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유비는 향총의 도움을 받아 퇴각하고 있었는데, 순간순간 걱정되는 마음에 군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인세의 지옥이 일어나고 있었다. 단순히 화공이 아니라, 불이 바람과 같이 움직이며 길게 늘어진 병사들 사이사이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바람에 날아온 불씨들은 보급품들에 옮겨붙었고, 그 불에 당황한 병사들은 통제가 되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는 병사들은 화마를 막아야 함에도 그저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독전관이 이들을 막으려 하였으나 불 앞에서 그들도 검을 놓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원 역사의 이릉과는 달리 화마로 인하여 엄청나게 긴 보급행렬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방통이라는 인물이 계획하였고 문빙이라는 신중한 인물이 지금의 화마를 지휘하고 있다는 점이 말이다. 문빙은 유비를 잡기 위해 화마에 뛰어드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일은 유비를 잡는 것이 아니라, 유비가 이끄는 병사들을 모조리 붕괴시키는 것이었다. 협곡 안 이십 리가 넘는 곳까지 들어와 군을 주둔시켰으니, 그 안에 들어간 이들 모두를 무너트리는 게 문빙의 목적이었다.
그러하니 정신 차리고 도망가는 유비를 잡는 것은 차후의 일이었고, 우왕좌왕하는 병사들과 군세를 정비하려는 이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문빙은 차분히 진군하며 적들을 마치 노루를 사냥하듯 손쉽게 처리하였다. 화마로 붕괴되는 병사들을 잡는 것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빙은 북을 굉장히 천천히 치도록 명하며 군을 신중히 진군하게 했다. 물론 문빙이 병사 하나하나를 신경 쓰는 친절한 장수는 아니었다. 그저 화마에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
* * *
방통은 문빙 앞에 놓인 말들을 치워 내었다. 그러면서 조단에게 말을 꺼내었다.
“화공만 잘 성공한다면 이렇게 유비의 군세는 단번에 무너질 것입니다.”
“화공 한 번에 말인가?”
“보급의 중심이 청니 일대라는 점 때문에 한 번에 무너트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황권이 꺾이기만 한다면 형양 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황권이 수군으로 큰 승리를 얻었다고 들었는데 그러하겠는가?”
“명을 어기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올바른 판단이지 않았는가.”
“그것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저하와 아군이야 그다음 수를 생각하며 황권의 선택이 옳았고 뼈아픈 공격인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저들은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 않겠습니까?”
“하면?”
“감정만 남을 것입니다. 하여 화공이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굉장한 충격이 유비에게 밀려들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남은 감정, 즉 분노와 부끄러움은 누군가에게 향할 것입니다.”
“그 대상이 황권이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번 전투에 관련이 되고 자신과 연이 끈끈하지 않으며 명을 어긴 자. 그리고 그 명이 혹 잘 수행되었다면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도 있다는 미약한 감정. 두 가지가 충족된다면 이번 패배의 책임이 모두 황권에게 쏟아질 것입니다.”
“공은 보지 않는다는 것인가? 황권이 지금껏 해 온 것도 있고, 수군을 크게 격파하여 남군에 묶어 두지 않았는가?”
“그런 것이 중요했다면 장안이나 낙양에서 직접 움직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적을 상대하다가 죽은 의제의 복수를 천명하지도 않았을 터입니다.”
“만일 그 말대로 황권을 경질하고 어중이떠중이가 자리한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겠군. 아니면 한번 황권에게 떠보는 일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방통은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하였다.
“위연을 꺾으면 계책을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위연이 저곳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면 아군을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니 말입니다.”
조단은 언덕 아래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위연의 군을 바라보며 턱에서 난 수염을 쓰다듬었다.
“유비가 패퇴하였는데 물러나지 않겠는가?”
방통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 인물을 그렇게 단순히 보면 아니 됩니다.”
“유비의 옆에서 서서 공을 큰 공을 세운 일은 듣지 못하였는데?”
“유비의 휘하에서 승리를 이끄는 전장에서 언제나 그의 옆을 지키기도 하였습니다. 홀로 공을 세우는 일에 크게 나선 것이 거의 없으니 쉬이 판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저기 보이는 군세들의 엄중한 군기를 보면 가벼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 시간을 들여 저들을 천천히 조여 가는 것으로 합시다. 유비가 패퇴하였으니 우리가 급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방통은 예를 표하였고 조단은 말고삐를 잡고 그곳을 떠났다.
유비의 패퇴는 단순한 패배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남군으로 향하는 이들의 사기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위연은 군을 물리지 않고 원수의 상류에 진을 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위연이 가만히 버티고 있음으로써 조단은 쉽게 움직이지도 못하였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이리저리 군을 움직여 보았지만, 위연은 굳건하게 지키기만 하였다.
조단은 답답하다는 듯 위연이 주둔 중인 곳을 스윽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위연의 깃발이 보였다.
“어찌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것인가? 어찌 말도 안 되게 버티는지 알 수가 없군. 저렇게 버티어 무엇을 얻는다고 저리 있는 것인지……. 상황이 이렇다면 물러나든가, 아니면 공격을 해야지.”
“하여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지 않습니까? 문 장군이 진군을 한다고 하지만 본대를 움직이지 않고서야 끝을 내기 어려우니, 위연이 원하는 바는 얻었지요. 반면 굳건한 저들 때문에 우리는 여기 붙잡혀 있으니…….”
