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조진은 오늘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여양에 군이 빠지는 것을 완벽히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나, 장료의 깃발이 내려갔다는 것은 첨병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었다. 척후는 장료의 군세가 황하를 넘어갔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그 이유가 승태가 왕위에 오른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도 알음알음 알고 있던 조진이었다. 장료 같은 장수가 그 자리를 빛내 주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조진은 웃음이 절로 머금어졌다. 걱정하던 일도 사라졌고 공도 크게 세울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쁨이 가득 찼다. 이제 속도전만 남은 것이었다.
조진은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쁜 마음을 담아 술을 조금 마셨다. 또한, 병사들에게도 먹을 것을 나누어 주며 즐겼고, 병사들은 조진의 행동에 잠시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장료가 물러났으니 어양까지는 바로 넘어갈 수 있겠구나! 명을 받은 일을 쉬이 해낼 수 있으니 참으로 기분이 가볍도다!”
조진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고기를 뜯었다.
“이제 두려울 것이 없구나! 나이 먹은 이들만 하나하나 사라진다면 이 조진이 이기지 못할 이들이 있겠는가? 하하하하!”
조진은 그런 말을 하다가 멀리 보이는 의양성에서 희끗희끗하는 불빛이 보였고 조진의 술맛이 갑자기 씁쓸해졌다. 의양을 넘어야만 속공으로 여양, 그리고 과거 조조가 일어났던 복양과 진류를 노릴 수 있을 터. 이런 곳에서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도 의양성을 다스리는 인물은 답이 없었던가?”
조진이 고개를 돌려 부장을 바라보자 그는 고기를 먹다가 내려놓고 입을 닦으면서 말했다.
“꿋꿋이 버티고 있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얻을 수는 있어도 성은 얻어 낼 수 없다고…….”
“이런 미친!”
조진이 술잔을 내던지며 부장을 바라보자, 부장은 놀란 얼굴을 보이며 빠르게 일어나 술잔을 치우고자 했다.
조진은 손을 들어 그 행동을 막고 직접 깬 접시를 주우며 말했다.
“내 실수를 어찌 그대가 치우는가?”
“장군께서 혹여 다칠까 하여 그렇습니다.”
“이런 것으로 다친다면 그만 검을 놓아야지.”
조진은 발로 툭툭 치며 접시의 잔해를 치웠고 부장에게 물었다.
“허 참.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버릴 만큼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조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겨우 수백의 병력만 있는 의양이었다. 분명 성은 이제 위태롭다는 게 뻔한 것이었고, 구원병 또한 장료가 물러남으로써 이제 기약이 없어졌다. 그 소식이 의양에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누가 칭찬해 줄 인물도 없거늘 무슨 충정을 바친단 말인가? 이미 모든 군세가 물러갔는데 말이야.”
조진은 혀를 한 번 차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설득할 수 있도록 하지. 그자가 원하는 바가 청사를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들어줄 것이라고 말이야. 청사도 더럽히지 않고, 부귀도 누리고, 목숨도 챙긴다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 한 번 묻지. 대화가 영 안 통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 * *
의양성을 지키는 의양독 학광은 몸에 힘이 전혀 없는지 성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때 전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약간 안도를 하며 잠시 쉴 시간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를 들여보냈다.
전령의 얼굴이 과거 병주 태원에 거할 때 이래저래 한번 본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오랜만에 보는 동향의 친우였다.
“알아보겠는가? 내 학씨 가문이 남방으로 집안을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영 좋지 않은 날에 만났네.”
“하기야 그렇군. 좋을 때 만났다면 술이라도 한잔 권했을 터인데 말이야.”
“내 좋은 소식을 전해 주겠네.”
