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0
삼국지 : 미완의 군주 49화
창희는 양홍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당연하다는 듯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고개
를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부민과 유협의 무리를 바라보며 웃음
을 지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내가 너희를 믿겠냐?’
거친 몸과 달리 유려한 움직임으로 일부의 공격은 피해 내고, 일부는 거치도
의 옆면으로 튕겨 냈다. 입술을 스윽 핥으며 튕겨 낸 공격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 명의 목을 거치도로 베었다. 거치도에 살점이 딸려 나왔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컥컥거리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주변의 인물들이 놀란 틈
을 타 창희는 다음 표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창희의 거치도는 칼을 든 다른 이의 복부에 사선으로 들어갔다. 그때, 옆에서
칼로 찌르려 하자, 창희는 거치도에 꽂힌 사람을 이용해 방패로 삼았다.
그렇게 공격을 막아 내며 창희는 웃었다. 시체에 검이 박혀 빠지지 않는 상황
에 처한 인물은 허둥대며 칼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급하게 뒤로 물러나다 넘
어지는 것을 본 창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칼을 놓고 도망쳐? 이런 허접한 놈들이 내 뒤를 노리다니. 못해도 난 내 옷
깃이라도 벨 줄 알았다.”
창희는 두려운 눈을 한 세 인물을 바라보았다.
“더 안 하나?”
칼을 놓고 주저앉아 있는 인물이 고개를 저었으나, 창희는 거치도를 그의 목
과 팔 사이에 내리쳤다. 피가 뿜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창희가 빠르게 다가가
자, 그들은 놀라 검을 들고 막으려 했다.
그러나 창희의 거치도는 마치 아무렇지 않는다는 듯 검을 밀고 들어갔다.
“끄아악”
그렇게 거치도는 마지막 남은 이에게까지 날아갔다. 그자는 아까 창희가 자신
의 아버지를 죽였다며 소리를 지른 부민이었다. 거치도가 그의 앞에까지 다가
오자, 그는 칼을 버리고 절을 하듯이 몸을 낮추었다.
창희는 그를 한심하게 내려다보다가 이내 거치도를 품에 갈무리했다.
“같은 하늘을 보며 못 산다고 하지 않았나?”
달달달 떠는 그 부민은 이내 바닥을 적시기까지 했다. 아무 말 못하고 있는
그의 머리를 창희는 거치도의 면으로 툭툭 치며 물었다.
“내가 왜 너를 살려 줘야 하냐?”
부민은 살고자 하는 의지로 입을 뗐다.
“소, 소인은 더 이상··· 켁······.”
콱 소리와 함께 창희의 거치도가 부민의 목에 박혔다. 조금 박힌 거치도를 창
희가 발로 밀어 넣자, 뼈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목이 반으로 갈라졌다.
양홍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희의 놀라운 무예뿐 아니
라 잔인한 그의 손속에 더욱 놀랐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소?”
창희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털면서 양홍에게 되물었다.
“그렇게 안 할 이유는 있소? 내 뒤까지 노린 놈들인데. 끝은 내야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난 후환을 남겨 두면 잠을 못 자서 말이오. 아! 그 폐하를 만나려는데, 이런
꼴로 보면 안 될 것 같은데.”
창희가 피가 절은 옷을 휘휘 털면서 묻자, 양홍은 행여 피가 튈까 한 걸음 물
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를 뵙는 일인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관리들에게 말해 둘 터이니,
준비하고 계시면 제가 모시러 오겠습니다.”
창희는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장에서 옷을 따로 구하다니, 좀 대단하오. 비단옷 같은 걸 구하는 것이오?”
“전상(戰商)들에게 값만 치르면 될 일이오.”
“가격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양홍은 창희의 물음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원가의 본류이오. 돈을 걱정하다니, 굳이 걱정할 것 없소.”
창희는 속으로 기염을 토해 내었다.
‘막대한 부로 보급의 어려움을 메워 버리다니··· 어마어마하구나.’
그리고 가운데 우뚝 선 거대한 막사를 바라보며 신음성을 흘렸다.
‘흐음, 주공께서 어려운 싸움을 할 수도 있겠구나.’
***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승태의 막사에 진궁이 자그마한 천을 들고 나타났다.
진궁은 자그마한 천에 적혀 있는 글을 보고하며 말했다.
