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82
482화
은번이라는 젊은 내관이 받았다는 계획을 살펴보니, 사마의가 전한 일을 명확하게 만들어 줄 기반이 될 듯하였다. 엉성하기만 하였던 사마의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승화하는 동시에 승태의 온정주의까지 모두 만족시킬 방법으로 말이다.
“만일 내가 허하지 않는다면 어찌하고 싶다던가?”
장패의 말에 장애는 살짝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은번이 한 말을 생각하였다.
“그 내관은 단순히 자기 혼자 생각한 계책이 아니라, 궁내의 모든 내관이 더는 무도한 신료들을 참을 수 없어 계획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들끼리 실행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내관들의 계획은 장패라는 도움만 갖추어진다면 권신들을 지워 버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의 협력자이자 무력을 담당할 장패가 빠져 버린다면, 세워 둔 작전은 그저 누군가 먹기 좋게 만들어 둔 상을 내놓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누가 날름 가져간다고 하여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당돌하군.”
지금의 전언에 숨겨진 뜻은 장패가 없다고 하여도 이번의 일은 진행될 것이고, 진행된 일의 결과는 장패 본인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돌한 말이지만 그만큼 유혹적이었다. 장패의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는 바였다.
“하면 허하지 않는다고 전하겠습니다.”
장패가 손을 들자 장애가 움직임을 멈추고 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어찌 생각하는가?”
“무엇을 말이오?”
술을 퍼마시던 인물 중 하나가 장패와 장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장애는 장패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엣말로 전하였기에 그들이 알아들은 것은 내관이 장패를 부른다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말이 됩니까? 형님과 남자도 여자도 아닌 놈들이라니… 절대, 절대 합이 맞지 않을 것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환관 놈이 대(大)공국의 상장인 장패와 거래를 하다니 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 말했는데, 장패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럼 그놈들 말을 한번 들어 봐야겠군.”
“형님!”
“네놈 말 들어서 잘된 적이 없지 않으냐. 반대로 하면 어지간하면 좋은 일이 일어났지.”
장패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장애의 머리를 죽간으로 머리를 툭툭 치고 말했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희에게 나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조비가 황도를 뒤집어엎든 황제가 뒤집어엎든 말이지요. 도리어 황제가 스스로 황도를 뒤집어엎을 수만 있다면, 후일 말이 나오는 것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 것 또한 하나의 공이지 않겠습니까?”
“또 다른 공이라…….”
“또한, 종가가 수춘으로 옮겼다고 하지만, 장씨 가문과 태산군의 기반은 본시 태산이옵니다. 태산과 청주는 지척이기도 하니 황제가 불구덩이 속에 죽어 가는 것을 바라보는 악인이 되는 게 아니라, 황제를 구해 주군께 모시는 선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장패는 장애가 꽤 좋은 답변을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구를 만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
장패가 불러들인 친우들은 그 말에 입이 쓴지 쓰읍 하는 소리와 함께 술을 삼켰다. 그들이 장패와 같이 장수의 자리에 올라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 것은 장패와 같은 안목이 없기 때문이라는 쓴맛이 그의 입안에 맴돌았다.
술을 마시던 장패의 수하 한 명이 은근 슬쩍 물음을 던졌다.
“형님, 우린 왜 부른 것이오? 슬쩍 보아하니 적들을 상대하는데 우리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고, 조비의 군세들이 아무리 들어온다고 하여도 우리와 맞댈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틀렸다. 태산까지 내려올 것이다.”
“황하를 넘어온다는 것입니까? 자의 공이…….”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던 몇 명이 눈을 크게 뜨며 장패를 바라보았다.
“저놈들, 제수(齊水)까지 내줄 생각입니까? 그 순간 임치부터 청주는 결딴납니다.”
장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럴 것이다.”
장패의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모습에 그들은 순간 싸늘함을 느꼈다. 조비가 이곳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피를 쌓아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충분히 능력이 있는 장패가 한 발 뺀다는 말은 일부러 청주를 무너트릴 것이라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순간 술이 확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장패의 입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오?”
“별 것 없다. 그대로 태산을 지키고 있으면 된다. 그간 쉽게 해 왔던 것들이 사실 어렵다는 걸 먼저 알려 주는 것뿐이지. 청주에서 피가 흐를 것이고, 그 위에 우리의 기둥을 세울 것이다.”
마뜩치 않은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가진 힘은 장패의 휘하에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었다. 사람이 죽는다고 이를 거부한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터.
한명이 술을 쭉 들이켜며 말했다.
“창희가 부럽군…….”
* * *
왕기는 사마의가 전해 준 것을 기준으로 군을 움직이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겨우 기백의 기병과 군세로 적들의 보급을 차단하여 군을 물리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간 돌파하지 못하던 제수를 넘어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조비는 왕기의 보고를 들고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포도를 하나 입에 집어넣었다. 차가운 포도알이 조비의 입안을 굴러다녔다.
“동쪽의 황제께서 크게 놀라셨겠군.”
