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군사종사 듭니다!”
방통이 들어올 것을 생각하지도 못한 이들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닫았고, 그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자리에 멈추어 버렸다.
조단은 자연스럽게 방통을 자신의 옆자리에 두며 물음을 던졌다.
“저들이 자신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싸움에 질 것을 먼저 상정하고 도망가는 방책이라 이야기하는데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방통이 그들을 쓰윽 훑어보자, 불만을 터트리려 온 이들은 얼굴을 숨기기 위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방통이 고개를 돌려 조단에게 예를 표하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또한 사실 지금 형주의 가산을 처리하면, 훗날 왕자 저하께서 다시금 형주를 되찾았을 때 큰 손해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데 어찌하여 가산을 팔라는 것인가?”
“적들에게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 처분하는 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전장이 벌어지는 곳에 가산이 있다면 제대로 싸울 수나 있겠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하여 소신은 형주의 가산을 처분하고 형양을 차지한 그때, 전리품의 우선권을 주는 게 옳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선권이라… 재미있는 말이군.”
“나라를 위하여 희생하였으니 그만큼 이득을 채워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통이 우선권을 내민 것은 이 시대의 인물들이 쉬이 할 수 없는 놀라운 생각이었다. 그동안 국가는 언제나 백성의 머리 위에 올라 빼앗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러하니 국가가 국민과 거래를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 방통의 말은 색다른 제안이었다. 이에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러자 조충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조단에게 말했다.
“방공의 말은 대왕께서 전비를 낸 호족들이 남부의 개척 허가권을 먼저 받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하니 응당 대왕께서도 동의하실 겁니다.”
“하기야 나라에 은혜를 받으면 갚으니, 국가도 양보를 받으면 응당 그에 해당하는 일은 해주어야지. 그럼 군서관은 이를 잘 기록해 두도록 하게. 이들이 가산을 처분한다면 당연히 보답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쪽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적고 있던 인물이 예를 표하고 다시금 앉아 서를 적어 내려갔다.
“어떠한가. 답은 되었는가? 아니면 다른 의문이 있는가?”
조단이 말을 꺼내지만 모여든 이들은 쉬이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술만 핥고 있자, 조단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유도 말하였고 대안도 말하였는데 어찌 대답이 없는가? 혹여 내 말을 믿을 수 없어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인가?”
“아니옵니다.”
그들이 우르르 물러나가자 방통과 조단만 자리에 남게 되었다. 조단과 조충, 그리고 방통 세 사람만 남게 되자, 조단은 노곤한 목소리로 방통에게 물음을 던졌다.
“내 그동안 간자들을 잡는 여러 방법을 보았지만 이와 같은 행동은 처음이오. 문 장군에게 들은 것이 아니었다면 저들에게 혹할 뻔하였소.”
처음의 말은 약간의 비꼼이었고, 두 번째 말은 혹시 지금 자리에서 날아갈 수 있으니 잘 좀 하자는 말이었다. 방통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사에서 방통의 성격도 유비를 혼낼 정도로 강하기에 물러나지 않았다.
“타초경사의 위험으로 뱀을 풀 속에 가만히만 둔다면 어찌 뱀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풀을 불태우든지 하여 뱀을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전에 그 뱀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알아야 하겠지만 말이지요.”
조충이 방통의 말에 화를 내며 일어나자 조단은 손을 내밀었다.
“되었네. 그간 일이 진행되지 못한 게 나는 그냥 무능하여 그런 줄 알았는데, 다 이유가 있지 않았는가? 무시한 대가라 생각해야지.”
“그렇다고 하여도 왕자 저하께 하는 말로는 너무 심하지 않겠습니까?”
“공을 세운 것은 세운 것이네. 내가 바란 게 그것이었으니, 정말로 이뤄냈다고 하여 무어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 하지만 궁금한 점은 하나 있군. 형양을 어찌 얻을 생각인가?”
“명확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명확한 것을 만들어 가야 할 뿐인 일이지요.”
조단은 정확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방통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간자들을 잡은 것으로 끝이 나서는 아니 될 것이오.”
“그것이 끝이라면 어찌 시작하겠습니까?”
이후의 방통의 행동은 이전에 조단이 답답했다는 생각을 잊어버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지만, 움직이는 의도를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배치하는 군과 보급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였다.
이를 살피던 조충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단에게 전하였다.
“이것은 절대 형양으로 진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배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조단도 이에 동의하였다.
“그랬다면 응당 산이 아닌 평지에 배치하고 움직이기 편한 위치로 옮겼을 것인데, 지금 배치한 것을 보면…….”
조충은 한번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산 위에 있거나 혹은 어딘가 숨겨져 있으니, 이것은 저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조단은 순간 이마를 짚었다. 설마 유비를 끌어들여 싸우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충 역시 말이 없어졌다.
그러다가 기마들을 움직이는 것까지 확인하자, 기마들이 형양 일대를 마치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저들의 약을 올리는 것으로 보였다.
“유비가 형양의 방비를 굳건하게 하려면 우리를 치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비가 움직이면 방통은 그것을 잡으려는 것이고?”
조충은 다시금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이내 몇 군데를 짚어 내었다. 단순한 기습이 아니라 마치 몰이 사냥을 하는 것처럼 깊숙이 저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였다.
