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승태는 유엽이 올린 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관우를 상대하기 위해 마초와 조운이 움직인 이유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먼저 마초의 움직임은 원한을 가진 마초가 관우의 단독적인 행동을 목격한 뒤 일어난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와 있었다.
그 움직임에 조운과 조창이 있었고, 승태의 결정으로 조운이 후방의 별동대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던 일과 우금이 조창을 이용하여 관우의 큰 도발을 끌어내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엽의 평이 적혀 있었는데, 승태도 이에 턱을 쓰다듬으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금이 주군의 족인인 조창을 미끼로 이용하여 관우를 끌어내었으나, 이는 조창의 죽음에 굉장히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소신이 생각해 보건데 우금은 조창을 죽일 마음으로 전장에 내세운 것 같습니다. 하여 주군께서 이를 잘 살피어 우금을 치죄해야 할 것입니다.]승태는 우금이 한 일에 대하여 왜 그가 이러한 일을 저질렀는지 대강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창이야 조조의 아들이기도 하고, 군을 다루는 인물이니 우금 또한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태도 그러한 우금의 결정에 동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유엽이 이 정도로 고할 정도면 분명 노골적으로 한 것이고, 꽤 많은 이들이 반대했을 터인데 밀어붙였나 보군.”
우금이야 분명 자신의 안정을 생각하면서도 승태를 위한 생각이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조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혹여나 새어 나가는 순간, 조조의 유산을 차지하며 올라선 승태의 기반이 무너질 테니 말이다. 분명 그전에 기반을 바꾸려고 한 행동이었다. 조조의 자식들이 그대로 기반을 가지며 커 나가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게 빤히 보였다.
승태는 유엽이 올린 보고에 답변을 작성하였다. 우선 군독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을 치하(致賀)하며 고생을 위로하고, 그다음으로 우금을 감싸는 글을 적어 내려갔다.
[우 장군의 행동은 걱정할 만한 것이지만, 모든 것은 전장 위에서의 결정이지 않겠는가? 전쟁이 벌어져 전장에 나아간 장수를 군주가 믿지 않으면 어찌하겠는가? 우금이 전장에 나아가 실한 적이 없고, 도리어 공을 탄탄히 세우고 있으니 친족이 죽을 뻔하였다고 하여 장수를 벌할 수 있겠는가? 군주가 친족의 생사에 연연하여 장수에게 입김을 넣는다면, 누가 전장에 나아가 명령을 내리겠는가. 하나 그대가 그 일에 대한 전말을 이렇게 상세하게 적어 보내었으니, 내 그대에게 감사하네.]승태는 붓을 떼어 내며 잠시 고민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전해 줄 인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승태의 머리에 조식이 불현듯 떠올랐고, 궁으로 조식을 불러 자신이 적은 서를 내주었다.
“네가 왕작을 받는 행사에 참여하긴 어려울 것 같구나.”
“어떠한 일 때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유엽에게 이것을 직접 전해 주었으면 하여서 말이야. 겸사겸사 창아가 좀 괜찮은지 얼굴도 좀 보았으면 하여서.”
조식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한 일이라면 응당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니라 하여도 들어야 할 것 아니더냐? 이제 내가 왕작을 받으면 일국의 왕의 소리를 듣는 인물이 될 것인데 말이다.”
“소인은 귀에 단 말로 현혹되게 하지 않을 것이고, 입안의 가시와 같이 문제를 고하고 잘못된 일이라면 반드시 거부할 것입니다.”
“내 왕이 되면 어찌 바뀔지 알아서 그런다더냐? 내 포악한 동탁과 같이 된다면 어찌할 것이냐?”
“귀 기울이지 않은 군주를 어찌 모실 수 있겠습니까?”
승태는 속으로 살짝 웃음이 들었다. 조비, 조예의 나라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보전하고자 매달렸던 조식이었는데, 지금은 한자리하고 있으니 자리에 대한 열망보다는 청사에 어찌 남을지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한 듯 보였다.
“종형을 버릴 생각이더냐?”
“사사로운 일로 어찌 충을 헤아리겠습니까?”
“모호하구나. 내 일전에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나랏일을 할 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것이냐?”
“아니옵니다. 그저 종형께서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승태는 묘한 눈으로 조식을 바라보았다. 과거 품 안에 꼭 들어오던 아이는 없고, 이제는 능구렁이와 같이 말을 이리저리 휘휘 꼬는 정치인이자 관료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해야 하지. 알았다. 내 너의 말을 듣지 않을 리도 없고, 적확한 말을 내어준다면 응당 답도 내려 주겠다. 하여튼 서를 전해 주겠느냐?”
“응당 받아들겠습니다.”
“창아에게 말을 전해 주어라. 살아 주어 고맙다고 말이야. 또한, 마 장군께도 감사를 전하여 주고… 아.”
승태는 일어나 서랍에 들어 있는 주머니들을 꺼내었다.
“이 물건을 마 장군에게 내주면 좋아하실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아쉽다고 전해 주어라 내 왕작을 받을 때 곁을 지켜 주셨으면 하였다고 말이야.”
조식이 주머니를 살짝 열자, 주머니 가득 말린 과일들이 보였다. 달곰한 냄새가 조식의 코를 자극했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하나 삼킬 뻔하였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말린 과일들이다. 뭐, 구하기 어려운 포도도 들어 있고 각지에서 나온 과일을 말린 것이지.”
조식은 놀란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 비싼 포도를 말렸다고 하니 깜짝 놀란 것이었다. 순간 입에 침이 도는 것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일어나 서랍에서 주머니 하나를 더 꺼내었다.
