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70
470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시 생각하기 어려운 점이 대왕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르길 철학의 기반은 소크라테스라고 하지만, 근대 철학의 논점을 모두 그분께서 정리해 두었다는 것이다. 중세와 근대를 구분 짓는 것이 종교라면, 동아시아는 이미 근대의 철학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 우리 시대의 위대한 철학자에서 발췌」
승태의 말대로 유비의 몸 상태는 양양성에 돌아가자마자 굉장히 악화일로였다. 이에 제갈량과 이엄, 유봉 등이 유비의 부름을 받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승태는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자 서서의 말대로 움직이며, 촉과 양양 내부의 혼란을 만들고자 이런저런 일을 진행하였다.
그런데도 아직 사주에 단단히 버티고 있는 관우의 모습이 영 껄끄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침표를 찍을 수 있으려면 관우를 넘어 낙양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우금 또한 건강이 좋지 않아 이래저래 전장의 진전이 생기지 않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호기롭게 군을 일으켜 승태를 상대하기 위해 남하한 조비 또한 청주는 태사자에게, 연주는 우금에 의하여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유비가 죽기 직전이라는 소식은 전장을 더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조비는 이러한 상황에 홧병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무엇을 하더라도 이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말해라! 그 어디에도 승전을 알리는 인물이 없는데, 내 누구를 믿고 군을 맡기어야 하는가!”
이에 사마부가 나섰다.
“이는 장수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선이 길고 넓으며, 적의 지역을 장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옵니다.”
조비는 인상을 찌푸리며 사마부를 보았고, 그는 서를 올리며 고하였다.
“송으로 간 사마의가 주군의 은덕을 갚고자 하여 이와 같이 서를 보내었습니다.”
“어떤 물건인가?”
조비가 손가락을 휙휙 내저어 보이자 내관이 빠르게 사마부의 서를 들고 확인한 다음에 마음이 급하여 서를 붙잡고 조비에게 가져다주었다.
“다른 이들은 배신했다고 하지만 이처럼 청주의 군이 어찌 움직일지, 또 지금의 상황에 불만을 가진 청주인들을 주군께 바치어 이제껏 얻은 은혜에 대한 도리를 보였습니다.”
조비는 껄껄껄 웃으며 주변의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밖에서도 나를 위하여 이렇게 일하는 친우를 두었으니 참으로 든든하구나. 한데 한자리를 차지했다는 이들은… 쯧.”
조비의 질책에 다른 이들은 아무 말도 못 하였다. 그때 사마부는 조비의 질책을 막았다.
“군주의 밝은 지혜를 따를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하여 신료들이 쉬이 따르지 못하는 것일 뿐이옵니다. 하나 멀리 간 제 형님 같은 분이야 적의 진영에서 일하니, 주군이 바라시는 바를 충족할 뿐이옵니다.”
“하하하하! 맞네, 맞아. 내 이곳에 오름에 많은 것을 잃었는데 확실하게 친우들은 얻었네. 또한 사마 가문의 지지를 받는 이 위나라가 어찌 흔들리겠는가?”
“실로 영명한 말씀이옵니다.”
서로를 띄워 주는 회의가 파해지고 신료들이 예를 표하는 그때, 누군가가 슬며시 물었다.
“저것을 한 번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혹 함정이라면…….”
“함정이라면 사마 가문이 이번에 실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형님이 동생을 버릴 리 없다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네. 자신들의 가문만큼은 끔찍이 아끼는 곳이 사마가 아니던가?”
“그러면… 이거 더 큰 일이 아닌가? 지금, 이 상황에서 사마 가문의 힘이 더욱 강해지면 그들의 등쌀에 어찌 살겠는가? 지금도 그들이 하북에서 이리저리 힘을 쓰면서 돈을 박박 긁어 가고 있으니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
“자네는 업성의 치안을 지키는 인간이 그런 말을 하는가?”
“치안을 지키더라도 돈은 좀 받아야 하지 않는가? 그들이 우리가 아니면 어찌 그곳에서 돈을 벌어?”
