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이전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승태가 친정하여 호양까지 진군하였고, 기기묘묘한 장비들을 가지고 나와 적들을 상대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승태와 그의 군세는 마치 무기상들이 전장에서 직접 자신들의 무기를 시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장에 나온 승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각각의 투석 무기들과 거노들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무엇이 다른지 물어도 되겠는가?”
그러자 공학박사 중 한 명이 나와 예를 표하였다. 승태는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무엇이 다른 것인가?”
“단순히 투석하는 게 아니라, 인마를 살상할 수 있는 물건들을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화살 같은 것을 함께 날리도록 만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재미있는 말이로군.”
승태는 탄환을 이리저리 바라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용도로 사용이 되어야 이리저리 가지고 다닐 의미가 생길 테니 말이다. 승태는 잠시 멈추어 무엇을 생각하며 다른 것도 물어보았다.
“유청을 이용한 물건이나 화약은 어찌 만들어지고 있는가?”
“유청은 전하께서 이르신 대로 분리를 시도해 보고는 있으나, 어려운 점이 있어 우선 발화가 낮은 술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분류를 하고자 합니다.”
“하기야…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 그래도 덕분에 연구비는 많이 얻을 수 있지 않은가? 하하하!”
“그렇기는 하옵니다. 전하의 도움으로 술을 생산하는 고리를 내주고, 이에 도장을 받는 것만으로 연구비를 벌어들일 줄은 몰랐사옵니다.”
“그 정도 크기의 소줏고리를 만들 수 있는 것 정도는 나라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화약은 어떠한가?”
“연단에 능한 도사들을 불러 전하의 명을 이행해 보려 했으나 영 전진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추가적인 불순물로 인하여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안전에도 꽤 문제가 많았습니다.”
공학박사의 말도 당연한 것이, 이 시대의 기술로 유황이나 초석을 정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이고 당연히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터였다. 심지어 둘을 조합한다는 건 더더욱 위험한 일.
그러한 이유로 연단에 자신 있다는 사기꾼들을 모아 화약제조에 투입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죽는 일이 꽤 많았다.
제도적,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승태였지만, 무기에 관한 것만큼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 피상적인 지식을 알고 있을 뿐.
주변과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고자 노력은 해보았으나, 승태가 알고 있는 얄팍한 수준의 질적 향상은 금세 주변에 알려지기까지 했다.
철에 대한 것은 납치나 협박을 포함해 기술자들을 노리는 것도 여러 번. 승태는 아예 적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물건들로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급한 일은 아니고, 우선 기록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공학박사들을 다그치지는 않았다.
“급하게 할 필요는 없네. 화약을 대량으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야 아는 바이니, 소량으로라도 비율을 맞추어 제작해 보는 것으로 하게. 그보다 유청 분유 작업이나 강철에 대한 정량화 생산에 관한 연구를 집중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승태가 다시금 걸음을 옮기자 박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승태는 공병들이 수급 장비들을 만드는 것을 보며 물었다.
“물을 깨끗이 먹는 것은 병을 예방하는 데에 가장 중요하네. 하니 이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야.”
“그러하옵니다. 하여 정수와 정수된 물을 보관하는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고, 이내 서서가 빠르게 달려와 승태의 옆에 서서 무엇인가를 전하였다.
승태는 군내의 물건들에 대하여 고하는 이들에게 손을 휘저었고, 이에 박사들이 한꺼번에 물러 나갔다. 승태가 숨을 내뱉자 보즐이 빠르게 달려가 승태가 앉을 의자를 가져왔다.
“유비가 퇴각하였고 결국 방 군사의 생각대로 기세를 크게 잃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주군의 생각대로 황권을 포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권의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
“수군과 이전의 군세를 열흘 동안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승태는 순간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부를 청하면서도 전 주인에게 충심을 보이는 것은 무엇이라 해야겠습니까?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충신이 보여야 할 모든 것을 직접 나타내는 이 아니겠습니까?”
승태가 껄껄 웃는 것을 본 서서는 약간 진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하나 이번 일로 유비를 잡지 못한다면… 큰 그림이 어그러질 수도 있습니다.”
승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서를 보았다.
“그에 대한 대비도 이미 많은 것을 해 두었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사실 방 군사의 원래 목적은 유비의 죽음이 아니라, 유비가 직접 움직인 전장에서 그 기세를 꺾은 뒤 미래를 끊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지만, 불순한 의도로 아군에 귀부한 인물은 어찌해야 할지…….”
“상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비의 휘하에서 일하던 높은 인물이 귀부한 것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 그를 닦달할 일은 아닙니다. 유비가 급사한다고 하여도 그 분노를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인데, 이러한 미담과 안타까운 일로 덮어 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승태의 말에 서서는 예를 표하였다. 이에 승태는 서서에게 웃음을 지었다.
“결국 전쟁도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부와 외부 모두에 보이는 모습은 잘 포장해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하긴 하지만 장수 하나로 인하여 큰 것을 놓치게 된다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익주의 명사를 포섭하면 후일 다른 익주인들을 포섭하기에 쉽지 않겠습니까?”
