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34
434화
유비의 친정은 마치 장비의 복수를 다시 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듯, 관우는 연주 방향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군세의 움직임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도리어 승태의 군세였다.
우금은 승태의 옆에 앉아 눈을 껌벅이며 지도에 군사 모형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는 모형 하나를 들어 묘한 위치에 올려놓았고, 사관들은 이를 적고 종이 하나를 대나무 통에 넣고 특이한 형식으로 묶었다.
그러자 군관 하나가 빠르게 이를 들고 나아갔고 우금은 이를 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표정에서는 무언가 만족한 듯한 감정과 약간의 감탄이 느껴졌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높은 곳에 올라 이제 제가 손가락으로 군세를 움직이면 진실로 전장의 군사들이 저리 움직이니, 그게 신기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지요. 그것도 하루 이틀 만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한 발 한 발 올라설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나니 참으로 묘한 기분입니다.”
승태는 그렇게 말하는 우금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금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이러한 방식을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 겪은 승태로서는 그다지 크게 다가오는 게 아니었으니.
“명공께서야 이러한 체계를 만들었으니 잘 모르시겠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았다면 아마 병서를 쓰던 이들은 모조리 찢어 버렸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게 이런 중요한 것을 보여 주시며 군을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이 걱정되진 않으십니까? 그래도 항장 출신이지 않습니까. 명공과 같이 일을 하여 비밀을 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일은 또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큰 전장에서 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뭐, 그것이야 딱히 걱정되지 않습니다. 우 장군이라는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우 장군의 능력과 원하는 바를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 장군의 능력이야 그간의 공으로 이미 증명되었고, 우 장군의 욕망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장군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들 어떠한 공을 노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제 뒤를 친다고 하여 청사에 남을 공의 이름을 더럽히겠습니까?”
우금은 승태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기야 흐름을 바꾸는 일을 하기에는 제가 너무 나이가 먹었습니다.”
“나이가 먹었다고 한들, 공께서는 지금도 어떻게 해야 저들을 엎어트릴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겠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승태는 그러면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저야 큰 틀만 짤 뿐입니다. 이 머리가 굳어 빠르게 생각이 나지 않으니, 그간 일을 이루기 위해 머리 좋은 이들에게 물음을 구할 뿐이지요.”
승태는 우금의 말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턱을 긁었다. 일을 맡겼다고 겸양을 떨긴 하지만, 그 나이를 먹고서도 각 군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보고를 직접 읽어보며 병사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우금의 역할은 매우 컸다.
‘지금도 이런데, 직접 일을 했을 때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되는군. 이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 우금의 휘하에 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우금은 코를 문지르며 지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승태에게 물었다.
“주군. 관우가 가장 먼저 노릴 것이 어디라 생각하십니까?”
“가장 약한 곳을 노리지 않겠습니까? 하여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기병단과 예비로 움직일 군세를 이곳에 두지 않았습니까.”
우금은 조단의 말에 잠시 멈추어 전장 지도를 보았다.
“관우는 분명 가장 강한 곳을 후려칠 것입니다.”
전략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가장 약한 곳을 공략해서 적을 무너트리는 것이었다. 그게 기초인 것은 승태도 잘 알고 있는 일인데, 관우가 가장 강한 곳을 공격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가 어려운 것도 당연합니다. 본시 약한 곳을 공격하여 무너트리는 게 병법의 기본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관우는 다릅니다. 마치 ‘가장 강한 곳을 무너트리면 절로 무너져 고개를 숙일 것인데 무엇하러 약한 곳을 노리겠는가?’ 그라면 분명 이리 말했을 것입니다.”
승태는 관우가 원래의 역사에서 벌인 일을 기억해 냈다. 형주에서 군을 일으켜 북상하여 그 여파로 조조가 천도를 논의하기까지 했던 때를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후음의 난으로 형주가 약해졌다고 말하겠지만, 후음이 완에서 난을 일으키고 3개월 만에 그 반란이 정리되었다. 또한, 당시 조씨 가문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인 조인이 형주에 주둔 중이었으니, 그를 격파한 관우의 대단함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의 역사에는 없을 일이라고 한들, 그 성격과 능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관우는 또 다른 위치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뭐, 말이 좀 과하기는 하였지만 후려친다는 것은 맞습니다. 관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치 거대한 망치로 후려치듯이 병사들이 무너져 내리니 분명 그런 생각이 들 것입니다. 음, 우선 그 점은 미루어 두고, 가장 단단한 곳이라면 아마 시정과 완릉일 것인데…….”
우금은 관우의 병사들을 움직이며 말했다.
“아마 이곳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승태는 약간 급한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장 장군에게(장료) 서신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우금은 약간 불편하다는 듯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기마를 적들을 막아 내는 곳에 쓰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본시 기병이란 적들의 빈 곳을 파헤치는 것이니 말입니다. 문원(장료)은 특히 그런 곳에 쓰기 좋은 말입니다. 하니 무엇인가를 지키기에는… 으음, 만성을 예비대로 배치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승태는 이전이라 적힌 말을 옮기는 우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이 지키는 것이라면 승태도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우금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장료의 기마는 적의 옆구리를 노릴 때 가장 유용하니, 사주의 일대 장악과 수송대를 노리라고 하면 알아서 잘할 것입니다. 장합이 전선에서 군을 지휘하고 있으니 싸우더라도 큰 패배는 당하지 않을 것이고, 물러난다고 한들 연주를 넘지 못할 것입니다.”
