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98
498화
승태의 군세가 임치에 올라온 거대한 화마를 향하여 가장 먼저 입성하였다. 그러고 나서 과거 손견이 했던 것처럼 화마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많은 군세들이 뛰어다니는 그때, 승태 역시 얼굴에 검댕을 이리저리 묻힌 채 잠시 허리를 펴고 황궁을 바라보았다.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아 여기저기 불타오르는 황궁의 모습에서 과거 공융이 꿈꾸던 서조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손견은 낙양에 입성하며 불타는 그곳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분명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했을 거라 여기며 거대한 화마를 바라보았다.
예전 자신이 불을 지핀 숲을 생각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지금 자신은 불을 끄는 인물로 서 있었다.
또한 승태는 황실에 대한 충심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손견은 분명 어떠한 방법이라도 사용해서 황실을 구하고자 하였으리라.
충심이 없는 승태조차 이 화마를 보고는 어서 불을 끄고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승태가 순간 감상적인 생각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진등이 나타나 예를 표하였다. 승태도 행동을 멈추고 한 번 옷을 털어 낸 뒤 진등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구하였는가?”
진등은 예를 취하며 말했다.
“몰래 이곳에 거주하던 이들이 있어 그들을 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화마를 잡고 있습니다.”
“적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곳을 불태우지는 않았을 터. 퇴각 중 황도를 불태우는 것 자체가 수고로운 일이니,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네.”
“전하를 함정에 빠트리고자 저지른 일이겠지요. 전하께서 이리 하실 거라는 사실을 적들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만 물러나 중군과 함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을 조금이라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이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위험한 결정입니다.”
“조진이 직접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는데 두려울 것은 없네. 거기다 경호처의 수장인 허 장군을 못 믿는가?”
승태의 눈이 멀리서 커다란 물그릇을 나르는 조통과 허윤에게 향했다. 조운과 허정의 아들이 서로 힘을 합쳐 불을 끄는 모습은 꽤 뿌듯한 웃음을 보이게 하였다.
“전하. 저들의 무예와 능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화마를 잡기 위해서는 군이 흩어지고 진을 만들지 못하니 분명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한데 그것을 부정하시면 어찌한단 말입니까? 소신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 황실을 지키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주군의 안위보다 더 중요하진 않습니다.”
승태는 진등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그리 생각하는데 함정을 만든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겠는가?”
“전하, 혹여 저들을 속이려는 생각이라면, 지금 군이 흐트러진 것만으로도 충분하옵니다.”
“아니, 내게 필요한 것은 조비가 큰 굴욕을 당할 패배이네. 그러하니 진이 흩어진 것만으로는 저들이 걸려들지 아닐지 조금 애매한 상황이지. 그렇다면 저들이 바라는 내가 이곳에 있음을 알려야 할 터.”
승태의 말이 끝나자마자 송국의 왕이 있음을 알리는 황룡기가 임치의 성에 올라왔고, 진등은 이마를 움켜쥐었다.
그로서는 이해 못할 고집이었다. 무릇 군주라면 자신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기 마련인데, 승태는 마치 죽음을 부수적인 것처럼 보고 있었다. 이미 죽음이 무엇인지 아는 인물처럼 말이다.
하나 이는 휘하 신료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안전을 챙기려는 듯 하나다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불바다에 뛰어드니, 신료들이 승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궁내에서 계셨으면 기물들을 만드는데 집중하셨을 것인데, 장 장군이 굳이 전장에 나오게 하니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진등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하, 제 말이 어깃장을 놓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하께서 하는 일이 백성들에게는 이롭지만, 그것은 평시의 상황일 때입니다.”
진등이 한 번 호흡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하나 지금은 전시. 지금 전하께서 물러난다 한들 누군가 손가락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일을 기억하소서. 가족분들께 어떠한 일이 있었습니까?”
순간 승태의 머릿속에 기주인들이 일으켰던 난과 여러 반란이 떠올랐다. 가장 위급했던 기주인의 난 당시 가족들이 위험할 뻔했던 게 떠오르면 지금도 속이 끓는 승태였다.
“그때와 같지 않을 것이네.”
“어찌 그리 쉬이 생각하시나이까? 저들은 오롯이 악의를 가지고 주군을 해하고자 할 것입니다. 주군, 주군께서 자신의 몸을 중하게 여기시지 않는데 어찌 신료들이 자신의 몸을 중하게 여기겠습니까?”
가족과 함께 진등은 승태가 자신에게 내렸던 명을 상기시켰다. 분명 진등의 몸을 중하게 여기며 회를 먹지 말라고 하였는데, 어째서 본인은 몸을 중히 여기지 않는지 묻고 있었다.
승태는 진등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이 맞네. 내 몸을 소중히 여겨야지.”
승태는 유엽을 불렀고, 옆에서 걸어 나온 유엽이 진등에게 서를 하나 내주었다. 진등은 그것을 읽어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미 군이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하온데 그것을 어찌… 흐음.”
승태가 진등에게 보고할 이유는 없는 일이었다. 하나 중군을 맡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모른다면 어찌 대처하겠는가. 아니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드는 진등이었다.
“달리 걱정할 것은 없는 일입니다. 너무나 뻔한 수였습니다. 우리 대다수가 아는 바이고, 진 대장도 아는 바이고,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조창이 기마를 이끌고 직접 확인하여 어디 있는지 알아냈더군요. 대장의 이름이… 음, 주삭과 오질이라 하였는데.”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우리는 둘의 얼굴을 보지도 못할 것입니다. 조창이 그리 장담을 했으니 말입니다. 우매한 장수는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겠지만…….”
