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조창은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가져온 전령을 빤히 바라보았다. 단순히 후방을 교란하라는 명이 아니라, 관우가 보낸 추격대를 격파하고 후미를 건드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예만 아는 일개 무부였다면 호기를 부렸겠지만, 조창은 지금 이와 같은 일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빤히 보이는 일이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죽으라는 것인가?’
조창은 눈을 파르르 떨면서 명령서를 내려 두었고, 이내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신의 옆에서 진중한 표정을 한 조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찌해야…….”
조운도 그의 옆에서 내려온 거를 보았기에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전령을 향해 물어보았다.
“어찌하겠는가? 명은 받아야겠지. 나에 대한 명은 있는가?”
“우 장군께서 복귀를 명하셨습니다.”
“부장을 두고 오라는 것인가?”
“장군께서 나이가 있기에 이번 일은 어렵다고 판단되어 복귀를 명하셨습니다.”
“흐음…….”
조운의 얕은 숨소리를 내었다. 조운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전령이 품에서 무엇인가를 내어 놓으며 말했다.
“장군께서 조 장군을 도우려 하시면 전하라 하였습니다.”
그것은 금장이 둘려 있는 서신이었다. 승태가 직접 적은 내용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조운에게 공을 기려 정후의 작을 내린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에 작을 받기 위해 직접 수춘으로 오길 바라다는 승태의 전언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히 이 일은 승태가 왕작에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조운을 포함한 측근들을 치하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조운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승태의 체면을 구기게 하는 일이었다.
아마 청사에 남아 두고두고 승태가 왕작에 오를 때의 수치로 남으리라.
“물러나지 못할 길까지 만들어 두었습니다.”
조창은 분기가 차오르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나가 버렸고, 조운은 서신을 잡으며 숨을 짧게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독하군.”
그리고 우금의 명대로 조창은 관우의 후방을 교란하며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추격병들을 잡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병사들이 후방을 교란하는 것을 확인한 관우는 그의 부관인 요화를 보내어 이를 확인하도록 하였다.
요화는 조창의 움직임이 마치 일부러 미끼를 물게 하려는 것 같다는 설명을 하면서 행동이 비이성적이라 이르자, 관우는 조창의 움직임은 우금이 던진 미끼라는 것을 알았다.
“효직이 죽고 군의 움직임이 과거와 같이 돌아가니 저들이 우리를 의심하는구나.”
관평은 고개를 숙였다. 법정이 쓰러진 일이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관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니 그리 죄를 느낄 필요는 없다. 그저 수명은 하늘이 정한 것인데 어찌 너의 탓을 하겠느냐? 도리어 네가 효직을 도와 서신을 남긴 덕택에 그동안 버티지 않았겠느냐?”
“한데 진정 상서의 생각대로 움직일지 모르겠습니다.”
“효직의 눈은 무엇인가 꿰뚫는 것이 있으니 분명 가능할 것이다.”
관평은 관우의 말에 차분해짐을 느끼고는 물음을 던졌다.
“하면 저들과 대치를 좀 더 오래 이어 나가야 할 터인데, 후방의 잔적들은 어찌하실 것입니까?”
관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관평에게 물었다.
“내 생각하기에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이들은 기억 속에서도 몇이 되지 않는다. 만일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응당 직접 월도를 들고 나아가야 할 듯싶구나.”
“아버지께서 이곳에서 나선다면 분명 중군이 흔들릴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있음과 없음은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니, 쉬이 움직이시면 아니 됩니다.”
“자균(子均 왕평의 자)과 원검(元儉 요화의 자)이면 충분하다. 깃발만 세워 두고 막사를 가리면 내가 떠난 지 모를 것이니, 자균과 원검의 명대로 움직이도록 하여라. 그리한다면 위태로울 일은 없을 것이다.”
관평은 관우의 고집을 꺾지 못할 것임을 알아차리고는 빠르게 대처할 상황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관우는 그날 밤 기마들과 함께 움직여 그 자리를 떠났다.
* * *
순굉은 원담을 만나며 피곤한 듯 이마를 자꾸 만지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 군을 물리면 큰 것을 내주겠다는 말 아니오?”
“그렇소이다. 어차피 먼 곳에서 데려온 부곡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은 상께서 잘 알고 있으니, 이번 일만 잘되면 쉬이 드나들 수 있소. 또한, 기마들을 키워 넘긴다면 큰 답례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확답을 듣고 온 것이오. 그간 한조에서 북방의 이들에게 상시(常市)는 연 적이 없지 않소이까.”
원담은 머리로 계산을 마쳤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손을 들어 팔걸이를 두드렸다.
“좋소이다. 나쁘지 않은 일이지. 하나 서량의 강족들은 내 소관 밖의 일이오. 마씨들의 입김이 강한 그곳에서는 유 사군에 대한 반발이 꽤 크니 말이오. 달래고자 하면 꽤 많은 것을 내주어야 할 것이오. 그것도 부족 하나하나 찾아가서 말이지. 의외로 그치들이 자존심이 세니까. 그럴 바에야 우리와 이렇게 이야기하는 편이 말이 통하지 않겠소? 하하하하.”
원담의 말은 뒤로 다른 짓을 하다간 교역로 끊길 것이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서량 너머 이족(異族)들에게 마씨 집안의 존경이 큰데, 그 집안을 깡그리 날려 버린 것이 유비였으니 좋아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장성 이북의 일에 유 사군께서나 승상께서도 그다지 신경을 쓰고 싶어라 하시지 않습니다.”
