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73
473화
[당시 송왕은 유비를 두려워하여 유비가 장안으로 돌아가지 않자 진군하지 못하고 후일 서신을 보냈으니, 이는 참으로 쥐와 같은 습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또한, 유비를 그렇게 몰아치고도 두려움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하고자 한 것은 송왕의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 줍니다. 청주에서의 대패로 인해 송왕은 명분을 잃고…(하략)] ― 마오쩌둥의 송왕에 대한 평가에서 발췌유비는 자신의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차에 타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유비는 서둘러 군의 귀환을 멈추고 유봉과 제갈량, 이엄, 종요 등을 불러들였다.
이들은 각기 근왕, 형주, 익주, 량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물론 유봉은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오롯이 상용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기로 하였으나, 아직 유비의 양자라는 사실을 지우기에는 어려운 시간이었다.
유비도 이를 알았기에 전장에 나와 있는 유봉을 불러 탁고를 맡기고자 하는 것이었다.
유비는 혹시나 그들이 오기 전에 탁고를 남기지 못할 것을 생각하고 우선 마량에게 탁고를 적어 둘 것을 명하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을 제갈량이었다. 제갈량은 도착하자마자 단정한 모습으로 예를 표하였다가 이내 눈물을 숨기려는 듯 몸을 바닥에 엎드렸다.
“그대에게 많이 미안하군. 현신을 이리 누워서 맞이하는 일에 미안함을 전하네.”
“아니옵니다. 주군의 일에 제가 어찌 그러한 마음을 품겠습니까?”
유비는 안타까운 눈으로 제갈량을 보았다.
“이제야 나라를 열어 그대와 뭇 신하들이 기반을 세웠는데, 나의 사감으로 군을 일으켜 나라에 악운을 드리운 것 같소.”
제갈량은 그러한 유비의 말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그저 머리를 박은 채로 있었다.
“신이 주군을 보필하지 못하여 이러한 일을 만들었으니 오히려 소신을 벌해 주소서.”
“어찌 그대를 벌한단 말이요? 그래도 다행이오. 그대를 보필할 이들이 많아서 다행이라 생각하오.”
“어찌 제가 보필을 받겠습니까? 모든 것은 주군을 위한 것이니……. 병상에서 일어나셔서 역적들을 평정하신 후 한을 다시 일으키소서.”
“나이가 드니 처음에는 단순한 이질이라 생각하였소. 그런데 이후 잡다한 병으로 옮아 스스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 내 그대를 이리 누워서 보게 된 것만 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마음 같아서는 그대를 일으켜 옆에 앉히고 싶은 마음이네.”
“전하…….”
유비는 제갈량을 가까이 오게 하였다.
“더 가까이 오시오.”
유비는 자신의 바로 옆에 제갈량을 세웠고, 마량을 시켜 유봉을 불렀다.
잠시 후 밖에서 유봉이 들었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봉은 덤덤히 예를 표하였다. 유봉은 유비를 향해 아비를 대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모시는 주인을 대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유비는 그런 유봉을 바라보며 순간 한숨을 내었다.
“소신 구봉, 전하를 뵙니다.”
유봉은 아예 유씨를 버리겠다는 의미로 유비에게 자신의 원래 성인 구씨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사실 이전에 유비는 잘못에 대한 벌로 유봉에게 유씨 성을 쓰지 말 것을 고하였다. 또한, 상용에서 나오지 않을 것을 명하였는데, 막상 졸할 시기가 찾아오니 지금 이렇게 불러 그를 앞에 세워 둔 것이었다.
“참으로 어색하고도 오랜만인 이름이구나.”
“전하께서 걱정할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였고, 상서께서 걱정하던 바를 지웠습니다.”
유봉의 눈이 제갈량에게 향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량은 유봉에게 미안함은 있을지언정 유씨 성을 버리게 한 일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황충이 본인의 죽음 직전에 올린 절절한 서신으로 유봉은 살아남았고, 그 후가 지금 도래하여 유비의 앞에 섰다.
