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장료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성 밖의 농지 중에서도 퇴직한 군인들이 받은 땅이었다. 장료가 그곳으로 향한 것은 자신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 퇴역 군인의 집성촌이라 불릴 수 있는 곳에 도착한 장료는 그의 깃발을 알아차린 이들로 인하여 둘러본다는 일 자체를 못 하게 되었다. 집성촌의 뭇 병사들이 달려 나와 장료의 방문을 환영한 것이었다.
이들은 물론 장료의 명성과 그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대례를 보이며 장료를 맞이하였다.
마을을 책임지는 현장 또한 뛰쳐나와 장료에게 예를 표하였다.
“소인, 이름 높으신 장 장군을 뵙니다.”
“이제 장군은 아니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왔으니 어찌 장군이라 불리겠는가? 그냥 도향후라 부르게.”
“어휴, 아닙니다. 이곳에서 장군은 장군이옵니다. 만일 장군을 대우치 않으면 이곳에 있는 이들의 손에 맞아 죽을 것입니다.”
“맞아 죽는다니… 과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아닙니다. 지나오시며 장군께 감사함을 보이는 이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한 가닥 한 이들이옵니다. 장군께서 기침 한 번을 하시면 모포를 만들어 헌납하고자 할 것이고, 장군께서 큰소리를 지르면 그대로 따를 것입니다. 심지어 장군께 큰소리치는 자는 죽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장의 말은 장료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 밖의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장료나 장호는 멋쩍은 웃음만 남길 뿐이었다.
“내 전하의 특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온 것이네. 군공을 세운 병사들이나 더 몸이 군역을 이행하기 어려운 이들이 나간 뒤에 혹여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살피러 말이지. 그게 아니더라도 실태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고 말이네.”
“문제라 할 것은 그다지 없을 것입니다.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이들은 공을 세우거나, 공을 세우기 위해 임하다가 크게 몸을 다친 이들입니다. 어찌 그런 일들을 만들겠습니까?”
“내 직접 둘러보지.”
승태의 땅에서 퇴역 군인은 어떻게 보면 충심과 능력이 검증된 집안이었다. 그러한 집안에서 기조를 쉽게 깰 리는 거의 없었다. 그들이 먹고살 만하면 충심은 언제나 이어질 터.
그러하니 이들에게 적절한 부를 내려 주고, 노력하는 만큼 그 부를 모을 수 있도록 하였다. 퇴역병들 또한 기반을 계속해서 만들어 왔고, 그 결실이 이제야 계속 맺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학교와 의원부터 시작하여 많은 편의를 갖춘 건물들이 내부에 있고, 그 뒤로 다른 건물들이 건설 중입니다.”
“병사들이 받은 땅은 어떠한가?”
“사실 그것은 그들이 직접 경작하지는 않습니다. 몸이 불편한 이들도 있고, 영 농사가 맞지 않은 이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뭐, 국가에서 땅을 기준으로 곡식을 수매하는 관리들이 와서 이를 사고 금전을 내어놓습니다. 수결을 전체적으로 하여 평가하는데, 그것은 제가 관리해야 합니다. 지금 군역을 마친 가구가 삼 만호가 넘는데, 아마 분가를 시작한다면 어쩔지…….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
약간 울상이 된 그의 모습을 본 장료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뭐, 하기 싫은가? 내 궁에 말을 전하면 임지를 바꾸거나 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네. 내게 이리 편의를 내주었으니 서신 한 장이 어렵겠는가?”
장료의 웃음기 가득한 표정에 현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핫, 제가 솔직히 편한 자리에 있는 것은 아는 일입니다. 이곳의 가호 하나하나는 모두 전하에 대한 충심이 깊고, 수춘과도 가깝습니다. 또한, 저의 일에 대한 평가도 자주 하니, 열심히만 하면 탄탄대로의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양부께서 가진 후광이 가장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장료는 그를 슬쩍 다시 보았다. 표정은 인자해 보이나 성정은 강직해 보였다. 그뿐 아니라 너스레도 잘 떨고, 주변의 모습을 보니 일 처리 또한 응당 잘하는 것 같았다.
인재란 이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부의 후광이라고 하면 누구를 말하는가?”
“작금의 승상이시옵니다.”
“자어 선생을 말하는가? 허…….”
장료는 순간 고개를 저었다. 화흠은 자식을 대하는 데에 굉장히 엄격하여 궁중의 예법보다 더하다는 소문이 무성하였고, 그것이 거짓을 아님을 장료 본인은 잘 알고 있었다. 몇 번 화흠의 저택에 초청받은 뒤 보았으니 말이다.
한데 화흠이 아버지라 하면 알 만한 일이었다. 분위기가 너무 많이 달라 빤히 바라보았는데, 현장이 먼저 말을 꺼내었다.
“분위기가 달라 의문을 품으신 것인지요?”
“그럼 자네가…….”
“낙가의 통이옵니다. 친부께서는 진국의 상을 지내셨습니다.”
장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아는 분이네. 명성이 뛰어난 인물인데 그대 또한 무릇 그분의 풍모를 지닌 듯하군. 그리고 그런 말은 하지 말게. 자어 선생께서 얼마나 철두철미하던가? 양자가 이런 자리에 앉는다면 후광을 비추는 게 아니라 도리어 더욱 엄하게 보았을 것이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같이 둘러보지.”
* * *
승태는 이마를 짚으며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하여 청주의 황제를 치우고자 하는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청주의 황제뿐 아니라 낙양의 황제까지 지워야 할 것입니다. 유비의 정통성을 없애야 할 터이니 말입니다.”
“한조의 정통에 오를 수 있는 인물들을 모조리 지워 버리자?”
“그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
승태의 말에 사마의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꽤 심도를 짚은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진행했는가?”
