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94
494화
서서의 단호한 말에 승태는 약간 놀랍다는 모습을 보였다. 동소가 승태를 위하여 내부를 부패하게 만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조가 급격히 무너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서서의 말이 꽤 신기하게 다가왔다.
“서조가 무너질 때면 언제겠는가. 십 년? 이십 년?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찌 생각하는가? 그리고 나라가 무너졌다고 한들 그 문화는 남아 우리를 괴롭힐 것인데, 양위까지 바라지도 않네. 나는 그저 토대를 만들고 싶을 뿐이지.”
“주군의 토대는 이미 충분히 단단합니다. 이러한 토대가 굳건하고 주변의 나라라는 곳들은 무너지고 기울어지고 있지요. 뭇 사람들은 주군의 토대에 모여들 것입니다. 하나 토대만 세워진 곳이라면 어찌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허어. 토대가 비를 피하게 해 준다고 모여드는 인간, 반면 같이 땅을 다질 때부터 있던 이들 중 누가 먼저이겠는가? 나는 비나 피하려는 인간들이 신발을 조심해서 신고 집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네. 분명 사방에 진흙을 흩뿌릴 터이지.”
“그렇다고 해도 더 큰 집을 만들려면 필요한 인물들이 아니겠습니까?”
“큰 집을 지으면 이렇게 일이 많아지고 말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그러한 큰 집을 지은 이력은 남을 것입니다.”
“거대한 집은 주인이 관리하기 어려운 법이네.”
“한이라는 큰 집도…….”
“몇 번이나 무너졌더라?”
둘의 말은 일견 장난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나라가 나아갈 큰 물줄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군께서 원하신다면 응당 그러할 것입니다. 하나… 주군을 동경하여 움직이는 이들은 막기 힘들 것입니다. 틀린 것이 아닐 터이니 말입니다.”
“나라의 힘을 제어하는 것도 왕의 일일 것이네.”
왕의 일. 승태는 그 말을 하고 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글거리지 않는가? 제아무리 봉건주의에 익숙해졌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몸이 익숙해진 것이지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승태는 멋쩍은 마음에 말을 이어 나가려 했는데 서서는 마치 무슨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멍하니 승태를 보고 있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서서가 바닥에 엎드리더니 승태에게 예를 표했다. 승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소신, 이제야 주군의 뜻을 깨달았나이다.”
‘무엇을 깨달은 것이지? 나라의 힘을 제어 한다는 말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것인가?’
승태가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서서는 그것을 듣자마자 그간 승태가 벌였던 모든 일들의 아귀가 맞아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어찌하여 땅을 넓히고 힘을 앞세우지 않고 규합된 지역에 길을 놓고, 사람을 채우고, 통제하며 구휼하였는지 말이다. 단월평과 같은 곳에서는 승태의 행동을 찬미하고 높이 여겼지만, 송국의 힘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그런 행동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자들이 말하는 효율이란 분명 주군께서 천하를 차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그러나 서서는 승태가 무엇을 위하여 나라의 힘을 제어하려는지 얼핏 감을 잡았다는 듯 말하였다.
“중원을 일통하며 천하를 뒤흔들 것처럼 이야기하였던 모든 나라들의 말로는 결국 분열과 전쟁이었으니……. 주군의 말씀대로 열국의 시대야말로 진정 나라다운 나라였을 것입니다.”
승태는 서서가 춘추전국시대의 예를 드는 것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란 그런 것이네. 강 하나를 건너도 그 문화가 다른데, 오롯이 사주에만 머물며 나라를 경영하는 이들이 어찌 천하를 돌볼 수 있겠는가? 그럼 나는 일어나 보겠네. 일은 좀 남았으나…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해 주게.”
서서는 순간 승태를 부르려 했지만, 빠른 발걸음으로 집무실을 빠져나온 승태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내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원직이 따라오는가?”
“아니옵니다. 전하가 하명한 대로 집무실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맙네.”
승태의 따뜻한 말에 내관은 예를 표하였다.
“소신들이 해야 할 일이이옵니다.”
“그런가? 그런 나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군.”
승태는 유유자적하게 뒷짐을 지고 휘파람을 부르며 사라졌다.
* * *
사마의는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 육로로는 갈 수 없으니 해로로 지나가야 할 터인데, 이를 위해 육손을 붙여 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미 계획적으로 승태가 사마의 자신을 요하로 보낼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한 것이다.
“밝은 길 위에 서기 위한 일이 이렇게 어렵던가?”
사마의는 이제 모사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노숙과 같이 진정한 국가의 기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태도가 바뀌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자택에 돌아온 사마의는 육손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 저택에 머물고 있다고 있다는 소식에 이마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후길은 사마의에게 물었다.
“결과가 주인의 생각과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 많이 달랐네. 주군께서 나를 진정 밝은 곳으로 세우려 하더군. 그리고 그것을 보좌하는데…….”
