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28
428화
형주에서의 대패뿐만 아니라 장비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천하에 울려 퍼졌다. 그러고 나서 장비의 시신이 형주에서 예주에 도착했을 때, 승태가 느낀 충격 또한 꽤나 컸다.
자신과 조조를 도모할 때 손을 잡아 준 인물이기도 했고, 조인과 같이 자신의 마음속에 좋은 인상으로 남은 이였으며, 함께 조조를 도모했음에도 아무런 뒷소문이 퍼지지 않은 것 역시 응당 장비의 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비군과 대립한 이후로도 가끔 서신을 보내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물 중 한 명이 장비이기도 했다.
그런 장비가 죽었다는 서신이 올라온 순간, 승태의 머릿속은 텅 비어 버렸다.
친정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장이나 전투에 대한 걱정보다는 장비의 시신이 도착한다면 어찌해야 하는지라는 걱정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비의 시신이 도착하였다.
승태는 장비의 시신을 직접 보기 위해 상좌에서 일어나 내려왔다. 조단과 조충은 승태의 모습에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을 내보였다.
얼핏 보아도 승태의 얼굴이 장비가 죽은 공을 얻어 기쁜 마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손가의 사신으로 온 환가는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번 주 도독을 대신한 여 도독께서 신묘한 계략으로 장비를 함정에 빠트려 죽음에 이르게 하였으니, 참으로 큰 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응당 형…….”
승태는 그러한 말을 무시하고 그저 홀린 듯이 장비의 관 앞에 섰다. 승태가 움직이니 그 뒤를 따라 호병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이에 신료들은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뒤로 재빠르게 물러났다. 그러자 승태를 알현하기 위해 온 이들만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되었고, 이에 손가의 인물들은 놀라 긴장하며 사방을 살피며 칼집에 손을 대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이를 본 호위들은 더더욱 승태의 옆에 붙어 장내는 혼잡한 상황이 되었다.
“열어라.”
환가는 자신을 무시한 승태의 행동에 불만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조단과 조충은 빠르게 관에 다가가 열려고 하였고, 환가는 이를 막고자 하였다.
“그대가 나를 막는 것인가?”
승태의 한마디가 대전을 울려 퍼지자 속관들이 속속들이 머리를 대전에 내리박았다. 환가는 장내의 분위기와 자신이 알던 수춘후와 거리가 있어 놀라 그저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하며 말했다.
“그저 보기 좋지 않은 것이기에 혹여 수춘후의 마음을 어지럽힐까 겁나 그런 것입니다.”
“천하를 뒤흔들던 영웅의 마지막에 어찌 그런 마음이 생기겠는가? 열게.”
관을 열자 참혹한 모습의 장비의 시신이 보였다. 머리는 잘 보존되었으나, 머리 아래의 몸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염을 하여 열심히 모습을 다시 가꾸었다고 하지만, 사람이 가져야 할 여러 부분이 보이지 않았고 온몸에는 칼자국이 나 있었다.
“하아. 돌아와 술 한잔한다는 것이 이리되었습니다.”
승태의 한숨에 주변의 말소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들으라. 장 공의 공은 응당 우러러 바라볼 만하니, 본 후는 이에 고개 숙이고자 한다.”
손가의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들이 죽인 장비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을 추켜세우다니, 지금의 상황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장 공의 장례는 응당 돌아가 하는 것이 맞으나, 작금의 모습을 보니 그의 시신을 그대로 돌려보내는 것은 영웅에 대한 도리가 아닌 듯하다. 그러하니 내 사비를 털어 염하고 제후의 예로써 장사를 지내도록 하겠다. 또한, 장 공의 충의와 용맹에 걸맞은 관작을 요청하겠다.”
장내는 승태의 선언에 동조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조충이 나서 이에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명공, 장비는 적장이옵니다. 혹여 이렇게 후대한다면 장수들 가운데 불만을 품은 이들이 있을 것이옵니다.”
조충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장비가 대단하다 한들 적이기에 군중에 원한을 가진 이들이 없을 수가 없었다.
조가의 원수이기도 한 인물이니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지금 조가가 승태의 손을 잡아 주고는 있지만 이번의 일로 돌아설 수도 있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손가의 공을 치하해야 하는 지금, 이렇게 된다면 손가는 무슨 상을 받겠는가? 확실히 손해가 더 많은 선택이었다.
“사적으로는 적이요, 가문의 존장을 해한 인물이니 같은 하늘을 이고는 살지 못할 인물인 것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들으시오! 복수는 이미 그가 죽음으로 끝이 난 것이오. 천하를 두고 보았을 때 의기로써 천하에 나와 공을 세우고 일군에 충성하였소. 본시 아조에 녹봉을 받았으나 아조의 등에 칼을 꽂은 인물이라면 그의 목을 잘라 백관들이 언제나 그를 밟을 수 있도록 할 것이오. 한데, 천하에 물어보아도 장 공의 공을 기리는 것은 응당 마땅한 일이라 생각하오.”
승태의 말에 조충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무릇 나라는 남기어야 할 의지와 없애야 할 간심(奸心)은 응당 기록하고 가르쳐 세풍(世風)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오.”
모두가 고개를 숙인 그때, 승태는 고개를 돌리어 신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의 일은 사신을 보내어 서조(西朝)에 알리도록 하겠네.”
승태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고위직이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죽음의 위협에도 겸허히 넘어갈 수 있으며, 응당 말로서 꼬투리를 남기지 않을 인물이 필요하였다.