“관우의 손발을 묶어 두는 것이 다입니까?”
우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의 손발을 묶어 두는 것만으로도 큰일입니다.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라 아직 조비가 어찌 움직일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청주와 연주에 아직 많은 군세가 주둔 중이고, 형주에는 유비가 친정하여 대공자께서 직접 그곳으로 움직였습니다. 감녕은 장비와 겨루다가 생사의 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분명 장강 수로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그의 아들이 변변치 못하니 후임을 찾기도 어려움이 있고 말입니다.”
승태도 안타까운 일들을 열거하는 우금의 말에 약간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눈을 반짝이며 군을 움직이던 우금은 침중한 표정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인지하셔야 합니다. 과거에는 적이야 한둘 꺾어 내면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아조는 저들을 모두 압도할 힘을 가지지도 못했는데 적들이 합종한 상황입니다. 이제 군을 움직여 풀어낼 수 있는 일은 크게 많지 않습니다.”
“하면 어찌해야 합니까?”
“저들의 손발을 묶고 우리는 손발을 늘려야지요.”
순간 승태는 삼두육비의 괴물이 머리에 생각나며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힘을 주어 멈추었다. 그러고는 손발을 늘린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팔은 두 개인데 어찌 팔다리를 늘리겠습니까? 힘을 키워 적들을 찍어 눌러야 함이 좋겠습니다.”
우금은 승태의 말에 슬쩍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하기야 그렇습니다.”
잠시 웃음이 지나가다가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우금이 마른기침을 하며 승태에게 말을 이어 나갔다.
“주군.”
“말씀하시지요.”
“왕이 되시지요.”
승태는 뜬금없는 우금의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왕, 그 단어를 듣자마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승태에게 우금은 탁한 눈동자로 그를 꿰뚫어 보았다. 승태가 우물쭈물하자 우금이 다시 한번 말을 꺼내었다.
“왕이 되셔야 합니다. 이러한 일에 저들과 다른 위치에서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또한, 주군의 이후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작금 나라를 세우지 않는다면 분분히 흩어져 사라질 것이니, 하나의 큰 기둥을 세워 지붕을 드리우소서.”
“지금은 전장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왕의 자리를 가볍게 논할 시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왕좌에 오르는 것을 반대할 사람들이 있을 것인데, 왕의 자리에 앉게 되면 응당 분열의 기운을 나타낼 것입니다.”
우금은 고개를 저었다.
“주군께서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습니다. 주군께서는 주군의 의도를 곡해하는 이들이 나타나 죄를 묻는 것을 두려워하시겠지요. 저들의 명분이 되기도 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주군께서 걱정하는 일을 할 인물들은 많은 풍파에 의하여 사라졌습니다. 도리어 주군께서 망설이는 모습에 걱정하는 이들만 나타났을 뿐이지요.”
승태는 순간 입을 다물고 우금을 바라보았다.
“두렵습니까?”
승태는 쓰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청사에 어찌 쓰일지 걱정은 없습니다. 후대에 저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리든 그게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그저 패자(敗者)가 되지 않아 거짓된 일만 적히지 않으면 될 일이지요.”
승태는 이미 다른 사람의 몸에 깃드는 이적(異蹟)을 경험했기에 역사에 대한 두려움은 그다지 생기지 않았다. 그저 하늘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세상에 무슨 일을 끼칠지 그게 걱정일 뿐이었다.
이제는 미래이지만, 승태가 살던 곳의 과거에 개틀링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기관총을 만들었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아인슈타인 역시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후 그 피해를 바라보며 부서지는 마음을 느꼈다. 승태는 그저 그런 일을 두려워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큰 이득이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비고를 열지 않고 꼭꼭 잠가서 전설을 덧입혀 두었고, 그곳을 볼 수 있는 사람 또한 제한해 두었다. 그런데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왕에 올라 일국을 세운다면, 후세의 왕들이 비고를 열어 미친 짓을 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비고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우금으로서는 승태의 걱정을 짐작할 수조차 없으리라.
“한데 무슨 걱정을 하시는 것입니까? 천하의 여느 권력자들은 본시 후대의 평가를 두려워하기에 몸을 사리는 것인데, 후대의 평도 두렵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 것입니까? 괴력난신이라도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오욕을 뒤집어써서라도 오를 것입니다. 그편이 저들과 상대하는 데 필요하다면 말입니다.”
“그럼 올라서시면 될 일입니다. 주군께서 남길 모든 것들이 흩어져 사라지지는 것을 바라시진 않을 것 아닙니까?”
승태는 순간 자신의 가슴에 꽉 막힌 것을 부수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좋습니다. 하면… 그 일, 낙양에서 하기로 합시다. 장군께서 관우를 물리고 낙양을 얻어 낸다면 포씨 가문과 함께 공신 배향을 같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우금은 웃음을 살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를 확실하게 물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