“방통이 유비를 겪어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유비가 기습이나 야습에 쉬이 넘어갈 사람도 아닌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저들은 한수를 장악하여 보급이 어렵지 않을 것인데, 도리어 강하 앞까지 모두 저들의 손에 넘기는 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충의 말에 조단은 손을 꾹 쥐었다. 조충은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되어 말을 잃었다. 마치 하늘 위에서 손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방통의 움직임은 제아무리 똑똑하다고 이야기를 듣던 그도 따라가기만으로 벅찬 일이었다.
그렇기에 조충도 쉬이 조단에게 방통을 멈추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움직임도 따라가기 어려운 조충이 어떻게 방통의 계획을 전부 판단하고 가부를 결정하게 만들겠는가?
조단의 손에는 분명 이것을 멈출 힘이 있었다. 자신의 인장과 명령 한 번이면 방통의 계획을 무로 만들고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었지만, 이는 아버지가 보낸 인물을 막는 것이었다.
순간 두려움이 온몸에 퍼져 나갔다. 고고한 높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지금의 송왕이자 아버지가 마치 물음을 던지는 것 같았다.
“막지 않을 것이네.”
“크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크게 위험하다고 한들 유비가 건재한 것보다 위험하겠는가? 분명 유비는 자신의 삶이 끝에 다다라 모든 것을 태우는 중일 것이네. 여기서 그를 막는다면…….”
* * *
“모든 것이 멈출 것입니다.”
방통의 말에 문빙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의 사후 그의 의지를 이어받는 것은 제갈량이 되겠지만, 유비의 눈과 유비의 머리로 생각하던 것과 다를 터였다. 그래서 제갈량은 자신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남만을 정벌하고, 또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한조 부흥을 기치로 삼아 북벌을 계속 시도하였다.
지금은 서북을 이미 차지하고 낙양까지 점하고 있지만, 방통은 제갈량의 성향을 알기에 유비가 죽으면 승태가 만들어 내는 나라의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작금 새로운 인재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고 뻗어가는 송의 힘이라면 겨우 익주와 서북으로 힘을 짜내고 있는 그들이 넘을 수 없는 바였다
“유비는 죽일 수 있겠는가?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네.”
“유비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그가 다시 일어나기 힘들게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법정은 이미 쓰러졌고 제갈량은 장안에 있으니, 바로 파악하여 대응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아니, 따라오려면 아조에서 꽤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문빙은 묘한 표정을 보이며 물었다.
“꽤 괜찮은 아이들이 많은가 보군.”
방통은 살짝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의 기둥이 될 만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논하고, 경험한다면 응당 큰 기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호오…….”
문빙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수춘에 와서 아이들을 한 번 가르쳐 달라고 하였는데, 자네의 말을 듣고 나니 꽤 동하는군.”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넘어가지. 여하튼 중요한 것은 자네가 바라는 것을 왕자 저하께서 이해하고, 혹여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곳의 군을 독(督)하는 것은 그분이 아니던가.”
방통은 순간 끄응 하는 소리를 내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었다.
“왜,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가? 아니면 혹 왕자 저하께서 화를 내셨는가?”
“간자를 잡기 위해 움직이는 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신 듯싶습니다. 왕자 저하께 타초경사는 그저 조심하라는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그 일이 걸립니다.”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실 것이네. 도리어 자네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리지 않은 게 문제이지 않겠는가?”
“쓰으으읍…….”
“자네의 성격대로 하면, 전하와 같이 마음이 넓은 분이 아닌 이상 쉬이 받아 주실 분은 없을 것이네. 거기다가 과거 전하께서도 진 노사의 책안을 설명 받는 것을 원하셨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 내 듣기로 지금은 직에서 물러나신 가 공께서도 군주를 설득시키지 못한 책안은 쓸모가 없는 일이라 하지 않았는가.”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사옵니다.”
문빙은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주인들이 다시 지역을 되찾고 세를 키운다고 한들, 수춘과 멀어지면 좋은 결과는 오지 않을 것이네. 장수들이야 전장을 전전하겠지만, 자네 같은 이들이 중앙에서 입지를 단단히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야.”
방통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생각지 않으셔도 됩니다. 형주의 인재들은 기주인들과 다릅니다. 전하의 의지에 반하지 않고 형주인들은 양주인들과 같이 단단히 설 것입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손에 놓인 것을 중시하는 이들이네. 간자들이 증좌라 할 수 있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들은 어찌할 것인가. 어느 정도 체를 친 것 같은데, 걸러진 이들을 처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분명 강하 일대에도 그들의 손이 뻗게 될 것이니, 흔적을 완전히 문질러 지울 때까지는 시간을 줄 것입니다. 하면 결정하겠지요.”
“이곳으로 올 것인지, 아니면 넘어갈 것인지 말인가?”
“그 정도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들을 너무 궁지에 몰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하하하하!”
“이미 궁지에 몰려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알았네. 뭐, 일이 걸리는 것만 아니라면 그들을 어찌하든 자네의 마음대로 하도록 하게.”
방통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빙에게 예를 표하고 자리를 떠났고, 문빙은 고민이 있는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민하였다.
“흐으음… 응당 다음의 보위를 얻을 인물이 대공자가 될 것인데. 저리 부딪혀서야.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