귀족주의를 표방하는 조비의 위나라에 국정 문란해질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언제고 올 테지만, 단지 그 시기가 문제였을 뿐. 그러나 지금은 너무 빨랐다.
이런 상황이 영 마뜩잖은 인물들도 있었으나, 그들에게도 자신의 관대함과 고귀함을 보이는 수단일 뿐이었다. 조비 휘하의 신하들에게 아랫사람의 희생은 당연하고 기저에 깔린 일이었다.
그저 그 희생을 신경 쓰지 않고 집어삼킬지, 혹은 때와 시기를 맞춰 삼킬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국정의 문란이 심각해진 위를 다스리는 조왕가, 그곳과 가장 친분이 두텁게 공을 많이 세운 사마 가문이 있었다.
“황문시랑 나가신다! 비켜라!”
사마부가 나아가자 초록 옷을 입은 이들이 그를 호위하듯 나서며 지팡이를 휘둘러 길을 텄다.
“쯧… 비천한 놈들이! 아주! 사마 가문 덕에 직을 얻더니 참으로 나라가 어찌 되려고.”
“진정 그러하네. 중정을 담당하는 이까지 사마가문이 장악하고 있으니 뭐 말 다 했지. 혹… 일이 틀어지면 사마 가문이 이 나라를 차지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여 군만큼은 하후 가문과 조씨들이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북방의 하후무 장군만 하여도 명성이 실로 높은데 저들이 무엇을 하겠는가? 이권을 장악한다고 한들 전하의 기침 한 번에 날아갈 뿐이네. 너무 크게 바라보지 말게.”
“그런가?”
“하후 가문이 휘청거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야.”
“그럼 그럴 일이 없겠군.”
사마부는 인상을 찌푸리며 걸어 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고민이 많은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이를 풀어 주고자 주변의 초록 옷을 입은 구품관인들이 사마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이리저리 그의 시선을 끌고자 하였다. 그러나 도리어 그들의 노력이 사마부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만, 그만!”
사마부의 큰 소리에 구품관인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고, 사마부는 그들을 치우며 머리를 짚었다. 사마의가 보낸 물건들은 꽤 정밀한 보고였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그 물건을 올리고 나서도 이 불안은 영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업성의 자택에 도착할때까지 똑같았다.
사마의가 던진 화두는 께름칙하기도 하였다.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가문 자체가 위험 할 수도 있으니, 작금 하북의 가문을 책임지는 사마부에게는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형님이 가문을 버릴 이유는 없을 터인데…….”
그럼 정녕 서신이 사실이라는 말이었다. 하나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이루려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 내용이 꽤 부실한 점이 있어 이득을 얻는다고 한들 한 가지 이득만 얻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어려운 수만 두는 형님이거늘 이번 수는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았다. 동조의 세력을 깎아 내려는 것. 그러나 단순히 동조의 세력을 깎는 것이 아니라 서신을 잘 보면, 그 목적지가 지금 동조의 중심인 임치를 향하는 것 같았다. 그뿐 아니라 우선 태사자가 움직일 공간을 끊어 내어 그를 안전하게 만드는 길도 보였다.
이를 보면 동조를 먼저 치고 태사자를 안전하게 만드는 작전을 세워 둔 것 같았다.
“배신은 절대 아닐 것이고… 송왕이 권좌에 앉았으니 그 계단이 된 황제는 이제 치워야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은 보이는데. 그렇다 해서 단순하게 생각할 것은 또 아닌 것 같고…….”
사마부는 사마의가 청주를 온전히 조비에게 내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조비와 친우의 관계라 하지만, 그 관계는 과거 조조의 후계를 선택하는 상황과 송왕이 아직 권세를 얻기 전의 이야기였다. 조비의 행동을 제어하는 역할도 하였고 말이다.
그러했던 사마의는 이미 송나라의 중신이 되어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하였다. 그것이 위나라처럼 가문의 세가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측신으로서 힘을 보이었다.
