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56
456화
궐 밖에는 사마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마의가 숨을 헐떡이며 나오자 사마사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버지, 무슨 일이십니까? 혹여 안에서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사마의는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사마사의 손을 꼭 잡았다. 사마사는 주변을 살피고는 사마의를 부축하였다. 그러고는 빠르게 움직여 사마의를 이동하게 하였다.
“물이라도 있느냐? 춘화가 어디 다닐 때는 물을 챙겨 주었을 터인데?”
사마사는 허리춤에서 물통을 꺼내어 사마의의 손에 쥐어 주었다. 사마의는 물을 마치 쏟아 내는 것처럼 입에 털어 넣으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아버지, 진정 아무 일도 없는 것입니까?”
“일은 무슨 일이 있겠느냐? 공을 세운 모사에게 독주라도 내렸겠느냐? 내 군권이나 가져서 그런 말을 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아무 일도 없다.”
“한데 어찌하여 그리 놀란 얼굴에 숨까지 몰아쉬며 나오셨습니까?”
“주군께서 우리를 깃발로 세우시려 한다.”
사마사는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여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열었다.
“그것이 죽을 자리로 가는 길을 주신 것 아닙니까?”
“죽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이지. 하나 가장 고귀한 길로 갈 수도 있다.”
“그것이 뭐가 좋단 말입니까? 가문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나라가 무너지면 그러하겠지. 주군께서 나를 깃발로 쓰고자 한다면, 응당 깃으로 나부껴 드리는 것이 충의 아니겠느냐?”
“아버지!”
마치 정신 차리라는 듯한 사마사의 말이었지만 사마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똑바로 쳐다보았다.
“선을 넘지 말거라. 네 나이는 이제 겨우 자를 받아 관을 올렸을 뿐이다. 하여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문의 존장은 나이고 내가 결정하는 것이 바로 가문의 뜻이다.”
“아버지, 가문이 존속하여야 나라도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아버지를 홀렸을지는 모르지만…….”
사마의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주군께서는 나랏일을 신하와 군주의 거래로 보는 분인데 무슨 홀린다는 말이더냐? 그저 나는 주군께서 제시한 물건을 집어 들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일로 나라의 기둥이 될 기회이다. 겁쟁이가 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서관들이 모조리 적고 있었는데 주군께서 내려 주신 길을 걷지 않는다면, 응당 지금의 자리를 모조리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느냐?”
사마사는 순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다. 청사에 글이 적힌 이상 사마사도 더는 아버지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여 대체 어떠한 일에 깃발이 되는 것입니까?”
“유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 우리가 앞장을 서게 될 것이다.”
“자경 공께서 하던 일을 우리가 하게 되는 것입니까?”
사마의는 순간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경 공께서 자리한 곳에 내가 서게 되는 것이지. 이 사마의가 말이다.”
마치 원하는 것을 얻어 낸 것 같은 사마의의 모습과는 반대로 사마사는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씨 가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십니까?”
“어찌 되었느냐?”
“노 공께서 가산을 불렸다고 하지만, 깃발이 된 이후 그 가산을 많이 잃었으니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사옵니다.”
“얻었지. 노가는 주군을 도와 국가를 세웠다. 그리고 진짜 귀족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그저 부유한 자와 귀족이 어찌 다른지 보여 주었지. 하여 주군의 의지는 노가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아버지… 그런 길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러하다.”
“하지만 노가의 가주는 작금 병중임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명을 받들고, 남부의 개척병들을 둘러보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국가를 창건함에 있어 모든 것을 내어 놓은 노가를 저럴게 대하는데 아니 될 일입니다.”
사마의는 자신의 말에 계속 반대하는 아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자신과 달리 원하는 바가 있는 듯하였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가문의 안녕일 뿐입니다.”
“가족의 안녕을 바란다면 나를 따라야 할 것이다. 네가 시도하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뭇 근엄해진 사마의의 모습에 사마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다.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부친의 모습에 사마사는 흠칫 놀라며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사마의는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네 흉심은 가슴 깊은 곳에 간직만 해 두어라.”
사마사의 얼굴이 붉게 변하자 사마의는 고개를 저었다.
“제 얼굴색 하나 바꾸지 못하면서 무엇을 도모하려는지 모르겠으나, 어설픈 네 선택에 가문이 휘청거릴 수 있음이다.”
사마사는 급히 고개를 더욱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궁을 나가자. 우선 춘화와 이야기할 것이다.”
사마의가 승태의 명을 받고 노숙의 뒤를 이어 나가기 위해 움직이는 그때, 승태는 사마의를 맞이하였던 집무실과는 다른 곳에 앉아 의복을 풀어 헤치고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서서가 앉아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그곳은 휘황찬란한 물건들이나 신기한 물건들은 없었다. 단지 현대에 볼 만한 운동기구 같은 물건들이 좀 보였고, 명사들의 서인과 승태의 의자와 서를 작성하기 위한 종이들, 그리고 붓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상 위에는 밀봉된 술 몇 병이 놓여 있었다. 승태의 휴식을 책임지는 방과 같이 딱히 고민할 것도 없고, 그저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에 승태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워 놓은 곳이었다.
