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7
삼국지 : 미완의 군주 46화
건안3년, 조조가 장수와 유표에게 다시 군대를 일으켰다. 그때를 맞추어 승태
도 군을 일으켜 여강의 원술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였다.
승태가 이끄는 병사와 고순, 장료, 진등이 빠르게 움직여 합비 일대까지 진격
하자, 원술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다시금 군을 모았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상황이 된 원술을 도우러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승태의 옆에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연이와 흉갑만 착용한 오용이 서서 승태의
갑주를 매만지며 말했다.
“굳이 전장에 나서야겠습니까?”
오용이 묻자, 승태는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장군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무리하게 군을 이끌어 나온 것도 조정에
서 말이 나올 겁니다. 차라리 이번에 조정에서 고 도독에게 편장군직을 내린
다고 하니, 물러나시고 고 도독에게 일을 맡기는 게 어떻습니까?”
승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불가한 일이라니까요? 고 도독이 저번에 다른 병사들을 다루는 걸 봤잖아요.
무슨 다 함진영 같은 병사들이 아닌데, 화병(火兵) 없이 다 말린 음식이나 먹
이려고 하고. 차라리 내가 나서서 부대를 지원하는 겸 관리하는 게 나아요.
그리고 제가 지휘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후방에서 지원하는 거라니까요?”
오용은 인상을 찌푸리며 승태의 갑주를 두드렸다.
“그런데 이런 갑주를 가져오셨습니까?”
두정갑과 비슷하게 특별히 만든 승태의 갑주는 움직이는 것은 편했지만, 입는
것이 불편해 꼭 입혀 주는 사람이 꼭 필요했다.
“그래도 전장에 나왔는데, 가장 높은 사람이 편하게 돌아다니면 병사들이 갑
주를 어찌하겠어요? 당연히 안 입겠죠.”
훈련 상황에서 매번 군장도 제대로 안 메고 돌아다니면서 복장을 지적하던 대
대장이나 중대장을 정말 혐오하던 승태였다. 그렇기에 그는 늘 무거운 갑옷을
입고 순찰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골병듭니다. 이 무거운 갑주를 차고··· 하이고, 어차피 말
을 들을 분도 아니고······.”
“연아, 식사는 언제야?”
“한 시진 뒤입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 시진 정도 돌고 올게. 화병들 시켜서 재료 좀 다듬어 줘.”
그러자 오용이 다가와서 물었다.
“소주, 아니, 주인님, 진짜 음식 조리를 해야겠습니까? 그 정도 일이야 저와
연이가 하면 됩니다. 소주께서 음식이나 만드는 일을 한다고 주변에서 놀림거
리라도 되면······.”
“놀리라지요.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하다고요. 저는 제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이들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거기서 먹어야 병사들도 별말 없이 먹을
거 아니에요.”
고순이나 장료 같이 직접 달려 나가 싸우는 장수들에게 특별히 고기를 내줬
다. 그렇기에 다른 병사들이 불만을 가질 것을 염려한 승태는 그 자리에서 그
들과 같이 음식을 먹기로 한 것이었다.
‘군대에서 밥 거지 같이 나오는 것만큼 화나는 일이 없어요. 특히 누군 잘 먹
고, 누군 이상한 거 먹으면 정말··· 어휴··· 내가 병사들이랑 똑같은 음식 먹
는데 누가 뭐라 말이 나오면 진심으로 분란 종자니까 잡아내야지.’
승태가 막사에서 걸어 나오자, 그 아래에 보이는 수많은 막사가 보였다. 그
때, 옆에서 부하들과 도박을 하던 창희가 승태를 보자마자 벌떡 자리에서 일
어나 달려왔다.
“좀 쉬시지, 어찌 나오셨습니까?”
그런 창희를 본 승태는 쭉 훑어보면서 물었다.
“쉬라고 했는데, 막사 앞에서 이렇게 지키고 있는 겁니까?”
“주공, 말은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불편하니 익숙해질 때까지 봐주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것은 뭐··· 호위장인 자룡 공도 주변 정찰을 나
간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서 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합비까지는 아군의 영역이라지만, 이를 넘으면 쉬는 것도 어려울 텐데, 쉬시
지요.”
