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36
436화
하후 가문의 큰 어른인 하후돈이 졸하고 나서 하후충이 하후돈의 부곡들과 가문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러나 하후충은 그다지 몸이 좋지 않기도 하였고,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대외적인 일은 하후무가 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에 그의 동생들이 하후충과 하후무의 권위를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하후가의 권위를 휘두르고 다녔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사소한 일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공국의 권자들을 위협하고 자신들의 가문을 거들먹거리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니 큰 문제였다. 유서 깊은 사마 가문조차 협박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니 그들이 두려워할 것이 대체 무엇이겠는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고만 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장군, 공자님들께서 사냥을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하며 군마를 이끌고 나가셨다고 합니다.”
“미치겠군. 천하가 전란에 빠져 미쳐 있는데 무엇을 즐기겠다고 사냥을 나간단 말인가? 내가 그놈들 버릇을 고쳐 놓아야지. 형님이 북방에서 돌아왔는데 이런 수모를 당하게 만들다니, 내 경을 치러야겠어.”
원래의 역사와 달리 하후무는 북방에서 많은 전장을 경험하면서 완전히 다른 무장이 되어 있었다. 그저 허언뿐인 장수가 아니라, 속까지 꽉 찬 장수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업으로 와서 하는 일은 과거와 비슷하게 하후 가문의 뒤치다꺼리를 맡고 있었다.
“계속 따라붙도록 하게. 내 그놈들을 북방에라도 같이 끌고 가야겠어.”
“충!”
“형님의 병세는 어떠하던가?”
“문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시니 알기가 어려운 일인데, 매일 방문하여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춘에서 가져온 비싼 약을 드리기도 하였는데 딱히 차도를 나타내시지는 않아 걱정이옵니다. 사기를 맞은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하후무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걱정하지 말고 구하도록 하게. 내 형님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으니 말이야. 말이야 바른말로 가문에 멀쩡한 사람은 형님뿐이지 않은가? 다들 여기저기 뭐가 빠져 있으니 말이야.”
하후무의 말에 병사는 입술을 들썩이면서 웃음을 참았다. 과거 하후돈이 하후무의 무능함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을 고치고자 하후무를 북방에 던져 놓은 것이 꽤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조제, 그리고 유비와 싸우는 동안에는 안을 탄탄히 해야 할 것인데…….”
하후무는 걱정스러운 듯 뒤를 돌아 조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똑똑한 인물들이 넘치는 곳이 조정인데 어찌어찌 될 일이겠지.”
* * *
노숙은 자신이 들어왔을 때 승태의 집무실의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느끼고는 주변을 살피었다. 무겁게 깔린 그 분위기 속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승태와 화타가 세운 의원이 입고 다니는 특이한 모양의 두루마기를 입은 인물이 승태의 곁에 서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딱 보아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은 승태의 표정은 노숙을 약간 굳어지게 만들었으나, 이내 웃음을 담으며 예를 표하였다.
“검진을 받으셨나 봅니다. 주군께서 몸을 돌보는 것은 나라를 돌보는 것과 같으니, 응당 전장에 나와 있음에도 주군의 몸을 돌보는 것은 옳은 일이니 기뻐할 일이옵니다.”
“신하가 몸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응당 신하는 자신의 몸을 불태워 받드는 이를 높이 만들어야 하니, 비록 권장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쁜 일일 것입니다.”
승태는 눈을 부릅뜨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상을 후려쳤다. 의원은 놀라 움찔하였지만 노숙은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할 말입니까?”
“응당 신하가 힘을 써서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이는 반드시 권해야 할 일이옵니다. 사감으로 어떤 신하의 일이 가감한다면 어찌 옳은 일을 행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승태는 잠시 손을 들었다가 이내 주먹을 쥐고 숨을 내쉬었다. 마치 무엇인가 치고 올라오는 감정을 치워 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의원은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고, 둘만 남은 상황에서 승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을 본 노숙은 엎드리며 승태보다 한발 앞서서 말했다.
“주군께서 성군의 자질로서 백성들을 위무하고 나라를 일으켰으며, 범과 같은 장수들로 하여금 무도한 이들을 벌하였습니다. 소신은 참으로 운이 좋게도 주군과의 친분을 가져 한평생 천하 만민의 우러름을 받으며 높은 자리에 임하였습니다. 이제 천하에서는 소신의 이름을 감히 소하와 관중과 비견된다는 말까지 듣나이다. 하니 소신, 너무 많은 것을 누렸다고 생각하옵니다.”
승태는 자리에서 노숙을 보자 마치 그 모습이 자신을 떠나가려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순간 덜컥하는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 내려왔다.
“형님… 형님. 형님께서 이리 가시면 아니 됩니다. 분명 말하지 않았습니까? 높은 자리에 올라 나이가 들어 함께 부를 누리며 낙도를 즐기겠다고 말입니다. 하여 같이 배낚시나 하자고 말입니다. 형님, 내 큰 배를 만들 테니 저 동으로 같이 가시지요. 삼한 땅이 풍수가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공자께서 바라듯 동인의 땅에서 부를 즐기며 즐거운 나날을 지내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노숙은 승태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승태의 불안해 보이는 눈을 바라보는 그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승태의 손을 잡으며 토닥이고는 말했다.
“주군, 큰 배를 만들기 전에 백성들에게 징발한 수송선을 대신할 것을 만드시고 난 뒤 그들에게 주소서.”
