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조운을 구하기 위해 도착한 인물은 배원소였다. 배원소는 자신의 부곡들을 이끌며 조운이 있는 곳을 향하여 무지막지한 소음을 내고 움직이고 있었다.
“달려들어! 우리가 진을 완전히 무너트려야 조 장군을 구할 수 있다!”
이제 다 늙어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배원소가 월도를 끼고 나타난 것이었다. 탁한 눈의 배원소는 기마들과 함께 진 안으로 비집고 들어섰다.
그리고 배원소가 이끄는 이들은 장패와 같이 형주의 황건적과 산적이었던 이들을 끌어모은 병력이었다. 이들은 체계적인 군사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아 승태 휘하의 모사들이 전장에 내보내 싸우게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랬기에 후방의 치안 정도를 담당하는 일을 맡으며 배원소가 담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배원소의 휘하에는 치안을 담당한다는 명목으로 떠안기 어려운 노병들까지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조운을 구조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던 것은, 조운의 군령장이 배원소를 거쳐 가게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배원소는 군령장을 받들자마자 조운이 조창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 것을 알아보았고, 그대로 부곡들을 챙겨 조운이 싸우고 있을 전장으로 향한 것이었다. 말도 잘 못 타는 그가 병사들을 우르르 이끌고 나온 배경이었다.
근방의 치안을 책임지기 위해 주둔 중이라고 하지만, 조운이 무단으로 공격한 접전지와 거리는 상당하였다. 그랬기에 배원소와 산적들이 가세한다고 한들 제대로 무장한 관우의 무장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놀라게 하는 정도, 딱 그 정도의 능력이었다. 그러나 조운이 이미 대군이 올 것처럼 적들을 속였기에 군세가 순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왕평은 단박에 저들은 숫자는 많지만, 그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렇기에 병사들에게 차분히 대응하라는 명령을 내리려 하였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왕평의 부곡들이 조운을 신경 쓰기 어려워지자 조운은 자신을 잡으려한 포박을 풀어 버렸다. 풀려난 조운은 곧바로 말 위에 올라섰다.
조운이 말 위에 올라타자마자 마치 서광이 비추는 듯했다. 조운의 건재함은 조운의 부곡들과 배원소에게도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왕평은 이를 갈며 조운과 배원소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누가 중요한가? 조운이 더욱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부장에게 명령을 내려 조운을 상대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배원소가 손가락으로 조운이 있는 곳을 가리키자, 도적들은 자신들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이제는 잊힌 황건의 모습을 되돌리기에 충분하였다. 아마 황건을 오래 상대해 온 관우였다면, 그저 신앙이나 약으로 이들을 다스렸다고 생각하고 이들을 무심한 마음으로 상대했을 것이었다.
병사들도 황건적이나 다름없이 관우에 대한 마음 하나로 그들을 상대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을 이끄는 것은 왕평이었다. 실력은 믿었으나 그 인간 자체에 대한 믿음이 관우와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그들을 본 적 없다는 것이 컸다. 왕평은 황건이 거의 잊힐 시기에 등장한 인물이었기에 적을 상대하면서 엄청난 기괴함을 느끼고 있었다.
조운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이들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배원소 또한 말을 달리며 조운을 구하기 위해 왕평에게 달려들었다. 왕평은 악을 내질렀다.
“오합지졸의 병사들이다! 저들의 움직임 또한 군율이 없는 이들이다! 내 직접 앞에 설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왕평이 직접 앞에 서는 모습을 보이자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조운의 부곡들이 달려왔고 조운을 모시듯 둘러쌌다. 그때 배원소 또한 조운에게 다가왔다.
“빨리 움직이시지요.”
“알았네. 어찌하여 후방을 맡은 그대가 이렇게 왔는가?”
“장군께서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어찌 뒤에 물러나 있을 수 있겠습니까? 장군께서 걱정하시는 바를 모르지 않습니다. 장군의 걱정과 달리, 마 장군께서 군령을 올리시며 족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조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원소를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고는 하나, 그대는 분명 죄를 받을 것이네.”
“주공과 장군을 위한 일이었으니 관직을 잃는다고 하여도 억울하지 않을 것입니다. 움직이시지요.”
“어찌하려 그러는가?”
“발목을 잡아 두겠습니다. 분명 저들은 장군의 뒤를 잡을 것입니다.”
“병사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네.”
“중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장군께 많은 은혜를 받은 이들입니다.”
배원소와 같이 서 있는 노병들은 조운을 향하여 경애의 모습을 보이며 가슴을 두드렸다.
“소신들, 평생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힌 이들입니다.”
조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배원소는 살짝 웃음을 흘리며 예를 표하며 나팔을 불었다.
* * *
승태가 자신의 왕작을 받기 위해 수춘에 돌아온 그때, 수춘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승태가 왕에 오를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찾아들었다.
조비, 그리고 유비와 싸우고 있기는 하였으나 수춘은 마치 그저 축제를 즐기는 듯했다. 저 멀리 바다를 건너서 도착한 이국의 이들까지 몰려들며, 수춘은 원술의 성세를 넘어 단순히 승태의 봉지가 아닌 일국의 수도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아직 청주의 황제에게 왕의 작위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송나라라는 국명까지 받아들었으니 이제 예식만 치른다면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일 것이다.
전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승태가 곧 왕에 오를 일이니, 지금 관내는 기쁨을 서로 나누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관내는 침중함과 묵직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러했다. 승태가 초청한 이들 중 조운과 마초와 같은 몇몇 장수들이 군령을 올리고는 참석을 어긴 것이었다.
