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57
457화
조단은 문빙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방통을 그대로 두고, 그가 어떻게 할지를 지켜보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조단도 감녕이 사라지면서 생긴 어마어마한 수군의 공백을 대처할 방도가 없었다. 손가의 인물들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손권이 보유하고 있는 수군 능력은 거의 무너졌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주유나 친족이 이끄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계속된 패배로 인하여 한수에서의 권한이 빠져나간 것이었다.
“황권을 잡지 못하면 다시 형양을 찾는 것은 요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장강 일대의 수군 도독들을 끌어올 수 는 없겠습니까?”
“장강에서도 문제가 많아 그 일이 끝난 뒤에야 그들을 끌어올 수 있을 듯싶사옵니다.”
조단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감녕의 자리를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았는데,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장강을 다스리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게 정작 그가 사라지고 난 다음이니,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상황이었다.
“조금의 지원도 어려운 것입니까?”
“지금 보급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수적들이 이곳저곳에서 나뉘어 군을 일으켰습니다. 이미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야 토벌을 한다지만, 몸을 숨기며 보급을 노리는 이들을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려면 그것도 큰일이옵니다.”
조단은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 장강 위는 자신들의 놀이터처럼 생각했다. 아니, 정말 그러하였다. 감녕이 승태의 휘하에 든 뒤로는 강 위의 어떤 수적들도 승태가 내준 깃을 건드리지 못하였고, 그 상황을 당연하다고 여기었는데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었다. 어느 새 그 신기루들이 옅어지고 흩어지며 깨어진 지금, 그들이 단 한명의 권위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군요…….”
조단은 그저 이렇게 된다면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현상 유지를 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으니까.
땅 위에서는 유비의 군세가 휘몰아치고 강 위에서는 황권의 군세가 몰아치니,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유비야 눈앞에 보이는 위험이니 직접 대응하고 반응할 수 있었지만 황권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보루라고 할 것이 조단이 이끄는 거선단이지만, 황권과의 대결에서 한 번의 패배를 겪은 이후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선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두려움이었지만, 조충의 조언을 듣고 나서 취한 행동이기도 했다.
조충은 칼은 뽑지 않았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이라며 선단을 완벽히 잘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나 황권을 꺾을 수 있을 때, 그때 수군을 움직여 황권과 맞서라는 조언을 했다. 그리고 조단은 그것을 귀담아 들은 것이었다.
저들이 완벽하게 조단의 수군을 무너트리면 혹여 승태가 무슨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그게 아니면 유비가 조단을 뒤로 물리게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조단의 군세는 한 번 더 패배한다면 강하까지 물러나야 했다.
그러한 상황이니 언제나 평정을 유지하던 조단도 조금씩 조급함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얻은 남군과 강하, 그리고 형양 일대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또한 단순히 형양과 남군을 잃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일어날 일들이 더욱 큰 문제였다. 형주의 출신들은 분명 다른 마음을 품을 것이었다. 자그마한 실패가 큰 결과로 도달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가까운 모사인 조충이 일러 준 말이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조급해져 가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힘으로 장비를 꺾고 형양을 되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거기다 유비가 분노하여 달려온다는 말에 유비를 꺾고 큰 공을 세워 돌아갈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유비의 분노는 뜨겁게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 차갑기 그지없었고, 유비의 차분한 공격은 조단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성공적이던 조충의 계책마저 번번이 깨져 나가 유비보다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그러한데 문빙이나 방통은 이곳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돌과 같은 평정심을 가진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유비가 할 공격에 대한 대비도 불완전해 보였다. 그렇다고 공세를 취하는 것도 지지부진하고 미흡헤 보였다.
“형양은 반드시 되찾아야 합니다. 형양을 잃으면 남양은 자연스럽게 다시 유비의 손에 들어갈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남양이 낙양의 뒤를 노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것도 알고, 남양은 형양이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것도 말입니다.”
“알고 있으시다면…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사실 자신보다 더욱 많은 전장을 나간 사람들이고, 그렇다고 승태의 뒤통수를 노릴 인물들도 아니었다. 이미 가족들이 수춘으로 옮겨졌으니 그러한 마음을 품기도 어려울 것이었다.
조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고 얼마지 않아 방통이 문빙을 찾았다. 방통이 문빙에게 예를 표하고 나서 죽간을 건네었다.
“왕자 저하에게는 전하지 않아도 되겠는가?”
“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아?”
문빙이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방통이 품에서 다른 죽간을 건네어 보였다.
“간자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진중에 정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숨어 있는 듯싶었습니다.”
“하기야 전하께서 한 번 형양을 차지하여 점하였으니, 그곳에서 딸려 온 이들 중에 섞여서 들어왔을 수 있겠군.”
“그러했을 것입니다. 아마 그러한 일의 시작은 장비였을 테고 말입니다.”
“그 무식해 보이는 얼굴에 비해 머리에는 어마어마한 뱀이 또아리 튼 인물이 죽어서도 문제가 되었군.”