“그대의 청대로 하였네. 중달도 그다지 나빠하는 기색은 없었네. 도리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그다지 걱정할 것은 없을 것이네. 하나, 나는 약간 마음이 아프군……. 형님이 죽을 걸 알아서 대체할 인물을 이리 급히 정하는 것이니 말이야.”
서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나 주군께서 내린 일로 세를 불리고 있는 사마 가문에 족쇄를 채운 것입니다.”
승태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형님의 자리를 내주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여서 말이오.”
승태는 노숙의 자리를 격상시키고 그 자리를 영구결번과 같이 만들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유선도 제갈량이 앉았던 승상이라는 자리를 영구결번으로 만들었던 일이 있으니 말이다.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를 진심으로 존숭한 이유도 있을 것이었다.
운동에서 전설이 된 인물들의 번호를 영구결번 하는 이유가 그의 캐릭터성에 대한 상업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존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처럼 말이다.
“사마의가 제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하여도 자경 공과 같이 되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림자와 싸우는 인물이 어찌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자경 공의 업적은 헤아리기 어려우니 중달은 도리어 자경 공과 같이 되고자 그의 힘을 모두 쓸 것이고, 중달이 이끄는 그의 가문 또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대의 이야기지 않겠는가?”
그러자 서서는 말이 없었고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내 중달의 행보가 의뭉스러운 점은 있으니 이러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였네. 당대라도 권위와 명성으로 저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것이 옳겠지.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군. 내 아들들의 대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말이야.”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나라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욕심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뒤는 생각해 보지 못한 게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걱정이 듦에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 이렇게 걱정되는 일만 늘어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
“중달의 말대로 하소서. 중달이 조비와 순욱 모두에게 연을 대고 있고, 그가 이곳에 서서 이곳저곳에 힘을 뻗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한가?”
승태는 이전에 사마의가 했던 말을 곱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중달 또한 가문의 안위를 중시하고 가문의 명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하여 이곳저곳에 선을 대는 것이니, 그의 근심을 이해하여 그의 가문이 나라와 함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문의 명성이 나라의 명성과 함께 가도록 말입니다.”
“그러하려면 나라를 창건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나라를 빼앗든지 말이야.”
“방도는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발짝은 떼었으니, 그의 가문이 주군의 집안과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말인 것 같은데 아닌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내리면 될 일입니다. 주군께서도 아시듯 군왕은 신상과 필벌하여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니, 사함이 없어지고 공함이 그 안에 담기면 나라가 움직이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거야 그러한 일이지. 한데 이미 그 계획이 삐걱거리지 않는가? 그대가 고하길 사마사가 둘째를 자주 만난다고 하던데, 그건 달리 걱정할 것인가?”
“중달이 노선을 정했다면 아들들을 자중시킬 것입니다. 아마 사마사가 홀로 움직이기는 하겠으나, 아버지가 지원하지 않는 일인데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가문이 움직이지 않고 혼자 움직이는 일은 응당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하다면 그저 관심만 두도록 하지.”
* * *
조단은 자신을 도우러 온 방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것저것 들춰 보며 고개만 연신 저을 뿐 무엇을 조언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조단은 답답하여 장수로 온 문빙에게 걱정을 논하였다.
“군사는 계속 무엇인가 문제점을 제시하기만 하지, 무엇인가 하려 들지는 않소. 이를 어찌해야 하오?”
“주군의 명에 따르자면 군사의 뜻대로 하소서.”
“지금 문제점을 어찌 해결한단 말인가? 일에는 경중이 있는 법이네. 이미 황권의 수군이 형주를 넘어 다른 곳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이네. 한데 일의 경중에서 경한 것만 잡고 있으니 내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
“공자, 주군께서는 방통은 믿을 만하고 충심 또한 의심할 것이 아니니 믿으라 하였습니다. 주군의 말에 거역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껏 잘 싸워 왔고 계속 승리를 해 오던 일이었다. 겨우 과거의 망령인 유비 하나가 얹어졌다고 한들 과거의 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아버지의 말을 듣고 온 이들은 자신의 공을 논외로 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이 들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명령은 지엄한 일이었다.
또한 인재를 바라보는 눈도 자신과 비교할 것이 아니니, 방통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비를 쳐야 하오. 백언 또한 지금 유비를 막지 못하면 기세를 얻은 그들이 큰일을 일으킬 것이라 하였네. 한데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으니… 내 마음속이 타는 것 만 같군. 이제 막 아버지께서 개국을 한 일에 내 문제를 일으켜야 하겠는가?”
“기다려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