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91
491화
[아버지의 원수는 같은 하늘을 이고 있을 수 없고, 형제의 원수는 보이는 순간 죽여야 할 것이며, 벗의 원수는 같은 나라에서 함께 할 수 없다. ― 예기 곡례편]관우의 죽음은 마치 하나의 장이 마무리되는 것과 같았다. 거기다 순욱이 황궁으로 잡혀 들어가 권신이라는 이름 아래 사지가 소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이는 영천의 인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유약한 유협이 이러한 일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들이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진나라가 거짓을 이야기한다며 현실을 부정하였고, 시신 일부를 구해 온 이들의 손에 갈가리 찢긴 순욱의 모습이 들린 것을 본 뒤에야 사실을 인지하였다.
단순히 순욱을 죽였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순욱을 죽인 후, 그 뒤처리하는 방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본시 귀한 인물은 죽이더라도 그의 몸을 최대한 상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었다. 유학의 도리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부모가 내준 몸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역적의 죄를 지었다고 선포하였지만, 순욱의 사지를 찢는다는 것은 그의 명성을 무시하고 죽이는 순간까지 그를 모욕하는 의도가 가득 담긴 것이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자 영천의 인물들은 한이라는 이름에 학을 떼기 시작하였다. 특히 순가의 인물들은 그 정도가 심하였다. 그들은 순욱이 죽은 일이야 충신으로 임하긴 했어도, 권신이 되어 권력을 휘둘렀으니 조금 억울하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즉 어느 정도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하여 순욱의 처참한 최후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한에 대한 반감보다는 그저 생존을 위해 진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나 모든 전말이 알려지자 대거 진에 임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나서 관우의 죽음에 대한 화살도 한조에 돌렸고, 새로운 한조를 세워 계한의 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제갈량은 이들을 등용하여 국정을 쇄신하는 데 이용하였다. 특히 이번의 일로 영천의 인물들이 대거 등용되었고, 진의 반한 감정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유학의 주류라 부를 수 있는 중원에서 반한의 감정이 퍼져 나가자 한조의 정통성이 깎여 나가기 시작했고, 그들 스스로 황제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며 새로운 황조에 대한 필요성들이 대두하였다.
* * *
승태는 권좌에 앉아 사마의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마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승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마의에게 다가갔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내관들은 옆에 섰다.
승태는 손을 내저으며 사마의의 앞에 몸을 웅크리며 그를 일으켰다.
“큰 공을 세웠습니다.”
사마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옵니다. 그저 저는 저들 간의 싸움을 부추기고 도왔을 뿐입니다.”
승태는 그런 사마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그대가 생의 한을 하나 해결해 주었는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 물론 많은 문무백관이 이번 일을 도왔지만, 시작과 마침표는 그대가 찍은 것이 아니겠는가?”
승태는 정말 고마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사마의에게 작은 함을 내밀었다. 사마의는 묘한 표정을 하며 그 함을 바라보았다.
“별것은 아닙니다. 단지 나는 그대에게 내 무엇을 내주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외무를 위해서는 그래도 정보관들을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마의는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그렇사옵니다.”
“하여 내 국외에 정보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법과 권한을 그 인장에 두었지요. 또한, 요동에 일러 우회하여 사람을 들이거나 내올 수 있게 만들었으니, 요동을 기반으로 정보부를 하나 만들도록 하면 됩니다. 아, 먼 요동에 둔 것은 작금 혹 사마 가문이 도망갈 수 있게 만든 것인데, 옮길 필요가 있으면 고하고 옮기면 될 것입니다. 뭐, 이것저것 알려 주어야 할 것이 있지만 내 그대를 믿으니 그런 것은 일축하기로 합시다.”
어마어마한 권한이자 선물이었다. 승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마의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하하, 어째 선물이 일을 늘려 준 것 같기는 한데, 내 그대를 믿고 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원직을 좀 부러워했어야 말이지? 외방의 소식을 빨리 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느리다고 말이지요. 그러해서 인장을 그대에게 맡기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마의는 감동의 물결이 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승태의 눈 안에 자신이 잘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받는 것 같았다. 그간 자신이 원하던 것이라며 인장을 내준 것은, 승태에게 자신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인식시켜 주는 것과 같았다.
‘주군이 원하는 일을 더 넓은 범위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일을 하고 있던 것을 굳건히 살폈다는 뜻과도 같았다.
“물론 직을 물러나거나 내가 요청을 하면 분명 다시 주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다른 이에게 맡기어도 문제는 없습니다.”
사마의는 그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승태가 자신을 믿기에 국가의 밖에서 나라를 위하여 일할 이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절대 아니옵니다. 소신… 주인께서 소인을 위해 이렇게 신경을 써 주셨으니 그저 견마지로로 일할 뿐이옵니다. 주인께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나이다.”
승태는 과잉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마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노력은 좋으나 오래 갑시다. 내 자경 형님의 일을 겪고 나니, 좋은 사람들과는 오래 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강해졌지요. 그래야 다음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줄 때 검증된 인물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마의는 순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승태에게 고개를 숙였다.
“기쁜 날입니다. 어찌 눈물을 지어 보입니까? 나는 원한을 풀었고, 그대는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돌아가 가족들에게 그 인장을 자랑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사마의는 승태의 손을 잡고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승태는 그를 안아 주었다.