“이미 삯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을 삯을 내고 가져온 것인데 어찌 그들이 불만을 품겠습니까? 그러한 걱정은 마시고…….”
“주군, 오랜 전쟁으로 백성들의 먹고사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는 물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물량이 한곳에 모이게 되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니, 운하들을 드나드는 수송선을 이용하는 이들이 다시금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숙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조정에서 내린 새로운 배들을 내라는 것은, 그들이 주군을 위해 내어놓은 것을 관후(寬厚)하게 챙겨 준다면 후일 나라에 큰일이 생겼을 때 후의를 입은 백성들이 그것을 이바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군께서 장수의 죽음을 잊지 않고 나아가 벌하는 것처럼, 백성들 또한 자신들이 나라에 헌신하였을 때 나라가 응당 이에 응해 줄리라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주군께서는 저들이 나라를 위해 일하면 명예뿐만 아니라 부 또한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주시지요.”
“형님, 그런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사사로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주군.”
승태는 주군이라는 말이 이렇게 슬플 줄은 몰랐다. 울먹거리는 승태의 모습에 노숙은 무거운 얼굴을 풀며 말했다.
“소신, 주군의 곁에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아들이 걷는 것을 보고 아들을 위해 책 또한 쓸 수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하면 수춘으로 돌아가 병을 다스리는 데 집중하시지요. 아들이 커 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봐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옵니다. 아비가 병상에 누워 스러져 가는 것을 어찌 보일 수 있겠습니까? 가문의 어른들이 아이를 돌볼 것이니 걱정은 없사옵니다. 하나 주군의 마음이 심란할까 걱정스러우니, 소신 직을 내려놓고 주군께서 명하여 각지를 개척하는 이들을 둘러보고자 합니다.”
“형님! 제가 그리 싫습니까? 어찌 제 말 하나를 들어주지 않습니까? 돌아가 쉬면 혹시 하늘이 도와 살려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늘의 도움을 바라시는 것입니까?”
승태는 그간 종교를 꽤 멀리하며 사람의 이성을 중시하였다. 그것을 노숙이 말하는 것이었다.
“주군께서 이르시길 하늘의 뜻은 너무나 넓어 쉬이 읽을 수 없으니, 응당 사람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도의이니 도의를 저버린 자는 당대에는 부귀를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끝은 어려울 것이라 하셨습니다. 소신은 사람이 할 일을 하려 하는 것입니다.”
“병을 돌보는 것도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병 또한 잘 돌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해서 헛도는 대화에 승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이 쉽겠습니까? 그러니 국정이 걱정되는 것이라면 수춘에 남아 있으시지요. 그렇다면 내 사람을 꾸준히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소신은 몸이 무거워 한번 누우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하니 주군께서 힘쓰는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만 이루도록 도와주소서. 그것이 소신의 행복이옵니다. 혹 소신의 행복을 빼앗으려 하시는 것입니까?”
승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노숙의 모습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어차피 자신의 설득이 통하지 않을 노숙이었기에 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하아…….”
승태가 이제 무엇인가를 놓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나서 한숨을 내쉬고는 찬찬히, 그리고 멍하니 노숙을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이루고 간다는 듯한 그의 모습이 참으로 미운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계속 죽을 자리를 찾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리 자신에게 헌신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놓아 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 이렇게 자신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인물이 몇이나 남았겠는가?
“형님, 어찌하여 그리 제게 부담을 주십니까?”
“주군, 소신 이제 마음 쉬이 놓고 말하고자 합니다.”
승태는 반색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는데, 노숙이 쉬이 말을 꺼낸 것이었다.
“하시지요. 원하는 바도 말하시면 좋겠습니다. 형님, 장비보다 큰 상을 세워 고향에 세워드리리까? 아니면 형님 이름을 따서 큰 학당을 지어드릴까요? 아니면 무엇을 원하십니까? 내 청사에 남을 정도로 해 드리겠습니다.”
노숙은 자신이 입을 열면 승태가 진정 그것을 할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주군, 이제 두려워하지 말게.”
승태는 순간 멈칫하며 노숙을 바라보았다.
“진 노사께서도 두려워하는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는데, 그것은 내 언제나 존경하는 바이네. 하여 지금 후의 자리에 올라 천하의 오주를 차지하고 과거 초나라의 명성을 넘었으며, 백성들은 주군께서 베푼 것으로 희망을 품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지. 어찌 즐겁지 않은가? 소인 같은 내가 대붕의 길을 알인지는 모르지만, 이 한 번은 작은 새들이 가는 길을 한번 따라 주었으면 하네.”
“왕위입니까?”
노숙은 승태가 한 말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말을 했나 보군. 그것도 꽤 신경 쓰이는 인물이 말이야.”
“우 장군이 그리 말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포가의 인물들이 지금 청주의 황상과 가까이 지내니,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왕부를 열었으면 하는 것이네. 겁을 낼수록 과거 가족을 공격하는 이들이 나타난 것처럼 다시금 시험에 들게 할 것이야. 인제 보니 패공(조조)이 어찌하여 실권을 쥐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낙읍을…….”
“아니. 내 왕위에 오르는 것은 보고 갈 수 있게 해 주게.”
“…알겠습니다.”
방법이 없었다. 마치 유언과 같은 말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승태는 노숙의 의복을 꼭 잡으며 말했다.
“형님.”
“말하게.”
“내 그리 따르면 부디 오래 사셔야 합니다.”
노숙은 대답은 하지 않고 눈물이 차오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