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03
503화
승태의 군중에 불이 올라왔다. 그것도 멀리서 보일 정도로 커다란 불꽃이 타오르자, 조비는 말 위에 올라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움직였다.
조비의 주변에는 무장한 기마들이 명령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비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나를 선택한 것이로구나.’
조비는 거대한 불길이 자신을 위해 찾아온 것만 같았다. 거대한 불. 한조가 일어났을 때 화덕을 신봉하였는데, 그 화덕이 자신에게 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 화덕이 죽지 않았는데 감히 토덕을 칭하며 천자의 자리를 노렸으니, 역적 조제는 배덕의 죄를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하늘을 대신하여 그 벌을 내리니, 곧 하늘의 사도가 아니겠는가!”
“우아아아아!”
기마들은 조비의 말에 흥분하였는지 쿵쿵거리며 바닥을 울렸다. 조비는 마치 연극의 주인공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돋웠고, 자신의 기분 또한 구름 위로 올라섰다.
청주의 황제를 무너트리고 패권을 잡은 국가인 송을 거꾸러트린다면, 응당 천명을 받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
‘천하에 이 조비가 천명을 받았음을 알리고 황도에 가 선양을 받은 뒤, 태산에서 봉선을 올린다면… 당금의 천자는 내가 되는 것이다. 한이 끝나고 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조비는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모든 이들이 자신의 앞에 엎드리는 것을 상상하였다. 감히 자신을 막 대한 이들 또한 손안에 굴리며 그들을 괴롭게 만들 생각을 하며 한껏 웃던 조비의 눈에 멀리 장패의 깃이 보였다.
태산.
장패군이 분명한 깃발이 빠르게 자신에게 다가오자, 조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패를 맞이하기 위해 나섰다.
장패는 마차에 실려 침침한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마차의 흔들림이 묵직한 것을 보니 근위하는 기마일 듯싶은데, 조비가 직접 온 것이냐?”
“그런 것 같사옵니다. 조비의 깃과 그의 호병은 호표기가 온 듯하옵니다.”
“그렇단 말이지?”
“아버지, 지금 병력으로는 저들 상대가 안 됩니다. 본시 계획대로 움직이셔야 합니다.”
장패는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얼추 다 왔으면 알려라. 혹여 착각하여 엄한 화살에 맞을 수도 있다.”
“예, 아버지.”
장애는 대화를 나누고 호표기를 향해 외쳤다.
“항장 장패! 위왕 전하께 약속한 바를 이행하고 왔소이다! 소장, 전하의 용안을 알현하고자 하옵니다!”
그러자 조비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고, 장패의 늙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지긋한 나이의 노인을 보자, 조비의 마음에도 약간의 인자함이 생겨났다.
“소신들, 전하의 명을 이행하고 전하의 앞에 무릎을 꿇겠나이다.”
조비는 장패의 마차가 자신의 앞에 도착하고 장애가 아버지를 내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다가가 손을 내저었다.
“내리실 것 없소이다. 이미 큰 공을 세웠으니 그 공을 대우해 주는 게 맞지 않겠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장군을 모시고 가거라.”
“전하, 적지의 화마가 거세오니 그것이 어느 정도…….”
조비는 인상을 찡그리며 장애를 보았다.
“이는 고가 판단을 할 일이다. 그대는 그저 공을 세운 것으로 끝이다.”
“망극하옵나이다.”
조비가 손을 휘젓자 기병 몇이 길을 안내하기 위해 움직였고, 장패는 뒤를 돌아 조비의 움직임을 보더니 슬쩍 웃음을 짓고 기마들을 따랐다.
조비와 그의 기마들은 거센 화마로 둘러싸인 승태의 진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화마에 불탄 시체들과 진을 버리는 병사들이 보였다.
기마 몇은 조비에게로 와 말했다.
“전하, 뒤로 물러나시는 게 어떠하시겠습니까? 불길이 거세어 혹…….”
조비는 손을 들어 그 말을 막았다. 조비도 불이 튀는 것들을 보며 기마들에게 말하였다.
“조제를 잡아 내 앞에 대령할 수 있도록 하게. 이미 진은 무너졌고, 장패가 이르길 병사들도 서로에게 창을 돌렸다고 하니 그대들이 상대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조비는 화마가 강한 곳에서 벗어나 그들이 보이는 언덕으로 자리를 옮기려 하였다. 마치 승태의 군세들이 이미 모조리 궤멸된 듯 그것을 즐기는 장수의 모습과 같았다.
“조제를 혹여나 놓치면 아니 될 터인데.”
조비의 말에 오질이 나서 말했다.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호병들이 데리고 갔다면 아군의 기마들에게 잡힐 것이고, 장패가 말한 병사들의 반기가 강했다면 저 화마에 불타고 있을 것이옵니다.”
조비는 오질의 말에 껄껄 웃었다.
“그런가? 불에 타 버린 것이라면 조금 아쉽군. 내 직접 목을 자르려 했는데 말이야.”
“불타는 것 또한 굉장한 고통일 것이니, 이 또한 주군의 목표와 맞을 것이옵니다.”
“그런가?”
주삭은지지 않고 은근한 아첨을 꺼내었다.
“소신, 걱정이 있사옵니다.”
“무엇인가?”
“아군의 오천 기마가 너무 뛰어나 혹 소 잡는 칼로 더러운 쥐를 잡는 게 아닌지 걱정이옵니다. 쥐가 너무 무서워 자지러지는 것 아닐지…….”
조비는 주삭의 말에 껄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크하하하! 그런가? 이거, 적당히 하라고 해야 하는 것인데 내 잘못했군. 공을 반드시 세우라 했으니, 눈에 불을 켜고 조제를 죽이고자 움직일 터인데 이 얼마나 무섭겠는가?”