“이리 와서 같이 듣거라. 이는 너와 같이 들어야 함이니…….”
유비는 힘겹게 다시금 말을 이어 갔다.
“승상의 재능은 조제의 열 배에 달하니, 필시 나라를 안정시키고 끝내 대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오. 만약 내 아들 선이 보좌할 만하면 보좌하고, 만일 그 아이가 그만한 재능이 있지 않거든 승상께서 장안의 주인이 되도록 하시오.”
순간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다. 유비의 말은 왕좌를 제갈량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놀랐는가?”
“소신이 주인의 자리를 넘본다면 응당 현세의 충신들이 소신을 죽음으로 이끌 것이며, 후대의 인물들은 소신에게 죽음보다 더한 불명예를 뒤집어씌울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소신을 그러한 삶을 이어 가기를 바라시나이까?”
“폐하께서는 낙양에 계시지 않소? 내 조제를 꺾기 위해서는 그대가 군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오. 내 아들이 부족하다면 말이지.”
“소신, 감히 고굉지력(股肱之力 신하로서의 헌신)을 다하고 충정지절(忠貞之節 충정의 절개)에 힘쓸 것이니, 죽기로 모실 것이옵니다.”
유봉은 유비의 뱀과 같은 심계를 느꼈다. 이렇게 제갈량이 맹세를 할 정도로 파격적인 탁고를 내렸으니 뭇 신하들이 제갈량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었다. 또한, 만약 제갈량이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삶이 무너질 터였으니까.
“봉아.”
“예, 전하.”
“나는 너를 믿으니 너 또한 상서를 믿거라.”
“전하의 명에 따를 것입니다.”
“좋다. 내 말을 아두에게 전해 주겠느냐?”
“전하겠나이다.”
“오직 어질고 덕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따르게 할 수 있다. 이 아비는 덕이 부족하니, 부디 나를 본받지는 말아라.”
유비의 명은 유선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뭇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진의 미래를 책임진 제갈량과 근왕을 해야 할 유봉, 그리고 그를 도와야 할 마량까지 이를 듣고 가슴에 깊이 새겼다.
“이엄은 언제 들겠는가? 내 점점 마음이 급해지는군.”
이엄은 황권이 송으로 귀부를 한 이후 이제 촉군의 지주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는 익주 토박이가 었다. 정확히 말하면 촉군의 지주라기보다는 유장을 따르는 이들의 지주라 칭하는 게 맞을 것이었다.
이엄이 갑주를 입고 들어오자 마량과 유봉 이엄이 나아가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유비는 손을 휘저었다.
“되었다. 그래, 중도호.”
“예, 전하.”
“갑주를 입고 온 이유가 있는가?”
“소신의 일은 주군을 지키는 것이옵니다. 주군께옵서 와병 중이니 어찌 이에 대비치 않겠습니까?”
유비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마음이야 모를 바는 아니지만 과한 점이 있네. 자네는 균형을 맞추고 이익을 책임지는 데에 어려움이 없지만, 고개를 숙일 때는 숙여야 할 것이네. 그대는 나라의 추가 되어야 하니 과단함을 조금만 자제하게.”
“받들겠나이다.”
“봉아.”
유비가 다시 한번 양자를 부르자, 유봉이 다가갔다. 그러자 유비는 유봉의 손을 꽉 쥐었다.
“예, 전하.”
“미안하구나.”
유봉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유비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봉도 알고 있었고 유비도 알고 있었다. 유비의 죽음 이후에는 유봉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비를 아비라 불러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유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일 것이니 말이다.
“아두는 상서를 믿고 따르며 쫓을 것이다. 상서는 강직하고 청렴, 담박하며 철두철미하니, 아두가 따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나 천성이 여유롭고 미움받기 싫어하는 아이는 마음을 품어 주었으면 한다. 또한, 마음이 여린 아두나 모든 것을 살피고자 하는 상서 모두는 분노해야 할 자리에 언제나 먼저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너는 아국의 분노가 되어라. 그리고…….”
