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황충은 빠르게 자신에게 달려오는 노장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적임에도 자신과 같이 형주에서 동고동락한 감녕이 이곳에 온 것을 보니, 의외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나이 들어서까지 이렇게 나를 따라오는가?”
감녕은 자신의 앞을 막는 기병의 목에 짧은 수극을 던져 뚫어 버렸다. 기마 위에서 수극을 정확히 던지는 기예를 보여 준 감녕은 황충을 가리켰고, 움직이지 않고 있던 금범적들이 품에서 쇠뇌를 꺼내었다.
황충에게 쇠뇌의 화살들이 빠르게 날아왔지만, 그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쳐 내고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를 잡기 위해 준비한 것이 고작 이 정도라면… 아쉽군.”
황충은 이를 쉬이 쳐 내었으나, 그의 수하들은 그러하지 못하였다.
호위들이 무너지자 감녕은 곧바로 황충의 앞에 도착하여 그에게 창을 내질렀다.
카앙!
황충은 맹렬한 공격을 막아 내며 감녕에게 반격하려 했고, 감녕 역시 다시 한번 옆구리를 노리며 창을 휘둘렀다.
“따라오긴 뭘 따라왔다고? 네놈 멱따러 온 거다! 황충, 네놈은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보아라, 상용은 이미 돌아섰으니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으면 무릎이나 꿇어라!”
“이미 머리도 셌고 수염도 검은 것을 찾기 어려운데 목숨에 아쉬움이 있겠는가? 무거운 무릎을 꿇는다면 일어서기도 어려울 듯한데, 차라리 목숨을 내놓는 것이 낫겠군. 반대로 묻지. 그대는 목숨이 아깝던가?”
카카캉!
두 사람의 공격이 맞부딪치기를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감녕은 황충의 말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목숨이 더욱 아깝지. 그대는 목숨이 가벼울지는 몰라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살아남아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네놈에게 그렇게 많은 치욕을 당했음에도 목숨을 붙잡아 이렇게 그대를 노리듯이 말이야!”
감녕은 품에 숨기고 있던 수극을 재빠르게 꺼내 황충에게 내질렀다. 그러나 황충은 기습에도 놀라지 않고 그저 가벼운 움직임으로 피해 낼 뿐이었다.
“맞는 말이네. 자네의 말대로이긴 하나, 이제 시간이 없으니 목숨보다 내 무릎이 더욱 중요해지는군.”
감녕은 계속 싸움을 지속하며 황충에게 달라붙었고, 황충은 이를 모르는 듯 감녕에게 계속 공간을 내주게 되었다. 그리고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지자 감녕은 쾌재를 부르며 창을 놓고 양손에 수극을 들었다. 그리고 그 무기에 걸맞게 감녕은 황충에게 뛰어들었다.
황충은 예상했다는 듯 감녕을 잡아 버렸다. 그러자 감녕은 놀란 듯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내 목숨을 아끼지 않지만 누구도 나를 죽이지는 못하더군.”
황충은 그 말을 끝으로 감녕을 내동댕이치고는 그 위로 말을 몰고 지나갔다. 감녕이 순식간에 당하자 금범적들은 대장을 구하기 위해 진형을 무시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진을 유지해야 하오! 신씨들의 군세가 오고 있으니!”
“대형을 구해야 한다! 형제들이여! 대형을 구하라!”
황충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금범적들은 무시하거라! 역적을 처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황충의 명령에 기병들은 금범적을 무시하고 맹달을 지키는 이들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맹달은 놀란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황충을 막아라! 잠시만 잡아 둔다면 신가의 지원병들이 올 것이니, 저들을 잡아 두기만 한다면 응당 저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맹달의 말대로 지금 후방에서 신탐과 신의의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즉, 진정 버티기만 한다면 승기를 얻어 낼 수 있었다.
병사들이 맹달의 말에 힘을 내며 흔들리는 진형을 다시 짜며 원래의 모습이 되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잠시 지나가는 희망이었다.
감녕을 쓰러트린 황충이 대도를 들고 진을 향하여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창과 방패로 그의 진입을 막으려 했지만, 황충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 그 창들을 비껴 내고 대도를 휘둘러 방패를 든 병사의 머리를 깨부숴 진형을 밀어젖혔다.
진형이 쪼개지듯 열리기 시작하자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맹달은 바로 나팔을 불게 만들었다. 자신이 붙잡힐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성을 잃더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하였다.
뿌우우우!
맹달의 병사들은 퇴각 나팔 소리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며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흩어지기 시작하였는데, 맹달은 그러한 병사들에 섞여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병사들이 흩어지는 그때, 황충은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는데 갑자기 뒤에서 다른 북소리가 들려왔다.
“신씨 놈들 이겠구나.”
“장군, 금범적들이 감녕을 끌고 가는 듯싶습니다. 저들의 뒤를 노려 감녕을 사로잡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상용 땅을 온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금범적들의 뒤를 노려봐야 저들이 거칠어지게만 할 것이다. 우린 저들이 아니라 신씨의 부곡들을 처리한다. 저들만 무릎 꿇리면 상용의 위협은 사라지는 것이다.”
맹달은 도망치는 기마들 사이에 끼어 도망가고 있었는데, 감녕이 누군가에게 업혀 있는 것을 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다리 한 쪽이 완벽하게 부서졌을 뿐.
맹달은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빨리 말 위로 옮기게. 장군께서 더 다치면 아니 될 것 아닌가!”