진등은 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로잡는다고 한들 조비 역시 그들의 신병을 그다지 원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보면 조비도 그들을 이용하여 아군에 큰 피해를 입히고 버리려는 것 같습니다.”
승태는 진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겠습니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방법이 따로 없겠습니까?”
승태가 주변을 돌아보자 유엽은 고개를 숙였고 진등은 수엽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어차피 버려지는 패라면, 그자들을 어떻게든 이용해 보지요. 폐하의 서신을 받아 신경을 살살 긁을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잘하면 조비의 마음에 걸려 강을 건너지 못하게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비의 속을 좀 긁어 보도록 하지요.”
* * *
조창은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병사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군을 저렇게 움직이는 것은 우리를 얕보아도 너무 얕본 게 아닌가?”
“저들이야 전하께서 하는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연기가 너무나도 현실감이 짙으니… 하하!”
“그러하겠지?”
“그럴 것입니다.”
“장수는 살려 둬야 하는데, 저래서야 누가 대장인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군.”
“일단 진이 무너지면… 아니, 이미 무너져 있군요. 뭐, 병사들이 패배하면 가장 먼저 도망가는 놈들일 겁니다. 소리도 꽥꽥 지르고 말입니다.”
조창은 과거 주삭과 오질을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조비를 등에 업고 조씨 친족들에게도 패악질을 부린 놈들이었다.
‘그것도 아마 조비 놈이 뒤에서 사주한 것이겠지.’
조창은 분노가 끌어올라 창을 다시 꾸욱 쥐었다. 분노, 부모에게 받은 것을 모조리 빼앗긴 인물의 분노였다. 조비는 조조의 유산을 가장 크게 받은 것도 모자라 모든 것을 독차지하기 위해 가족들을 공격하여 몰아내었으니, 이제 그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었다.
“준비하게. 옆을 물 것이네. 그러고 나서 기마들을 유인하게.”
“충!”
호복 궁기병들이 조창의 말을 듣고 빠르게 움직이자, 조창은 말고삐를 잡고 기창을 들어 올렸다. 승태가 선물한 창을 드디어 시험해 보는 자리가 조비에게 물먹일 자리와 같다니, 참으로 기쁜 마음이었다.
조창은 기마들을 휘휘 둘러보며 말했다.
“종형께서 조 장군을 가까이하시며 간담이 몸뚱이만큼 크다고 했지. 하나 우리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병사들은 약간 의문스런 눈으로 조창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기존의 적마의종보다 못하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적마의종이야 자신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호적수였다.
장료가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조창이 물려받았다. 조창은 자신을 무시하던 이들을 모조리 무예로 꺾고, 귀철마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정예 철기대를 만들었다.
심지어 이들을 직접 이끌고 전장에 나서는 첫 전투였지만, 마치 오랜 시간동안 합을 맞춘 듯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귀철마들이 적들을 맞이하는데 간담이 클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
“맞습니다!”
“귀마는 귀성과 곡성만 남길 것이다.”
탕탕!
기다란 창들로 바닥을 내리찍던 이들은 조창이 앞에 서자 다시금 준비를 하였다.
“내가 직접 선봉에 선다.”
“충!”
믁직한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고, 검은 철갑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파캉!
아니, 후려쳤다기 보다는 참단했다는 것이 맞았다. 그래도 창병들이 있어 약간 방어적인 돌파 진형을 만들었는데, 저들은 귀철마가 들이치자마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소리만 지르며 죽어 나갔다.
마치 무를 자르는 것처럼 사람의 목을 베던 귀철마는 마치 진짜 귀곡성을 부르는 귀마처럼 엉성한 적진을 횡으로 갈랐다.
조창이 다시 빙 둘러 적을 다시 치려고 하는 순간, 그의 눈에 빠르게 후방으로 물러나는 인원이 보였다. 그래서 재빨리 움직였다.
“대장기를 잡는다.”
귀철마는 빠르게 대장기를 향하여 움직였다.
대장기를 버려 두고 움직이는 이들을 따라잡은 귀철마들은 빠르게 대장으로 보이는 인물을 포위하였다.
“오질이더냐, 아니면 주삭이더냐!”
조창이 창을 들이밀어 달달 떨고 있는 인물의 투구를 벗기자, 그는 인상을 썼다.
“사… 살려 주십쇼!”
“누구냐?”
“낙…안의 병사이옵니다.”
낙안의 병사라고 하면 송국에 가까운 인물들이 있던 곳이었다. 아마 조비가 그곳을 지나오며 병사들로 징발한 인물로 보였다.
“네놈을 이곳에 몬 놈들은 어디로 갔느냐?”
“전일 기마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조창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겁을 잔뜩 먹은 모습이지만, 그의 눈은 사람을 꽤 죽인 듯했다. 아마 주변을 전문적으로 약탈하는데 이용한 자로 보였다.
“네놈이 저기 있는 놈들을 멈출 수 있느냐?”
조창이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병사들을 가리키자, 그는 손을 달달 떨며 말했다.
“저희는…….”
서걱!
조창이 손가락을 휘젓자 월도를 겨누던 병사들이 움직여 목을 떨어트렸고,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놈들이 머리를 썼구나. 군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