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89
489화
관우는 마초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바였다. 자신이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이들, 그들이 누구일지는 대충 짐작이 가니 말이다.
마초는 관우가 걱정하는 그 끝에 분노에 가득하길 바랐다. 그래서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뭐, 실제로 틀린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대가 돌아가 가장 높은 곳에 선다면 누군가는 밀려나지 않겠는가? 그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인물이 그대의 귀환을 원치 않는 것이지.”
“말이 길구나.”
“일을 쉽게 끝내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 그만 목을 빼고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어차피 이곳을 지나간다고 한들 죽음뿐이니 말이야.”
“이엄인가?”
관우의 물음에 다른 이들이 약간 놀란 눈을 하였다. 조정에 대하여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처럼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관우라면 어떠한 공작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이 아니라 무언가 큰바람이 불어 심정이 흔들린 듯했다.
마초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작 이엄 따위가 나와 큰 거래를 할 수 있는 인물이던가?”
큰 거래. 그 말은 조정에서 관우라는 인물을 두고 마초와 거래를 한다는 뜻이었고, 또 두 사람의 이름값만큼 권한이 있는 이가 나섰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관우가 아는 사람 중 그런 이는 유선과 제갈량 뿐이었다.
제갈량. 그 이름이 관우의 마음속에 적힌 순간, 무엇인가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그것을 믿을 듯싶더냐!”
마초의 의도대로 관우는 급작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누구에 대한 것일지 모를 분노였지만 그 크기만큼은 어마어마하였다.
하나 나이 든 관우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무예의 정점에 선 관우였기에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살아온 모든 것을 부정당한 순간의 분노를 참을 수는 없었다.
‘제갈량은 나를 버려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
관우는 스스로 되물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화를 하였다. 과거 제갈량은 부실한 솥의 받침을 치우고 안정적인 받침을 만든다면, 응당 천하가 안정될 것이라 말한 적 있었다.
‘안정적인 삼국은 가히 모자람도 부족함도 없어야 합니다. 그리하자면 아직 약한 우리는 송, 위 둘 중 누구와도 거래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를 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관우는 제안을 거부하였다. 제갈량이 순가를 버려 송과 화친을 하고, 큰 것을 얻고자 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았다.
크게는 위와 송이 봉대를 위해 싸울 때 아직 나라를 개국하기도 전인 자신들의 안위를 얻는 방법이었고, 작게는 송국과 친선을 다질 수 있었으니까. 진에게 있어 순가를 버리는 것이 큰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관우로 인하여 틀어졌다. 관우는 순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존치를 외치며 유비가 말한 한조의 지속성을 선택하였다. 제갈량은 이에 반발하였지만, 관우의 뒤에는 유비와 장비가 서 있었고,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진을 세운 세 명의 결정은 곧 진의 총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삼 형제 중 둘이 사라졌고, 유비의 아들은 오롯이 제갈량을 따르고 있었다. 이래서야 진국은 유씨의 나라가 아니라 제갈씨의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관우의 생각이었다.
후우우우웅!
월도가 굉음을 내며 마초를 노렸으나, 마초는 창으로 살짝 빗겨 내었다.
‘힘은 실렸지만, 정확도는 떨어졌군.’
마초는 그리 생각하며 반격에 나섰다.
쉬이익!
분노로 평정을 잃어도 관우는 관우였다. 찔러 들어오는 창의 창대를 붙잡더니, 다시 한 팔로 월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순간 마초가 붙잡힌 창을 힘껏 내지르자, 그 힘에 말에서 떨어질 듯해 관우는 잡고 있던 창대를 놓았다.
“휘익!”
동시에 마초가 휘파람을 불자 바로 앞에서 방덕의 화살이 날아왔고, 관우는 겨우 그 화살을 막아 내었다. 마초와 방덕의 연계는 위협적이었다. 근거리에서 마초가, 원거리에서는 방덕이 관우의 목숨을 노렸으나 관우는 잘 버티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싸움에 임하자 분노가 가라앉는 듯했으나, 마초가 다시금 혓바닥을 놀리자 식지 않고 되살아났다.
