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유비는 위연의 보고를 들으면서 모호한 표정을 보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문장.”
“예, 진왕(秦王) 전하.”
위연이 말하는 어색한 칭호에 유비는 헛웃음이 나왔다. 조단에게서 다시금 형양을 빼앗은 뒤, 유비는 황제에게서 승태와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 왕작을 요구했다. 그러자 순욱은 유비에게 진(秦)왕의 자리를, 또 조비에게는 위왕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아마도 유비가 이들을 토벌하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바였고, 마지막에는 한에 다시 복속되라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이 유비에게는 순욱의 발버둥으로 비쳤으나, 지금은 그런 의지는 상관이 없는 바였다.
“그저 길을 걸을 뿐인 것이다.”
위연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유비의 말에 의문을 표하였지만, 유비는 별말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찌 보는가?”
유비가 올라온 보고서를 다시금 내밀자 위연은 그것을 쓰윽 바라보고 나서 잠시 멈추어 무언가를 생각하다 답하였다.
“군을 아가리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삼키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그대도 그리 생각하는군.”
“제게 군을 주시면 나가가 저들을 격파하겠습니다. 저런 미천한 계획이야 지금 이 자리에서 저 같은 이도 파악할 정도인데, 이 얼마나 우스운 작전인지 저들에게 알려 주고 오겠습니다.”
“그런가?”
“잘한다면 역적의 아들을 잡고 강하를 한 번에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비는 위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유비의 눈에는 묘하게 불안감이 느껴졌다. 이러한 느낌이, 틀린 적이 없기에 유비는 위연만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효직이 있었으면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인데…….”
위연은 유비의 걱정을 읽는다는 듯 말했다.
“형주 마씨 일가의 인물들을 데려가겠습니다. 마속은 군사께서도 높이 치는 인물이니, 응당 저들의 계책을 맞닥뜨리더라도 깨부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유상(幼常 마속의 자)은 시킨 일을 하는 모습을 본다면 응당 뛰어난 인재로 보일 수 있으나, 스스로 생각하고 일함에서는 어려움이 있으니 이와 같은 싸움에서는 부적합한 인사이다.”
그러나 유비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쉽게 군을 맡길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순가를 따르는 인물들을 중용하면 쉬이 이를 채울 수 있는 바였지만, 유비의 처지에서 그들은 익주인들보다 더 믿기 어려운 자들이었다.
아직은 말이다.
“하면…….”
“내가 직접 움직일 것이다.”
“전하…….”
“어찌 걱정하느냐? 내 나아가 앞서서 싸우지도 않을 것이고, 그저 후방에 머물며 전장을 지휘할 것이다. 내가 나아간다면 응당 병사들도 사기를 크게 얻을 것이다.”
유비가 마치 위연을 어르는 듯이 말하자, 위연은 차마 더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대와 내가 송의 승기를 꺾고 스스로 무릎 꿇게 만드는 것이다.”
* * *
유비가 직접 군을 이끌고 나왔다는 소식은 형주를 다시금 들끓게 했다. 유비의 친정에 남형주의 각지에서 반기를 들어 올리기 시작하였고, 손씨 가문은 이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거기다가 황권이 수군을 움직이며 다시금 강하 일대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하여 손가를 도울 수도 없고, 또 손가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었다.
조단은 자신들에게 올라온 수많은 보고를 바라보고 나서 방통을 불렀다.
“방 공, 결국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된 것 같소. 유비가 직접 움직였고 황권은 후방을 장악하였으니 배수의 진이 된 것 아니오.”
조단의 말에 방통은 고개를 저었다.
“배수의 진을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황권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까?”
“예측을 못 한 것이 아닙니다. 이용하는 것이지요.”
마치 그것을 물어볼 것을 확신했다는 듯한 방통의 모습에 약간 거슬리는 마음이 생기는 조단이었지만 이내 얼굴을 풀었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승기에 도움이 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방통의 말처럼 유비가 나올 것을 예상하였으니, 전황도 큰 변화가 없다면 응당 방통의 말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는 장비 하나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여 잡았는데, 유비가 이렇게 쉬이 잡힐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관우를 잡기 위해 우금이 조창과 조운, 마초까지 이용하였는데 결국 관우의 목을 베지는 못하지 않았는가.
* * *
운두현에 주둔 중인 문빙의 군세들은 사방에서 움직이는 이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즉 안륙에서 내린 명령을 이행하는 야전 지휘소였다.
문빙의 앞에는 군관들이 빠르게 지도들 위의 말을 이동시키고 있었고, 문빙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적들이 올 곳을 생각하였다.
“운두로 들어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자신 있지 않은 이상은 군을 우회하겠지.”
그것이 맞는 전략이었다. 황권이 강 위에서 강세를 보이니, 수군과 협동하여 움직이는 일이 확실하게 적들을 밀어내는 방법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빙의 생각은 유비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약간 달랐다.
문빙은 유비가 운두 근처까지 왔다는 것을 정찰병에게 올라온 보고를 통해 확인하고는 받은 죽간을 건네며 말했다.
“순찰의 횟수를 늘리고 더욱 깊숙이 들어오면 보고하라고 전해라.”
“충!”