유비는 순간 자신의 목소리가 쉬어 가며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진정 아비가 되지 못하여 미안하구나……. 후회가… 후회가 많구나…….”
그 말에 유봉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 내었고, 곧 유비의 숨은 멈추었다. 훙을 알리는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자리에 있던 이들은 눈물을 터트렸고, 유비의 죽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유비의 죽음에 익주와 형주, 량주와 사주, 예주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나타났고 유비의 죽음에 예를 표하는 이들이 보였다.”
순욱은 유비의 죽음을 알리고 직접 상복을 입고 예를 표하였으며, 헌제 또한 유비의 죽음을 기리고자 하였다.
[선주는 홍의(弘毅), 관후(寬厚)하고 지인(知人), 대사(待士)하니 한 고조의 풍모와 영웅의 그릇을 갖추었던 것 같다] ― 진수그 먼 길을 오롯이 인의라는 길로서 걸어온 유비였다. 승태를 만나 그 길이 많이 벋어나기는 하였으나 그 마음이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널리 강직하여 굳건하니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고 두터운 너그러움은 볕을 피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게 하였다. 사람을 알고 사람을 잘 다스렸으니 끝에서 그의 백성들은 슬퍼하였다.
* * *
승태는 고개를 내저었다. 사마의에게 말하였던 일은 이미 물 건너가 버렸다. 조비가 이번의 일로 어찌어찌 패배한다고 한들, 조씨라는 지지 세력이 무너지지는 않을 터였다.
우선 조씨가 다스리는 지역의 금권, 그리고 하후 가문의 군권이 버티고 있으니 분란이 조금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서 처리될 게 빤한 일이었다.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네. 지금은 유비의 죽음 이후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 유비의 훙사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지금 그러한 일로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오. 그대는 어찌 생각하시오?”
서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승태의 말에 동의하였다.
“우선 태사 장군에게 일러 예상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혹여 일어날지도 모를 소요를 대비케 하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미리 알려 두는 게 좋겠지요.”
그러고 나서 말을 이었다.
“태사 장군은 임치를 끝내 지키고자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주군의 명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승태는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었다.
“허보라도 내려야 하는가?”
승태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서서가 대번에 아니 된다는 의견을 전하였다.
“허보 한 번으로 이러한 일을 일으킨다면 그다음은 장수들이 보고를 어찌 믿겠습니까?”
“알겠네.”
두두두두!
그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한 무리가 급히 오는 듯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한 목소리의 보즐과 그가 맡은 비서부의 일부가 도착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들어오게 하라.”
승태가 허하자마자 보즐이 급히 걸어와 몸을 낮추며 말했다.
“유비가 훙하였습니다… 아니, 졸하였습니다.”
보즐은 진왕 자리에 있는 유비를 자기도 모르게 높인 것에 놀라 곧바로 말을 수정하였다. 하나 승태나 서서는 이에 딱히 관심이 없었고, 유비가 죽었다는 말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은 유비가 죽을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말을 듣는 것은 또 완전히 달랐다.
“사신단을 꾸리도록 하지요. 남군에 사람을 보내어 손권에게도 의견을 물어보도록 하시고, 말은 맞추는 것으로 하면 될 터.”
승태의 말은 혹여 손가가 급발진하여 사신단을 보내 이상한 짓을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었다. 유비와 승태의 화친은 손가의 지원이 줄어드는 결과가 일어날 터이니 말이다.
“또한, 청주에 일러…….”
승태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서서를 보았다.
“청주에 일러 태사 장군을 불러오도록 하시오. 과거의 친분도 있으니 나쁜 인선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서서는 유비의 죽음을 이용하여 태사자를 위험한 자리에서 피하게 하고, 그곳에 다른 인물을 앉히려는 승태의 의도를 파악했다.
“현명하신 판단이시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