조단은 고개를 돌려 방통을 바라보았다.
“방법이 없겠나?”
“성정이 꽤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군의 도발에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굳건한 마음을 먹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움직이면 유비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고요.”
“모든 결정에 유비를 앞에 둔다는 것인가? 자신의 성정을 죽일 정도로?”
“유비의 안전과 의도를 우선하고, 그 뒤에 자신의 생각을 한다는 게 맞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
“우선 속을 계속 긁어야 할 것입니다. 여인의 옷이라도 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방통의 말에 조단과 조충은 순간 웃음을 뿜어내었다.
“하하핫!”
“진심입니까?”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저렇게 차분히 적을 기다리는 숙장(宿將)의 심기를 거스르려면 시답지 않은 일이라도 해야지요.”
방통의 말은 얼마지 않아 실현되었다. 위연의 앞에 여성의 옷이 놓였고, 조단의 서신이 올려져 있었다. 위연은 집게손가락으로 여성의 옷을 들어 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엇인가?”
“적들이 보낸 서신과 물건이옵니다. 이상은 없습니다.”
“내 눈에는 이상이 있어 보이는데, 아닌가?”
“혹시 문제가 있을지 몰라 확인해 보았습니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이 선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 하고 묻는 것이다.”
“장군의 위용에 선물을 보낸 것이 아니겠습니까?”
“서신은 읽어 보았느냐?”
“장군께 올라온 서신을 어찌 저희가 읽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군.”
위연은 서신을 열어보자마자 인상을 찡그리고 구겨 버리고는 내동댕이쳤다.
“염병할. 어찌 걱정한 바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무슨 말씀입니까?”
“저것은 태워버리거라.”
병사가 그것을 보고 굉장히 아깝다는 듯이 바라보자, 위연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가지고 싶더냐?”
병사는 아무런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기야 얼핏 보아도 혹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진 옷이었다.
“모욕하는데 이 정도 물건을 이용했다면 이전을 해주어야지. 어차피 내 직접 불에 붙이지 않으면 누군가 가져가겠지. 그럴 바에야 이것을 가져온 이에게 주는 것이 좋겠지.”
“감사하옵니다.”
위연은 그것을 내주면서 부하를 빤히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냥 주면 모양이 빠지지 않겠느냐? 딱 보아도 한껏 비싼 물건인데 말이다.”
“하면…….”
위연은 그저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 * *
위연이 북을 치며 군을 이끌고 나왔다. 조단은 놀란 눈으로 밖으로 나왔지만, 금방 약간 아쉬운 것 같은 표정을 보였다. 적을 살펴보니 잠시 나왔다가 들어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꽤 화가 났기는 했나 보군. 이렇게 뛰어나와 북을 치면서 오다니 말이야.”
“욕이라도 하러 나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적진에 보낸 게 어지간한 내용이 아니지 않습니까.”
“병사들도 아마 이 내용을 봤으면 아마 뛰어나와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을 겁니다.”
“위연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렇지 않소이까? 군사?”
방통은 인상을 찌푸리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내기에는 어려울 듯합니다만…….”
밖에서 옷을 가지고 싶다던 인물이 괴상스러운 춤을 추고 있었고, 위연은 껄껄껄 웃으며 서를 읽었다.
[그대가 나에게 여복을 건넨 것은 이러한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나 나는 한조의 충신이자 한조의 일익이신 진왕 전하의 한쪽 팔인 장수이니, 그러한 부끄러운 일은 할 수 없어 이렇게 수하에게 입혀 이를 보여주고자 하네. 하나 내 그대 나라의 취향은 참으로 이해가 어려우네. 남자가 여인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것을 즐기니 이는 한조와 다르다 여길 만하네. 내 듣기로 오국에는 그런 이들이 있다고 들어내 수하의 수치를 감수하고라도 그대들의 눈에 맞추고 싶어 이리 왔으니 즐겨 보게. 혹 나를 모욕하고자 이런 것을 보낸 것이라면 명을 지키기 위함을 모르는 것이고, 혹 무도하여 조단 그대가 이런 것을 즐기는 인물이라면 내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 차마 모욕을 주게 되었으니 말이네.]위연은 그리 말을 하고 수하의 옆에서 같이 춤을 추었고 이내 다시 말에 탔다.
“싸우고자 한다면 이러한 모욕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나를 끌어들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머리도 쓰지 못하여 이런 하찮은 수를 썼다면 스스로 부끄러워야 할 것이네.”
조단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모든 것에 무심한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번의 일은 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듯싶었다.
“저하, 참으셔야 합니다. 위연의 계책이니…….”
조단은 방통의 말에 겨우 감정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함정이겠지. 그러나 하나는 맞지 않는가?”
방통은 이상함을 느꼈고 조충은 나팔을 불었다. 기마들이 순식간에 달려 나왔고, 조단은 빠르게 성벽을 뛰어내려 말에 올라섰다.
“위연을 이곳에서 잡는다!”
방통은 놀라 조단을 불렀으나 조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성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붉은 말들이 조단의 뒤를 따르며 위연을 잡기 위해 함께 뛰쳐나갔다. 방통은 주먹을 쥐고 성문을 내리쳤다.
“막아야 하오!”
조충은 별것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닐 것입니다. 위연이 함정을 만들었다고 해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함정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을 터, 오히려 저자가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