그의 곁에 서 있는 친우들은 조비를 찬양하며 말했다.
“전하의 혜안으로 적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비는 잠시 생각하더니 턱을 쓰다듬었다.
“황좌는 어찌할지 궁금하군.”
순간 다른 이들은 말을 하지 못하고 조비를 바라보았다. 조비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어찌 그리 있는가? 내 그저 동쪽 황제가 앉아 있던 자리가 어떠한지 궁금해서 그런 것뿐이네. 청주를 가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흐으으음. 좋군.”
조비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저들이 다시 청주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니, 내 직접 친정을 명하면 언제쯤 움직일 수 있겠는가?”
“친정하시고자 하는 것입니까? 위험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청주는 서주와 지척이며, 진등이 서주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임치까지만 갈 것이네. 황제의 자리에 맞는 사람이 그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
조비는 그 말만 뚝 남긴 후에 움직여 사라졌다.
조비의 친정은 꽤 희귀한 일이었다. 그는 항상 승리가 확실시된 곳만 가서 공을 탐하는 이였으니까. 또한, 자그마한 승리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 수천, 수만의 병사들이 희생되더라도 상관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어차피 그들은 자신을 위한 존재들이 아니던가?
조비의 친정이 결정되자 왕기의 진군이 멈추었고, 임치는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저 조비의 군세가 황하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만 하는 것과 진정 눈앞에 다가온 것은 완전히 다른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돌을 던질 과녁이었다. 모두가 이해할 만하고, 본심을 감추고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공융의 후손들이었다.
이 사달을 일으킨 장패는 군세를 가지고 있었기에 공격하기 어려웠다. 만일 그가 모욕을 참지 못한다면 욱하는 마음에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장패를 공격했던 공융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었다.
근시안적인 생각이지만, 공융의 일가를 공격하면 혹여라도 장패의 마음이 풀려 자신들을 보호해 줄지도 모른다는 게 기저에 깔려 있었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책임을 공융의 잘못으로 돌린다면 나중에 유야무야 덮으며 일가의 명맥을 이어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조비가 직접 친정한다는 소식까지 알려지자, 몸이 달아오른 신료들은 혹시나 사용할 패들을 만들어 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패는 혹여 조비가 청주를 포위하게 되면 흡족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이어야 했다.
그들을 궁내 병사들과 일부 공융의 사병들을 설득하였고, 상황이 어떻게 바뀌냐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위치가 되고자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공융의 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병사들이 들이쳐 공씨 가문을 공격하였다. 가병들이 이들을 막고자 움직였지만,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며 움직이는 이들에게 반기를 들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공융의 첫째는 아직 앳된 모습이 가시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공융을 이어 공가를 이어 간 인물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할 것인가? 황실이 진정 저러한 명령을 내렸을 리는 없네. 응당 일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저들과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황실의 명을 받고 움직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반기를 든다면, 이는 명백한 역적이 되는 것이었다. 즉, 실패하는 즉히 공씨 가문이 그대로 증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의 결단 하나로 수많은 목숨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나 설령 항복한다고 한들 지금의 일이 저희로 끝나겠습니까?”
“하! 그러겠는가? 정녕 그러하였다면 황권의 병사들을 동원하지 않았을 것이고, 황명을 조작하여 이렇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네. 우리를 완전히 주저앉히려는 것이지. 힘이 남아 있는 지금, 싸우는 게 옳은 일이 될 것이네.”
다른 공부의 인물들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무력하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공부는 이를 폐하의 명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응하겠습니다. 또한, 황실을 구원하여 위험을 피신할 수 있도록 일하겠습니다.”
공부의 가주가 된 공혁의 판단으로 가병들이 왕궁의 병사들과 맞대응하는 것을 준비하였고, 황궁병들은 예상하지도 못한 적들을 궁내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네놈들이 역적이 되고자 이렇게 우리를 적으로 삼으려는 것이더냐?”
“대신들이 왔다면 믿었을 것이다! 폐하께서는 그간 부공이 상국의 위치에서 황도를 책임진 것을 알고 계시니, 그 가문을 쉽게 버리시지 않았을 터. 내 직접 폐하의 명을 들을 것이다.”
피슈우우웅!
공융의 아들이 쏜 화살이 날아가 황도병들을 담당하는 장수의 머리에 박혔고, 자신이 이렇게 죽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한 상황에서 그대로 넘어가며 황궁 내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공부가 외부에서 싸우는 동안 내부에서도 내관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공부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을 보고 받은 권신들은 안전을 위해 우르르 등청하기 시작하였고, 내성에 틀어박혀 안전을 도모하려 하였다. 어차피 조비가 이곳에 도착한다면 황제를 사로잡아 바친 후 자신들의 안전을 응당 받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말이다.
“황제를 잡아야 하지 않겠소?”
“유약한 황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그냥 내버려 두시오. 혹여 괜한 말을 만들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으니, 그냥 침실에서 두려움에 벌벌 떨게 두는 것이 맞는 일이오. 그보다는 조비에게 서신을 보내어 우리의 마음을 알리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