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86
486화
만총은 황궁에 급히 등청하여 이번의 일을 고하고자 움직였다. 동시에 아들들은 순욱에게 보내었다. 정위인 만총이 급히 움직이자 관료들도 술렁이며 그가 등청한 이유를 주시하였다.
이전에 만총이 저리 급하게 움직일 때마다 누구 하나가 죽어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에는 과연 누가 반죽음이 될지 신료들의 시선이 쏠렸다.
물론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모두 만총이 나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반란과 같이 조정이 한 번 뒤집힐 만한 일에 나섰는데, 지금의 모습은 또다시 조정이 시끄러워질 거라는 예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대다수 신료가 두려운 눈길로 보지만, 일부는 그저 조용히 만총의 움직임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만총은 그런 무리를 쳐다보고는 약간의 확신을 가진 채로 황제를 접견할 수 있었다. 황제의 집무실은 일이라 할 것은 거의 없었지만 꽤 괜찮은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었고, 만총은 그것들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유협은 만총을 내려다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물었다.
“정위, 무슨 일이던가? 급한 일이라고 들었네만.”
“소신, 궁중에 다른 마음을 품은 이들이 있어 그 증좌를 드리고 역도들을 찾아내기 위해 부월을 요청하고자 하옵니다.”
유협은 잠시 만총을 바라보더니 무엇인가 생각하며 말했다.
“이전에는 부월 같은 것이 없어도 잘하지 않았는가? 일전의 모반을 획책하였던 이도 정위가 잘 잡아내었던 것으로 기억하네. 그간 정위가 처리한 일에 많은 신료가 관련되어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는데, 부월까지 든다고 하면… 반발이 많을 터.”
즉 유협은 부월을 내주었다가는 그만큼 권한이 커지게 되니, 일이 어디까지 퍼질지 몰라 힘들다는 뜻이었다. 부월의 소식을 듣자마자 신료들은 크게 흔들리게 될 테니 말이다.
“…….”
만총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순욱의 노환이 깊어지면서 점점 모든 것을 챙기는 것이 어려워졌고, 그러한 상황은 권력의 공백을 만들게 되었다. 점차 벌어지고 있는 틈을 막아 내기 위해서라도 강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다시금 조정을 다잡을 방안은 무엇인가. 만총은 오직 강한 처벌과 전방위적인 공포만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금껏 그가 해결한 것들이 모두 그러했으니 말이다.
“이번 일의 크기는 그간 있었던 내란의 규모와 달라 이리 고하는 것이옵니다. 궁내에 이러한 수의 병사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은, 궁내의 높은 인물이 용인하고 있다는 뜻과 상통하옵니다. 가볍게 여기다가는 분명 막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사옵니다.”
“막을 수 없다라…….”
유협은 눈을 감고 만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겠군. 정녕 막기 힘들 수도 있겠어. 그럼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내 허하겠네.”
“속히 진행이 필요하오니 혜량하여 주소서.”
황제에게 말하는 것 치고는 너무 오만불손한 태도였다. 마치 지금 당장 부월을 내놓으라는 것 같은 만총의 태도에 유협은 눈을 꽉 감으며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했다.
“내 말 하였소. 대신들과 논의 하여 이번 일을 결정하겠다고 말이야. 그대가 황실을 능멸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 물러나시오. 아니면 이 자리에서 그대가 칼을 뽑아 나를 끌어내리고 동탁과 같이 다른 황제를 세우면 될 일이 아니던가?”
황제의 강한 거절에 만총은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이내 예를 표하고 한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알겠사옵니다. 소신, 폐하의 명만을 기다리겠나이다.”
유협이 고개를 끄덕이자 만총은 뒷걸음질로 방안을 빠져나갔다. 만총이 물러나가자마자 황제는 내관을 향하여 말했다.
“급히 움직여야 할 것이네. 정위가 눈치를 챘으니 일이 더더욱 빠르게 나타날 터.”
“폐하, 정위는 금일 황궁을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하면 오늘 시작하는 것인가?”
“예. 이미 들킨 이상 먼저 움직여 저들이 대비치 못하게 할 것입니다. 이미 일각이 드러났으니 저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할 것입니다.”
“좋네.”
만총은 그곳을 나가며 삐거덕거리는 노구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호위인 갈충에게 검의 끈을 풀어 만일의 일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갈충은 만총이 이렇게 긴장한 일을 본 적이 없어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옵니까?”
“사달이 날 것 같다.”
“사달이라고 하면…….”
“상국께서 병중이라 영향력이 약해지신 순간, 그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 같다.”
“누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한단 말입니까? 작금 황실에 순가에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이 남아 있지 않은데……. 유비도 이미 저세상에 갔으니.”
“두 명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 분은 순가에서 머무니 그분이 이 일을 획책하였으면 이미 끝이 났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니 단 한 명 뿐이다.”
만총이 단 한 명이라고 말하는 순간 갈충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슥 지나갔다.
“하면…….”
“빨리 황궁을 빠져나가 이를 알려야 할 것이… 늦었나 보군.”
이미 황궁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좁은 성문의 양옆에서 병사들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만총이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후방에도 군사들이 달려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위, 항복하시지요. 항복하시면 목숨은 연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호준의 외침에 만총은 어린 그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목숨을 연장해 준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네가 이곳에서 맹세를 맺고 보증하겠다고 하거라. 내 적들을 모두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응당 무기를 내려놓으마. 아니, 그전에 영호 가문의 원한도 묻을 수 있겠느냐?”