조비가 웃음을 터뜨리며 불길을 바라보던 순간, 그 사이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을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 * *
거대한 불길, 그것은 모든 관심을 휩쓸어 버리고 사람의 눈을 현혹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큰 불, 그것은 적들을 속이기에 충분하게 올라왔으며 조비를 속여 넘긴 것이었다.
거대한 불길은 적들의 눈을 현혹하며, 불길 사이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흡수해 버리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진등이 바라고 계획한 일이었다. 조비의 욕망은 그저 요행에 바란 욕망이었다. 그 요행으로 얻은 행운은 또 다른 요행을 바라게 할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요행이 모두 조작된 것이니.’
승태는 약간 신기한 듯 화마를 바라보았다. 분명 거대하지만, 그 화마는 마치 길을 따라 움직이듯 번지고 있었다. 거리를 두며 그걸 바라보는 승태는 태산의 인물 중 하나를 보았다.
“빨리 일을 처리해 주어 고맙네. 내 그대의 공은 상으로 챙길 것이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장 장군의 말대로 적을 속이는데 그대들이 참으로 잘하는 것 군.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일을 마무리하다니 말이야.”
화마가 승태의 진영을 덮기 전, 태산병들이우르르 달려들어 허수아비들과 화마의 길을 만들었다. 그뿐이던가? 불길에 익숙한 이들을 이용하여, 마치 불길에서 도망 나오는 것처럼 일을 꾸미기까지 하였으니 적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냄새를 속이지 못하면 화공에 익숙한 이들은 바로 알아차릴 것입니다. 적을 속이고자 한다면, 눈도 귀도 코도 모조리 속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을 뿐이옵니다.”
승태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전장에서 그대들을 중히 쓸 수 있도록 해야겠네.”
승태의 말에 그는 감격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물러나자 조통이 옆에서 승태에게 물었다.
“전하, 혹 조비를 잡기 위해 간… 큼큼. 위험하지 않을까 하여 걱정이 되옵니다.”
조통이 주군의 족인을 의심하는 것이기에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그의 안위를 걱정하듯 말을 하는 것을 보며 승태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창아의 능력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신뢰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인가?”
조통이 말을 하지 못하다가 답하였다.
“싸움에 나아가 먼저 나서기는 하나, 공을 세운 것이 명확하지 못하고 몇 가지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전하께서 이리 건재하심에도 은근히 저하들과 접촉하여 후계에 손을 대고자 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식과 조창이 문제를 일으켰던 것과, 작금 그들이 후계자의 일에 참여하여 지분을 가지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창이가 큰 힘을 따라가기는 하네. 그것이야 그전에 버려진 일이 있으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런 거라 생각하고 있지. 그리고 실력 또한 이리저리 치이느라 제 실력을 발휘치 못한 것이라 생각해 주게. 조 장군께서도 창이의 무예를 칭찬하였고, 장 장군의 인정을 받아 북방의 기마를 맡지 않았는가. 그리고 조비에 대한 감정은 진심이니 어려울 수 있으나 조비를 노리는 일에 진심으로 할 것이네. 아마 조비에 대한 분노가 좀 심하니 말이야. 불길을 들어가라고 해도 갈 것이네.”
조통 또한 조창이 조비의 일 하나만큼은 언제나 욕하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나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조창이 가진 분노가 거짓이 아니라면 아마 불길까지 뛰어 들어갈 것이었다.
‘그 분노만큼은 꽤 믿을 만한 것이지.’
* * *
“형님, 참으로 오랜만이오.”
조비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과거 죽으라고 내쫓았던 조창이 자신의 앞에 병사들을 이끌고 서 있으니 말이다.
“네놈이 어찌 여기 있느냐!”
조창은 조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답했다.
“그것을 굳이 말해 주어야 하오? 중요한 것은 내가 당신을 잡기 위해 이곳에 서 있다는 것이지.”
조비는 빠르게 말고삐를 잡으며 오질과 주삭에게 말했다.
“막아라!”
기마들 몇이 조창에게 빠르게 달려갔으나, 장료에게까지 인정을 받은 조창을 막는다는 것은 웃긴 일이었다.
“우아앗!”
퍼억!
오질과 주삭 또한 크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는데, 그 순간 조창은 창대로 두 사람을 후려쳐 낙마시킨 다음 빠르게 도망간 조비의 뒤를 쫓았다.
“도망을 가 봐야 의미가 없을 것인데.”
조창은 말고삐를 잡고 조비의 뒤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조비는 도망을 가면서도 이럴 리 없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이럴 리 없다. 분명… 나에게 천명이 왔다. 천명이 왔단 말이다. 화덕이 나에게 왔거늘, 불의 길에서 하늘의 길로 간다고 하였다. 한데 어찌!”
“전하, 이 속도라면 본대와 곧 바로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치 마옵소서. 언덕을 넘으면 본진이 보일 것입니다.”
조비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호병의 말을 듣고 차분히 움직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놀라 말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화마.
조비는 화마와 다시금 맞이하였다. 이번에는 방금 전까지와 다르게 자신의 앞길에 놓인 화마였다. 그의 본진에서 올라온 연기와 빛이 조비에게 들어왔다.
“이것은… 당했구나. 모든 것이 간악한 조제의 술책이었어…….”
조비는 출정하기 전 자신의 꿈에 거대한 무엇인가를 이고 한수를 건너 장강으로 넘어가는 인물을 보았다.
예언가들이 이를 승태가 패배의 짐을 지고 남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한수는 본시 황제의 강이니, 이를 떠난다는 것은 천하가 그에게서 떠나간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그것은 조비에게 승리의 자신감을 주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 또한 마지막에 이르러 예언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조제, 네놈이… 나를 욕보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