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수춘과 임치에서 설왕설래가 오가는 동안 연주와 사주, 형주, 그리고 익주에서 격돌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관우가 이끄는 사주의 군세들을 막기 위해 마초와 그의 부곡들, 조운과 전예, 마지막으로 장합이 우금의 명을 받아 움직이고 있었다.
별동대를 이끄는 조운은 읽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도착한 서신을 바라보았다. 우금의 명에 움직이고 있기는 하였지만, 의도를 알 수 없었는데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절묘한 위치에 도착한 것이로군.”
조운이 별동대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의 보급로를 타격하였고, 처음에는 무시하던 관우의 군세들 역시 계속되는 공격에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운의 군세는 범의 아가리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러나 관우군이라는 범이 아가리를 닫고 조운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그동안 꾸며 놓은 군의 배치들이 무너질 것이 빤히 보이는 것이었다.
“우 장군이 준예를 야전으로 보내고, 직접 나와서 군을 지휘하게 만든 이유가 이것 때문인 듯싶군.”
조운의 옆에 서 있던 조창이 대도를 휘휘 저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떤 상황입니까?”
자신만만해 보이는 조창의 얼굴을 보며 조운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우 장군이 우리를 미끼로 썼다는 것이다.”
“그럼 안전하겠습니다.”
조운은 뜬금없는 조창의 말에 고개를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물음을 던졌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한 것인가?”
“앞에 관우를 잡으려고 많은 장수들이 떡하니 버티는데, 그가 직접 움직이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혹여 관우가 직접 움직이면 그대로 밀어내 버리면 될 일이고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제아무리 신화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직접 월도를 들고 나오지는 않겠지요.”
“관우는 예상하기 어려운 인물이네. 오랜 시간 같이하지 않아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으니 아마 언제나 방법을 찾고 움직이겠지.”
조창은 이번 작전을 겪으며 자신의 앞에 보이는 조운도 더더욱 대단해 보였는데, 그가 대단하다고 하는 관우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편에는 관우를 잡는 상상을 하며 약간 상기된 얼굴이 되었다.
“그 정도 입니까? 전대(前代)의 일들은 제게 가히 전설과 같으니 들을 때마다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분노하지는 않는가?”
“무엇을 말입니까? 아, 부공을 죽인 원인이 유비이니 관우나 장비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어 달려들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조운이 아무런 말없이 입을 열지 않자, 조창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말했다.
“종형의 명을 받아 전장을 전전하며 생각해 봤습니다. 유비에게 대적이 누구 일까 말입니다. 작금은 종형이 유비의 대적이라 하지만 당시의 대적은 부공이지 않았습니까?”
“대적이라… 그런 것인가?”
“뭐, 대적이라면 죽여도 된다는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저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는 것이지요. 적이라 하면 응당 밟고 일어서야 하는 법입니다. 그것이 굴복시키든 죽이든 말입니다. 한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부공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니, 유비도 칼을 들었을 뿐일 것입니다.”
“그것이 복수심을 내려놓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려놓았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종형을 따르는 것 자체가 복수의 걸음이지 않겠습니까? 종형께서야 부공에게 당한 것이 많아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알고 있었는가?”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놓고 부공께서 종형을 죽이려 하였는데 모를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먼 종친이었다면, 혹은 내 아들이었으면 좋았었을 터인데…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한가? 내 그쪽 집안일은 잘 모르니.”
“종친이라도 잘 몰랐을 것입니다. 저야 집안을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던 무법자였으니 들었던 것입니다. 하여튼 걱정치 않으셔도 된다는 것입니다. 관우에게 달려들거나 명을 벗어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장이 사소한 복수심으로 창칼을 들고 나선다면 어찌 무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무부라면 모를까. 저는 이미 저의 모든 것을 종형께서 세울 나라에 바칠 생각입니다.”
“그런가?”
“그렇지요.”
덤덤한 모습의 둘의 모습은 꽤 색다른 느낌이었다. 조운은 이제 자신의 뒤가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은 언제나 변화무쌍하지만 현군에 대한 충심은 언제나 존경받을지니, 죽는다 할지라도 영원히 살 것이다.”
조운의 운율 담긴 말에 조충은 그 뒤를 이어 불렀다. 조조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이 뒤를 이어 불렀고, 그 노래가 기마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고향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돌아가기가 이리 어려우니, 저 산에 올라 아버지 계신 곳 바라본다.”
기주에 고향을 두고 있는 병사들은 쓰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눈을 감았다.
“힘이 드는군. 이제 겨우 한 발 남았다 생각하였는데 고향까지 가는 길은 이제 보이지 않는군.”
조운이 백색 깃발들이 꽂힌 투구를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할 때, 멀리서 먼지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우릴 잡으러 온 병사들인가 보군.”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우 장군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시간을 끌며 관우가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일 아니겠는가?”
“우선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게.”
조창이 빨리 움직이는 도중에 조운은 자신들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말 머리를 돌렸다.
* * *
병색이 완연한 법정이 흔들리는 손을 바로잡고자 왼손으로 오른손으로 잡은 채로 글을 써 내려갔다. 수많은 죽간과 무엇인가 길게 적인 문서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관평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서령……. 사군(유비)께서 아신다면 경을 치를 것입니다. 아니, 부공께서 아신다고 해도 저를 크게 책망하실 것입니다.”
