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90
490화
[장수가 전쟁에 나아가 돌아갈 금의를 입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둘밖에 없소. 첫째는 귀부하여 부끄러움을 안고 부귀만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 둘째는 승전을 거두어 권위를 세운 채 고향을 수복하는 것이 아니겠소?한데 나는 주인을 잘 만나 고향에서 금의를 입으며 황궁에서 칼까지 찰 수 있었으니, 나보다 더한 권세를 누리고 부귀를 누린 인물은 없을 것이오. 그러하니 그대들이 나를 여기서 죽인다고 하여도 웃으며 죽을 뿐이오. 하여 두렵지 않소. ― 태사자와 관우의 대화 중]
유선의 충격은 상당하였다. 유비가 유선을 남기고 죽기 전, 어떠한 문제 없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 일컬은 이들 중 한 명이 관우였다.
거기다 유선과의 개인적인 친분 또한 깊었다. 관우가 전장에 나가 있어 자주 보지는 못하였지만, 유비와 함께하였을 때 겉과 안 모두를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 그리하여 유선은 많은 것을 관우와 대화하며 배웠다.
동시에 관우가 전하였던 말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을 자신의 철학으로 삼았다.
‘군주의 역할은 신상필벌을 통한 군림이오. 의당 군이 스스로 유능함을 보이려 나서 명성을 떨치면 사방에서 간신들이 들끓으니, 진정 능력 있는 군주라면 스스로 능력을 내보이지 않고 가장 어려운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명심하여 진왕 전하가 우려치 않도록 부탁한다.’
유선은 관우의 말들을 통하여 과거 선인들의 과오와 선정을 살피었고, 공통으로 드러나는 특징을 찾았다. 정말 관우의 말처럼 옳은 재상을 세웠을 때 현군이 되었고, 스스로 뛰어나다며 명신을 제외하였을 때 망군과 혼군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유선은 재상을 머리로 한 재상 정치를 시행하고자 하였다. 제갈량을 필두로 그 아래 이엄, 유봉 등을 두어 조정을 장악하고, 관우를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조정의 수호자로 만들어 유비가 승하하여 만든 빈자리를 채우고자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관우가 죽었다는 소식은 유선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만든 것을 이해하고 칭찬해 줄 거목이 쓰러진 상황. 그것은 무어라 할 수 없는 황망함으로 다가왔다.
“어찌… 숙부께서 어찌 죽었다는 것입니까? 상부…….”
유선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덜덜덜 떨었다. 그러고 나서 주변을 살피었다.
“상부,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우선은 귀환하는 이들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이들은 살았습니까?”
“관 공께서 자리를 지키며 그들을 패퇴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패퇴시켰다면 어찌…….”
“적군의 공격이 드세었고, 관 공께서 나이가 많으니 원로한 몸으로 일을 감당하기 어려우셨을 수 있사옵니다.”
“알았소. 하면 관 공께서 돌아왔을 때 그분을 위하여 큰 대례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제후의 자격이 아니라, 응당 선왕의 의제이자 고의 의부로서 말입니다.”
제갈량은 예와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유선의 눈은 반드시 실행 할 것이라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유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가는 아마 사달이 날 게 뻔했다. 유선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웃음이 되는 것은 참는 성격이었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따르는 인물이 홀대당하는 것은 참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관우의 사망은 그가 왕이 된 후 존경하는 인물을 잃은 첫 번째 일이었다.
“소신, 명을 따르겠나이다. 선주께서 이르길 같이 의를 맹세하였으니 같은 날 죽기를 바란다고 하셨지요. 그것은 어려웠으나 같은 곳에 묻힐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의 장담에 유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상부께서 이를 모두 잘 처리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탁드리옵니다.”
유선의 말에 제갈량은 예를 표하고 물러나갔고, 곧바로 유비를 추모하기 위해 왔다는 태사자를 찾았다.
태사자는 제갈량의 방문에 직접 맞이하며 차를 내었는데, 제갈량은 마시지 않고 잠시 보기만 한 뒤 물음을 던졌다.