장비의 죽음을 알리는 일에 사신으로 가게 된다면 죽음의 위협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젊은 신료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죽음을 각오한 의지가 있었으나, 그들의 직급으로는 상대방이 도리어 모욕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게 뻔했다.
“주군, 응당 장 공의 죽음을 알리는데 아군에서 주군과의 친분을 가장 자랑할 수 있는 인물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숙이 가겠다는 말에 모두가 웅성이기 시작하였다. 승태도 약간 놀란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공이 맡은 일이 작금 미치는 영향이 큰데 가겠다는 말입니까? 유세에 능한 이들이야 충분히 많을 것이니, 그저 사신단을 꾸리는 데에 배치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승태의 걱정스러운 모습에 노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주군의 말씀대로 영웅의 죽음에 어찌 고하를 막론하겠습니까? 진심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소신을 보내 주소서. 그렇지 않는다면 어찌 저희의 마음을 보일 수 있겠습니까? 부디 소신을 사신단의 장으로 삼아 주소서.”
“…일단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 그 일은 당장 생각할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이만 회를 파합시다. 장 공의 일 외에 고할 것이 있다면 따로 가져오도록 하시오. 장공의 시신은 목공들과 옥 장인들을 섭외하여 몸을 조각하고 염을 할 것이네.”
승태가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나자 신료들과 병사들이 예를 표하였다. 자리를 떠나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승태는 관모를 내려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노 공을 불러 주시지요.”
서서가 손을 흔들어 내관을 재촉하자 내관 몇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고, 승태는 그것을 보면서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꾹꾹 눌렀다.
“대공자께서 큰 공을 세웠는데 기쁘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쁘지요, 기쁩니다. 일이 너무 커져서 걱정이기도 하고 그 유비의 분노를 어찌 돌릴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도 손가라는 방패를 이용하여 잘 돌렸으니 마음도 놓이니 말입니다.”
“하면 무엇 때문에 그리 마음을 쓰시는 것입니까?”
“별 것 아닙니다. 노형이 직접 움직인다면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때 노숙이 도착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문이 열리고 노숙이 걸음을 옮겼다. 승태는 노숙을 가까이 앉히고 직접 차를 내려 주면서 물었다.
“진정 사신단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하면 자경 형께서 하던 일들을 어찌 한단 말입니까?”
“저보다 뛰어난 이들이야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관우를 상대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많은 인재들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주군께서 원하는 일을 하기에는 소신이 가장 알맞지 않겠습니까?”
“위험한 일입니다. 첫 번째로 관우를 상대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은 유비의 면전에서 그의 의제의 죽음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들의 분노는 이루어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죽음은 병가지상사일 것인데 이에 분노하여 군을 일으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유비가 고작 그 정도 위치라는 것을 알리는 셈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이마를 잡으며 말했다.
“그 대가는 형님의 목숨이고 말입니까?”
“설마 목숨을 노리기야 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형님께서 그리 원하시면 우겨서라도 갈 것이니 내 물러나겠습니다. 하나 한 가지만 약조하시지요. 반드시 사신단 모두를 살려서 오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장비의 시신은 다시금 염하여 그의 몸 중 없는 부분은 번개 맞은 대추나무로 몸을 대체하였으며, 그 후 옥으로 갑주를 만들어 관에 넣고 가묘를 만들었다.
또한 그 위에 승태는 직접 시를 적어 올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전쟁 중에도 그를 위한 사당을 세우니 장수들은 장비에게 부러운 마음을 보내었다.
노숙이 직접 꾸린 사신단은 꽤 조촐하였다. 노숙 본인과 사마의, 조운이 사신단에 포함되었다. 병사들 또한 겨우 일백이 되지 않았다.
이에 승태가 걱정스러운 말을 내놓자 노숙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답했다.
“유비가 의제의 죽음에 분노하여 소신들을 죽이고자 한다면, 군세가 많다고 한들 많은 관을 지나야 하니 어차피 죽은 목숨이옵니다. 하니 차라리 군을 줄여 의연함을 보여 준다면 병가의 일에 사감을 나타나겠습니까? 장 공의 죽음을 전하는데 군을 크게 이끈다면 저들이 혹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적은 군세를 본다면 진정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온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승태는 노숙의 말에 동의하며 장비가 애장하던 사모와 갑주를 같이 보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노숙의 손을 잡았으나 노숙은 손을 바라보고는 이내 승태의 손을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주군께서 일을 이루는데 번복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주군께선 의연하게 돌아가 작금의 일을 수습하시고 손가와 조정의 장수들을 달래 주소서. 또한 북방의 조비의 행태가 불안하니 태사 장군을 다시 불러 청주를 지키도록 하소서.”
노숙의 말에 승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다시 잡지 못하고 이내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장 공이 무인으로 높은 곳으로 올랐다면 응당 자경 형은 붓을 들어 아국을 굳건히 하고 천하를 종횡하니, 소하와 장량을 합친 것 같소이다.”
승태가 걱정에 사신단이 사라지는 길을 보다가 이내 돌아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숙이 관우가 거하는 군에 들어갔다.
* * *
조기가 걸린 군영은 초상집 상태였다.
거기다가 승태의 사신이 도착하였으니 모든 이들이 그에게 칼을 겨누며 죽이고자 하였다. 아마 관우의 엄명이 없었다면 노숙은 그 자리에서 갈가리 찢겼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