서서는 유비를 큰 것으로, 황권은 작은 것으로 보는 듯했다.
“굳이 유비라는 구심점으로 뭉친 이들에게 원망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원한이란 무슨 일을 하게 할지 모르는 법이지 않겠습니까? 하여 우리가 장비를 죽이는 일에도 그 칼을 손가에게 쥐여 주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는 하나 유비를 놓치는 것만 중한 것이 아니라, 양번을 다시 차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유비의 몸이 좋지 않으니 분명 양번에서 머무를 것이고, 이다음은 양번의 요새화가 더욱 강해져 쉬이 넘기 어려울 것입니다.”
승태는 순간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에 머쓱한 마음이 들었다. 서서의 관점에서는 유비가 서 있는 곳은 진나라가 총력을 다하는 장소가 될 것이니 양번으로 들어서기 전에 유비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서서의 말이 맞다.’
한 번 이렇게 크게 데였으니 양번을 틀어막아 버린다면 양번을 넘을 기회는 유비가 죽을 때까지는 어림없을 터. 그리고 승태는 굳이 유비 세력과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각을 세운 것은 순가의 인물들이지 유비의 세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전쟁이 일어났으니 좋게 좋게 흐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유비보다 빠르게 움직여 양번을 얻어 내야 한다.’
생각을 마친 승태가 입을 열었다.
“유비가 양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점령할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일로 유비도 아군과 그들의 군세의 차이가 단순히 일신의 역량으로 뒤엎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하면 분명 주군과 싸우는 것을 피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하니 그들을 막으려면 할수록 분명 농성을 위한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녕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서서는 고개를 저었다. 양번이 굳건하다면 당연히 그 안에서 싸울 것이었다. 특히 그 상대가 강대하다면 강대할수록 농성을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서서는 잠시 생각을 하며 승태에게 물음을 던졌다.
“진왕과 만나는 것은 어떠하시겠습니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진왕은 회군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굳건한 위연을 세운 게 아니겠습니까?”
서서의 말은 승태를 미끼로 만들어 유비의 시간을 빼앗으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러한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위험 부담이 큰일이었다.
그러나 승태에게도 시대의 거물인 유비가 마지막을 맞이하기 전, 그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 준비해 두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녕 가신다는 말입니까?”
서서는 자신이 말하고도 가납할 줄 몰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럼 설마 흰소리를 내게 올린 것입니까?”
“아니옵니다. 흰소리라기보다는 위험한 자리이니 주군께서 피하실 것으로 생각했고, 다른 방도를 찾고자 했습니다.”
“다른 방도를 생각한 바가 있습니까?”
“유비를 끌어들이는 방도라기엔 조금 모호하지만, 유비가 돌아가는 도중에 양번 내부에서 난을 일으켜 선택을 유보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방법이야 다 진행해 보면 될 일이지요. 혹 아니 될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진행하겠습니다.”
승태는 물러나는 서서의 뒤를 바라보았다. 아마 양번에서 난을 일으킨다는 것은 자신의 친우들을 희생하는 것일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런 일에 자신의 불평이나 불만을 이루어 만들어내지 않는 서서였다. 그러한 자들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느니, 그런 이들에게 부를 나누어 달라는 부탁 한번 말이다.
“세를 만들지 않는 것은 주인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일의 연속성을 생각한다면 응당 세를 이루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형주 출신에서 단가인 서서는 방통이나 제갈근과 같은 이들과 연이 있었지만, 이외에 그다지 세를 이루지는 않았다.
“아니면 강제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가?”
이익을 나눌 사람들이 있으면 분명 강점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들로 인하여 약점도 생기는 법이었다. 승태는 서서가 이익의 기반 위에서 있기를 바라였다. 가장 무서운 일이 어떠한 이익도 바라지 않는 인물이 자신과 반대되는 신념을 가지는 것이었다. 만약 그리된다면 대화가 먹히지 않을 터이니.
걱정을 나누는 이들이 모이면 어떠한 뒤집어엎어 버리는 법이지만, 이익을 나누는 이들은 타협하고 논의하는 법이었다.
“타협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최소한의 방도를 생각할 수 있는 법이고, 이해가 가는 법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은 그저 괴물이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승태는 서서가 혹여 다른 이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서서가 독인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황권과 같은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한다면 응당 후일 그대를 위해 그대의 충심을 이어 나갈 것이니…….”
* * *
서서는 서신을 보내며, 승태는 이번 일을 허락했지만 유비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비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승태의 이번 제안에 담긴 의도를 읽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또한, 유비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유비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승태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지금 눈앞에 펼쳐졌다.
승태와 유비 두 사람은 그 어떤 호위 군대도 거느리지 않고, 서로 각자 세 명의 호위병만 데리고 오기로 하였다.
“참 오래 격조하였습니다, 유 사군.”
“그렇소이다. 공자.”
과거 서로의 호칭을 부른 두 사람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련한 마음이 그들의 가슴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