“아닙니다. 누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찌 압니까? 시중에서 듣기에 원술 놈이
진왕전하도 암살자를 보내서 죽였다고 하는데, 어찌 마음을 놓겠습니까? 그리
고 다른 놈도··· 문제고요.”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아 듣지 못했지만, 어떤 뉘앙스의 내용인지 추측이
가능했다. 창희가 조안민의 부친과 조부를 지극히 생각했다는 것이 많이 느껴
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조조를 의식하는 것이겠지 부친을 진짜 죽였다고 하면 누구든 거리낌
없이 어떤 방법으로든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럼 옆에 같이 서서 순찰하는 것으로 하죠.”
창희는 승태의 말에 마치 이쁨 받는 강아지처럼 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로 그런 표정을 지으면 좀 무서운데··· 조금 귀여워 보이기는 하네.
불독을 키우는 느낌이 이런 건가?’
창희는 그간 승태에게 묻지 못한 과거 이야기들을 묻기 시작했고, 자신이 엄
청 어렸을 때 한 번 봤다고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군병들의 막사 상황을 쭉 훑어보고 온 승태는 오용의 도움을 받아 갑주를 벗
고, 바로 칼을 들었다. 그러고는 연이와 화병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자리에 들
어갔다.
“얼추 재료 준비는 다 됐네요?”
“예. 이제 탕으로 끓이고, 조만 찧어서 삶으면 됩니다.”
“병사들 사이에서 두부는 어떻던가요?”
“반응이 엄청 좋습니다. 처음 먹는 음식임에도 쉽게 만들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콩을 좀 많이 쓰다 보니, 자주 먹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긴, 아직 대다수가 잡곡을 주로 먹는 상황에서 보급에 콩만을 대다수 가져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응은 좋으니, 나중에 보급을 조정할 때 생각해 봅시다.”
“예.”
승태가 이제 음식이 마련되어 탕을 꺼내어 놓자, 각 부대로 탕을 가져갈 병사
들이 줄을 섰다. 커다란 솥 하나씩 들고 가는 병사들을 보며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은 무쇠에 있는 탕의 국을 네 그릇 퍼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승태는 오용과 창희, 그리고 연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모두가 후루룩거리는 소리와 함께 탕을 먹기 시작했다.
탕을 빠르게 먹고 있던 창희가 물었다.
“오늘은 그··· 콩으로 만든, 말캉말캉한 것이 없습니다. 그거 맛있던데······.”
“두부 말입니까?”
“예, 두부.”
주변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콩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보급량에 비해 필요량이 많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창희가 입맛을 다시자,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따로 만들어서 보내 드릴게요.”
승태의 말에 창희는 탕을 들고 일어나 기쁜 듯이 소리쳤다.
“오후! 아차차차차.”
괜한 호들갑에 탕이 흘러넘칠 뻔하자, 창희는 서둘러 중심을 잡았다. 그러고
는 다시 자리에 앉아 빠르게 후르륵 마시기 시작했다.
탕이 바닥을 드러내자, 창희가 승태를 보며 물었다.
“화병 일은 어떻습니까?”
승태는 게슴츠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뭔 사람들이 볼 때마다 물어보냐? 사람들 음식 만들어 주는 게 죄야?’
“아, 그 일을 낮게 보려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일만에 가까운 병사들의 음식
을 책임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화병 중 요리에 능한 이들을 뽑아서 하지 않습
니까? 뭐, 저야 크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그리 빨리 일어나시는데, 힘들지 않기는요.”
“그건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지요.”
창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목께서 작금 할 일이 없다고 하시지만, 여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장수들에
게는 큰 감사를 느끼게 만드십니다. 또 일정 시진마다 병사들을 확인하시니,
병사들의 군기 또한 엄정히 유지됩니다. 또 매일 일들을 적어 공과와 이를 바
꿀 내용을 적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하시다가 혹시······.”
승태는 손을 휘저었다.
“얼마나 일을 한다고요.”
그때, 막사 안으로 진등과 진궁이 들어왔다. 그러고는 둘이 예를 표했다. 진
등은 약간 반가운 마음인지, 곧바로 말을 꺼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조 서주.”
승태도 같이 예를 취하고, 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진등은 바로 자리에 앉아
말을 이었다.
“밖에서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일을 그리 많이 하시는 건 좋은 일입니다,
좋은 일.”
진등의 말에 창희가 눈을 부라렸지만, 그는 창희의 행동을 무시하고 말을 이
어 나갔다.
“그런데 그런 좋은 일을 아파서 못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도 많은데,
굳이 그러십니까?”
