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67
467화
하제의 북소리와 함께 가장 앞에 선 몽충들과 이들을 호위하는 노요들이 움직였다. 마치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재빨랐다. 그런데 적진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적선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몽충은 속도를 더욱 내어 적 투함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럼에도 황권의 군세는 마치 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상대하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그들을 피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하제도 이상함을 느끼었으나 이미 적진 깊숙이 들어갔고, 몽충의 구조상 방향을 트는 순간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에 더더욱 파고들었다.
황권은 과거 감녕을 토벌할 때 들었던 깃발을 들어 올렸다.
[투함은 촉의 거산과 같고.] [몽충은 촉의 검과 같다.]이를 아는 것은 감녕과 함께한 이들 뿐이니 쉬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몽충들이 투함을 들이박기 위해 움직였을 때,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투함의 앞에는 당목이, 옆에는 기괴한 형상의 충파가 튀어나와 있었다.
몽충은 순간 갈 길을 잃은 것 마냥 어쩌지 못하였다. 어찌하겠는가? 원래는 적선에 닿아 바닥에 구멍을 뚫거나, 배와 배를 고정하여 적을 노려야 했으나 다가갈 수가 없으니 어찌할 바가 보이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옆구리의 노들을 노리는 방법이었지만 그들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몽충이 들이닥친 쪽의 노는 사라지고 괴기한 충파만이 보이고 있었다.
쿠타다다당!
황권의 투함에서 화살과 쇠몽둥이 같은 것들이 쏟아지며 갈 길 잃은 몽충을 부숴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충파를 일부러 부딪혀 마치 갈아 버리듯이 뒤집거나 파괴했다.
멀리서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하제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냥 놀기만 한 이들은 아니었군. 나는 그냥 유비에게 불합리한 명을 받은 뒤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준비를 많이 하였구나.”
하제의 북소리가 바뀌며 낯은 음이 퍼지자, 앞으로 나아가던 배들이 멈추고 뒤로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투함과 주가들이 나타났다.
황권의 몽충은 투함을 노리며 빠르게 달려왔으나, 주가가 한 발 빨랐다. 주가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몽충의 진행을 방해하였고, 곧 속도가 줄어든 몽충에 갈고리가 걸렸다.
땅땅땅땅!
걸린 갈고리들은 몽충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할 뿐만이 아니라, 그 줄을 타고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길이 되었다.
황권의 병사들은 걸린 갈고리를 빠르게 끊어 내려 하였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둘도 아니고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으니 피할 수 가 없었다.
하제의 북이 빠르게 두들겨졌고, 그 북소리와 함께 주가들이 적들 사이사이를 헤집었다.
“적들이 거산과 같다면 우리는 불과 같으니, 거산이 움직이지 않으면 모조리 타 버릴 뿐이다.”
하제의 말처럼 촉의 검이라 불리는 몽충을 처리한 뒤, 주가들은 투함의 옆으로 붙기 시작하였다.
분명 투함은 거산이라 불릴 만했다. 작은 불길을 귀찮다는 듯 한 번의 움직임으로 털어 내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투함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옆에 달린 충파로 인해 주가는 짓이겨졌고, 그 물살에 휘말렸다.
그러나 파괴한 것보다 더 많은 주가들이 투함에 달라붙자, 투함 또한 통제를 잃어버린 위험한 순간.
황권이 숨겨 둔 두 번째 몽충이 주가를 향하여 움직였다.
콰자자자자작!
몽충들이 투함에 붙은 주가들을 부숴 버렸다. 황권은 마치 하제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공격을 모두 대비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송의 수군은 감녕의 전투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와 사용하였다. 적들의 배를 빼앗아 국가에 환수하기 위한 공격이 다수였고, 지금까지는 송이 강했기에 쉬이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촉의 수군 역시 오랫동안 감녕을 상대해 온 이들. 이들 역시 항상 밀렸지만 강력한 적과 싸워 오던 군사였다.
그러하니 황권의 수군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가진 마음가짐과 전투 숙련도는 완전히 달랐다.
“갑 투함을 전진시켜라.”
황권의 명이 떨어지자, 벽을 높게 올린 투함들이 앞에서 방어하던 배를 지나쳐 적의 노요, 주가를 분쇄하였다. 그러면서 강 위에 성벽을 올린 것처럼 단단한 방어선을 세웠다.
하제는 실소하였다. 유비에게 사실상 버려진 황권은 상대하기 쉬울 거라 생각하였는데, 적을 너무 가볍에 여긴 자신에 대한 실소였다.
당장 저들을 어찌 상대해야 할지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저 배로 만든 성벽을 갈고리로 오르는 것도 무리인 듯했고, 무작정 공격 명령을 내리기도 어려웠다.
가장 쉬운 방법은 더욱 많은 물량을 이용해 밀어 버리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공성전을 할 때와 같아 분명 쉽지는 않으리라.