“아마 형양을 잃을 것을 상정하되, 죽음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기야 들어 본 적 없는 여몽이라는 인물이 장비의 목을 가져왔다고 하니, 장비가 생각하지 못한 바일 수도 있겠군.”
“그렇사옵니다. 장비가 이를 고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니 유비가 이들을 이용하여 왕자 저하를 흔들었을 것입니다.”
문빙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하여 대책은 있는가? 대책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이네. 그냥 왕자 저하의 말처럼 괜한 돌들이 와서 제대로 된 정비도 하지 못하는 놈들이 되겠지.”
“정비를 느리게 한 것도 이러한 이유였습니다. 기습을 받은 구간을 나누고 보급을 받은 위치에 따라 내용을 나누었으니, 내부의 간자들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을 구분해 두었습니다.”
“어찌할 것인가? 그들에게 거짓 정보라도 보낼 것인가? 쉽지 않을 것이네. 그들도 보고 듣는 것이 있으니, 진짜와 같지 않는다면 당연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들이 무엇을 위하여 유비에게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바가 명확하니 그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게 만들어 주면 될 것입니다.”
문빙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물음을 던졌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형주의 반발이 꽤 클 것이네.”
“선주이신 유 형주의 대권을 받은 인물 중 남아 있는 분은 오롯이 유 공자 뿐입니다. 하니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발심으로 돌아서는 이들도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러하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네.”
“큰 호혜를 베푸는 것이옵니다. 전장 한가운데에 있는 이들을 어느 정도 정리된 곳으로 보내 주는 일이니 말입니다.”
다음 날, 방통은 조단에게 형주의 각 가문들의 재산을 처분하여 양주로 옮기겠다는 책안을 제시하였다. 혹 형주가 넘어가게 된다면 형주의 부들은 모조리 유비의 손에 들어갈 것이고, 형주의 신료들의 피해 또한 막심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방통의 말에 군내의 꽤 권세 있는 가문들은 모두 들썩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들썩이는 인물들이 있고, 아닌 이들도 있었다.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이오? 형양을 다시 되찾을 생각을 해야지, 혹시 형주 전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유비가 모두 가져갈 것을 대비하여 재산을 처분하여 옮기자니?”
“맞소! 어린놈이 뭘 모르는 것 같소이다. 우리가 형주의 뿌리요 가지며 꽃일 것인데, 제아무리 유비라고 한들 우리를 무시하고 재산을 노리지는 못할 것이네!”
“이는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 왕자 저하께 건하여 이번 일을 건의하고 동참한 이들을 벌한 뒤, 왕자 저하가 다시금 군을 통제하도록 해야 하네.”
그 말에 약간 머뭇거리는 이들이 나왔다.
“하나 그들은 송왕 전하께서 보내신 것이 아닌가? 이는 잘못하면 항명이 되어 왕자 저하께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네. 작금 형양을 잃은 것만으로도 그분의 길에 돌멩이가 올려진 것이 아닌가?”
“조괄과 같은 인물이 온다면 응당 그자를 물러나가야 하게 될 것 아닌가? 그리고 이미 형양을 차지한 적이 있는 왕자 저하이네. 이를 이루지 못할 것도 없는데, 어찌 약한 말을 한단 말인가?”
조괄이라는 말에 다른 이들도 흠칫하였다. 문빙을 조괄에 비교한다는 것은 조금 어려운 것이었다. 문빙은 과거 선주 때에도 세운 공이 은근히 컸고, 선주의 유지를 이은 유종을 끝까지 따른 충장이라 불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지상담병(紙上談兵)의 졸장인 조괄과 비교하기에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문 장군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어린 방통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자는 정녕 종이 위에서 있다가 전장에 선 인물이니, 반드시 고하여 물러가게 해야 하네.”
“맞는 말이네.”
군관들이 합을 맞추어 우르르 조단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조단은 조충과 같이 무엇인가를 논하고 있었는데, 조충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고 조단은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면 저하께서 받으신 물건 중에 하나 가져가겠습니다.”
“그래. 내기는 내기니 말이야. 그래도 책안이 올라온 당일 바로 이렇게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무슨 소문이 이렇게 빠르게 퍼지는지 모르겠군.”
“방 공의 생각대로지 않겠습니까?”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방내의 분위기에 군관들은 예를 표하는 상황에서도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나를 찾은 이유를 알 수 있겠는가?”
“이번에 방통이 고한 일로, 이에 대한 어려움을 고하고 저하를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온 것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혹여나 이렇게 많은 이들이 반발 하고 있으니 협박을 하고 싶은 것인가?”
“절대 아니옵니다.”
“하면 자네들의 재산을 지켜 주겠다는 사원의 책에 어찌 이렇게 달려와 내게 말하는가?”
“이는 단순히 저희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옵니다. 어찌 사람이 거한 뿌리를 뽑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 한단 말입니까? 방통은 분명 형주를 잃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 것이니, 용기 없는 방통의 책안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그때였다.
“군사종사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