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사마의는 자신의 앞에서 요하의 상황을 일러 주는 육손을 바라보며 기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런 일을 그냥 알려도 되는가? 군사부를 맡고 계신 유 총군사께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미 전하께 보고가 올라갔으니 그사이에 모두들 알게 될 일이었습니다. 이를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대처하는 것은 다를 터이니, 사실을 알려 드린 것입니다.”
사마의는 콧등을 만지면서 빤히 육손을 바라보았다. 능력은 뛰어난 인물이었다. 자신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히 말이다. 그러나 처세는 영 꽝이라는 판단이 들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유엽의 수는 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정적(政敵)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늦추는 것인데 말이야.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가?’
유엽이 그냥 요하의 문제를 사마의에게 늦게 알리려 한 게 아니었다. 노숙이 무너진 지금, 유엽은 양주와 서주 일파의 거두였다. 즉, 유엽이 요녕의 일을 이렇게 처리한 것은 사마의가 조금 늦게 대처하도록 만들려는 이유에서였다.
군사부는 사마의의 가문이 도망가기 위해 대요수나 대능하를 타고 움직일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외무부의 정보를 종합할 곳을 만들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러나 그곳이 위험에 빠졌다. 만일 그곳에 전란이라도 터져 모든 이들이 그곳을 떠나 버린다면, 모든 것은 백지화될 게 뻔했다.
사마의의 대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외무부가 커지는 것을 늦출 수 있는 셈이었다. 가문의 힘을 가져오는 것과 외무부의 힘을 키우는 것 모두 말이다.
“방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온 것입니다.”
“방책? 요동의 공손 가문이 발호하는 일을 막는 것을 말하는 건가? 그들이야 주변의 국가들을 이용하여 방해하는 방법이 있지. 그것이 아니라면…….”
“직접 가시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사마의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적을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인가?’
“군재에도 꽤 능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네. 그대가 군사부에 일하고 있어 생각을 못하는 것 같군. 이 몸은 외무부를 담당하는 인물이고, 그대는 군사부의 차관이네. 그대가 손가락으로…….”
“손가락으로 병사들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마의는 이마를 짚었다.
“자네,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것인가?”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확실하군.’
“전하의 제가를 받아오게.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야. 분명 말이 나올 것이고, 군사부 또한 자네의 결정에 문제를 삼을 것이네. 자네는 내분을 바라는 것인가?”
“내분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 그것이 그냥 자네 머리에서 나온 생각을 아니겠지?”
육손은 승태가 내준 표를 들어 사마의 앞에 놓았다. 사마의는 승태의 허가를 표시하는 인장과 서명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총군사께서도 전하의 명을 거스르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사마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승태를 만나면 언제나 걱정하고 머리를 굴리는 자신에 비하여 육손은 너무나 단순 명료하였다. 곧은길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원하면 행하고 얻는다. 참 부러운 길이로군.’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육손이 내민 조서를 보고 물었다.
“그래도 주군께 고하고 움직이는 것이 맞을 것이네. 그들의 준동을 막으려면.”
“보군 삼천과 배를 모는 이들을 이천, 전투 투함 마흔 척이 준비 중이옵니다.”
사마의는 멈칫하고 육손을 바라보았다.
“준비성은 철저하군. 성격이 원래 그러한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를 잘 찾아내어 이를 고치는 것은 잘하겠군.”
사마의는 고개를 저으며 후길이 가져온 외투를 걸치고 육손을 지나쳤다. 육손은 자신을 지나쳐 나가는 사마의를 바라보았고, 후길이 약간 걱정된 모습으로 사마의에게 물었다.
“지금 등청하시는 것입니까?”
“누구 덕에 해가 지고 있는 지금, 전하를 보러 가야 하는 것이지.”
“날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전하께서 침전으로 가셔서 주무실 시간은 아니네. 그러니 지금 뵈러 가는 것이지. 지금이 아니면 어려우니 말이야.”
육손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사마의는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
“일을 더 키우려 하지 말게. 자네와 같이 움직이면 다른 이들이 오해할 수도 있음이네.”
육손은 예를 표하고는 사마의의 뒤에서 고개를 숙였고, 사마의는 구시렁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
* * *
승태는 집무실에서 이번에 올라온 일들을 일부 처리하고 하품을 내뱉으며 자리에 누워 있었다.
“아, 업무 분장을 이렇게 했는데도 올라오는 일들이 복잡하기 그지없군. 읽지 않으면 엉망이 되는 일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야 도장을 찍는 것뿐이었다. 하나 가끔 승태가 놀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소가 올라왔기에, 읽지 않고 승인을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승태는 순간 옆에 앉아 있는 서서를 누운 채로 바라보았고, 서서를 향해 물었다.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고질적인 일일 것입니다. 송은 새로운 국가이니 법도를 세우고, 각지의 사람을 재배치하는 중이기에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거기다가 나라가 넓어지고 그 힘이 넓게 뻗어 나가면 더욱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승태는 그대로 눈을 덮었다. 마치 잠을 자 버리겠다는 선언 같았다.
“날도 다 저물었는데 이만 침소로 향하면 아니 되겠습니까?”
“금일 상소 분의 칠 할까지 하셨습니다. 아직 삼 할이 남았는데, 미루려 하시는 것입니까?”