승태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진궁은 손가락으로 하나를 들어 올렸다.
“하나만 바꾸시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 음식 만드는 걸 반대할 것 같은데··· 그래도 화병들이 아
직 좀 부족한데······.’
그러나 승태의 생각과 달리, 진궁은 다른 곳에서 반대를 내밀었다.
“저녁에 병사들의 공과 벌, 그리고 여러 일을 적어 상신하는 일은 제가 하겠
습니다.”
“예?”
승태는 진궁의 말에 의문점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게··· 흐음······.”
그러자 진등이 손을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다가 이상한 것을 쓸까 봐 진 선생께서 나서시는 게 아닙
니까? 그리고 어차피 조 서주가 집중해서 써 봐야 상신하는 글로 바꾸어야 하
는데, 그 일도 줄이시겠다는 겁니다.”
승태는 진등의 말에 뜨끔하여 진궁에게 물었다.
“내용도 짧고, 여러 이상한 말이 없어 읽기는 좋은데··· 조정에 올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승태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까?”
진등은 웃음을 지으며 창희에게 물었다.
“초면인 분이 있습니다.”
창희는 진등의 능글맞은 모습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불만 있소?”
“이분도 참 성격 대단한 분이시네요. 관직은?”
“없는데, 문제 있소?”
진등은 인상을 찌푸린 창희를 무시하고 승태에게 말했다.
“고 도독과는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제가 조 서주를 잘못 생각한 듯합니다.
철저한 사람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승태는 그런 진등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딱히 사람 안 가립니다. 그저 필요한 인물이면 최대한 사정해서 모시고
올 뿐이지요.”
진등은 승태의 말에 웃음을 지었으나, 옆에 있던 창희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하며 주먹을 떨어 댔다. 왠지 여기서 중재하지 않으면 창희의 주먹이 나갈 것
같아 승태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태수께서도 장난은 그만하시지요. 호위장이자 무예 선생이신 조 가좌와 함께
제 호위를 맡은 분입니다.”
“그리하지요. 제 장난이 좀 심했습니다.”
진등이 예를 취하자, 창희도 승태의 눈치를 보더니 예를 취하며 말했다.
“나도 말이 좀 과했소.”
진등과 창희가 화해의 분위기를 보이자, 승태는 진등에게 물었다.
“회는 그만 드시라 했는데, 어떻습니까? 진정 끊으셨습니까?”
진등이 이에 대답하지 못하자, 승태는 한숨을 쉬었다.
“몸 걱정은 나보다 진태수가 먼저 해야겠습니다.”
“회 좀 먹었다고 그렇겠습니까?”
진등의 너스레에 승태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이 많다고 하나, 살이 빠지고 변도 시원치 못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진등은 변이라는 말에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조 서주께서 몸이 걱정된다고 하시니, 그리 말한 겁니다. 몸 상태를 좀 자세
히 써 달라 해서 이상한 생각은 마시지요.”
진궁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고, 창희는 고개를 저었다.
“제 말을 안 들으시니, 유명한 의원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원
화(元化, 화타) 선생은 아십니까?”
“알지요. 장강 일대에서 원화 선생을 모르면, 장강 근처의 사람이 아닐 겁니
다. 설마 선생에게 진찰을 받으라는 겁니까?”
“자주 받으셔야 할 것입니다.”
“끄응··· 제가 힘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하면, 만나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약조 드리겠습니다. 원화 선생도 만나고, 꼭 생선도 익혀 먹겠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저으며 진등에게 말했다.
“저는 태수를 오래 뵙고 싶습니다. 공을 세워 서주에서가 아니라, 후일 허도
로 가서 큰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전령으로 인하여 살짝 기울
어져 비스듬히 넘어졌다.
“원술군이 이틀 거리에 있다고 도독께서 전해 왔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일어나 말했다.
“전령에게 물을 전해 주세요.”
오용이 달려가 물을 퍼서 건네자, 전령이 물을 꿀꺽 마신 뒤 무릎을 꿇고 말
했다.
“원술의 본대가 직접 이틀 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여강 태수의 깃은 따로 확인된 게 없는가?”
“예.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여강 태수가 엉덩이가 무거운 것 같군. 알았네.”
승태는 진등과 진궁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술이 먼저 군을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진등은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성을 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적은 피해로 빨리 결착을
낼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왜 움직였느냐겠지요. 그래도 육안의 성은 꽤 잘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