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62
462화
주유에게 있어 큰 가문을 유지하는 이들과 맺은 약속은 그리 진실성 있는 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것을 지킬 마음도 없거니와, 그들도 손가를 계속해서 도구로 보는 상황에서 힘을 몰아줄 생각 또한 없었다.
특히 유봉과의 싸움은 어렵지는 않을 터이니, 그저 저들의 전력을 소진하는데 집중하고자 하였다.
내부를 다스리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군주의 힘이 신료들보다 적으면 자주성을 가지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물론 손권의 힘이 호족 개개인보다 모자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조금이라도 손을 잡게 된다면 손권은 그 반대쪽과 힘을 합쳐 싸워야 할 정도였다.
그렇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형세라는 뜻인데,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결국 손가의 결정권도 사라지게 될 게 뻔하였다.
“그런 그들을 빤히 내버려 둔다면 응당 기어올라 진(晉)이 신하들에게 갈가리 나뉘어 찢어 질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외세로 인하여 무너지는 것이야 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천리의 힘이니 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내부에서부터 붕괴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주유는 차라리 힘이 깎여 나간다고 하더라도 신료들로 인하여 무너지는 것만큼은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한 주유의 생각이 곧 손권의 생각이었다. 손책 이후의 모습은 주유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방향성은 주유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며 이를 따라 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 방점을 찍을 때였다.
이도현을 넘어 타수와 저수 근방의 현들을 점거한 유봉은 한번 숨을 고르는 듯 주둔군과 군을 잠시 정주하기 시작하였다.
반대로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인 주유는 옥에서 나온 이들의 부곡들을 소모하며 도강을 시도하고 있었다.
“도독, 이게 정상적인 일이오? 저들의 군의 보급은 지금 육로로 하고 있어 험준한 산을 넘는 이들이 그 너머에서 오고 있다는 이유로 정주하고 있는 게 아니오? 한데 어찌하여 우리가 도강을 한단 말이오. 그저 우회하여 저들의 뒤를 노리거나 보급을 끊으면 절로 무너질 것 아니오!”
“그러니 먼져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급을 끊는 것은 이미 따로 명을 내려 두었습니다.”
주유의 말에 순간 이에 반발하였던 주거는 입을 닫았다. 이미 움직였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걱정하는 것이 도강이라면 이미 배를 엮어 두었고, 쉬이 넘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오. 거선이 많은 아군의 특징을 살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 그 거선이라고 할 것들이 자신들의 전투선이자 이송선이기도 하였는데, 이를 개조하여 다리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즉 주유의 말은 지금 그들의 배까지 털어 먹겠다는 것인데, 남군은 배가 없으면 어떠한 영리 활동도 어려웠다. 전쟁이라는 핑계로 이권을 빼앗는 행위였다.
누군가는 배로 만든 다리를 다시 분해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지금 이곳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될 터이니 압승하는 게 아니라면 배다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배는 걸레짝이 될 것이었다.
그런 것을 당연하게 말하는 주유를 보던 주거는 차라리 주환을 따라 송에 남는 게 나았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승태는 겁쟁이와 같다며 손가야말로 진짜 남자이며, 자신이 지금의 형세를 바꿀 것이라 당당히 말하고 따라온 일을 후회하였다.
그러나 선택한 일을 물리거나 돌리기에는 먼 거리를 나와 버렸다. 자신의 가족들은 이미 이곳에 뿌리를 내렸으니 말이다.
주유는 부채를 살랑이다가 말했다.
“도강을 준비하면 분명 저들은 우리를 노릴 것입니다. 하니 준비는 철저히 하여 주시지요. 그리고 회의는 이만하지요.”
주유가 정중히 예를 표하자 장수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장수들은 가문의 대표 격으로 나온 이들이었는데, 주유의 결정에 굉장히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아니지 않소이까? 군수의 대다수가 우리들의 가문에서 징발한 것이 아닙니까?”
“정확히는 우리 가문의 사전에서 가져간 것이지요. 창고는 털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오. 우리들의 사전에서 털어가면 노복(奴僕)은 어떻게 먹인단 말인가? 그들의 먹을 것을 징발하였으니 우리들 창고에서 나가야 할 것 아니오.”
“빌려주면 될 것 아닌가?”
순간 그들 사이에서 놀란다는 듯이 호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복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송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하더이다. 그… 뭐더라… 환곡(還穀)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하더이다.”
“역시 송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좀 다르군.”
그 말에 고소는 약간 장난스럽게 오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내 이제 장담을 하는데 유학을 하려면 송으로 한번 가 봐야 할 것이네. 누군가는 사이비라 칭할 수 있겠으나, 그곳에는 단순히 글귀만 보는 이들이 아니라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적용하니 전통의 유학들과는 완전히 달랐네.”
“다른 학문들도 많지 않은가.”
“배울 것은 많지. 하나 잘못 가져 왔다가는 뭇매를 맞기에 딱 좋을 것 같았네.”
“허어… 그 정도인가? 하면 송왕께서는 좀 거북해하실 것인데. 과거 맹자께서 말하신 천명이 바뀐다는 것도 한조에서 지우고 싶어 하지 않았는가.”
“그럴 리 없네. 직하학궁을 꿈꾸는 나라에서 그런 것이 있겠는가? 도리어 송왕께서는 학문의 자유가 권력에 침탈당한다면 응당 맞서야 한다고 하셨네. 과거 유자들이 분서갱유를 당한 이유가 학문의 자유를 침탈당한 것에 반발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
그 말은 순간 적으로 그곳에 모인 장수들도 흠칫하게 만들었다. 각 가문을 이끄는 후대들에게 파문을 주기 충분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허어…….”