영호준의 말이 그냥 빈말이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다. 그동안 만총은 순가의 개로 활동하며 순욱의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물어뜯었고, 순욱 체제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활발한 움직임으로 인하여 만총에게는 수많은 적이 생겨났다. 아무리 절차에 따라 일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원한이 생기지 않을 이유는 될 수 없었다.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상대방의 친족들은 거의 반죽음 상태로 돌아가 죽거나, 멀쩡해지더라도 장애가 생기니 원한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 줄어들지는 않았다.
특히 영호준의 종숙인 영호소는 조조가 죽은 뒤, 원씨 가문과의 친분으로 인하여 연관자라는 의심을 받아 크게 고초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큰 장애를 가지게 되어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이하였고, 영호 가문은 그대로 몰락할 뻔하였으나 영호준 개인의 활약으로 다시 일어났다. 이러한 사정이 있었으니 가문 몰락의 시초나 마찬가지인 만총을 어찌 그냥 두겠는가? 아마 생살을 씹어 먹어도 풀리지 않을 것이었다.
“맞소. 거짓이요. 하지만 이에 응한다면 편한 죽음을 선사할 수는 있는 바요. 그렇지 않는다면 응당 사지를 찢어 황실을 욕보이고 권신의 개가 된 벌을 받을 것이니 끝이 좋지 않을 것이오.”
“권신의 개라… 나는 황실의 안위를 지켰을 뿐이다. 네놈들이 황실에서 고깃국을 먹을 때 나는 병사들과 같이 거친 밥을 먹으며 적을 상대하였고, 네놈들이 뒤로 순가를 욕하며 오로지 그 탓만 하고 있을 때 나는 순가와 같이 더욱 큰 권신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순가가 없었으면 황실이 어찌 존재하고 내가 없었으면 황실이 어찌 안위를 얻었겠느냐?”
만총의 말에 영호준은 입을 이죽거리며 말했다.
“네놈이 동탁을 따르던 이각, 곽사와 다를 것이 무엇이더냐? 네놈의 손으로 신료들을 억압하고, 죄를 만들어 내니 그것이 결국 이러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는 천벌이니 달게 받거라!”
영호준의 말을 끝으로 창병들이 진을 짜며 만총에게 다가갔고, 이를 막기 위해 갈충이 빠르게 달려나갔으나 검 한 자루로 장창병들이 만든 진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크허억!”
갈충의 온몸에 장창이 꽂혔고, 금세 그의 시신이 창 끝에 매달려 흔들렸다. 만총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검집에서 검을 꺼낸 뒤, 갈충의 시신이 걸린 창으로 달려나갔다.
바로 앞에 있는 창병들은 무게로 인해 똑바로 만총을 겨누지 못하여 어느 정도 거리를 내주었고, 장창 사이로 들어간 만총은 빠르게 돌파하려고 했다.
그러나 몸이 과거와 달리 늙고 지쳐 이전과 같은 무예를 뽐내는 것을 방해하였다. 다음 열에 서 있던 창병들이 창을 내질렀고, 만총은 피하려 하였으나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더불어 앞 열의 창병 또한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의 진로를 방해하였다.
“이런…….”
그래도 그간의 경험으로 치명상을 입을 곳은 피해 내었으나, 이미 전신에 창이 박혀 버렸다. 그리고 만총의 칼은 창병들의 앞에서 멈추었다.
만총은 피를 흘리며 말했다.
“네놈들이 성공한 것이 아니다. 네놈들은 둑을 무너트린 것일 뿐이다.”
* * *
만총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대로 순가에 도착하여 이번 일에 대하여 털어 놓았다. 순욱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만씨 형제들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말하여 관우의 행렬을 따라 황궁을 빠져나가도록 하였다. 그들은 순욱과 만총을 호위하겠다고 하였지만, 순욱은 그들에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로 설득시켰다.
관우는 순욱을 바라보며 허옇게 센 수염을 만지며 물었다.
“이렇게 끝내려 하오?”
“이렇게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끝나는 것이오. 우리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지.”
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자신들 세대의 인물들은 이제 남지 않았다. 영웅이라 불리던 이들은 전장의 불 속에 사라졌고, 남은 이들도 이제 모두 털이 하얗게 변하여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이니 그들의 시대는 이제 끝나는 것이라 칭할 만하였다.
관우는 숨을 크게 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대가 죽는다면 동맹을 더는 이어 가기 힘들 수도 있소. 작금의 황제를 돌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 시대의 인물들이니 말이오.”
“알고 있소. 아마 이리저리 복잡한 이들이 일어나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 위국에서 임치를 점령하여 황궁을 차지하였다고 하니, 위국의 조비가 이번 일의 가장 큰 공을 세운 게 될 것이지.”
관우는 약간 더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모든 것이 조비의 계책이라는 것이오?”
순욱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겠소. 혼란하고 혼란하니 검은 그림자 뒤에 누가 있는지 잘 모르겠소.”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자가 범인이 아니겠는가?”
순욱은 관우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 끝에 꺼림칙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이 일의 끝에 그대는 결국 청사에 권신으로 적혀 동탁과 같이 될 수도 있겠군.”
순욱은 순간 승태가 했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로 만들어 마지막에 아무것도 아닌 인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 말이다. 순간 모든 것이 승태의 의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승태가 이렇게 악독한 수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