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조창은 관우의 추격병들을 처리하고는 이내 말을 잡고 투구를 벗었다. 투구를 벗자 그의 머리에서 김이 나듯 땀이 증기처럼 아지랑이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위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조창이 적의 물건 중 물이 담긴 주머니를 풀어 자신의 머리에 뿌렸다.
“장군, 어찌하실 것입니까?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결국…….”
부곡의 말은 아마 다른 곳으로 귀부하라는 뜻과 다름이 없었다. 조창은 그런 부곡의 말에 눈을 잠깐 감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불허한다. 나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면 집안이 어찌 되겠는가? 이미 어머님을 따라 이곳에 왔는데 말이야. 조비에게 돌아가 봐야 족쇄를 차고 목에 칼이나 쓸 것이네.”
부곡은 더는 말을 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살길은… 있겠습니까?”
“나 또한 살길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 그대들의 살고 죽음을 말하겠는가?”
“죽을 자리라는 말이로군요.”
“후께서 저희를 버린 것입니까?”
부곡들의 물음에 조창은 손을 내저었다.
“그분께서 그리하겠는가? 한낮의 태양과 같은 분인데 말이야. 단지 그 태양이 모든 곳을 비추기에는 너무 멀어서 그런 것이겠지.”
조창은 과거 자신이 장수가 되어 군을 이끌 고 싶다며 공부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 승태가 해 준 것들을 떠올렸다. 승태는 자신의 앞에서 무예와 전쟁에 대한 모든 서적을 쌓아 두며 관심을 끌었고, 그 후 금술이 놓인 지휘봉을 손에 쥐여 주었다.
‘자신의 손짓 하나에 수백, 수천이 죽을 수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전장에 나선다면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
수춘후의 그 따뜻한 말은 조창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그리고 지금도 남아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조창은 아버지를 잃고 나서 승태를 진정한 아버지로 여기게 되었다. 형제들과 비교하면 문학에는 자질이 없어 반항만 하던 조창은 승태의 보살핌 아래 장수의 마음가짐과 실력을 갖추었고, 승태의 명을 하늘의 명과 같이 여기며 이루어 나갔다.
지금 조창이 이룬 것 모두가 승태를 위한 것이니 목숨을 잃는다 한들 억울하겠는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너무 억울했다.
차라리 수춘후가 직접 죽으라 명했으면 웃으며 죽었겠지만, 우금의 판단으로 인하여 지금 상황에 놓였으니 죽음으로 몰려가는 사냥개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나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승태, 그리고 자기 가족의 얼굴에 감히 먹칠할 수 있겠는가?
“나는 억울해하지 않으리라.”
조창은 다짐하듯 말했지만, 손은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조창의 뒤를 잡은 관우는 자신의 별동대와 함께 그를 기습하여 끝을 내고자 하였다. 조창이 제아무리 잘 피해 다니며 이목을 끈다고 하지만,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그들의 위세를 뽐내야 하니 이를 노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조창의 무리를 시간만 들이면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관우의 생각은 정확하였다.
추격병단 하나가 없어진 것을 가지고 그 위치를 토대로 조여들어 가고 있었다. 조창도 그것을 알았는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소용이 없었다.
포위망이 완벽해진 그때, 관우는 직접 월도를 잡으며 조창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자 하였다.
“이제 후방을 깔끔하게 쓸어버리겠구나.”
“그럴 것입니다. 이미 조창은 손안의 쥐니 그를 쥐어짜기만 한다면 창고는 응당 안전해질 것입니다.”
“너무 안심해서는 아니 된다. 응당 퇴로가 없는 쥐는 범이라도 무는 법이니 말이다.”
관우는 직접 조창을 처리하기 위해 나서려는 그때 흙먼지를 뒤집어쓴 인물이 빠르게 뛰어왔다.
“장군!”
전령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와 관우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관우는 수염을 잠시 쓰다듬으며 전령에게 숨을 들이쉴 시간을 내어주었다.
“무슨 일이더냐? 우금이 움직였던가?”
“아니옵니다… 우금과 장합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하면 본대가 위태로울 이유가 없을 것인데?”
“아니옵니다. 본대에 조운의 기습이 있었습니다.”
“조운?”
* * *
조운은 노병(老兵)이 된 상산의 부곡들과 함께 말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옆에는 불안에 떠는 인물 하나가 서서 조운의 서신을 받아들었다.
“장군. 진정… 주군의 명을 따르지 않으실 것입니까?”
“내 모두 적어 두었네. 그대가 경을 치를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게.”
조운이 장담하였지만 영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뭐… 주군께서 나의 소식에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겠지만, 죄를 지지 않은 이를 기분에 따라 벌하시는 분은 아니시네. 그대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내가 주군의 명을 어긴 것이니 말이네.”
“하지만 명을 이행시키지 못한 인물로 남을 것입니다.”
“하기야 그렇겠군. 쉬운 일이라 생각하였을 텐데 말이야.”
젊은 문사는 잠시 어떠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조운에게 예를 표하였다.
“아마 장군께서는 제가 무슨 말을 하여도 결정을 돌리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럴 것이네.”
“그럼 알겠습니다. 저 또한 장군 같은 분들을 가까이하니, 한 번 내뱉은 말을 바꾸시지 않을 것을 압니다.”
조운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얼굴이 익숙한데.”
“저 또한 기주 출신입니다.”
조운은 그의 얼굴에서 저수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크게 웃음을 지었다.
“혹 저(沮)씨 인가?”
“그러하옵니다. 지금은 수춘에서 거하지만 부공께서는 과거 주군을 하북에서 도왔습니다.”
