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99
499화
호위들이 빠르게 움직여 승태의 곁을 지켰다. 승태는 시가지 곳곳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바라보았다. 진등의 말이 옳다는 늦은 후회가 살짝 들었지만, 적의 상황을 보니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또한 허윤이 자신의 옆에서 굳건히 지키고 서 있었고, 조통은 앞에 나서 창을 잡고 대비하였으니 말이다.
“무슨 일인지 파악은 했나?”
“병사들이 민가에 숨어 있었습니다.”
승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진등도 걱정을 해야겠군.”
불타는 황도에서 꽤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데, 그 사이에 병사들이 끼어 있었다면 지금 구출을 지휘하는 진등을 노릴 터였다.
‘뭐, 알아서 잘할 인물이니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자신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니 진등도 대비를 해 두었으리라. 적어도 스스로의 몸은 지킬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저들을 어찌 상대해야겠는가?”
그들을 훑어보던 허윤이 답했다.
“활이 없어 보이니 제약은 크게 없을 것입니다.”
활이 없다는 말에 승태의 얼굴에 약간 화색이 돌았다. 하기야 활은 생각보다 민감한 무기이니, 불을 싸지른 곳에 숨겨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숨겨 둔 곳에 혹여 물이라도 뿌리면 활을 쓰기도 어려울 것이니 말이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빤한 것입니다.”
“나의 목숨이나 생포겠지.”
“우선은 생포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러하니 주군께서 움직이는 곳으로 저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어찌해야겠는가?”
“저희가 길을 내겠습니다. 길을 따라 움직이면 병사들도 천천히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하지.”
승태를 호종하는 이들이 천천히 움직이자, 적 병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초반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저들은 쉬이 승태 일행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움직였다. 이대로 보내 주면 자신들이 문책을 당할 테니 말이다. 적병 중 누군가 소리를 치자, 몇몇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퍼어억!
하지만 다가오자마자 허윤은 투박한 철퇴로 적의 머리를 후려치며 곤죽을 내 버렸다.
“어딜 감히 그 더러운 것을 들이미느냐?”
‘그럼 깨끗한 물건이면 저런 위험한 것을 들이밀어도 되는 것인가? 하하하.’
어찌 보면 자신을 미끼 삼은 위험한 상황임에도 승태는 위기감이 드는 게 아니라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쉬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말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승태의 눈에 저들의 움직임이 다 보이니 합당한 판단인 듯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앞장섰다가는 큰일이 벌어질 수 있기에 승태는 천천히 허윤과 조통의 움직임에 따랐다. 그러나 수가 많아지며 손발이 엉키자 승태에게 창날이 들어왔고, 허윤은 이를 몸으로 막으려 했다.
탁.
승태는 몸을 뒤틀어 창을 피해 내고, 빠르게 창대를 잡아 겨드랑이 고정시켰다. 승태의 악력에 꿈쩍도 하지 않는 창에 놀란 병사는 고개를 들었고, 순간 허윤의 분노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퍼억!
허윤은 앞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별일 없네. 그보다는… 읏차.”
승태가 창을 그대로 내던지자, 멀리 달려오던 병사가 창에 맞아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러고 나서 승태는 환도를 뽑아들었다. 살짝 검은 빛이 도는 환도의 모습은 사뭇 아름다웠다.
“근래에 만든 운철 환도를 이곳에서 뽑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승태는 환도를 두 손으로 잡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성문을 바라보자, 이미 그곳은 적들이 우르르 몰려가 쉬이 가기에는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저들이 진을 짤 정도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병사들이 모일 터이니 달려드는 적들만 쳐 내는 것으로 하지.”
허윤, 조통, 그리고 호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태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서로 등을 맞대고 적을 상대하니, 이는 서로가 서로를 믿을 뿐 아니라 인정함이 아니겠는가? 그대들이 나의 등을 노리는 자들에게서 지켜 주니 나는 그대들을 믿고 따르리다.”
승태가 그리 말하니 그를 호위하는 이들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들을 믿는 승태를 반드시 지키고자 마음을 다잡았다.
“응당 싸움에 나아가 충을 지키고 의를 떨치며 옳은 길에 섰으니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과거 승태는 유찬이 전장에 나서 적들을 상대함에 있어 어째서 노래와 같은 것으로 호흡을 빼는지 궁금하여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주군, 전투는 홀로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대장이 부르는 노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취하며, 적들에게는 공포를 심어 줍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말입니다. 전장은 언제나 힘들고 죽을 곳 같은 상황입니다. 하나 적들 또한 그러하지요. 그런 상황에서 적들이 노래를 부르고 칼춤을 춘다면, 그 두려움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것이 황건의 승리 비결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소신은 그것을 따랐을 뿐이옵니다.’
승태는 그런 유찬의 말을 떠올리고는 더욱 크게 노랫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직접 들고 있는 패도를 움직여 적을 노려보니, 적병들은 놀란 눈으로 승태를 보았다.
“으, 으아아!”
몇몇이 웅성거리며 달려들었지만 승태의 패도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승태는 더욱 기세를 올렸다.
승태를 지키기 위해 그의 주변에서 지키는 이들 또한 약간 들뜨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 기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한 표정으로 주변을 쓸어 보았다.
허윤이 조통에게 슬며시 말했다.
“적들이 흔들리는 것 같군.”
“저놈들도 이곳에 얼마 있지 않았을 것이네. 서주군이 주둔할 때 움직이지 못한 것을 보면 수가 많지는 않을 터.”