승태도 할 말이 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중요한 것은 이미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남은 것이라고 해 봐야 별 시답지 않은 처마의 문양이나 색, 이런 걸 결정하기 위한 상소이니……. 거기에 더해 귀보나 귀물에 대한 이야기, 또 상서롭다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아.”
서서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전하께서야 그런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겠지만, 천하의 뭇 인물들은 상서롭거나 불길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주공께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걱정하는 것입니다.”
승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용에게 보주를 받아 왕에 도전하는 인물, 땅을 팠더니 옥새가 나와서 황제가 된다는 이야기. 그런 것은 이 시대에 넘쳐나는 것들이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승태는 순간 이마를 만지작거리다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긴 하지만, 어차피 괴사가 일어났다면 확인해야 할 테니 위사들에게 맡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이 일의 경위와 물건 등을 확인하고 가져와야 한다면 그들이 먼저 알고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분명 그래야 합니다. 내가 이를 확인하라고 승인하는 것보다 말이지.”
“아닙니다. 직접 챙기셔야 합니다. 그런 괴사들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승태는 의뭉스러운 눈으로 서서를 바라보았고, 서서는 이를 설명하였다.
“그것들이 당위성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이들이야 상관이 없겠지만, 이러한 보고를 올리지 않고 먼저 처리를 한다면 기사를 발견한 이들이 자신들의 당위성으로 만들 것입니다.”
승태는 그럴 생각이 없는 이들이라도, 무언가 일을 벌일 명분을 가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알아들었다.
서서가 그런 승태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설명을 하려는 순간,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외무부장이 전하를 뵙기를 청하옵니다.”
승태는 내려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어처구니가 없는 웃음을 흘렸다.
“내가 육손이 알아서 잘 처리한다고 하여 조서를 내려보냈는데, 처리는 무슨. 내가 직접 이야기를 털어 놓아야겠군.”
승태는 사마의를 들어오게 하였고, 그는 곧바로 예를 표하며 승태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늦었소이다.”
“소신, 죄송하옵니다. 또한 다시 한번 사죄를 드리고자 합니다. 백언이 전하의 조서를 내려주었는데, 소신이 이에 바로 응하지 않고 전하를 뵙고자 왔습니다.”
“길의 첫 걸음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위험합니다. 진정 공손 가문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기백 기천의 병사들을 움직이는 것으로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못해도…….”
“병력의 수가 적어도 사만 명 정도는 필요하겠군. 아닌가?”
사마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승태의 대답에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기마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오. 하여 고구려에 이미 전서를 보하였소.”
“모든 판을 이미 깔아 두신 것입니까?”
“판을 깔았다기보다는 군사부나 외무부보다 약간 빨리 움직였을 뿐이네. 고구려가 바라는 것은 전투 후에나 알 수 있겠으나, 아마 눈을 감아 달라는 것이겠지. 다시금 그곳의 패권을 잡을 수 있도록 말이네. 그 정도면 된 것 아닌가? 더 필요하다면 내 좀 더 움직여 보겠네. 혹 이것이 의심되어 이리 온 것인가?”
“소신, 망극하옵니다.”
“알았으면 된 일이오.”
승태는 서서를 슬쩍 보았다.
“이번 일에는 중달, 그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내 무리해서라도 움직이게 만든 것이네.”
승태의 말에 사마의는 마치 무너지는 것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울음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승태는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사극에서 듣던 소리가 승태의 귀에 들려오자 순간 눈이 크게 뜨였다. 한국 사극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를 들었으니 웃음이 나온 것이었다.
승태는 분위기라도 바꿀 요량으로 사마의에게 일 이야기를 던졌다.
“청주의 일은 어찌 진행되고 있는 것이오?”
“조비의 군세가 청주의 방비를 위해 흩어지는 그때, 바로 군을 움직이고자 합니다.”
“그런가? 한데 자네가 요하 땅으로 가 버리면 이를 대신해 줘야 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렇사옵니다.”
“혹시 추천할 사람이 있는가?”
사마의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양수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승태는 약간 회의적인 생각을 했으나 사마의의 생각은 다른 듯싶었다.
“공에 대한 욕심도 있으며, 양수 역시 전장에서 하루 이틀 움직인 것은 아니옵니다. 그가 지금껏 맡아 온 일이 대부분 정무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모략도 부족하지 않사옵니다. 그러하니 주군께서 믿어 주신다면 응당 그 공으로써 보일 것입니다.”
승태는 사마의가 질투가 아닌 다른 인물을 믿는다는 말을 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치 ‘우리 사마의가 변했어요’라는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알겠소.”
흡족한 미소를 지은 승태가 사마의에게 말했다.
“이제 나가 보시게. 내일부터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을 터인데 말이야.”
사마의는 예를 표하고 물러 나갔고, 승태는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서서를 바라보았다.
“양수는 어찌 생각하는가?”
“장 장군이 도울 것이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양수는 공씨 가문과도 친분이 있으니, 청주를 다시 점령하는 데에 반발도 적을 것입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조금 큰 화두를 던졌다.
“황제는 어찌해야 할 것 같은가?”
서서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이미 돌이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왔습니다. 소신이 생각건대, 서조가 무너지면 양위를 받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사료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