전령은 조진의 인이 찍힌 서를 내주었다. 학광은 서를 만져 보면서 수춘에서 나온 재질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 좋은 서신은 외부에서 만들지는 못하니 당연하였다. 그는 수춘에서 제작한 깨끗한 서신을 보니 살짝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서신을 받은 학광은 천천히 이를 바라보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전령은 학광의 마음도 모르는지 그저 웃음을 흘리며 뿌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대가 결정하게. 장군은 관대하시니 그대가 고개를 숙인다면 응당 능력과 의지를 높이 살 것이야. 청사에 분명 자네의 이름이 푸르게 빛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는다면 죽음 뿐이네. 그대도 알듯이 이미 수춘후의 병사들은 황하를 넘어갔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하기야 그대들은 수춘후께서 세운 법도를 모르니 그러할 것이야. 령서가 오지도 않아서 내 물러가지 못하는 것인데 말이야. 내 버티고 싶어 버티겠는가?”
전령은 멀뚱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그의 입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학광은 한숨을 내쉬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영 상태는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병사들의 눈에는 그저 포기하는 듯한 모습만 보였다.
“수춘후께서 세운 법도는 많은 것을 받은 인물은 많은 것을 책임지도록 하였네. 또 주군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면 응당 그 보은을 받고, 배반하면 평생 적명(승태의 군부에서 배반자 가문의 족보에 써놓은 이름)을 가족들이 달고 살 것인데 어찌 칼을 거꾸로 잡겠는가? 이미 군적에 이름을 든 순간 그럴 수 없음이네. 또한, 우리 학가는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는 많고, 또한 나의 집안이 중하니 경이 더 말할 것도 없이 반드시 죽음으로 이곳을 지킬 것이네. 돌아가거든 항복을 권해서 감사하다 전하고 빨리 공격하도록 하게.”
“그대의 병사들로 우리를 대적할 수 있겠는가? 결국, 무너질 것인데 버텨 무엇 하겠는가? 장료도 이미 황하를 건너 수춘으로 돌아갔으니 이제 죽을 날만 남은 것이네. 어찌 그 젊은 나이에 죽는 길로 가는 것인가?”
“가문의 존장이신 백도 어르신이 들으면 한마디 했을 것인데 내 힘이 없으니 마음대로 생각하시게나. 나는 이곳에서 버틸 것이야. 다른 현이나 성이 준비를 하지 못하여 쉽게 봤나 본데, 이곳에서 그대들의 발목을 톡톡히 잡아 줄 테니 계속하시오.”
말이 통하지 않자 전령은 학광을 향하여 칼을 뽑으려 하였고, 학광은 빠르게 달라붙어 전령의 턱을 후려치고는 곧바로 그의 손을 도끼로 내려쳤다.
“끄어어어어어!”
팔이 잘려 소리를 지르는 그자를 빤히 보며 눈을 끔벅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피곤한지 파르르 떨리는 눈을 하면서 자리에 다시금 앉아 중얼거렸다.
“내가 죽을 자리에 앉아서 웃으며 말을 해 주니 머저리로 보였나? 친우라는 인물이 나를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팔아먹으려 하는데 한 번 묵인을 해 주었으면 그냥 가지 그랬는가?”
“끄어어어어어!”
“내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는데, 적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
“으으으으으…….”
“입신하여 관에 이름을 올리면 족보에 이름이 쓰이는데, 아조에 확실한 반적 행위를 하는 이들은 단순히 죄뿐만 아니라 붉은 글씨의 이름이 적히게 되지. 물론 그것으로 반적의 가족들이 연좌의 죄를 받진 않겠지만 사람이 아닌 삶을 살겠지. 공명을 쌓을 수 없고 가문의 명성이 청사와 전사에 석관과 함께 적힐 것인데 어찌 반할 수 있겠는가? 우리 가문은 후께 고개를 숙였으니 나는 가문과 후께 피로써 충의를 바쳐 충사(忠死)한 충사(忠士)로서 이름을 올릴 것이네.”
학광의 나른한 눈을 바라보던 전령이 숨을 몰아쉬면서 학광을 바라보았다.
“나를 죽일 것인가?”
“전령 하나 죽여 무엇 하겠는가? 하나 자네의 잘못은 알려 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혹여 내가 미친놈처럼 칼부림한 것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차라리 스스로 목을 자를 것을… 잘못했군.”
학광은 미친놈을 바라보듯 그를 바라보았고 전령은 숨을 몰아쉬면서 클클클 거리며 말했다.