순굉의 말에 원담은 크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좋소, 좋소이다. 장성 이북이야 씨앗을 뿌리면 다 얼어 죽고 말라 죽는 땅인데 무엇이 필요하겠소? 말이야 사 가면 그만이니 내 장성 이북에서 걱정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지.”
원담의 거짓말이야 빤히 보이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남방과 교역이 필요하니 이렇게 나오는 것일 뿐. 요하에서 수춘후와의 교역은 동쪽의 이족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본인들이 위험하니 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을 벗어날 정도의 세력을 키운다면 분명 칼을 거꾸로 들 것이었다.
순굉은 예를 표하며 그 자리에서 물러갔다. 사신단을 이끌고 돌아가는 순굉은 멀어지는 운중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 있던 순의가 물음을 던졌다.
“사군의 측신인 공명이 우리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이것으로 족하겠습니까?”
“더 무엇을 하러 그러느냐?”
“작금 한조의 중심이 된 유 사군의 측신이 도움을 청한 것이니 이에 영합하여 무엇인가를 보여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승상께서 이를 바라시더냐?”
순의는 자신의 아버지의 내심을 알지 못하고 이에 대하여 물음을 던지는 것이었다.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알지 못하면 입을 닫아 두어라. 이 정도도 크게 돕는 것이다. 원담을 움직여 수춘후가 말을 수급할 수 있는 곳을 노리게 만든 것이고, 원담이 움직였으니 우리는 조비를 압박할 것이다.”
“조비가 움직이겠습니까? 하북의 성세가 조금씩 돌아오기는 하지만 상황 자체는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라 들어서 말입니다.”
“그러하더라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순굉과 순의는 조비를 만나 무슨 거래를 한 뒤에 낙양으로 돌아왔다.
장료는 동군에 군을 주둔하며 조비의 동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조비의 군세는 청수를 넘어 주둔하고 있었으니, 장수는 계속 기마를 통하여 정찰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조비의 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곧바로 소를 올려 이에 대비하고자 하였다. 문제는 장료가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보다 빨랐다는 것이었다.
조진을 대장으로 삼은 군세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 곳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청주와 연주를 모두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장천은 말에서 내려 빠르게 장수가 있는 군막으로 뛰어 들어갔다.
“조비의 군세가 움직였습니다!”
장료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곳을 보았고 이내 장천을 향하여 한마디 하였다.
“벌써 말인가?”
“이미 청수를 넘어 의양으로 향하였습니다.”
굉장히 빠른 움직임이었다. 아마도 조진의 생각은 관우와 우금이 대치를 하고 있으니, 빠르게 진군하여도 후방의 보급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하였다.
각 성은 대응할 생각도 못 하고 휩쓸려 나가며 항복할 수밖에 없거나 갑작스런 공격에 쉽게 무너졌다.
“후께서 왕작을 받으려는 이때에 조비까지 움직인단 말인가?”
솔직히 장료는 이번에 조비가 움직이지 않으면 후방으로 물러나 왕작을 받는 승태를 축하해 준 뒤, 노신들과 함께 한 발 뒤로 물러나고자 하였다. 지금도 전장에 나와 적을 상대하는 것에 조금씩 힘이 부치는 있음에도 버티고 있었다.
그렇지만 말을 타고 전장에 나오면 마음이 놓이기에 이렇게 출진한 것이었는데 일이 커져 버렸다.
“저들이 의양성을 차지한다면 여양은 그냥 넘어갈 뿐입니다. 여양을 차지한다면 연주는 양면에서 공격을 받을 것이고, 지금의 방비로는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장료가 허리춤에 묶인 검을 만지작거리자 장천이 나서 말했다.
“장군, 군을 물려야 합니다.”
장천의 말이 맞았다. 적이 대응하기 위한 방비는 복양을 중심으로 한 것이고, 장료의 군세는 정찰을 위한 병력이었다. 이들로는 어떻게 해야 적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장료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장료는 장천과 자기 아들인 장호를 바라보았다.
“하북의 병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 여 장군의 부곡들이다.”
장호는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낸 장료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장료는 그런 장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아들이 능력은 있으나, 갑작스러운 일이 닥치면 기지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너무 편안한 삶을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여 장군을 다시 불러올 것이다.”
조진은 이번 조비의 명에 따라 움직이며 이번 기회에 연주, 청주를 차지하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완연한 우위를 잡고 높은 곳에 조비의 욕심을 보았다.
“이번 일이 잘 풀린다면 응당 높은 곳에 올라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이다. 수춘후 또한 거짓 황제를 내세워 왕작에 오를 것이라 하니 내 그 정도를 못하겠느냐? 하북의 민심은 이미 원가와 우리의 발아래서 모두 한조에게 몸을 돌렸으니, 힘을 갖추면 응당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조진의 머릿속에 조비의 욕망이 맴돌았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에 자신들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빠르게 관우가 주둔하는 근방까지 점할 생각이었다.
사마부는 조진의 옆에 서서 의양과 여양을 가리켰다.
“저들은 복양에 주둔 중이나 여양의 대비는 그다지 치밀하지 못합니다. 여양을 차지한다면 쉬이 저들의 물건으로 황하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면 의양을 차지하여 뒤를 노리는 이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청수 근방의 현들이 빠른 움직임에 대비치 못하고 무너진 것처럼 쓰러질 것입니다.”
“하기야 여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우리를 막을 인물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