“이제 진으로 돌아간다 해도 방구석 퇴물이 되어 있을 터인데, 그냥 죽는 게 낫지 않겠는가?”
“노오옴!”
그러나 점점 관우의 공격은 느려졌다. 빙글빙글 주위를 돌며 관우를 노리는 마초의 움직임은 아직 활발했다. 방덕이 또다시 쏘아 낸 화살을 튕겨 낸 순간, 마초의 창이 관우의 어깨를 꿰뚫었다.
푸욱!
관우는 바로 창을 빼려고 했지만, 상처에 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마초를 보았다.
“창에 이상한 짓을 했군.”
“깔끔하게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아서 말이야. 마씨 가문의 원한을 묻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큭큭큭.”
관우는 웃음을 흘린 뒤, 살점과 함께 창을 뽑아내 바닥으로 던졌다. 아니, 뽑는다기보다는 거의 뜯어냈다고 하는 편이 맞으리라. 그 정도로 한쪽 어깨는 뼈가 보일 정도로 변해 있었다. 그 광경에는 마초조차 얼굴을 굳히고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마초는 관우를 괴물 보듯 쳐다보았다.
“피가 이렇게 흐르니 머리가 차가워져 잘 돌아가는 것 같군. 하여 이렇게 생각해 보았지. 나를 격장지계에 빠뜨린 모든 것이 그대의 거짓말이라고 말이야.”
마초는 창을 잃은지라 천천히 관우와 거리를 벌리고자 하였다.
“한데 말하는 투를 보니 전부 거짓은 아니고, 진실과 거짓이 섞인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마초는 그런 관우를 바라보며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거짓은 하나도 없다. 진에서 그대가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이 나를 부린 것뿐.”
관우는 월도를 틀어쥐며 말했다.
“그래, 진실이 섞여 있을 수도 있겠지. 하나 나는 믿지 않기로 하였다. 비록 제갈량이 이익을 따진다고 하나, 의를 모르는 사내가 아니며, 예를 갖추어 사직을 안정케 할 인물이다. 또한, 백성을 질서 있게 다스릴 인물이기도 하고. 예를 벗어나 사도를 걸을 인물은 아니다. 효직이라면 모르겠으나……. 하여 더는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관우의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지며 마초의 모든 감각을 곤두서게 했다. 순간 관우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말을 타고 있음에도 어떠한 기척도 없이 말이다.
“응당 싸움에 사사로운 분노는 아니니.”
후웅!
간발의 차이로 마초는 공격을 피해 내었다.
“의로써 적을 멸하리라.”
‘늦었……!’
마초조차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월도가 날아온 순간, 방덕의 화살이 관우의 머리를 꿰뚫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머리에 박혀 있었다.
스윽.
불꽃이 튀기는 눈빛을 한 관우가 방덕을 돌아보자, 방덕의 말이 놀란 듯 날뛰었다.
히히힝!
방덕이 겨우 말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관우를 향해 화살을 겨눈 순간, 흙먼지가 날아들었다. 관우가 월도를 이용해 흙을 뿌린 것이었다.
“크윽!”
그때 위기를 넘긴 마초는 곧바로 땅에 떨어진 창을 주웠고, 방덕과 말을 무력화시키고 다시 덤벼드는 관우를 바라보았다.
한데 관우의 월도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하늘의 길은 인력으로…….”
쿠웅!
말에서 떨어진 관우가 월도를 바닥에 찍으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와 어깨에서 흘린 피로 인해 혈안이 된 관우는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뜨고 마초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꿀 수… 없음이다.”
관우의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이내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다.
“…….”
마초는 잠시 관우를 바라보다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 마초가 마가의 원수를 죽였음이다!”