“창 도위가 무사히 원술군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승태는 천에 적힌 글을 읽고 상 위에 올려 두었다.
“창 도위 말고도 다른 인물을 원술군에 넣은 겁니까?”
진궁은 별것이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창 도위처럼 사항계로 들어가는 것과 결이 다른 첩자일 뿐입니다. 일개 병사
를 포섭하거나 들이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입술을 내밀며 진궁에게 물었다.
“창 도위에게 그를 다리로 삼아 명령을 내릴 겁니까?”
진궁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창 도위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전투에 돌입하면 저희 같은
이들보다 더욱 빠르게 눈치채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입니다. 굳이 명
령을 내렸다가 의심을 받게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럼 남은 것은 원술과 전투를 준비하는 일뿐이네요.”
진궁은 승태의 말에 수염을 쓸어 넘기며 물었다.
“원술을 쓰러트리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장기전으로 갈수록 힘
이 들 겁니다. 원가의 막대한 부를 넘어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전투는 장
기전으로 끌면 끌수록 불리합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습니까?”
“천하를 부로 사려고 한 이들이 원가입니다. 또한 천하의 모든 명사에게 빚을
지게 한 이들이 그들입니다.”
“단순히 그런 것으로 부유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원술이 조 사공에게 세력이 무너지고도 다시금 일어날 힘이 어디에 있겠습니
까? 원가의 창고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하긴, 원술이 몇 번을 무너져 내렸는데도 군사의 수만큼은 어떤 세력에 뒤지
지 않았긴 하지.’
“그럼 정찰 나간 분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지요.”
***
다음 날, 지휘 막사 안에 각군을 이끄는 고순과 장료, 조운, 진등이 앞의 자
리에 서 있었다. 승태가 막사로 나타났고, 그 뒤로 진궁과 사마의가 들어왔다.
“같이 앉읍시다.”
승태의 말에 다들 자리에 앉았다.
승태도 자리에 앉아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여기 앉은 사람들
을 보면, 굳이 승태 본인이 없어도 일은 쉽게 진행될 것 같았다. 그렇기에 딱
히 물을 것은 없었지만, 보고는 들어야 할 것 같아 물음을 던졌다.
“원술군의 진형은 어떻습니까?”
고순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막사 가운데 놓인 지도에 색이 칠해진 돌을 옮겼다.
그는 현재 원술군의 군사 배치를 차곡차곡 보여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장료
는 아무런 일이 아니라는 듯 보고 있었지만, 조운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지도를 다시 한번 스윽 훑으며 감탄했다.
“원술군 진형은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양초는 본대에도 있겠지만, 산
위의 분대에 창고를 지어 놓고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겁니다.”
진궁은 그 지도 위를 바라보다가 이내 세 군데를 찍으며 말했다.
“이곳, 이곳, 이곳에 우리 군을 진군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를 그곳으로 움직이면 되겠습니까?”
진궁은 장료와 조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둘이 이끄는 부대가 기병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곳으로 먼저 가 있으면 적
병들도 반응을 보일 겁니다.”
승태는 지도를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한쪽은 좀 잘 보일 것 같은데요?”
진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쪽은 일부러 보이는 겁니다. 반응을 봐야 하니까요.”
“그럼 깃도 세우고, 나팔도 불어야겠네요.”
승태는 조운과 장료를 바라보았다. 둘 다 그 역할을 자신이 하고 싶은 듯했
다. 그런 둘의 모습에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둘 다 겁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들인데, 숨어서 움직이고 싶지 않
겠지.’
진등은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돌리자, 눈을 이글거리는 두 명을 눈에 들어왔다.
“설마··· 두 분 모두 그 위험한 자리에 가려고 하는 겁니까? 잘못하면 포위당
해서 도움받기도 전에 전멸당할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진등의 말에 장료가 찬성하면서 먼저 조운을 도발했다.
“맞네! 겨우 경기병 정도 이끄는 정도로 적들이 겁이라도 먹겠는가? 기습을
통해 적들을 베는 것이 더 안전하고 큰 공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조운은 그런 장료를 보며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저보다 높은 자리에 계신 장국상께서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맞지 않겠습니
까? 저야 가벼운 병사들을 이끌고 적들을 유인하기 더욱 편하니, 큰 자리에
있음이 옳지 않겠습니까?”