허윤이 웃음을 지어 보이자 조통이 고개를 저었다.
“숫자가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혹 이놈들을 다 처리하자는 말은 하지도 말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전하를 모시는 것이네.”
“전하를 모시기 위해서라도 저놈들을 모조리 처리해야지. 어차피 활도 못 들고 온 놈들 아닌가?”
“쇠뇌 몇 개 정도는 있을지 모르네.”
“알았네.”
허윤은 철퇴를 길게 잡으며 승태의 옆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승태의 옆에서 병사들을 밀어내듯 철퇴를 휘둘렀고, 다시금 승태의 곁에 공간이 만들어졌다.
조통은 한숨을 내쉬며 그 뒤를 천천히 따라 나섰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손짓으로 다시금 자리 잡게 만들었다.
“주군, 적들에게 쇠뇌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화마 속에서 쇠뇌가 멀쩡할지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승태는 조통이 가진 조심성만큼은 자신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사달이 난 것도 자신이 계속 적의 시선을 끌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겠는가.
‘이곳에서 물러나라는 진등의 말을 무시했다가 이런 꼴이 났으니, 조통의 말을 완전히 무시 할 것은 아니지.’
승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허윤과 조통이 방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섰다. 그리고 패도를 다시금 다잡았다.
“가 보지.”
승태는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가며 적들을 베어 나갔다.
* * *
진등은 내부에서 일어난 봉기를 멀리서 바라보며 물었다.
“저들을 어찌해야 할 것 같은가?”
진등의 물음에 문흠이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그냥 쓸어버리는…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 장군께 올릴 내용이 마땅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들을 갈라내는 것은…….”
동시에 주눅이 든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등은 그런 모습을 한 번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문흠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 순간, 진등이 말했다.
“모조리 죽이라 명하게.”
문흠이 움직이지 않자, 진등이 살짝 소리를 높였다.
“빨리 움직이게! 저런 놈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치성의 문을 열어야 하니까!”
“충!”
문흠은 빠르게 움직여 병사들의 앞에 섰다. 그의 눈에 살려 달라는 소리를 지르는 인물과 그들 사이에 숨어 병사를 끌고 가려는 이들이 보였다.
“모조리 치운다.”
문흠의 말에 병사들이 머뭇거렸고, 그는 어째서 진등이 자신에게 큰 소리를 쳤는지 알 수 있었다.
‘전하께서 성에 있겠구나.’
순간 그의 머릿속에 모든 것이 맞아들어갔고,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전하께서 성에 계신다! 저 속 모를 놈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냐? 저놈들을 치워 버려야 임치의 주군을 구할 것 아니더냐!”
문흠의 말에 병사들의 눈이 뜨여지는 것 같았다. 사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들이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부랑민이나 청주인들이었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 간자와 송왕 전하를 위험에 빠트린 이들이 있다는 말에 병사들도 눈이 떠지는 것 같았다.
“저들 또한 한통속일 것이다. 돈푼 좀 쥐어 주었겠지.”
아니나 다를까 살려 달라는 말들이 방패를 든 병사들 너머로 들려왔고, 병사들은 의지를 다잡았다.
“화살은 아깝다. 창으로 모조리 찔러라!”
“악!”
병사들 몇이 달라붙은 이들의 손에 딸려 갈 뻔한 것을 문흠이 붙잡았다.
“저놈들에게 끌려가는 순간 죽는 것이다. 잘 찔러라.”
“충!”
“사… 살려 주시오. 우리는… 컥!”
“그냥 옆에 잘못된 사람들이 서 있어서 그럴 뿐이다.”
문흠도 창을 들고 구해 온 이들에게 창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들이 잠잠해지자 직접 혹시 숨어 있을 마지막 이들까지 확인 사살하며 빠르게 뛰어 진등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는 순간, 지휘봉을 들고 나타난 진등이 보였다.
“처리하였습니다.”
“그런가? 그럼 빨리 출발하지 늦으면… 걷잡을 수 없네.”
“따르겠습니다.”
진등의 서주병이 다시금 황도에 도착했을 때 조창의 기마 또한 임치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그들을 마주한 것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거나 소리가 들리는 황도가 아니라, 외성에 서 있는 이들이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바닥에 앉아 힘든 숨을 골라 쉬는 조통와 허윤이 보였다.
허윤의 팔 한쪽에는 쇠뇌의 화살로 보이는 것이 박혀 있었다.
병사 몇이 허윤이 걱정된 듯 달려가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뛰어 나갔다.
조창은 허윤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 앞에 보이는 것은 시산혈해와 같은 모습이었다.
병사들 몇몇은 너무나 힘든지 누워서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다행이라고 할까, 쉬고 있는 이들이 복장은 피 칠갑에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승태의 호병들이었다.
저 멀리 시산혈해의 끝에 본궁에 올라가는 기에 걸터앉은 승태가 보였고, 조창은 말에서 내려 빠르게 뛰어 나갔다.
“주군!”
아무런 말없이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승태의 모습은 꽤 멋있어 보였지만, 그 모습을 보는 조창의 마음은 순간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큰 소리로 승태를 부르며 달려가는 조창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들이 이리저리 흩어졌으며, 그 생각의 끝에 불안함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만일 승태가 살아 있다고 하여도 이러한 일을 예상하지 못한 자신들의 책임이 얼마나 크던가? 그러니 그저 울음과 같은 고함만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