방덕은 천천히 마초에게 다가와 관우를 바라보았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 역시 죽을 뻔하였다. 만일 어깨의 부상과 분노한 관우에게 화살을 맞히지 못했다면 참살당했을 수도 있었을 터.”
주변을 둘러보자, 관우의 호병들이 하나하나 처리되는 것을 보았다. 그들 역시 관우가 죽는 순간을 보았고, 무신이 쓰러진 것을 본 이후 기세가 완전히 꺾인 듯했다. 자신의 병사들에게 모조리 쓸려나가는 것을 본 마초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방덕에게 말했다.
“남은 관씨 놈들을 처리해야겠다.”
방덕은 순간 마초를 잡았다.
“그 정도로 해 두십시오.”
마초가 인상을 찌푸렸고 방덕은 다시 입을 열었다.
“순가의 인물들이 함께 있습니다. 혹여 순가 인물들이 다치면 원래 생각한 일이 모두 틀어질 것입니다. 또한, 관씨가 살아야 진국 내부에 불화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마초는 그런 방덕의 말에 혀를 차고 말고삐를 잡았다.
“알아들었다.”
마초가 슬쩍 방덕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대로 홍농으로 돌아갈 참인가?”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 공과 양 공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저희가 행한 일을 전해야겠지요.”
굳건히 서 있는 관우의 시신을 바라보던 마초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대는 군주와 동지를 잘 만나지 못하여 이렇게 죽지만, 나는 복수를 이루고 고향으로 돌아가니 그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하하하하!”
마초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가의 인물들과 관평이 나타나 관우의 시신을 수습하였다. 관평은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장군이자 아버지를 잃어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보이었다.
순익은 그런 관평의 옆에 서며 말했다.
“황궁은 아닐 것이오.”
“…어찌 그리 장담하시오?”
“조정은 우리를 잡을 병력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낙양에서 군을 뺀다면, 혹 송이나 위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하루 안에 떨어질 테니 말입니다.”
“하면?”
“서황이나 진의…….”
순익은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관평을 보았다가 이내 말을 아꼈다. 지금 적들이 관우만 참하고 물러난 것을 본다면, 관우에게 원한이 큰 인물이나 권력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순익의 머리에 스쳐 지나간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였다.
“말을 끝내 보시오.”
“진의 조정에서 바라는 것이 있지 않겠소?”
“조정, 조정… 내 직접 물어야겠소.”
* * *
진나라 왕궁.
제갈량은 많은 죽간을 치우고 긴급이라 붙어 있는 서신을 받아 읽었다. 관우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읽고, 서신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명확한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정녕 나라가 휘청거릴 수도 있겠구나.”
제갈량은 이를 알리기 위해 빠르게 걸어 유선이 있는 방에 도착하였다. 크게 알리지도 않았는데 내관들은 제갈량을 안으로 보내기 위해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여러 가지 놀이 기구들이 널려있었고, 그 가운데 여인들과 함께 자리에 누워 있는 유선이 보였다. 유선은 제갈량을 보자마자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국! 상국이 이리 누추한 곳을 오신단 말입니까?”
“대왕께서 거하는 곳이 어찌 누추할 수 있겠나이까? 단지 큰일이 있어 무례함을 무릅쓰고 이리 왔나이다.”
“하하하! 무슨 큰일이 있겠소? 나는 이제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 같아 그냥 기분이 좋소. 마초의 도움으로 저 멀리 서역의 인물들을 싸움 없이 발아래 두었고, 천하의 강자이신 관 장군도 이리 오지 않습니까?”
관 장군이라는 말에 잠시 제갈량은 침묵을 유지했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유선도 얼굴을 굳혔다.
“관 장군께서… 졸…하셨습니다.”
티잉!
유선은 가지고 놀던 화살을 떨어트리며 제갈량을 바라보았다.
“그, 그것이 무슨 일이오? 숙부께서 졸하다니? 상국, 장난이 너무… 심하지 않소.”
하나 제갈량의 굳은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고 유선은 고개를 떨구었다.
“아니 되오. 이것은,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