“포도를 좋아하느냐?”
“포도가 아니라 말린 과일을 많이 좋아합니다.”
“술에는 제격이지?”
조식은 흡 하는 소리와 함께 승태를 바라보았다.
“술은 좀 줄이는 것이 좋겠더구나. 내 주변에서 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네 장인이 되신 최 공께서도 걱정을 내비쳤으니 그대가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
조식은 순간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그래. 네가 잘 알아서 조절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말이 나온 것이지, 일하는 데에는 칭찬이 많아 내 가슴이 뿌듯하다.”
조식은 약간 아련한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조씨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면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신, 주군께서 내어주신 명 신속히 수행하겠나이다.”
“몸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승태의 말에 조식은 예를 표하고는 절을 하였다. 그리고 사라지는 조식의 뒤를 바라보던 승태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에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멀어지는 인물들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분명 지금은 자리에 앉아 명령만 하면 모든 이들이 고개를 숙이는데, 어째서 과거 진군, 노숙과 함께 서주에서 종횡무진할 때의 그 시절이 그리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의 뒷모습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비슷하지 않던가? 내게 조조가 그러했듯이 저들에게 나는 같은 하늘을 두고 살지 못할 원수일진대.’
그렇다고 그다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자신감의 발로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저들이 자신에게 닿고자 한다면 거쳐야 할 문이 많았기에 승태 본인은 그다지 걱정은 없었다.
승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걸음을 옮기자 그 뒤로 내관들이 따라붙었다. 고개를 돌리자 보즐의 얼굴이 보였다. 분명 승태가 왕작에 오르며 권세가 커졌을 것인데, 즐거움이 아니라 퀭한 눈이 되어 있었다.
“외국의 신료들은 어디 있는가?”
“외정전(外廷殿)에 거 하고 있습니다.”
직설적인 이름에 승태는 살짝 웃음을 흘렸다.
“외신들을 너무 빨리 불러 꽤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떠하던가?”
“불만이 있는 자들이야 대부분 북방에서 온 이들이었습니다. 몸이 쑤시는지 말을 타고 사냥에 나가면 아니 되겠냐고 계속 물으니…….”
북방의 인물들이야 사람의 힘과 권위, 그리고 선물에 약한 특징이 있었다. 명성으로 북방을 평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인 장료 정도면 그들을 굴복시키기에는 충분하였다.
“장 장군이 곧 도착할 것인데 선물을 받고 조용히 있을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일으키고 후일 평생을 걱정할 것인지 묻게.”
“명심하겠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말이 없었는가?”
“예. 도리어 삼한의 인물들은 꽤 아조에 감명이 깊어, 국학에 남아 배움을 받고자 한다고 합니다.”
“같은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많이 공격받았는데, 도리어 타국의 사신들이 내가 이룬 것을 경외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배우고자 한다면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아니. 내 직접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물론 한반도 남쪽의 국가들이야 승태와의 무역을 통하여 많은 것을 얻어 가기 위해 좋은 말, 그리고 좋은 이야기로 포장되어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이익이 달린 북방의 국가들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특히 고구려는 요동의 패권을 가져가기 위하여 공손씨들과 반목을 하고 있었는데, 뒤를 봐줄 이들을 찾는 듯 보였다. 고구려의 사신들을 마주하니 승태에게 신속을 취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공손 가문의 횡포를 알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전하! 공손씨들은 불충 불의하여 전하의 은혜를 저버리고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데 어찌 그들과 의를 논하겠습니까?”
승태도 약간 놀라운 것이 이전의 도움을 생각하면 공손씨들이 직접 사신을 보낼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서신 한 장 보내지 않았으니 참으로 속이 쓰린 상황이었다.
하기야 공손씨들이 승태와 척을 지기로 하였으니 위의 군세가 남하하였을 것이었다. 북방은 원씨들이 세를 얻어 확장하고 있으니, 위와 한은 그들을 키워 북방을 다스리는 일로써 안정화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승태로서는 고구려를 키우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승태의 생각에 자신이 현도나 요동을 얻을 이유는 없어 보였다. 단지 그곳의 시장만 장악하여 조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승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엎드린 고구려의 사신들에게 말했다.
“공손씨들이 내 은혜를 저버렸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할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네. 그대들이 고를 대신하여 공손씨들을 벌한다면, 응당 그대들이 그 은혜를 받을 것이네. 또한, 그들이 남긴 것은 그대들의 것이 될 것이고, 고는 그들을 벌했다는 의를 세울 수 있겠지.”
승태의 말에 사신들은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이 남긴 것이라면…….”
“땅과 부일 것이네. 사람은 말이 다르니 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우리의 배에 탈것이고, 땅에 속하고 싶은 자는 남아 땅을 일 굴 것이네.”
사신들은 승태의 관대한 처사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치 이렇게까지 큰 것을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승태로서는 저 멀리 요동은 다루지 못할 땅인데, 자신이 베풀 듯이 내주고 고구려와 이익 관계를 맺으면 더 좋은 일이었다.
심지어 공손씨들을 벌하는데 들어가는 힘 역시 모두 고구려의 것이 아닌가. 내 힘도 아니고 남의 힘으로 혼을 내며 명분을 얻는다면 뭔들 못 주겠는가. 오히려 더 지원해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더더욱 자신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위에 고개를 숙인 공손씨가 아니라 같은 걱정을 나누게 된 고구려라면 말이다.
“관후한 것이 아니라고는 정당한 노력에 얻을 수 있는 것을 주는 것이다. 아니 그런가? 그대들이 과거 조선의 땅을 되찾겠다고 하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