“강 위에서 공성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쓸 수 있는 방비가 한정 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우리도 공성을 할 수 있는 재료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이전의 전투로 투석함들을 모조리 잃었으니 말이다.”
하제는 잠시 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회군을 지시한다.”
“충!”
하제의 명에 아래편에 있는 병사 한 명이 힘차게 깃을 흔들었고, 동시에 징과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석함의 수리 시간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장인들의 말을 빌리면 투석기만 옮겨 새로 만드는 것이 빠를 것이라 하였습니다.”
“구조가 틀리니 어려운 일임을 그들도 알 터인데?”
“그냥 새로 건조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을 은유한 것 같습니다.”
“그럼 화공을 철저히 준비해야겠군…….”
저번의 일로 도리어 화공을 준비한 하제의 피해가 더욱 컸기에, 이번에는 적을 전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법대로 함선에 올라 빼앗는 방법을 쓰려 하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방법이 되어 버렸다.
“유비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 주겠군.”
* * *
이전은 향총을 격파하고 북상하는 과정에서 수군의 상황을 보고받았다. 황권이 이번의 전투에서 방어에 성공하였고, 하제가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전은 자신의 앞에 놓은 말들을 바라보며 기마들 몇 개를 쥐었다.
“육군들은 퇴각을 위해 슬슬 뒤로 빼고 있고, 수군은 굳건히 지키는 이유는… 아마 물길을 따라 바로 양번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겠지.”
이전은 기마들을 유비가 퇴각을 할 것이라 생각되는 곳에 두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었다. 제아무리 유비가 큰 패전을 당했다고 하지만, 대비도 전혀 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설령 정말 퇴각한다고 해도 함정을 파 두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향총이 급하게 움직인 이유 또한 거기에 있을 터이니.
“그럼 가장 중요한 것은 황권이 수군을 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로군.”
이전은 빠르게 명을 내려 황권의 수군이 어디에 정박 중이고, 어디에서 움직이는지 확인하였다.
이에 이전은 북상하는 것을 멈추고 황권이 주둔할 수 있는 곳들로 일일이 군을 움직였다. 그리고 심구에서 황권의 군세가 주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은 공을 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저들을 온전히 무너트리기 위해 하제에게 연락하였고, 하제는 이 소식을 듣고 나서 무릎을 치며 웃음 지었다.
“드디어 황권을 잡을 수 있겠구나.”
한편, 이전과 하제가 동시에 움직였다는 걸 확인한 황권은 부관을 불러 모았다. 그를 바라보던 부관이 물음을 던졌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황권은 아무런 말이 없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살짝 웃음을 지었다.
“항복하는 것이 맞을 것이네.”
“명을 어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항복을 하면서도 시간을 끌면 될 일이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너희를 설득한다고 핑계를 댈 것이다.”
부관들은 어이없는 황권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가끔 불을 내어도 좋다. 뭐, 없앨 물건이 있다면 그리하거라.”
“충!”
부관들은 결정이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나갔고, 황권은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살 사람은 살아야 할 터이니 말이다.”
황권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장이 묻힌 곳을 향하여 절을 하였고, 유비가 있는 곳을 향하여 예를 표하였다.
“무릇 끝을 낼 때에도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에는 하제의 수군이, 목책 밖에는 이전의 군세가 그 위용을 뽐냈다. 황권은 서신을 보내어 귀부를 논하였고, 하제와 이전은 묘한 표정으로 황권을 바라보았다.
“그대의 귀부를 받아 달라는 이야기요?”
“그렇소이다. 내 병사들을 모두 설득하여 귀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군은 하 장군도 쉬이 상대하기 어려워하시는 수군을 가지고 있는데, 제 몸만 이렇게 넘어오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하제는 황권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겠소?”
“열흘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열흘이 전 주인에게 주는 시간입니까?”
이전의 물음에 두 사람은 말을 멈췄다. 이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황권을 바라보았다.
“아군을 이곳에 잡아 두려는 이유도 알고, 그 방법이 이처럼 별것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제와 황권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이전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그 방법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군요.”
황권은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나를 모욕하는 것이오?”
“모욕이라니요? 아군과 같이할 장군을 어찌 모욕하겠습니까? 차라리 공을 세우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말을 전해드리는 것입니다.”
“옳은 길은 아닌 것 같구려. 나는 내 가격이 꽤 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나는 지금의 상황으로 내 가격을 매기고 싶소.”
그들이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자 황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협박하듯 말했다.
“지금 자네들은 나에게 물길을 내어 달라고 하는 것이오. 항복하면 물길을 내주겠지. 그 가격은 열흘, 열흘이오. 설마 열흘 동안 그대들을 못 막을 듯싶은가?”
“수하들의 뜻도 같습니까?”
“같이 산화하는 일이야 수하들 전부의 뜻을 들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소?”
황권의 물음에 하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전을 바라보았다. 수군에 대하여 잘 모르는 이전으로서는 불만이 가득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하나 안심하시지는 마시지요.”
이전의 뼈가 든 말에 황권은 살짝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