마초야 자신의 군세를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승태가 직접 내려 주었으니 그럴 수도 있는 바였다. 하지만 조운의 행동은 신료들이 보기에 약간 선을 넘은 것처럼 느껴졌다.
조운이 올린 군령에는 거의 승태를 훈계하는 듯한 말이 적혀 있었으니 말이다. 승태는 조운이 올린 서를 읽어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신료들은 승태의 표정을 보고 순간 묘한 마음을 가지며 이를 대하였다.
승태에게 무조건적인 충심을 바치는 이들은 조운의 행태를 보며 많은 축하 사절 앞에서 주군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한 보수적인 이들은 감히 신하가 왕의 권위를 넘었다고 느꼈으며, 조운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이들, 마지막으로 조운을 아끼는 이들까지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은 것이었다.
승태가 서를 접어 옆에 두자 일부 신료가 나아가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였고, 승태가 손을 저어 말을 하게 하자 그들은 자신들의 표를 들고 외쳤다.
“전하! 이는 그냥 넘어가서는 아니 될 일이옵니다. 전하의 아량으로 감히 넘보지 못할 자리를 내어주고 왕좌에 등극하는 자리에 그들을 불러 영예를 누리고자 한 것이었는데, 명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주군을 감히 훈계하는 말이라니요! 필벌하여 기준을 세우소서.”
“기준을 세우소서!”
“옳은 말이로다.”
승태가 이를 허하자 눈을 크게 뜨며 기회라 생각한 이들이 나서기 시작하였다.
“조 장군이 나이가 들어 더는 제대로 된 판별을 하지 못하는 듯하옵니다. 하니 주군의 명을 어긴 이들을 전장에서 물리고 치죄함이 옳다 여겨지옵니다.”
“치죄라? 하면, 전장의 장수들을 물리라는 말인가?”
그러자 조운에게 옹호적인 인물들이 나서 이를 반하였다.
“전장의 장수를 물리는 일은 분명 신중해야 하옵니다. 전하! 조 장군과 마 장군은 전장의 일이 급박하고, 또한 전하의 혈족이 어려움에 빠졌으니 이를 구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옵니다. 장수의 판단을 일일이 치죄한다면 어떠한 장수가 전장에 나아가 결단을 내릴 수 있겠나이까? 오롯이 탁상 위의 전쟁의 말로써 움직이게 될 뿐이옵니다. 이를 혜량하여 주시옵소서.”
승태는 그들을 쓰윽 둘러보았다. 신료들 중에서도 딱히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이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유찬과 같이 과거 승태에게 항복은 하였으나 북방의 전투보다는 양주 일대의 미개척지를 넓히며 세를 장악해 나가는 이들이었다.
“작금 그들을 불러 치죄를 하겠다는 말은 내 없던 것으로 듣겠네.”
승태의 한마디에 관내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었고, 조운을 따르는 이들을 감사하다는 듯 예를 표하려는 순간 승태는 다른 말을 하나 꺼내었다.
“하나 명을 어긴 것에 있어서는 죄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네.”
조운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승태는 사관을 바라보았다.
“명을 내리겠다. 명을 어긴 것은 확실히 죄를 저질렀다는 뜻. 하나, 그 명이라 할 것은 나라의 위태로움을 저버린 것이 아니라 도리어 나라의 위태로움과 내가 지키지 못한 일족의 보호를 대신한 것이다. 전장에 나아가 있는 장수를 바꾸는 일은 전장의 일을 그르치는 일이다.”
거기까지 말한 뒤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또한, 그간의 조운과 마초의 공이 크니 이를 따로 문제 삼고자 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이번의 일로 그들을 군에서 물리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나의 분노를 먼저 살 것이다. 그럼에도 명을 어긴 일에 대하여 분명 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하여 조운과 마초에게 내려야 할 물건들은 치죄의 의미로 몰수하도록 하겠다.”
승태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꽤 많이 보였다. 묘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조운의 위신을 세우며, 그가 한 일에 대하여는 승태가 내린 물건들을 회수함으로써 조운의 벌을 끝낸 것이었다.
승태는 자신의 상국의 자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노숙의 패만 올라와 있었다. 노숙은 승태를 대신하여 양주 남부의 개척 마을들을 돌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라 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조운과 마초의 벌에 대하여 달리 할 말은 있는가?”
모두가 승태의 앞에서 예를 취하며 승태의 말에 동의를 표하였다. 이 정도의 타협점을 만들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기를 들겠다는 뜻과 같았다. 왕위에 오르면 기쁜 일을 축하한다고 하여 죄가 있어도 사하여 옥에서 풀어 줄 것인데, 알맞게 타협한 것이었다.
승태는 처리할 일 하나를 잘 풀어낸 것이라 생각하고는 이내 다른 화제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하북의 조비와 형주의 유비는 어떠한 상황인가?”
그 두 군데는 승태 자신의 두 아들이 지금 군을 지휘하는 중이었다. 물론 지휘라고는 하지만, 휘하의 유능한 이들이 모아온 물건을 고르는 정도로 일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사마의가 나서 예를 표하였다.
“우선 하북의 조진을 어양에서 막아 군이 합류하는 것은 막았다고 하옵니다. 형주는 유비의 군세가 공세를 아직 명하지 않아 대치를 이어 가고 있다고 하옵니다.”
승태는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유비가 그냥 가만히 군을 버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분명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게 있을 터.’
“이것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