금법적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맹달의 말에 따라 감녕의 몸을 내어주었다. 맹달은 감녕을 말에 올려 태우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완전히 죽으라는 일은 없구나. 감녕을 구해서 가면 응당 수춘후에게 공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맹달은 감녕을 말에 태우고 빠르게 상용성을 빠져나가는 길로 향하였다. 한편, 황충은 그대로 신씨 형제의 병사들과 격돌하였다. 신씨 형제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게 무슨…….”
후퇴하는 병사들이 황충의 것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맹달의 수하들이었고, 금범적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자리를 뜬 게 분명했다.
“맹달 이놈, 설마 미리 짜고 우리를 함정에 넣은 것인가?”
그러한 생각에 미치자 신씨 형제는 황충에게 투항하고자 하여 백기를 들어 올리려 하였다.
그러나 백기가 들어 올려졌음에도 황충의 돌격은 멈추지 않았다. 신씨 형제는 어떻게든 이를 막고 자신들의 의중을 알리고자 하였으나, 황충은 그런 것 따위 아무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신씨 형제는 급히 병사들에게 명령해 황충을 공격하라고 하였으나, 이미 물 건너 간 이야기였다.
기마들이 진 깊숙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왔기에 돌파력과 체력, 모든 면에서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죽고자 하면 그들의 앞에서 그들을 막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신씨 형제의 부곡들은 그리 충심이 깊지 않았는지 죽음을 각오하고 막는 이들이 없었다.
“장군, 우리…….”
서걱!
황충의 손에 신탐과 신의는 손을 써 보기도 전에 대도에 의하여 목이 날아가 버렸다.
* * *
반란을 주도한 맹달이 도주하고 이를 돕던 신씨 형제들의 목까지 떨어지자, 상용에서 반기를 든 이들은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황충은 단순 가담자들과 병사들의 죄는 단순히 전후 처리에 대한 노역으로 끝내 버렸으니, 가담자들 중에서 가벼운 벌을 위해 자백과 고변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황충은 경중을 가려 이들을 처리하였다. 그뿐 아니라 맹달을 따라 군을 일으킨 이들은 직접 군마를 이끌고 나아가 정리하였다. 그것이 겨우 며칠 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상용이 자신의 노력으로 다시금 굳건해진 것을 확인한 황충은 그대로 병으로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황충의 옆을 지킨 것은 유봉이었다.
“장군, 그만 일어나셔야 합니다. 사군께서 장군을 찾는데 이리 누워 있으면 되겠습니까?”
유봉의 말에 황충은 답을 하지 못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유봉이 무릎으로 걸어와 황충의 손을 잡자, 더욱 그를 가까이 불러들였다.
“장군, 일어나셔야…….”
“아무 말 하지 마시지요, 공자.”
“그 무슨…….”
“바람이 불 것입니다. 제가 말을 하여 공자께서 맹달과 합심하였다는 내용은 고하지 않았습니다. 반준에게 일러 의심조차 말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유봉은 당황하여 손을 떨며 잡고 있던 황충의 손을 놓쳤다.
“그…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속이시려면 표정은 좀 어떻게 해야겠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였으니 걱정하며 불안치 마소서. 단지 저와 약속하시면 됩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상용을 지키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위는 생각하지 마십지요. 아니, 군사께 일러 직접 공표하며 머리를 조아려야 합니다.”
유봉은 황충의 말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친자가 아니라 하지만 지금까지 사군의 옆에서 그간 많은 공을 세웠는데, 주변에서 자신을 걱정한다는 이들 모두가 보위에 대한 욕심을 놓으라고 말하니 그럴 만했다.
“저는 어찌하여 아니 됩니까?”
“사군께서 원치 않으십니다. 억울하실 것입니다. 아니, 억울하셔야 합니다. 그간의 공도 높았고 생사고락을 같이하였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공자는 친자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유봉은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그간 이룬 노력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저 헛짓거리였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나 공자께서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이곳 상용만큼은 공자께서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무슨 뜻이옵니까?”
“상용은 손가에게 복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길목이옵니다. 그뿐 아니라 수춘후가 익주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니, 조정에서 이곳에 대한 지원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공자께서 이곳을 맡고 있다면 능히 일가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한 발 물러나 자신의 어린 동생을 보위하였으니, 능히 공자가 우러르는 주공(周公)의 미를 따를 수 있을 터입니다. 부디 그 기회를 잡으시길 바랍니다.”
유봉은 황충의 손을 잡고 엉엉 울면서 물었다.
“양부께서도 큰 꿈을 꾸고 이루었는데, 나는 그런 꿈을 꾸면 아니 되는 것입니까?”
황충은 그런 유봉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난세는 혼란하긴 하지만 수많은 꽃이 피는 봄과 같습니다. 그리고 꽃들이 지고 열매가 이루기 위한 때가 오니,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잡초를 제거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공자께서는 성장을 막는 잡초가 될 것입니까?”
“장군…….”
“꿈을 꾸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습니다.”
황충은 황조를 떠올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유봉은 눈물을 흘리며 황충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이런 호의를 제게 주시는 것입니까?”
“제가 존경하는 인물과 같아 보여 그랬습니다. 그분과 달리 부디 역사에 이름을 높이소서.”
* * *
노숙은 유비의 앞에 서서 예를 올리고 승태의 전언을 전하였다. 유비는 붉으락푸르락하는 표정을 보이며 칼을 뽑고 물음을 던졌다.
“내 의제를 죽여 놓고 이런 것을 보낸다고 내 마음이 풀릴 것으로 보이는가?”
“그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주군께서는 장 공을 존경하여 존숭한 대접을 하고 계실 뿐이옵니다.”
유비는 마치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에 들고 있는 칼을 들고 빠르게 노숙이 있는 곳을 향하여 내려치려 하였다.
“내 네놈들을 모두 죽여 수춘후에게 나와 같은 마음을 겪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