법정은 퀭한 눈으로 관평을 잠시 바라보며 물었다.
“주군께서 형주에 도착하였는가?”
“남양을 넘지는 못하셨습니다. 저들도 남양을 기점으로 형주를 지키고 있으니 대승이 없다면 아마 소모전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기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군.”
법정이 일어나려는 순간, 힘이 빠졌는지 우당탕 소리와 함께 몸이 무너졌고 관평은 빠르게 달려 나가 법정의 안위를 살폈다.
법정은 허우적거리면서 일어나려하고 있었고 관평은 겨우겨우 그를 일으켜 다시금 자리에 앉혔으나, 이미 그의 몸에서는 죽음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이러면 아니 되네. 지금이 천하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거늘, 움직여서 적들을 양주와 서주에 다시금 가두어야하네. 이리… 이리 여기 있을 수는 없는 일이야.”
“어찌하여 그리 급하시단 말입니까?”
법정은 달달달 떨며 관평을 잡았다.
“아군은 수춘후가 왕작을 받게 된다면 금이 그어지고 울타리가 쳐지는 것이네. 아니, 그보다 위험한 것은 작금도 마찬가지이지. 명사들이 그의 치세와 그가 세운 태학이 궁금하여 움직이는 판국이니.”
법정은 말을 잠시 멈추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관평을 붙잡고 일어났다.
“그들의 찬란함을 맛보고 이해하고 따르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네. 제나라는 약하였지만 그곳의 직하학궁은 천하에 영향을 미칠 권력과 힘이 있었네. 누군가는 진과 한이 천하를 발아래 두었다고 하지만, 작금의 한나라는 직학의 배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나라이야. 그들의 대화와 책이 금문과 고문이 되어 작금까지 국시로 내려오네.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야. 하여 나는 여기서 이렇게…….”
법정은 뭔가 털듯이 일어났으나 그것을 이후로 다시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와병에 들었다. 법정이 세운 기략들은 관평이 분류하여 전하였다.
법정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유비는 탄식하며 하루 동안 군을 움직이지도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장안에 머물고 있는 제갈량은 탄식하며 이르되.
“효직이 굳건하였다면 필시 형세가 위태로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가 떠났으니…….”
제갈량은 불안한 듯 방을 돌아다니다가 이내 순가에 서신을 보냈다.
우금은 머리 아프게 만들었던 움직임들이 점점 단순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도에서 예측이 어려웠던 수들이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이것마저 저들의 계획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갑주를 입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장합이 들어와 예를 표하는 것을 본 우금은 그에게 물었다.
“자네도 느끼고 있는가?”
“저들의 수가 단순해지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네. 자네도 그리 느끼고 있다면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닌가 보군. 나이를 먹으니 내 머릿속의 생각이 맞는지 매번 의심을 한단 말이지. 말은 많아지고 움직임은 굼떠지니 참으로 어려워. 어찌해야 할 것 같은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찌를 드리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엇을 찌로 쓰려 하는가?”
장합이 말이 없자 우금은 고개를 저었다.
“불허하네. 이미 많은 공을 세운 분이네.”
“하나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주군의 분노는 어찌할 것인가? 이 일이 그대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을 주군께서 아신다면, 그분이 자네를 어찌 볼지는 생각해 본 것인가?”
장합은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우금은 손을 내저었다.
“효과를 중시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잘 안다는 것 알고 있네. 그러나 계획을 세울 때에는 응당 후일을 봐야 하는 법이네.”
“하나…….”
“하나라는 것은 없네. 조 장군을 미끼로 가벼이 쓰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미 조 장군의 공은 충분하네.”
“하지만 조 장군을 대신할 인물이 없습니다.”
우금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물었다.
“주군의 족제(族弟)가 있지 않은가?”
장합은 눈을 크게 뜨고는 우금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말과 완전히 상반된 일을 우금이 내뱉은 것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장합은 혹 우금의 머리에 문제가 있는가 걱정을 할 정도였다.
“자네 생각에는 조 장군과 비견될 만한 명성이 있는 자가 없으니 걱정을 하는 것이었겠지만, 주군의 족제 정도라면 미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장합은 아무런 말없이 우금을 바라보았다.
“괜찮겠습니까?”
“내가 직접 고하지. 그대가 곤란할 일은 없을 것이네.”
“충.”
우금은 이곳을 나가는 장합을 바라보고 난 뒤 자리에 다시 앉으며 승태가 보내 준 찻잎을 우려낸 차를 마셨다.
“너무 늦게 마셔 버렸군. 차게 식었어.”
우금의 불평에 우금의 아들인 우규가 다가가 물었다.
“차를 데울까요?”
“굳이 데울 필요는 없다. 좋은 차는 식어도 충분히 맛과 향을 내니 말이다.”
우규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고 우금은 차를 털어 넣듯 입에 넣고 나서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까운 일이로다. 일세를 풍미할 능력을 가졌는데, 같이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니 말이야.”
우금은 천천히 차를 마시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나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