조운은 저수의 깐깐한 모습이 떠올라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럼 진정 많이 봐 왔겠군.”
“하여 저는 갈대와 같이 살고자 합니다.”
“그런가?”
조운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보았다. 마치 진정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피는 못 속이는 법이네. 그대의 부공께서 주인을 바꾼 이유 또한 그의 충심 때문이었으니 말이야.”
“이제 볼 것 없는 원가를 지지하여 무엇하겠습니까? 저는 구습이나 가문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 살게. 언젠가는 알겠지.”
“모를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조운은 오랜만에 자신의 말에 반기를 들며 나서는 인물을 보아 재미있는 감정이 들었다.
“내 수춘으로 돌아가면 술 한잔 같이하지. 저택에 상산에서 담군 술 한 병이 있으니 그대와 함께 술이나 하고 싶군.”
“상산의 술이라… 흥미가 동하는 일입니다.”
“내 후일 서신을 보내지.”
“몸 건사하시어 돌아오소서.”
“그러하지.”
조운의 행동으로 조진의 예측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게 되었다. 우금은 버티며 야금야금 전진하는 것을 바랐고, 도리어 관우가 우금을 도발하며 전면전을 하기를 바랐다. 관우가 직접 전장에 나와 군을 두들길 정도면 알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금이 내린 하나의 선택으로 인하여 조진의 생각한 퍼즐들이 맞아 가고 있었다. 조창의 공세가 관우의 후방에서 이어지고 있는 그때, 조운이 직접 전장에 나선 것이었다.
우금이나 장합이 보았다면 무조건 막았을 일이었다. 자신의 권위를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그것이 통했을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결국, 조운은 직접 자신의 부곡들과 같이 군령장을 써 내려 나가고 주군의 명을 어긴 내용으로 작위를 받을 것을 거부하고 전장에 나선 것이었다.
[한무제께서 곽거병에게 관작을 내리고 집을 하사하자 곽거병은 흉노를 아직 멸하지 못하였으니 집이 쓸모없다고 하였습니다. 과거의 일이 이러할 진데 나라의 적이 건재한 지금의 상황에서 아직 안락을 구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천하가 모두 안정될 때를 기다려, 각자 자신의 땅으로 되돌아가 농사짓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전란이 길어지니 백성들의 고통이 심하옵니다. 또한 연주의 인민(人民)들은 처음 전란을 겪은 이들입니다. 그러하니 논밭과 집들을 모두 되돌려주고, 이에 안거(安居)하며 생업에 복귀하게 한 뒤에 부역하도록 하고, 조(調)를 거둔다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소신, 주군의 명을 어기고 전장에 나아갔으니 응당 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함에도 청을 하니 차마 주군의 면목을 볼 수 없습니다. 하나 상산에서 주군을 따랐던 이들은 주군을 위하여 피땀을 흘려 공을 세웠으니 이를 알아주시고 긍휼히 여겨 살펴 주시길 바라옵니다.]그 서신은 조운을 모시기 위한 인물의 손에 올라와 있었고, 그는 관우를 상대하기 위하여 부곡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그리고 조운이 관우의 본대와 격돌하는 그때 왕평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군을 마치 흐름처럼, 또 무너지는 둑을 막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왕평의 눈에 지금의 모습은 이해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장군, 적군의 기세가 너무 강합니다.”
겨우 기십(幾十)의 기마로 수만을 공격하는 일은 자살과 같은 공격이었다. 분명 이는 기습을 하기 위해 군의 진을 무너트리려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확실했다.
“자리를 지키고 버텨야 한다! 적들의 공격이 강하다고 한들 겨우 기십의 기마들이다. 저들을 고립시키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조운을 따르는 부곡들은 과거 자신들이 어째서 의종이라 불렸는지를 증명하였다. 가까이에서는 창으로, 거리가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곧바로 화살을 쏘아 댔다. 그러는 바람에 왕평의 병사들은 자리를 지키고 싶었지만, 조운의 부곡들 도발 때문에 튀어나오는 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옥의 시작이었다.
‘일신의 몸이 담과 같은 인물이오. 그의 행동은 오롯이 그의 의지로 나아가는데, 죽음이 도리어 그를 두려워하여 도망가는 듯하오. 한데 그가 진정 죽고자 하는 전장에 나아간다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오.’
진궁이 과거에 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증명하는 듯 조운은 적들의 화살에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그저 적들을 휘몰아쳤다. 조운이 이곳저곳을 휘몰아치는데도 움직이지 못하자 군에서 반발이 일어났지만, 왕평의 명에 그 누구도 본대의 진을 움직이지는 못하였다.
조운의 기마가 적들을 두드리다가 이내 물러났다. 왕평은 이에 다시 한번 자리를 지키라 명령을 내렸으나, 왕평의 출신과 그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를 무시하고 조운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뒤를 쫓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에 자신들이 매복에 당했다고 생각했다. 조운은 바로 다시 몸을 돌려 그들을 공격했고, 겁에 먹은 병사들은 서로 엉키기 시작했다.
조운이 혼란에 쌓인 군을 휩쓸자 병사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조운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금 본대에 다시금 달려들었고, 왕평은 무너진 군을 수습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대군! 대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적들의 매복에 병사들이 당하고 물러나고 있습니다.”
왕평은 멀리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조운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진을 굳건히 해라.”
“대군이 몰려온다고! 이족 놈아! 나는 물러날 것이다!”
왕평은 그를 보며 칼을 뽑아 들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명을 받아들어라.”
왕평의 말은 진중하고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