문빙은 군관들이 유비의 군세를 운두의 앞에 세우고, 다른 군관들은 다른 보고를 살피는 사이 이리저리 말들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유비가 진정 급하긴 급한가 보구나. 결판을 이리 빨리 내려 하다니 말이야. 아니면 황권을 믿지 못하는 것인가?”
정확한 바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결과는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것을 결정한 이유는 유추를 통하여 밝힐 수밖에 없지 않던가? 차라리 아직 왕작을 받지 못한 것이라면 왕작을 받기 위해 큰 공을 세우기 위해 몸이 달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왕작은 받아 내지 않았는가?”
문빙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무엇이 유비를 이렇게 만들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머리 아픈 일이야… 머리에 투구를 쓰지 않은 이들이 해야지.”
그러나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유비가 빨리 결판을 내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한수를 따라 움직이며 병사들을 쓰러트리는 것이 아닌 운두를 뚫어 한 번에 안륙을 노리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그렇다면 운두를 넘어야 할 터인데… 스읍. 진정 방 공의 말대로 황권이 운구의 뒤를 노리고, 유비는 포위된 운두를 끝내겠다는 것인가?”
문빙의 말에 다른 쪽 지도에 서 있는 군관들이 빠르게 황권의 움직임대로 말을 움직였다. 수군으로 올라와 있는 황권은 한진에서 군을 움직여 운두의 후방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그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는 했다. 물론 한수와 운두의 거리가 꽤 멀기에 황권의 군세의 피해가 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후방을 막는 군세가 얇아지는 것이었다.
유비야 문빙이 후방을 열기 위해 계속 황권을 치게 되면 결국 자신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만 할 것이니 나쁘지 않았다.
“유 사군, 방 공의 생각대로 움직이면 그 결말은 파탄이오. 내 그대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으나, 형주인들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쉬이 쓰러지면 아니 될 것이오.”
* * *
황권은 한진에 주둔하면서 유비의 명령을 받은 후 인상을 찌푸렸다.
“진정 진왕 전하께서 명을 내린 것이오?”
“그렇습니다.”
“수군이 뭍에서 움직이더라도 내륙까지는 들어가지 않소. 한데 이렇게 깊이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 군의 이점을 잃는 일인데 어찌…….”
“전하의 명입니다.”
황권은 이내 손을 부르르 떨다가 서를 향하여 예를 표하며 답하였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황권은 당차게 나가는 전령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의 부관들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하수와 한수 일대를 장악하여 손가 놈들을 고립시켰고, 감녕의 잔당들을 모조리 강하로 밀어 버렸으니 공을 세워 직을 높여도 모자랄 일입니다. 그런데 멀쩡한 배를 버리고 뭍으로 나오라니요?”
“옳습니다. 부당한 일이옵니다. 이는 반드시…….”
“그만하여라. 이미 내려진 명을 돌릴 수 있겠느냐?”
“그러나 잘못된 면에는 항의해야 합니다.”
“전하께서는 이곳에 없으니 내 고하여 보겠으나, 준비는 해야 할 것이다.”
“장군,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군이 한수를 차지했다고 하지만, 적군이 배를 모두 잃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자칫하면 다시금 한수가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황권은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냐? 내 너희를 너무 풀어 준 것이냐?”
부관은 고개를 숙였다. 하기야 자신들을 생각하는 바를 황권이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권도 당연히 이에 대하여 유비에게 어려움을 고하였다.
[송나라 사람은 용감하여 전쟁을 잘하고, 또 촉의 수군은 물의 흐름을 따라 행동하므로, 전진하기는 쉬워도 물러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강을 장악한다면 쉬이 적군의 허실을 살피고 뒤를 노리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 전하께서 응당 뒤에서 지키시며 나아간다면, 저들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니 수병을 다시금 운용하여 저들을 무너트릴 수 있도록 청합니다.]황권의 이러한 말은 유비의 마음에 닿지 않았고, 유비는 다시금 전령을 보내어 운두의 후방의 노리라 명하였다. 황권은 그제야 최소한의 수군만 조직한 뒤에 군을 움직였다.
* * *
“황권이 뭍으로 나왔소.”
조충이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자 방통이 손을 흔들었다. 자신만만해 보이는 저 모습을 보면 솔직히 기분이 나빠졌다.
“배수의 진이 아니라 유비가 적이 고립된 것처럼 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적은 간자를 통하여 우리가 고립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겨 여길 테니 더욱 과감해질 것이고, 빠르게 움직이겠지요.”
“고립된 것이 아니라 고립된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하여 얻을 것이 무엇이오?”
“감괴의 난은 이미 평정되었고, 장강의 군세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단은 인상을 찌푸렸다. 감괴의 난이 꽤 길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미 평정되었다고 하니 은근히 짜증이 났다.
“내게는 감괴의 난으로 수군이 움직이기 힘들다 하였는데 나를 속인 것인가?”
“속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주군의 명으로 감괴가 빨리 잡혔다는 것이지요. 그보다 왕자 저하께서 원하던 강남의 수군이 이제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유비가 믿는 장강 수군과 황권이라는 벽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더욱 약해졌으니 툭하면 무너질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리어 그 성벽이 무너져 자신들을 덮칠 것이니, 유비는 제 자만으로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