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80
480화
청주.
황제는 황궁에 입조한 장패에게 임치를 지켜 달라는 말과 함께 관직과 직위를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장패는 즉시 몸을 바닥에 붙이며 감읍하다는 표현을 하였으나, 황제가 내린 모든 것을 거부하였다.
이는 굉장한 무례였기에 곧바로 분노한 황제가 장패의 목을 베어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장패를 송왕의 대변인이자 임치의 수호자로 바라보았기에, 그가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 등으로 관작을 거부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였다.
“일어나게. 그래, 무엇 때문에 그러는가?”
장패는 황제의 하명에 일어나 예를 표하였다. 황제의 측신이라 불리는 공융, 그리고 그와 결을 같이하는 이들은 이미 고리눈을 하고 장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패의 뒤에서 그를 호종하던 장애는 주변을 흘기며 걱정스러운 눈을 하였는데, 장패는 별 것 없다는 듯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소신의 임무가 황실을 보위하고 황실의 신료들을 지키는 막중한 일임을 아옵니다.”
“그러하니 짐이 그대에게 막중한 책임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가 받지 않는다면 이곳의 신료들까지 불안감을 가질 것이네.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내 다시 한번 부탁하지.”
신료들이 모두 보는 곳에서 황제가 일개 신하에게 직접 한 부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위신을 깎아내리면서 황제가 부탁하였음에도 장패의 얼굴은 확고하였다.
“폐하께서 내리시는 막중한 일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 소신, 폐하의 은혜를 감당할 수 없사옵니다.”
그러자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송왕의 위세를 등에 업더니 저자가 황제 폐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오?”
이런 수군거림이 들리자, 장패는 다시금 부복하며 황제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임치는 지금 조비를 막아 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군을 막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단순한 기습조차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니 송왕 전하께서는 폐하께서 임치를 떠나 서주나 양주로 오시는 것이 옳은 일이라 사료된다는 말을 전하셨습니다. 폐하, 결단을 내리시어 악적들의 술수가 줄어들 그때 다시 돌아와 성세를 펼치소서.”
장패의 말 한마디로 조정을 흔들 수는 없었지만, 지금의 불안한 정세에서 마침표 정도는 찍을 수 있는 위력이 들어 있었다.
지금 임치에 남은 신료들이 충심으로 이곳에 머무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한쪽 구석에 황도는 신성한 곳이며 병사들이 죽음을 다해 지킨다면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망상이라는 듯한 장패의 말이 들려오자, 어줍잖은 믿음과 어떻게든 이루어질 거라는 단꿈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간 태사자와 송왕인 승태의 후원으로 안전하게 나라를 유지한 그들로서는 군을 가볍게 여기었는데, 장패가 그들의 폐단을 들추니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 폐단을 부추긴 것은 황제가 자신의 직속 군세를 가지기 어렵게 만든 공융이었다.
신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공융은 자신이 행한 일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걸 알리기 싫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직접 나와 장패에게 욕을 하였다.
“그것이 장수가 할 말인가! 아무리 내신이 아니라 한들 어찌 그런 말을 꺼내는가? 송왕의 의지도 그러한가. 그렇다면 역신이 되고자 하는가? 장수의 능력과 의지가 충만하다면 송왕의 지원을 받아 능히 지켜 낼 수 있을 터인데 이 자리에서 그런 불측한 말을!”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잘못을 모조리 송왕과 장패에게 돌리는 언사였다. 자신의 잘못은 모조리 숨기고 말이다.
그런 공융의 모욕에 장패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물론 장패 본인에게 임치를 지켜 내고자 하는 마음이 거의 없다고는 하나, 이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주체가 바로 공융이었으니 여기서 거짓을 고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거짓을 해 봐야 곧바로 반박당하거나 싸울 의지를 세우라는 허망한 응원이나 받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진실로 현 상황을 고했음에도 이런 말을 받아 내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공융이란 것은 장패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곧바로 물음을 던졌다.
“상국께서는 자신이 있는 듯합니다. 겨우 기천의 병사들과 공부의 사병들로 황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까? 소신은 못합니다. 아니, 한신이 와도 이러한 일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시다면 상국께서 직접 조비의 군세를 막아 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장패의 말에 순간 뭇 신료들이 흔들렸다. 상국께서 자신이 있냐고 묻는 모습이 마치 군을 물리고자 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융도 승태가 장강을 기준으로 조비를 막아 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걸 알기에 청주를 그냥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송왕, 그자가 어떠한 역심을 품고 있든지 자신이 계속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청주를 계속하여 지키고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하니 지금 장패 저자의 말도 허풍에 불과하겠지.’
즉 지금의 대립이 수춘까지 알려진다 한들 중요한 요충지인 청주와 고작 산적 출신인 장수 하나를 저울질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공융은 더욱 강한 언사로 장패를 압박하였다.
“그대가 감히! 송왕이 뒤에 있다고 하여 도적놈이 기군망상의 죄를 저지르려는 것이더냐? 내 송왕에게 직접 네 죄를 알릴 것이다!”
장패는 황제의 제가를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료들이 그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장패가 황제를 보며 발을 굴렀다.
쾅!
“맞소! 내 송왕 전하의 명령을 따라 이곳에 왔소! 명령은 폐하와 황실의 안전을 지키라는 것이었소. 그대들이 송왕 전하의 배려에 안온함을 즐기는 동안, 전하께서는 황실을 지키기 위하여 많은 것을 해 왔소! 하나 그동안 이곳 청주는 무엇을 했소? 황실에서 조금의 도움도 받은 적이 없소이다!”