“이번 일과 상관없소?”
태사자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제갈량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부터 말을 해야 내 알 수 있을 것인데, 대뜸 상관없냐고 물으면 내 무어라 답해야 하는가? 뭐, 그냥 나와는 관계없다고 해야 하는 건가?”
제갈량은 태사자의 말에 그가 거짓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솔직한 말을 꺼내 두었다.
“마가 인물들이 떠난 뒤에 관 공께서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이다.”
“맹기는 관우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충돌이 있을 수도 있으나, 겨우 기십도 되지 않는 병력으로 관 공을 공격한다는 것은 이해치 못할 일이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했다고 하면 관 공의 일족을 멸족시키기 위해 관평 일행을 모두 노려야 했을 것인데, 그것은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권력에 가장 높은 인물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가?”
제갈량은 지금 상황이 묘하게 자신이 관우를 처리하고자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자신이라 가리키는 것처럼 보였다.
“혹여 진정 마초가 관 공을 노렸다고 하여도, 관 공께서 관도를 따라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아니, 정확히는 관 공께서 낙양을 떠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할 게 먼저 아니겠소? 유 사군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올 거라는 사실은 예측할 수 있는 바이지만, 정확한 날짜는 파악하기 어려울 터. 미리 보고받은 장안이나, 떠나는 것을 직접 본 낙양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 수 있겠소? 뭐… 장안과 낙양, 두 곳 모두에서 관 공을 노렸으면야…….”
제갈량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이내 내부에서 자신을 노리는 인물이 이번 일을 꾸몄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조차 함부로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저 낮은 신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태사자는 그러한 제갈량의 고민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 나갔다.
“맹기가 서역의 길을 안전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거래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태사자는 마초가 서역 일대의 강족들과 만나 그들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중재하여 주었고, 강족은 마초를 믿고 진을 도와 무역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완전한 거래도 아니지 않습니까?”
“마씨 가문과 척을 지고도 비단길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간 마씨 가문과의 일로 인하여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로 돌아가고자 하는가?”
태사자의 말에 제갈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못 이기겠습니다. 마 장군 덕에 큰 수혜를 받은 것은 맞는 일이지요. 마씨 가문과 원한을 풀었다는 소식 한 번에 그간 가하던 공격이 절반쯤 줄어들었으니 수혜라 할 만하지요. 무엇을 어느 정도 내어 드리면 되겠습니까?”
“파촉 땅을 달라고 하면 줄 것인가?”
“한 치 정도면 그리지요.”
태사자는 그 말에 껄껄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땅은 아니 된다고 하고, 뭐 사람도 아니 될 것이니… 관 공의 목은 어떠한가?”
제갈량은 눈을 크게 뜨며 태사자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큰 무례였고 쉬이 반응을 내보일 수 없는 말이었다. 일반 장수의 목을 달라고 하여도 반대할 일인데, 선대 군주의 의제의 머리를 내어 달라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 일이었다.
“귀를 씻어야 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성사시켜 준 맹기에게 주기 위함이었소. 이것도 아니 된다, 저것도 아니 된다… 그렇게 말하면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럼 남은 것은 작금 낙양을 불태워 없애 달라는 것은 받아 주겠는가?”
“장군……. 아국이 예를 지킨다고 하여 그것이 송국에 굴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선주의 장례에 찾아와 준 귀한 손님을 우대해 주는 것뿐입니다. 제아무리 귀한 손님이라고 하지만, 선주와 집안을 모욕하면서 이를 장난이라 한다면 손님을 내쫓고 물을 뿌릴 것입니다.”
“그럼 조정에 이를 한번 물어보지. 내 머리야 늙어 굳었고, 또 장수라서 말하는 일마다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가?”
제갈량은 순간 이 일을 그저 질질 끌어 강족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면, 그냥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허허. 질질 끌어 이 일을 그냥 유야무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한데, 흉노가 우리와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걸세. 손해야 좀 보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꽤 많은 돈을 들여 자네들의 비단길을 막아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알아주게.”