고순을 뺀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은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
다. 진궁은 약간 당혹스러운 그들의 대응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둘을 바라
보고 있었다.
고순이 이마를 긁으며 말했다.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조 가좌가 차라리 나을 겁니다. 어차피 시선을 끄는
정도라면 말입니다.”
고순의 말에 장료는 고순을 바라보며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신경을 쓰는 고순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돌
려 조운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끈다는 것이 웬만한 간담과 무예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특히 적군은
수만에 이르니, 병사들을 보기만 해도 압도될 수도 있다. 확실히 할 수 있겠
는가?”
그러자 조운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백이 아니라 열 명을 이끌고 나아가도, 아니, 혼자서 나아가더라도 당당히
수만의 앞에서 뚫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의기는 좋군.”
“감사합니다.”
“실력도 그만큼 좋았으면 하네.”
조운은 고순의 말에 욱하지 않고 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를 따라다니는 많은
시간 동안 고순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니 그의 말에 악의가 없음을 알
고 웃음을 지었다.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고순은 조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봉은 소장이 서겠습니다.”
그런 고순의 말에 진궁이 나서 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소? 고 장군의 병사들은 서주 곳곳을 돌며 반군을 처
리하다가 그일 도중에 온 것이 아니오? 피로가 있을 수도 있으니, 하비나 광
릉군을 선봉에 세움이 어떻겠소?”
고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적병이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대가 선봉에 서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미끼를
상대하는 병사들이 줄 것이고, 광릉의 군사들은 최대한 보전하여 되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순의 맞는 말에 진궁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등은 혀를 입
술에다 뭍이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고순의 말대로 그냥 진행된다면 진등의 군
세는 마치 그냥 밥만 축내러 온 병사들이 될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
라도 어느 정도 공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고 장군의 말도 옳으나, 광릉군이 후방에서 지원을 해 준다면 그 또한 괜찮
지 않겠소?”
승태의 말에 고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광릉군의 기마 보병이나 기병을 뽑아 격돌이 일어날 때 빠르게 조 가좌와 함
께 적의 식량 창고를 노리는 게 좋겠습니다.”
고순의 말에 진등이 다시금 물었다.
“그럼 보군은 무엇을 합니까?”
“적병이 후방으로 우회하지 못하도록 지원할 겁니다.”
진등은 머리로 진형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으로 흐르는 병사들을 모으는 역할도 하고 말입니까?”
진등이 말뜻을 바로 알아차리자, 고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태는 그들이 하는 말을 당최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과거의 삼국지 게임에
대입하며 생각해 보려 했다. 하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그 탓에 무심코 고순
에게 물었다.
“함진영이 적병을 막는 훈련이 되어 있습니까?”
승태의 말에 다른 이들이 고순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적진을 찢어발기는 모습
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위치가 바뀌었으니. 그 때문에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
은 이상하지 않았다. 고순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평도후께서 기병으로 적군을 돌파하는 것을 즐겨 하셨기에 그런 겁니다. 함
진영은 모든 무기를 다룹니다.”
장료는 고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함진영은 기병이기보다는 기마 보병에 가깝습니다.”
승태는 과거 그를 보호하던 병사들의 무장을 생각했다. 두 필의 말에 무겁게
갑주와 방패를 모두 들고 있는 함진영은 그냥 보기에도 단단해 보였다.
“예. 뭐, 그것이야 고 장군이 알아서 하시겠죠.”
승태는 전장을 쓰윽 바라보며 진궁이 혹시 망치와 모루 작전을 하기 위해 이
런 방법을 이용하는가 하여 바라보았는데, 전장이 될 곳이 마른 땅과 진창의
경계였다.
“진 노사, 저곳에서 기병은 쓰기 어려울 것 같은데··· 기병을 먼저 움직인 이
유가 있습니까?”
진궁은 승태의 말에 기병을 장료의 기병을 쭉 올리며 적진의 본대까지 올려
보냈다. 그러고는 장료에게 물었다.
“원술. 잡을 수 있겠습니까?”
진궁의 말에 조운의 눈이 커졌고, 장료는 울상의 표정에서 득의만만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진 노사! 제가 역적 원술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진궁은 그런 장료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려 오면 더 좋습니다.”
“예, 살려 오겠습니다.”
장료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조운을 바라보았다. 조운은 주먹을 꾹 쥐며 무엇
인가 사고를 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