공융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장패는 이를 막는 것처럼 말을 바로 이어 갔다.
“전하께서 무슨 말을 했소이까? 도리어 황도 건설을 위해 내탕고도 털어 내었소이다. 그대들은, 또 상국께서는 어느 정도의 재물을 내었소이까? 그대들이 부유함을 다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것이 누구요? 바로 송왕 전하요! 송왕 전하께서 부족함이 없어야 응당 황실이 빛날 수 있다고 하여 과거 제나라의 성세를 보일 수 있도록 수로와 관로를 내고 언제나 충심을 보이고 있소이다. 그대들처럼 충심을 말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표현하였소!”
장패의 말은 점점 격해져 말끝에는 거의 고함을 지르는 듯했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데! 감히 송왕 전하의 충심을 의심하는 것이오? 아니, 설령 지금의 조치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한들 그것이 현실인데 어찌하겠소? 사실을 폐하께 고하여도 이렇게 나온다면 한실을 어찌 지킨단 말이오! 대답해 보시오 상국!”
장패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낸 뒤 황제의 앞에서 다시금 엎드렸다. 지존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조정을 어지럽혔으니 이전처럼 황실의 권위가 높았다면 구족이 멸할 대죄였다. 애초에 황실의 권위가 높았다면 일어나지 못할 일이었겠지만.
당황해서 멍하게 있는 공융과 신료들을 무시하고 장패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소신, 폐하 앞에서 추태를 보였으니 죽어서도 갚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소신을 죽여 한실의 본을 세우소서!”
“…….”
황제는 장패를 빤히 바라보았다. 황제도, 공융도, 이곳의 모든 신료들도 알고 있었다. 장패를 죽일 수는 없다고. 순욱이 고순을 죽인 일로 지금 어떠한 상황에 처해졌는지 모두가 알았다. 한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가장 가까웠던 순욱이 지금 어떠한 처지가 되었는가?
황제와 황실을 인질로 삼고 위와 진을 명분이라는 힘으로 목줄을 겨우 채운 상태였다. 그나마도 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순욱이 죽는다면 곧 위나 진에게 흡수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뻔하였다. 송왕과 상국, 둘 모두의 마음을 달랠 방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지금의 말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짐이 순행을 나가는 것은 어떠한가? 지금껏 궁 안에만 있어 바깥의 소식이 밝지 않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 터. 송왕이 있는 서주로 가 보는 게 좋을 듯한데 상국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황제의 입에서 나온 순행이라는 말에 공융의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말리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황제가 일어나 회를 파하였다.
“황궁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순행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올 것이니 상국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이곳의 군은 상국께서 관할하니 그동안 황도의 방위를 지키시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누구도 이의를 내보이지 않았다. 황도 내의 군세를 책임지는 이들을 자리에 앉힌 것도 공융이었고, 황도 내에서 유일하게 사병이 허락된 인물이 그였기에 그저 원래 하던 일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뿐이었다.
* * *
서간은 그날 회를 파한 뒤 곧바로 장패를 만나러 갔다.
“감사하옵니다.”
“감사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폐하의 안위가 어찌 될지 모르는데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겠지요.”
“한데 조비가 어찌 청주를 치려고 하는지 아는 바가 있습니까?”
“가장 만만하니 내려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연주나 예주의 대비는 의외로 단단하니, 이대로 도강하여도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겠지요.”
“하면 청주는…….”
“일단 폐하를 사로잡느다면 큰 공이라 말할 수 있을 터이고, 이곳의 방비도 그 큰 공에 비하면 미약하지 않습니까.”
황제를 잡아 조정의 기틀을 바로 세웠다는 공은 왕위에 올른 후 조조에 비견될 업적 중 하나일 것이었다. 조조가 협천자를 하였다면 조비는 거짓 황제를 지워 황통을 바로 세웠다는 공을 세우는 것으로 위국의 지위는 단단해 질 것이었다.
그뿐이던가? 청주를 차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연주와 서주를 가운데에서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묘수였다.
“그 정도인 것입니까?”
“황실이야 황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그 이외는 의미가 있겠습니까?”
서간은 예를 표하고 쓸쓸히 사라졌고 장애는 장패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아버님, 이렇게 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무엇이 말이더냐?”
“위에서 원하던 그림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어 그렇습니다.”
장애는 사마의가 보낸 서신이 생각나 장패에게 걱정스러운 말을 건네었다.
장패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 걱정은 할 수 있는 일이지. 한데 말이다,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 것 같으냐? 이제 내가 뱉은 말을 가지고 서로가 싸울 뿐일 것이다.”
잠시 하늘을 바라본 장패가 말을 이었다.
“그저 나는 무례를 저지르고도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을 꺼냈을 뿐이지. 작금 저 위에 서 있는 황제가 진짜 황제더냐? 겉보기에는 황제의 명이지만, 실제로는 청주를 다스리는 공융의 재가가 없으면 불가능한 게 현실이지. 황제는 그저 정통성을 보이기 위한 명분일 뿐이다.”
조금 과격한 말에 장애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버지…….”
“이리 공개적인 곳에서 망신을 당했으나 그럼에도 쉽게 나를 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억지로 임치를 지키라고도 하지 못할 것이고.”
그리고 다음 날, 유자들이 달려와 파천이나 다름없는 순행에 대하여 반대하는 상소들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 내용은 이 일을 전한 서간에 대한 직위를 파하고, 무례한 장패를 참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길거리에 엎드려 곡하는 소리가 청주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