“그전에 그곳을 장악하지 못할 것 같습니까?”
“한번 해 보겠다고 하면 송은 받아 줄 것이네. 우리야 만들어 파는 것이니 이리저리 팔 곳이야 만들면 되겠지만, 자네들은 물건을 사 와서 다른 곳에 넘기는 것 아니겠는가? 아, 촉금은 상품이 좋으니 그것을 파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지금 진은 송국의 물건을 유통해서 돈을 얻는 양이 압도적이었다. 물론 촉금이 귀한 물건인 것은 맞지만, 많은 양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 세액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송국이 쇄국을 해 버리면 크게 타격을 입는 것은 진이었다.
“알겠습니다. 강족에게 송국에서 받을 액수를 내주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꼼수였다. 직접 이를 보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강족을 통해 보내겠다는 것은 강족 스스로 송국과 멀어지게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좀 더 많이 주는 진과 그를 빼앗으려는 송으로 보일 터이니, 이 일이 오래 지나면 어떻겠는가? 반감이 조금씩 쌓여 결국은 송을 척질 것이었다.
“직접은 어려운 것인가?”
“반발 삼을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또한, 진국의 내부 민심도 살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진과 송은 칼을 겨누었으니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내부에서는 송국이 선주의 장례에 찾아온 것도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럴 만한 것이었다. 유비와 장비 모두 송국과 싸우다 졸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 건국의 공신과 창건자를 그리 보내게 했으니 신료들이 반감을 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알았네. 자세한 일이야 머리 쓰는 이들이 하겠지. 아, 내 진왕 전하의 장례만 지내고 가려 하였으나 관 공의 일도 있으니 좀 더 머물도록 하겠네.”
제갈량은 태사자의 말에 약간 멈칫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태사자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 송도 쉬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니, 시간을 조금은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 * *
얼마 후.
관우의 시신과 함께 돌아온 관평은 직접 관우의 관이 실린 수레를 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백성들은 그 자리에 엎드려 울기 시작하였다.
관우는 강자에게는 강하며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뭇 백성들과 병사들에게 어버이와 같이 따뜻한 인물이었으니, 백성들이 받은 충격이 상당하였다. 유비의 죽음과 관우의 죽음이 동등하게 다가올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가 아들 관평이 직접 그 수레를 끌고 장안에 나타났으니 그 서글픔과 한은 더더욱 커져 나갔다.
“아버지, 소자가 아버님을 전장을 나와 장안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님이 선주를 뵙고 난 후, 제가 고향으로 모시겠습니다.”
유비나 장비와 달리 관우는 진국이 고향인 하동을 얻어 고향 땅에 묻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관평은 그리 맹세하듯 말하였다.
장안의 백성들이 관우의 죽음에 슬피 울며 그의 삶을 대변하듯 외쳤다.
“열다섯 살에 군인으로 전쟁터에 나가, 여든 살이 되어 비로소 돌아오니.”
“안마당에는 들 곡식이 우거지고 우물가에는 아욱이 멋대로 자라고 있구나.”
“이제 누구와 함께하랴? 문밖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그저 눈물만 흘러 내 옷을 적시는구나.”
관우가 의기를 세워 평생을 전장에 살아 돌아왔는데, 그와 함께한 이들은 모두 죽었으니 온전히 기릴 인물이 없었다. 그와 함께한 노병들도 이번에 관우가 죽던 순간에 같이 죽었고, 그와 함께한 의형제들은 모두 먼저 떠났다.
태사자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비단옷을 입고 돌아오는 것도 시기가 있구나.”
[항우의 금의야행에 뭇 인물들은 멍청하다고 욕하였다. 그러나 항우는 죽음의 순간까지 그 고향 사람들과 같이하였다.고향에 돌아가지 않은 유방은 황제가 되었지만, 가까운 이들을 베고 의심하더니 마지막은 부인에게 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