전에 크게 감명 깊었다고 전하셨습니다.”
“그렇소이까? 주군께서 직접 말이오?”
감녕은 태사자의 칭찬에 입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승태가 뽑은 장수 중 진짜 검리상전에 가장 가까운 인물 중 하나였다. 청주와 황제를 봉대할 수 있게 만들었고, 승태의 명에 이리저리 다니며 공을 세워 왔다.
아마 승태가 왕위에 오른다면 태사자는 응당 검리상전의 권리를 받을 수 있는 이라 꼽히는 인물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지금 자신에게 예를 표하며 상찬을 하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주군인 승태의 칭찬까지 더해졌다고 하니 참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건너오시지요! 강 위에서 식사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만한 음식들을 챙겨 두었습니다. 병사들도 함께 드시지요.”
태사자가 육손을 한번 보자, 육손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 상 크게 벌려진 함선 위.
감녕과 태사자는 술을 잠시 기울이다가 감녕이 먼저 슬쩍 말을 던졌다.
“양번을 차지하였으니 모사들이 다음은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말을 그리 높이십니까? 이미 서로 늙어 가는 나이입니다. 푸른빛으로 검던 수염과 머리는 다 새어 백발이 되었고, 나이도 비슷하니 친우가 되는 것은 어떻습니까? 제가 높은 집안의 자식도 아니니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녕은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쁘면서도 이를 내보이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는데, 이미 기쁜 마음이 너무 커져 몸이 반응하여 상을 퉁퉁거리는 모습을 보여 무슨 생각인지 다 들통나 버린 상태였다.
“친우라, 좋소이다. 내 수적 생활을 오래하여 이런 습관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한데 수적들에게 친우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목숨을 내줄 정도이니 말입니다. 가족보다 더 중요시할 정도로 말입니다.”
“가족보다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수적들이야 자기 목숨을 더 오래 붙들려면 가족보다는 친우를 믿어야 하니 말입니다.”
태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이해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대강은 알 것 같습니다. 배 위에서는 도망갈 수도 없고, 혹여 친우가 배신한다면 가족도 모두 끝이 날 것이니 말입니다. 참으로 힘들었겠습니다.”
감녕은 자신을 알아주는 태사자의 모습에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처지 때문에 더욱 다른 이들에게 모진 행동을 하였는데, 그것을 알아주는 인물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것도 잘나가는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안아주는 듯 말이다.
물론 그것을 보는 육손이나 누창은 감녕이 넘어갔다는 것을 느끼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어려웠지요. 주군께서 인정해 주시니 버틸 수도 있었고 말입니다.”
“다행입니다. 아, 모사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물었지요?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주군의 옆에 붙어 다니는 이들이 머리를 많이 쓰니 뭔가 나오긴 하였나 봅니다. 하기야 그리하였으니 주군의 곁에 계시거나 청주의 폐하를 모셔야 할 분이 직접 배를 타고 전장에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장수가 전장에 나오는 게 명예로운 것이지요. 여하튼 모사들은 이번에 장안까지 차지할 생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감 장군께서 양번을 차지한 일 덕택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많이들 전하였습니다. 가능하다면 상용까지 집어삼킬 수 있다면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하였지요. 딱히 복안이나 이런 것이 있어 온 것이 아니라, 그저 정말로 지원을 하러 온 것입니다.”
감녕은 웃음을 크게 지어 보이며 박수를 쳤다.
“하늘의 뜻인가 보오. 장군께서 내게 온 것도 그렇고, 이렇게 유비의 밑에 있는 배신자가 서신을 보낸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감녕은 서신을 내주며 말했다.
“황충이 원군을 이끌고 남군으로 향한다고 하오. 태 사공께서 이를 처리해 준다면 응당 상용의 배신자가 호족들을 설득해 준다고 하였소이다. 이로써 장비와 황충, 유비의 두 조아를 잡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조아가 빠진 호랑이를 상대하는 일이 될 것이오.”
감녕은 당당히 태사자에게 이를 말하며 가슴을 두드렸다.
“장군과 내가 움직인다면 황충을 잡지 못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