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01
501화
승태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 청주를 강타하자, 분위기가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조비군 내부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조비는 마음이 들떠 연신 웃음을 흘리고 있었으며, 주삭과 오질은 그의 앞에서 계속 설레발을 치고 있었다.
“이번의 성공은 응당 현명한 대왕께서 내리신 명령 덕분이옵니다! 소신들이 한 것은 그저 가만히 따른 것뿐이니, 저희 둘의 공이 아니라 오롯이 주군의 공일 것입니다.”
“맞사옵니다. 거기다가 골칫거리인 흑산적 놈들과 저 청주의 믿지 못할 놈들을 이용하여 송왕을 처리하였으니, 이는 마땅히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고로 전하의 지혜 덕분에 동쪽 반역자들의 권위는 무너지고, 불량한 병사들을 모조리 치워 버렸으니 아군의 사기는 올라간 것입니다!”
조비는 씰룩이는 입꼬리를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다만 모여 있는 이들 중 조진 한 명만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군을 황하 너머로 물리지 않고 있었다. 아직 청주에 머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조비는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이번 성과에 힘입어 은근히 다시금 공세를 취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었다.
“전하, 이번 일이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양초 대부분이 황하를 넘었으니, 군을 돌리는 것이 좋을 듯 사료되옵니다. 거기다가 이미 병사들 대다수도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시금 전쟁을 이어 간다고 하면 사기도 떨어질 것입니다.”
조진의 말에 오질과 주삭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 양초야 다시 가져오면 될 일이고, 병사들이 전쟁을 두려워하다니… 이것이 정상적인 일인가?”
조진은 속으로 천불이 날 것 같았다. 애꿎은 황도를 불태운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두 간신배를 버릴 것이라는 의도를 넌지시 비추던 조비의 태도가 한순간에 변한 것도 당황스러웠다. 승태를 크게 다치게 하였다는 소식 하나에 원래대로 돌아온 조비의 모습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심지어 두 사람은 지금 조진의 위에 앉아서 군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의도를 더는 숨기지 않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전하…….”
조진이 말을 이어 가려는 순간, 조비는 손을 들어 이를 막았다.
“내 모르는 것이 아니네. 단지 조제에게 더 큰 일이 일어났다면 청주가 문제가 아니라 서주나 수춘에서 문제가 일어날 터. 혹 황하를 넘어 업으로 돌아간다면 우리가 얻어 낼 것이 없어질 게 아닌가? 이미 출정한 이상,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황하 남부에 주둔하고 있어야 하네.”
조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순간 어지럼증을 느꼈다. 아마 업성에 있는 진군 또한 지금 조비의 말을 들었으면 이마를 부여잡고 쓰러졌을 게 뻔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장정의 수가 수만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원래 병사로 쓰인 것이 아니라, 모두 징집하여 데려온 것. 한데 언제 올지 모르는 송왕의 불상사만 기다리며 생산할 수 있는 장정들을 이곳에 박아 놓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설령 송왕이 입은 큰 부상으로 죽는 것이 확정적이라고 한들 대체 그게 언제이겠는가?
‘그동안 수만의 병사들이 먹고 쓰는 보급품들은 또 무슨 돈으로 구한단 말인가.’
그때 조진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부담을 병사들에게 넘길 수도 있겠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미 황도를 불태운 순간, 조비는 청주에서 선을 넘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이곳에 머무르기로 작정한다면, 병사들에게 약탈을 명해서라도 보급을 유지할 인물이 바로 조비였다.
‘만약 그리된다면 큰 패배는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피해를 받아 군을 물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조진은 불충한 마음이었지만 좋지 않은 불안감이 그를 감싸 오는 듯해 그런 생각까지 품었다.
그리고 불안한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 * *
“대왕, 또다시 승전이옵니다! 청주 동래의 몇 현이 굴복하여 대왕을 따르겠다고 하옵니다!”
조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승전을 보내는 오질을 바라보았다. 오질은 그런 조진을 향해 마치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고하였다.
저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마 완전한 거짓은 아닐 것이었다.
이미 조진 자신도 승전보를 믿지 못하여 순찰하였지만, 서에 적혀 있는 장소를 지나치며 승리했다고 한 곳에 조비의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보았으니 말이다.
‘전쟁을 수행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어지고 있다.’
과거 원소와 붙을 때보다는 괜찮은 정도라고 말할 인물이 있겠지만, 그때는 원소가 조조를 상대하기 위해 달려들어 전장의 크기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그런데 조비는 승태뿐만 아니라 장패가 군을 물린다는 소식에 쾌재를 부르며 군을 슬금슬금 아래로 남하하기 시작하였다. 그뿐인가, 어느 사이에 본인이 친정을 하겠다며 직접 나서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곳저곳 들쑤시더니 승리했다며 점령하기 위한 군을 보내고 있으니, 중앙이 약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여 조진이나 조휴가 조비의 행동을 막으려 하였으나, 직접 군을 움직여 몇 번의 승리를 맛본 조비는 끝을 모르고 콧대를 세워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조진과 조휴는 조비의 명으로 직을 반납해야 했다.
“그대들이 군공이 많은 것은 알고 있기에 크게 벌하지 않고 직을 내려놓고 쉬도록. 후일 그대들의 잘못을 직접 물을 것이니, 자중하도록 하여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오질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만 뒤룩뒤룩 쪄서 제대로 된 전술은 짜기도 어렵겠군.”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조휴가 자신을 막자, 조진은 그저 눈만 부릅뜬 채로 설 수밖에 없었다.
“전하가 있는 자리입니다. 무슨 짓을 하려고 하십니까?”
“알았네. 내 잘못 생각했군…….”