“저를 세우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육손의 얼굴을 보고 사마의는 분노를 표출 하려 했지만, 그때 뒤에서 나타난 장춘화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장춘화는 곧장 사마의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신을 위해 일을 해 준 사람입니다. 그를 위해 보답을 해 주어야지 원한을 사면 누가 당신을 위해 일하겠어요? 왕기의 때도 그렇고 어찌 그렇게 사람을 멀리하려 합니까?”
사마의는 한 발 물러나 장춘화를 바라보았다. 알고는 있는 일이었다. 자신이 불쾌함을 느끼는 상황은 원하는 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을 때라는 것을 말이다. 육손은 자신의 생각과 완전히 다른 무엇인가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지켜보던 장춘화는 그것을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았다.
물론 사마의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왕기는 이미 사마 가문의 사람이며, 육손은 가까이 두기는 해야 하지만 굳이 인심을 후하게 줄 필요는 없는 인물이었으니까.
본시 공사의 구분이 뚜렷하여 사적으로 챙겨 준다고 한들 공적으로 무엇인가 도와주지 않을 인물이 바로 육손이었다.
만일 자신의 선택이 조금이라도 송에 피해가 간다고 한다면, 육손은 사마의를 그 자리에서 처단할 인물이기도 했다.
당장 유엽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에게 그 일을 고하고, 요하 지역을 수복하겠다며 주군에게 찾아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사마의가 보기에 자신의 동향 사람들을 더 크게 쓰기 위하여 다른 지역의 인물들을 밀어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다른 모든 이들도 당연하게 여길 일이었다.
‘하나 육손, 저자는 아니지.’
저 맑은 눈의 광기를 이미 여러 번 느낀 사마의였다. 또한 차라리 무능하였다면 무시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는 유능할 뿐만 아니라 집안과 인맥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때가 타지 않았으니 더더욱 다루기가 어렵고, 흠을 잡을 수가 없으니 배제하지도 못하겠단 말이지. 내 사람들을 만들려면 이런 놈이 아니라 조금 멀쩡한 이들이 모여야 할 터인데.’
만약 사마의 자신이 육손을 가까이하게 된다면, 자신의 근거지인 사주와 하북 출신 말고도 배격해야 할 서주와 양주 출신 까지도 골고루 써야 하게 되리라. 그리 되면 사주와 하북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군께서 같이 묶어 주셨으니 어찌 되었든 협력하여야 할 터인데…….’
차라리 양수와 함께 요하로 갔다면 어떻게든 맞출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사마의였다.
한데 사마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답이 늦어지자 장춘화의 눈꼬리가 점점 치켜 올라갔고, 사마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이번 일은 내가 잘못한 것을 아니 그만하시오.”
장춘화는 사마의가 한 발 물러나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사마의는 육손을 바라보았다.
“전하께서 하명을 하시어 그대와 같이 가라는 명을 받았네. 내 그대의 말이 모두 옳은 것임을 듣고 온 바. 솔직히 나는 요하의 가치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네. 그래서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는 어떻게 틀을 짰는가?”
“해군을 통하여 부여 계통의 이들과 손을 잡아 공손씨들을 압박할 생각이옵니다.”
“고구려 쪽 인물이겠군…….”
“마한의 국가도 있습니다.”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이야기야 외무부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힘을 빌리는 게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 정도로 미비한 세력이었기에 지외한 것이었다.
“그런 이들까지 끌어들여 보았자 이득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럴 것 같기는 하나, 힘을 줄 구실을 만든 것이라는 주군의 의지를 따르는 것이옵니다.”
사마의는 알았다는 듯 손을 휘저어 보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의 선발과 배도 징발하여야 할 터인데 어찌 되었는가?”
사마의는 며칠간 준비할 것을 생각하였다. 이리저리 자신도 구상해야 할 게 많아 보였다. 그런데 육손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미 해서 일대에 바다를 건널 배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마의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나는 따라만 가라는 것인가? 상황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할 텐데.”
“하여 승선하시면 모든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사마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육손의 완벽함에 무슨 말을 못하겠어서 잠시 무거운 고개를 기울였다.
“…병사들은?”
“단양병들과 기마병들을 태우고 갈 예정입니다. 말들은 옮기지 못하겠지만, 사람만 옮길 수 있다면 그곳에서 말을 징발하면 될 일이니 말입니다.”
이미 계획은 다 짜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의 일은 그저 이름을 옮겨 두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았는데, 사마의는 그 이유를 알고 싶다기보다는 이렇게 된 마당에 여실하게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네. 그럼 우선 내 준비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대는 나가 보도록.”
사마의의 말로 육손이 떠나가자 사마의는 그의 가족들과 함께 저택으로 들어갔고, 안에서는 큰 소리가 광광 울려 퍼졌다.
다음 날이 되자 여기저기 아파하는 사마의가 육손을 맞이하였고, 사마의와 후길이 육손의 인도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장패는 드디어 조비가 미끼를 무는 것을 확인하였다.
“공손씨들로 인하여 요하가 흔들린다고 하자마자 청주의 동래 지역으로 움직여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가상한 일이로군.”
커다란 검을 지팡이 삼은 장패는 드디어 군을 움직임을 명령하였다. 마치 물고기가 안심하여 고개를 돌리는 순간을 잡아낸 문어와 같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