“많이 힘들었을 것임을 압니다. 그대는 나를 위해서 먼 적지에서 많은 것을 우회하고 대체하였는데, 그것을 알아줄 인물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어찌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일의 마지막으로 돌아왔음에도 환희보다는 의심으로 대접하였으니,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사마의는 승태의 손을 잡고 영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승태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주변의 내관들을 보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사마의는 눈물 자국이 다 보이는 얼굴로 승태를 올려다보았다. 사뭇 우스운 상황이라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하였지만, 승태는 헛기침 한 번을 하고 사마의의 앞에 앉았다.
“내 오랜 염원을 풀어 주었습니다. 많은 것을 내줄 수는 없지만, 그대가 응당 청사에 영웅과 충신으로 남아 영세토록 존경받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대가 그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사마의는 그 자리에서 다시 눈물을 흘리며 머리로 바닥을 두들겼다.
“소인, 어찌 주인의 말을 어기겠습니까? 그저 주군의 충신과 영웅이 되고자 합니다.”
승태는 사마의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의 이름이 충신들과 명신들을 평가하는데 거론되며, 세인들이 역적과 배신자들이 비난하고 질시하는 사람으로 만들 겁니다. 그대가 말 위에서는 군사로서, 말 아래에서는 상국으로서 천하의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말이지요.”
사마의는 눈을 끔벅였다. 자신이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지만, 무엇인가 너무 커져 버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천하에 그대의 이름이 진동하겠지요. 송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대의 이름이 놓이도록 말이지요. 어쩌면 후일 누군가는 천하를 떠돌던 그대가 나를 봉대하여 대국을 일으켰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어찌… 모든 것은 주인의 뜻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소인은 그저 소인의 능력으로 주인의 뜻을 이루고자…….”
순간, 승태의 어투가 달라졌다.
“역사는 쓰이기 나름이네. 큰 흐름은 비슷하게 보겠지만, 그 안에 보이는 지류들은 다른 법이지. 그대가 선대 패공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올라 순욱이 한실을 발아래 두었으며, 동탁과 같이 한조를 이리저리 휘둘러 충신들이 떠나갔고, 충신들이 봉지를 얻어 나라를 인정받았으니 이 어찌 동탁을 물리치기 모인 제후들과 다르겠는가?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말은 누구겠는가?”
“그것은…….”
약간씩 어그러져 있는 진실들이 있었고, 그것은 사마의의 귀에 너무나도 달콤하고 유혹적이었다.
“그것이 역사이네. 수많은 입에서 입으로, 또 글에서 글로 옮겨질 것이고, 진실은 각색될 것이네. 하여 승리자가 그 역사의 주인이 되는 사례가 많지.”
사마의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역사는 승자의 입김으로 쓰인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사례가 많다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도 숨겨져 있었다.
“하나 패자의 붓 또한 무섭기 그지없지. 합당하지 않고 너무 이상한 추앙의 끝은 역사에서 어찌 쓰일 것 같은가? 그리고 승자라 한들 그 승자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어찌 되겠는가?”
“패자들의 손에 갈가리 찢길 것이옵니다.”
“더욱 참혹하고 잔인하게 찢기겠지. 그것이 진시황 아니겠는가?”
사마의는 승태의 말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대의 승리를 하는 것은 그저 본인의 만족이지만, 만대의 승리는 역사를 얻는 것이네. 나는 그대에게 만대의 승리를 가져오게 하려고 하는 것이네. 그리고 그 서전을 성공시켰지.”
고순을 죽음에 이르게 한 순욱의 말로는 치욕스러웠다. 물론 사서에는 논쟁의 인물이 되겠지만, 결국 황제의 손에 죽음을 당하였으니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권신이라는 단어일 것이었다.
사마의는 자신이 한 일이 무슨 일인지 깨달았고, 순간 손이 떨려왔다. 그때 승태가 사마의를 불렀다.
“중달.”
“주… 주공.”
“어떠한가? 그대는 만대의 승리를 가져오겠는가?”
사마의는 과거 승태가 거대한 승리를 가져오라는 말했던 것보다 더욱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승리이지 아니한가?
사마의는 예를 표하고 그 자리를 떠났고, 문 앞에는 그의 아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이번엔 전하께서 무엇을 전하여 주셨습니까?”
사마의는 입에 손가락을 두었고 그의 아들을 조용히 하게 만들었다.
“궁중이다. 누가 듣고 누가 말할지 모르는 곳이다. 말을 조심하거라.”
“전하께서 아버님을 혼내신 것입니까?”
사마의는 아들의 말에 얼굴을 꼭 붙잡았다. 그러고 주변을 한번 쓸어 보고는 이내 아들의 팔을 잡았다.
“아버지의 위치는 외무를 장악하여 천하를 위치하게 하는 일인데, 어찌 이리 조심하신단 말입니까?”
“이곳은 천하의 사실을 조정하는 곳이다. 네가 말을 잘못 놀려 전하께 좋지 않은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내 너를 언제나 감싸지 못할 일이다. 우리가 높은 곳에 오르더라도 한 발 한 발 조심해야 할 것이니.”
사마사는 그의 나이가 아직 젊어 아직 사마의가 가진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 현명한 자신의 아버지가 언제나 이곳에 오면 모든 행실에 조심할 정도로 한 인물에 대하여 경외하는 것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