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노숙은 술을 마시는 관우에게 예를 표하며 누각에 올랐다. 관우는 미염공이라 불릴만한 아름다운 수염을 길게 빼내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수춘후가 가까이하는 인물이 직접 올 줄은 몰랐구려. 나는 그저 죽어도 될 인물이나 공에 미친 이들만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네.”
“장 공의 죽음에 대한 일을 전하고, 이에 대한 주군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저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와야겠지요. 아니라면 대체 누가 이를 전하겠습니까?”
“하기야 수춘후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은 형님으로 따르는 그대일 것이니 이해가 되는 인사이군. 올라와 앉게. 이야기를 듣지.”
관우의 말에 놀란 눈을 한 관평이 먼저 나서 걱정을 내비치며 말렸다.
“숙부를 죽인 놈들이옵니다. 어찌 그리 간단히 대작하려 하십니까? 저들의 손에 무엇이 있을 줄 알겠습니까? 부디 안위를 위해서라도 저들을 모조리 옥에 가두는…….”
관우가 손을 들었다.
“내 그런 것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단도를 들고 왔다고 한들 나를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수춘후의 사신들은 자신의 목을 내놓고 주인의 말을 전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한데 네가 그리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적히겠느냐? 아우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수십만의 병사들 가운데로 들어온 사신을 사감 때문에 위협한 소인으로 만들 참이더냐?”
관우의 말에 관평은 고개를 숙였고 노숙은 웃음을 지으며 누각에 올랐다.
“자제분께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이해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관우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침묵하다가 노숙을 바라보았다.
“이해한다? 어쭙잖은 이야기는 하지 말게 그대가 나를 어찌 이해하겠는가? 나의 핏줄보다 더 가까운 의제가 죽었네. 그 의제가 어떤 인물인지는 아는가? 아무것도 없을 때 의를 세우기 위하여 칼을 든 순간, 가장 많은 것을 내어 놓은 동생이네. 의형들이 가진 것이야 몸과 칼 한 자루뿐이었으니 말이야. 하여 천하를 같이 주유하고 서로의 등을 맞대며 고난을 함께하며 천하에 이름을 알렸지. 한데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먹고 꿈꾸던 일도 이루어 가고 있었네. 의형께서 순욱과 손을 잡고 협천을 하였으며, 작금 왕작에 오르게 될 것이니 이제 남은 것은 한 걸음… 단 한걸음이었네.”
관우는 한풀이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던 중, 자리에서 일어나 노숙이 있는 곳으로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일이지. 전장에서 생사를 가르는 일이야 언제나 일어나는 것이니 말이야.”
관우가 노숙과 그를 호종하는 사마의 조운의 앞에 섰다. 그의 붉은 얼굴은 굉장히 굳어있었다. 그 굳은 얼굴은 보통 병사들이 보았다면 자리에 주저앉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노숙이나 사마의, 조운 모두 어지간한 상황은 겪어 본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관우의 패기에 눌릴지언정 주저앉거나 뒷걸음질 칠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대가 이해한다는 그런 말을 하면 아니 되는 것이네. 전장에 직접 나가지도 않으며, 커다란 집무실에 앉아 하사받은 차를 마시고 병사들을 숫자로 세는 그대가 할 말은 아니니 말이야.”
노숙은 그런 관우의 앞에서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관 공께서 겪은 마음을 알고 느낀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의 화를 낼 수 있다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소신은 그저 후께서 장 공의 장례를 치르고 그분의 시신을 인도하여 올 것을 알리는 작은 새와 같은 이들일 뿐입니다.”
“의제의 장례를 어찌하여 네놈들이 치른단 말이냐?”
노숙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몇 가지만 꼽아 보겠습니다. 우선 장 공의 시신을 온전히 하여 염을 하려는 의미가 있고, 또 주군께서 공을 기리는 마음이 애틋함에 있지 않겠습니까?”
노숙의 말에 관우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지며 마치 터질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노숙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물음을 던질 뿐.
“그것이 틀리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까? 장 공의 시신을 헝주 강에 흘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말입니다.”
관우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술이 놓인 자리로 돌아갔고, 잠시 후 술상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술상이 올라오자 노숙은 작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촉 땅의 물건들이 전장까지 이리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촉에 있던 이족들까지 모조리 유비군의 발아래 무릎 꿇렸다는 이야기겠군. 또한, 촉으로 이어지는 잔도 또한 복구하였겠구나.’
노숙은 관우에게 올라오는 술과 음식만 보고도 이를 알아차렸다. 그러고 나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지금 전장에서 무엇을 부족해하며, 무엇이 풍부한지 알아내었다.
“물건이 참 풍부한 것 같습니다.”
“군사가 많을 것을 이루어내었지. 그대들이 생각하지 못할 만큼 말이네.”
“공명을 말하시는 것이군요.”
“자네가 군사종사를 아는가?”
“그의 형이 아조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서조의 군사를 맡아 사군께서 굳세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말입니다.”
“마치 그대와 같이 말이네. 수춘후 또한 그대가 아니었으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니 말이야.”
관우가 일어나 노숙의 옆에 앉자 조운이 일어나려 하였고, 관우는 자신의 술잔을 내려놓았다.
“내 곰곰이 생각해 보건데, 과연 의제가 진실로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 그런 의문이 생기더군. 장비는 그대를 사로잡아 수춘후를 압박하고 군을 무르게 하거나, 스스로 입조케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 짐작되네만… 어찌 생각하는가?”
조운은 관우의 말에 반쯤 일어났으나 노숙이 손을 내밀어 그를 말렸고, 노숙은 관우의 술잔에 술을 가득히 따르고서 물었다.