“기둥을 세웠습니다.”
“기둥을 세웠다는 것은 돌이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겠구료. 그것을 막으려다가는 깔려 죽을 수도 있는 판국일 것이고.”
“그러하옵니다.”
승태는 눈을 감고 이해득실을 생각해 보았다. 청주 일대는 분명 많은 피해를 볼 것이었다. 그러나 승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태사자의 안위였다.
“태사 장군의 안위는 보장이 되어 있는 것인가?”
“공을 세우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들에게 길을 내준 것은 임치 일대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사마의의 말에 큰 날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자신의 몸을 묻었다. 현재 유비와는 양번은 내주고 육수를 경계로 대치 중이었고, 사주에서는 관우를 크게 격파하였지만 사수관을 넘지 못하는 중이었다.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이것을 타파할 기회를 유비의 죽음으로 상정하고 있는 계책이었다.
“양번을 잃었고 순욱에 대한 징치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는데, 작금 청주에 혼란을 이용하여 내가 높아진다고 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사마의는 그런 승태의 말에 반박하였다.
“순욱은 한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나이다. 주군께서 한조를 붕괴하고 그 위에 선다면, 응당 순욱이 이루고 한 모든 것을 무너트리는 일일 것입니다.”
승태는 사마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점도 꽤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서 깃발을 세운다고 하여 적통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조조나 유비, 손권 등이 자신이 일군 세력을 이용해 왕과 황제를 칭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원래의 역사에서 그들이 끝까지 미루고 미루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바로 가장 쉽게 공격받을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조비가 헌제에게 강제 양위를 받지 않았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한조에는 충성한다는 미명 아래 싸웠을 터.
“전하께서 바라시는 양위도 작금 동조의 지지 세력이 되는 공융과 당씨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요원한 일입니다. 지금도 개별의 세력을 통하여 주군의 권위를 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사마의는 태사자를 보국장군과 대장군으로 임명한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승태는 태사자의 꿈을 아니 그간 벽지에서 노고를 다한 것과 고향에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대장군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보국장군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거기다가 공부의 여식과 태사향이 결혼하며 꽤 말이 나왔고, 승태는 이를 일축하여 그들이 태사자를 공격하는 것을 막았다.
“자네의 수에 보이지 않은 것이 많은 듯한데… 아닌가?”
“소신, 나라와 주군께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습니다.”
“해가 될지 아닐지는 어찌 판단하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니, 소신은 그저 아니라 전해드릴 뿐이옵니다.”
“알았네. 내 가문의 위험을 자초하고도 아군으로 넘어왔는데 어찌 자네를 의심하겠는가?”
승태는 무엇인가를 들어 사마의 앞에 두었다. 꽤 커다란 물건이었다. 승태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꽤 화려가게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승태의 말에 사마의는 눈이 크게 변하였다.
“송주(松酒)이네. 이번에 진상된 물건이니 한번 맛을 보게. 뭐, 묵혀 두어도 나쁘지는 않겠지.”
“송주라면…….”
“이번에 국주관을 만들어 분리하였네. 박사들이 할 일이 많으니 이런 데까지 일을 시킬 수는 없는 바이지 않은가?”
승태의 말에 사마의는 순간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뀌었다.
“아마 처음 나온 술이라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는데 가향을…….”
승태가 술을 만드는 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으나 사마의의 귀에는 그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마치 한 귀로 들어가 다른 귀로 흘리는 듯했다. 주군의 말임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그는 지금 그저 한잔 마셔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과거 승태와 같이 분유 작업을 위해 거대한 구리관을 이용하는 것을 보았고, 이를 다시 술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것도 보았다. 그동안 술이라 불리는 것들은 마셨을 때 무언가 자꾸 씹히거나, 입안이 껄끄러웠다. 그러나 그 투명하고 영롱한 색은 마치 선인들이나 마신다는 물과 같았다. 그게 자신의 손 위에 놓인 것이었다.
“듣고 있는가?”
승태는 뚫어져라 술을 보는 사마의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가향하기 위해 솔잎을 넣었고, 이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므로 시음하기 위해 꺼낸 몇 병을 제외하고는 새로 만들어 그것들은 통에 보관하겠다는 것까지 들었습니다.”
승태는 순간 웃음을 흘려 보였다. 하기야 청주를 마신다고 하지만, 그냥 위에 뜬 불순물을 걸러 먹는 것과 증류하여 증류주를 먹는 것은 완벽히 다른 일이었다. 그러하니 사마의의 태도가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원직도 못 받은 물건이네.”
사마의는 그 말에 순간 승태의 얼굴을 올려다보았고 이내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몸을 붙여 부복하였다.
“죄를 범하였나이다.”
“되었네, 되었어. 무슨 신료들이 함께하는 자리도 아니고, 우리 둘뿐이지 않은가?”
사마의는 승태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하였다.
“시음용으로만 만들어 몇 병 만들지 않았네. 나머지는 죄다 그 통으로 들어갔고. 아마 수년간은 못 볼 것인데, 몰래 마시게. 혹 예형 같은 이가 본다면 자네를 때려눕혀서라도 이를 빼앗으려 할 터이니. 하하하하!”
사마의는 이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는 물러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조그마한 공간에서 서서가 나왔다. 과거와 달리 서서는 고민을 하는 것처럼 잠시 생각하고 있었고, 승태는 그런 서서를 보며 물었다.
“어찌 생각하는가?”
“사마의의 속내를 물으시는 것이라면 아마 절대 주군을 배신치는 않을 거라 답하겠습니다.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럼 그 속내가 나를 위함일 것인가?”
“주군께서 내린 명을 어찌하든 이행하고자 할 것입니다.”
승태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가 사마의가 했던 말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려운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