거기다 가문을 챙기지는 않지만, 가문의 장로라 불릴 사마공 또한 사마의를 돕기 위해 같이하였다. 거기다가 역병에 걸린 사마 가문 사람들이 수춘에서 요양한 뒤 승태의 휘하에 들어가 중히 쓰이고 있으니, 송에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을 터였다.
“너무 깊게 관여할 사항은 아니고 얻을 것만 얻고 빠져야겠군.”
사마부는 사마의에게 감사의 서신을 보내며 안부를 묻는 서신을 적었다. 이는 사마 가문의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가 이내 빠르게 관에 들어가 사본이 만들어지고, 사본이 사마의에게 향하였다. 그리고 원본은 업성의 치안을 맡는다던 인물의 손에 들어가 이리저리 확인을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뒤 내궁으로 들어갔다.
사본의 서신은 사마공과 사마의가 있는 하남의 사마 가문에 들어왔다. 사마 가문이 쓰는 서가 아니라는 걸 본 사마의였지만, 별것 아니라는 듯 그냥 열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왔느냐?”
안에서 사마공이 뒷짐을 지고 나오자 사마의는 서신을 건네며 말했다. 하남 사마 가문의 가주는 자신이었지만, 가문의 대소사를 참견할 수 있는 가문의 장로를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사마의는 서로의 관계를 위해 이렇게 고개를 숙였고, 사마공도 이런 것을 모르지 않기에 짐짓 받아들이며 사마의가 하지 못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
“부가 서신을 보내었습니다. 안부를 물었고 이번에 보낸 물건에 깊숙이 관여치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잘되었구나. 부가 형님들의 뜻을 잘 이해하니 멀리 있어도 든든하다. 정말 참으로 웃음만 나오는구나.”
“그러하옵니다.”
사마공은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물음을 던졌다.
“정녕 청주의 황제를 지워야겠느냐? 내 보기에 명군의 자질이 보이는 인물이다. 또한 봉후들의 충심을 믿으며 간신과 외척을 멀리하는 인물인데…….”
사마의는 순간 한숨이 들었다. 아버지와 같은 시대의 인물인 만큼 새로운 나라라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일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정리해야 합니다. 정당성과 함께한 명군은 후일 아조가 한에 독립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한조와 독립하지 못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아는 바이다.”
사마공은 그러함에도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다. 군주다운 군주가 한조의 끝에서 나타났다는 것에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따르는 주인이었고, 그분이 세운 나라의 번성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사마 가문과 동조하는 다른 가문, 또 뭇 인물들이 모여 근심을 같이하였다.
“자경 공이 남해에 도착했다가 이내 몸이 좋지 않아 귀환한다고 들었다. 주군께서도 자경 공을 보기 위해 전장에서 돌아온다고 하고 말이다.”
“그러하옵니다.”
“그 자리에 네가 앉을 것이냐?”
진궁에게 배움을 받은 사마의는 측신으로 언제나 옆에 섰던 그 자리는 자신이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마공은 사마의의 눈에 욕망에 크게 올라온 것을 보며 어깨를 잡았다.
“같은 곳에 오를 욕심은 응당 나라를 걱정하고 주군을 보필하기 위함임을 명심해야 한다. 주군께서 원직(元直)을 중히 쓰는 이유가 욕심은 덜어내고 걱정만 하고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
사마의는 자신의 경쟁자인 서서를 생각하며 약간 흠칫하였다. 나이 든 인물의 눈을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제가 잘못된 것입니까?”
사마공은 고개를 저었다.
“잘못되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충심에는 많은 것이 있지 않겠느냐? 나는 네가 의심 없는 충신이 되었으면 한다. 네가 남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근심을 꿰뚫어 많은 계책에 성공하였지만, 그러한 일은 적에게만 하는 것이다. 이곳은 너의 계책을 논할지언정 비난하고 빼앗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니, 네가 안에서는 근심을 같이하고 욕심은 독점치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