“조 장군께서는 병사들께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네. 내가 죽는다면 분기하여 이곳을 노릴 것이고. 그럴 뿐만 아니라 장군께서 내 가족들을 돌볼 것이니 이런 몸이 되어 버렸으니 병주로 돌아가 죽을 일만 기다려야겠군.”
학광은 그런 전령의 어깨를 쥐며 말했다.
“별생각 말고 돌아가시게.”
“그리해야지.”
전령이 조진에게 돌아가자 조진은 손이 잘린 전령에게 큰 선물을 약속하고 다시금 의양의 성을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다리가 걸리고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조진은 한 귀퉁이에 자신의 깃발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의양성을 지휘한 놈을 꼭 붙잡으라 하게. 손발이야 잘려도 무방하니 말이야. 전령에게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조진은 점차 자신의 깃발로 둘러싸이는 의양을 바라보는데 한눈이 팔려 다른 곳을 보지 못했다. 그때, 한쪽 편에서 기묘한 소리와 함께 적마를 타고 있는 이들이 군을 쓸어 내고 있었다.
“여포!!! 여포가 돌아왔다!”
“아하하하하! 누가 감히 외조부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 내 직접 혼을 내주어야겠구나!”
조선의 모습은 말 그대로 여포 본인이 재림한 것 같았다. 기다란 화극을 끼고 주변을 휩쓰는 그의 모습과 그 뒤를 따르는 이들까지. 과거 여포가 기십의 기마들로 흑산적을 쓸어버린 그때의 인물들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보아라! 그리고 무너지거라!”
옆을 같이 달리던 고휼은 자그마한 목소리를 내었다.
“부끄러운 말입니다.”
“무엇이 말인가? 방금 내뱉은 말 때문인가? 어째서? 보게, 나의 말대로 되지 않는가? 화극을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세상은 핏빛으로 물들었도다!”
장호는 조선의 뒤에서 압도적인 그의 무예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휼은 그저 익숙하다는 듯 주변을 살폈다.
“공자, 우측으로 가야 합니다. 적들의 빈틈을 파고들지 못하면 갇힐 것입니다.”
“그 또한 즐기는 것은 어떠한가?”
고휼은 아무런 말 없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선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자신의 뒤를 빠르게 따라 붙은 조선에게 고휼이 차분하게 말했다.
“전장에서 흥에 빠질 시간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양독에게 퇴군을 명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홀로 성을 지킨 인물이니 응당 공훈을 기리며 그가 성을 버리고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알았네, 알았어.”
조선은 다시금 말의 고삐를 잡으며 등자로 말의 배를 두드렸다. 그러자 말은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자, 달리거라. 충신을 구하는 길이니 어찌 창칼이 나를 막는다 하여도 그 길이 두렵더냐!”
빠르게 움직이는 조선의 뒤를 고휼이 병사들을 따라 움직이게 했다. 고휼은 마치 조선을 안 보이는 끈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취약한 공간으로 유도하게 했다.
조선은 가장 앞에서 유약한 적들을 도륙하고는 의양성의 앞에 당도하였다.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사다리를 보고 말에서 내려 빠르게 올라갔다. 화극은 말 옆에 떨어졌고 짧은 검을 들고 오르기 시작했다.
장호는 놀란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며 고휼에게 물었다.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묵묵부답하는 고휼을 보며 답답한 듯 장호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공자께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것인데?”
“전장에서 말입니까?”
“그렇소. 적진 한가운데로 가는 것이 아니겠소?”
“아닐 것입니다. 저 정도면 충분히 헤치고 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확답할 수는 없는 것 아니오!”
“하여 부곡 몇이 따라 올라갔소이다.”
조선의 앞은 그야말로 시산혈해와 같은 모습이었다. 피에 절은 조선은 힘들어서 기대고 있는 학광을 확인하고는 품에서 서를 내밀었다.
“퇴군하시오.”
학광은 서를 내미는 조선을 향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적이나 우리 편이나 참 어처구니가 없군.”
그 말을 하고는 힘이 모두 빠졌는지 자리에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