“저는 장 공께서 수많은 창칼이 난무하는 가운데, 시석(矢石)이 교차하는 전장에서도 필마(匹馬)로 종횡하며 마치 무인지경(無人之境)에 드나들 듯하였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한데 작금 관 장군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인물이 아니라 수많은 군세의 위험함을 알고도 의기를 세워 단도부회의 마음으로 이렇게 서 있음에도 그러한 사신을 포로로 잡고 그의 주군을 협박하는 인물이라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군요. 소신이 돌아갈 수 있다면 주군께 이를 아뢰고 장비는 욕된 인물이니 사당을 허물고 잡신이 되어 천하를 떠돌 인물을 기리지 말라 전하겠습니다.”
“하하하하하!”
관우는 노숙의 과감함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의제는 의기가 높고 능력이 좋은 선비들을 좋아했네. 그래서 수춘후도 많이 아꼈지 아마 의제도 그대와 같은 인물에게 제대로 대우를 해 주지 않는다면, 의형을 매우 미워하겠지. 꿈에라도 나와서 의형인 나를 꾸짖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면목이 서질 않는군. 내 직접 서신을 적어주겠네.”
관우는 그 말의 끝에 잠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나와 의형은 다를 것이네. 그대가 무사하길 빌지.”
* * *
황충은 장비의 죽음에 분노하며 상용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용까지 이어지는 현들이 넘어가는 것을 막고 만일 흔들리는 이들이 나온다면 치죄하기 위함이었다.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양현까지 손이 뻗은 것이라면 이미 익주 일대에 그들의 손아귀가 뻗고 있는 것입니다. 혹여… 맹달이 다른 마음을 지금 일으켰다면…….”
황충이 움직였을 때 찬현은 이미 넘어간 상황이었고, 양현에 들렀을 때는 자신을 잡으려는 현령을 참한 뒤 인수를 빼앗고 나서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양현의 현령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고 고한 뒤 이동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장비가 죽었다고 하지만, 저들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너무 빨랐기에 반준의 걱정은 너무나 커져 가고 있었다.
“반기를 들었더라면 우리가 양현을 정리하기 전에 했을 것이네. 아직은 그런 정도는 아닐 것으로 생각하네.”
“만의 하나라는 상황이 있지 않겠습니까?”
“의미가 없는 일이네. 자네가 말하지 않았는가. 상용의 가치를 높여서 파는 것이 그의 의도라고 말이야. 형주를 온전히 얻은 만큼 상용의 길이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야.”
맹달을 거의 경계하지 않는 황충의 말에 반준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지만 조심하여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차라리 작금은 군을 물려 한수를 따라 한중으로 가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자네의 판단은 그러한가?”
“그렇사옵니다. 맹달이 혹여 장군을 노리는 것이라면…….”
“나를 노린다라, 하늘의 도움을 받아 장 공을 꺾어 내더니 참으로 모든 것이 쉬워 보이는 듯싶군.”
황충은 도를 한 번 휘두르며 반준을 보았다.
“그대는 한수를 따라 한중으로 움직이게.”
“장군, 고작 기백의 병사로 무엇을 어찌하려 하십니까?”
“상용에서 나를 잡으려고 한다면 받아 주려 하는 것이네.”
“장군, 장 공께서도 졸하신 지금 사군께서도 분명 무사히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한데 어찌 죽을 수도 있는 자리로 가시려 합니까?”
황충은 반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산다고 하여 내 얼마나 더 살겠는가? 장 공도 전장에 나아가 군병을 지키다 죽었는데, 휘하의 장수인 내가 몸을 사린다면 어찌하겠는가? 장수라면 전장에 나아가 그곳에서 죽는 것이야말로 내게 걸맞는 죽음일 것이네. 하나 이번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그대는 사군의 옆에 서서 기다리도록 하게.”
황충은 반준과 부곡 몇을 두고 상용을 향하여 움직였고, 반준은 한 번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멀어지는 황충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미간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한중으로 향할 것이다.”
황충이 상용에 당도하자 맹달은 겉으로는 반갑게 맞이하였다. 황충이 맹달을 따르는 병사들을 보았을 때 처음 보는 병사들이 꽤 보였다.
“큰 어려움이 많으셨습니다.”
잠시 아무 말 하지 않던 황충은 주변을 훑은 다음 물음을 던졌다.
“유 공자는 어디로 갔는가?”
“장 공께서 큰일을 당하셨으니 응당 사군의 곁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셨습니다.”
“그러한가?”
“치소로 움직이시지요. 이번 전장의 고통을 편안히 씻어 내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황충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도록 하지.”
황충이 맹달의 뒤를 따르다가 이내 무리를를 세우고는 웃었다.
“병사들이 꽤 부유해진 듯하오. 병사들이 금을 두르고 있으니 말이오.”
“하하하, 제가 좀 부유하지 않습니까? 제 부곡들을 키우는데 한 번 큰돈을 써 보았습니다.”
“그런가? 노병도 쓰기도 하는가?”
맹달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치소로 들어가 이야기하시지요. 제가 다 말해드리겠습니다.”
“무엇을 말해주는가? 금범적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해명하려 하는 것인가?”
황충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마들이 맹달을 향하여 달려나갔다. 황충 또한 대도를 들고 빠르게 달렸다.
황충의 모습은 가히 노익장이라 불릴만하였다.
“장부가 뜻을 품었으니 응당 궁할수록 강해져야 할 것이다. 어찌 적에게 넘어가 고개를 숙이겠는가? 백발이 성한 나 또한 나아가 싸우거늘, 너희는 그저 욕된 치욕을 얻을 것이다!”
감녕은 빠르게 말을 빼앗아 타고는 황충에게 달려들었다.
“욕된 치욕은 패자가 얻는 것이지 승자가 얻는 것이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