둘이 나가자 오질와 주삭은 계속 조비의 군략을 칭찬하며 이와 같은 상황을 이어 나가면 응당 서주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조비도 포도를 한 입 베어 물며 웃음으로 그들의 말을 받아넘겼다.
밖으로 나간 조진은 분노가 얼마나 심했던지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우리가 군권을 내려놓으면 대체 누가!!!”
조휴는 손을 내저었다.
“전하를 지키는 것은 다음에 생각하시지요. 이미 우리의 군권은 내려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저런 놈들이 전하의 곁을 지키는 동안에는 그 걱정은 후일 하는 것이 이로울 듯합니다.”
조진은 조휴의 모습에도 열이 순간 뻗치는 것을 느꼈다.
“조휴!”
조휴도 조진의 말에 수그리지 않고 대거리하며 말했다.
“조진! 족인들이 다 쫓겨난 것을 잊었는가! 우리는 먼 친척이라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의 자리도 이미 위태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않은가? 예상한 일이 일어난 것뿐인데 무슨 분노를 하는가!”
“이 상황이…….”
조진은 조휴의 분노에 할 말을 잃었고, 조휴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지만 그 안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화를 품은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기든 지든 나쁠 것이 없는 일입니다. 송을 상대로 큰 승리를 얻으면 기분 나쁜 놈들이 조금 득세는 하겠지만, 넓어진 구역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우릴 찾으실 테지요. 만약 지게 되면 뭐…….”
조진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린 왕도로 돌아가 우릴 도울 이들을 만들어야겠군.”
* * *
조진과 조휴가 군권을 내려놓았다는 소식은 빠르게 승태에게 전달되었다. 승태는 장패, 진등, 조창, 세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조비를 잡을 덫만 놓으면 되겠습니다. 친정했다고 하지만, 아직 중군에서 머물러 있으니…….”
장패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진등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만든 일이니 자네가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비를 잡지 못하면 이런 분란을 만든 것이 모조리 쓸모없는 짓이 되어 버릴 테니 말이야.”
장패의 표정은 굉장히 못마땅해 보였는데, 아마도 그가 계획한 일이 예상과 다르게 이상한 형태로 틀어지고 변했기 때문이었다.
진등은 장패를 스윽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장 장군께서 어려운 일을 맡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말인가?”
“배신자가 되어 주시면 될 듯하옵니다.”
장패는 묘한 얼굴로 진등을 바라보았고 장패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 무엇을 하면 되겠는가?”
“뭐, 불만을 내뱉고 노망난 늙은이가 할 법한 짓들을 하셔야지요.”
장패는 진등의 말에 껄껄 웃었다가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나의 마지막을 그저 노망난 노인네로 끝내 버린다면, 자네는 직접 칼로 썰어 버릴 걸세. 아직 그 정도 힘은 남아 있으니.”
승태는 장패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주군인 제가 보는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한 일 아니겠습니까?”
장패는 승태를 보며 말했다.
“주군께서도 저의 마지막을 평안하게 해 주겠다고 하신 말을 잊으시고 이리 전장에 불러오셨습니다. 그런 마음에 늙어 보이는 것도 없으니 제가 이런 실수를 하옵니다.”
정말 막을 수 없는 노인이었다. 하기야 잘못은 승태가 먼저 하였다. 부상이라는 소식에 걱정하며 직접 뛰어온 장패의 앞에서 멀쩡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승태는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진등은 이것을 마뜩잖아했다.
“지금 장군께서 전하를 능멸하신 것입니다.”
“그만하시오. 장 장군이야 가장 어려운 시기부터 나를 도와준 분이오. 그리고 이번 일도 도울 것인데 그리 말하면 어찌 되겠소.”
승태는 마치 장패가 당연히 도우리라는 것처럼 마침표를 찍어 버렸다. 그러자 장패도 더 말을 덧붙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장애가 아버지를 도왔다.
“소신, 주군을 모시며 평생을 전장에서 살았습니다. 소신의 충정은 바뀐 적이 없사오니, 부디 그 점을 어여삐 여기셔서 소신이 청사에 남을 때 말미에 충심을 위해 살았음이 적혔으면 하옵니다.”
승태 또한 나이 들어 버린 장패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표하였다.
“알겠습니다. 많은 것을 지키지 못한 주인입니다. 한데도 이리 고(孤)를 따르니 내 어찌 충신을 버리겠습니까?”
장패가 예를 취하고 사라지자 승태는 진등을 보았다.
“배신자로 믿게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인데 방도는 있는가?”
진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준비된 자리에 마침표를 찍을 큰 이름이 필요했을 뿐이었습니다. 주군께서도 허하신 간자들을 이용하여 아군이 물러 나가는 곳곳에서 저들을 승전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고, 몇몇은 일부러 장 장군의 장자와 연결해 주었습니다.”
“장 장군의 장자 말입니까?”
승태는 장애의 연기력이 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얼굴 하나 바뀌지 않았으니 말이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그런 연기를 하다니, 대단한 인물이로군. 아니면… 그런 엄한 아버지여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승태는 잡생각을 미루고 진등에게 물었다.
“하면 언제 시작하는 것인가?”
“지금입니다.”
“지금 말인가?”
“장 장군이 주군의 명을 가납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밖에서 장패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들이 무슨 이유로 나를 잡는다는 말이냐! 네놈들이 죽고 싶지 않고서야!”
병사들이 뒤에 하는 말이 들리진 않았지만, 장패의 분노만큼은 승태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건국 공신 중 한 명이다! 죄를 지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한다는 것이 옳은 말이냐는 말이다! 전하를 뵐 것이다! 놓아라!”
조창은 두려운 눈으로 승태를 보았다.
“괜찮겠지요?”
승태는 진등을 보았고 진등은 그저 살짝 웃음만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