주거는 팔자 좋은 소리를 하는 그들을 향하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그런 팔자 좋은 일을 따질 것이 아니지 않소. 주 도독의 말대로 한다면 우리들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빈털터리가 될 터인데 어찌 이리 태평하단 말이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이들은 주거의 말에 약간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배 몇 척을 잃는다 하여 가문이 망하겠소? 가문이 조금 기울기는 하겠으나 그런 것이 무슨 걱정이오?”
주거는 순간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남은 이들은 주거를 바라보며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뒤에서 바라보는 주유는 부채를 살랑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 * *
황권은 직접 수군을 진두지휘하며 들이치는 적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다가오는 하제의 배는 위압을 주기에 충분한 정도의 휘황찬란한 모습이었다. 과거 감녕도 이러한 방법으로 적들에게 위압을 주었고, 그 이후 감녕의 방울 소리만 들려도 적들이 겁에 질리는 정도의 명성을 만들었는데 그 후신을 보는 것 같았다.
“속 빈 강정이면 좋겠지만…….”
출렁이는 배 위에서도 마치 평지에 서 있는 것처럼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저들의 모습은 속 빈 강정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군, 노꾼들의 피로가 너무 심하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의 속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황권은 잠시 생각을 하며 말했다.
“한진까지 돌아가야 한다. 그들에게 한진으로 돌아가면 응당 맞서 싸울 것이라 전하라.”
순간 멈칫한 병사는 황권을 바라보았다.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운다니, 어불성설과 같아 보였다.
황권은 불안한 눈을 뜨는 그를 보며 말했다.
“불안해할 것 없다. 저들을 내 한진에서 막아 낼 것이니 말이다. 전하여라. 이 황권이 저들을 한진에서 막아 낼 것이라 약조할 것이며, 약조는 이루어질 것이다.”
황권의 말에 부관의 흔들리던 눈이 바로 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부관은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모습에 황권은 지휘봉을 세게 쥐었다.
하제는 계속 뒤로 빠지는 황권의 수군을 바라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계속 뒤로 빼면 물을 거슬러 가는 것이니 노꾼들이 지칠 것이고, 결국에는 좌우에서 그저 얻어맞기나 할 터이니.
“저들이 필사적인 것을 보면 분명 무엇인가 있지 않겠습니까?”
“있을 것이다. 없으면 이상한 것이겠지. 한데 그 함정에 우리가 얼마나 당할 것인지의 문제겠지.”
일반적인 화공이나 기습이라면 힘으로 찍어 눌러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하제는 가슴 한편에서 아리는 것 같은 걱정이 피어올라 왔다.
“황권이 복귀를 하였다면 응당 서야 함이 맞겠지만…….”
묘한 보고로 인하여 하제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계속 황권의 수군 뒤를 쫓고 있었다.
“우선 한진까지는 따른다. 그곳에서 분명 육군과 같이 우리를 노릴 것이니 이에 대비하도록 하여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한진에 다다르면 좌우군은 방패를 높이 들어라!”
“충!”
발소리와 함께 다시금 자리에 위치한 그들은 눈에 불이 켜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진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하제의 병사들은 빠르게 방어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배를 부수는 망치들과 갈고리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황권의 함선들도 멈추어 서기 시작하였고 그 병사들 또한 싸울 준비를 하였다. 한진 뒤는 건물들에 가리어 보아지 않았는데, 하제가 명을 내리자 투석선들이 앞장서기 시작하였다.
“투석선으로 진 뒤를 노린다.”
“투석선은 조준이 어려워 혹 돌이 진에 맞기라도 한다면 분명 진이 부서질 수 있습니다. 선박들을 정박하기 어렵습니다. 빠르게 유비의 뒤를 치려면 진이 필요합니다.”
“협박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을 부숴 버릴 수 있다고 말이야. 저들은 분명 우리가 진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생각할 것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황권이 멈추어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 보이자 하제는 크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배들이 뭍으로 가며 배를 버리는 것도 보였다. 몇몇은 투석선의 돌에 맞아 침몰되는 것을 보며 하제가 외쳤다.
“황권을 잡아라! 이곳에서 유비가 탈 배까지 모조리 노획하는 것이다!”
“충!”
연들이 이리저리 날아가기 시작하였고 사방의 배들이 빠르게 앞으로 전진하였다.
그럼에도 꼿꼿이 서 있는 황권은 다가오는 하제를 보았다. 자신의 명을 전하던 부관은 약간 불안한지 몸이 떨리는 것 같았지만, 그저 하제의 배를 바라보았다.
하제의 대장선은 미친 듯이 빠르게 달려왔으나, 이내 황권은 하제의 마음을 아는 듯 깃을 흔들자 배를 댈 곳들이 모조리 무너지며 강 위로 둥둥 뜨기 시작하였다.
“진격하라! 모두 불태워 버려라!”
방금 도망가는 것으로 보였던 이들은 이미 준비된 활을 쏘아 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하제의 단단한 배에는 피해도 주지도 못하며 더욱더 깊이 들어갔다. 거대한 철쇄들이 강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좁은 곳도 아니었기에 이런 기물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하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제의 눈에 우왕좌왕 하는 자신의 함선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