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04
504화
[서주 대학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사실 그 대학살이 진정 민심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담론도 존재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살에 피해를 준 것도 조씨 일가이며, 이의 혜택을 받은 것도 조씨 일가라는 것은 참으로 모순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 여러 말이 있지만, 그러한 결말로 일어난 일은 서주가 송나라에 강한 충성을 바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송국이 행한 일은 통일주의자들에 의한 비판이 꽤 크게 일었으나, 이것에 반대하는 이들 또한 꽤 많다. 특히 스스로를 서주인이라 일컫는 이들과 장강 근방의 이들은 조제를 올바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하나의 중국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조제를 공격할 때 그들은 도리어 그것이 옳기 때문이라는 말로 반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증거로 경제적인……. (후략) 제노사이드에 대처하는 방법 ― 류청]
“조제 네놈이… 나를 욕보이는구나. 결국 네놈이 나를 부끄럽게 하고 버려지게 만드는구나!”
조비는 급격히 퀭해진 눈으로 사방을 바라보았다.
“장패, 그 늙은 놈이 미끼였겠구나. 쥐새끼가 하늘로 올라가는 길을 막아섰구나!”
조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잃은 것처럼 불을 바라보았다.
“어찌 될 것 같은가? 아니, 어찌 해야겠는가?”
그의 호병들은 조비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신들이 어떻게든 전하의 목숨을 지킬 것입니다.”
“…그래, 움직이지.”
그러나 그의 희망을 박살 내는 조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비! 주군께서는 네놈의 목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저 승리와 약간의 조건이 있을 뿐이다. 그 후 돌려보내주겠다. 주군께서는 수춘 조가의 어른이자 종주로서 어찌 네놈의 목을 베겠는가라는 말을 하셨다. 굳이 싸우고 비루하게 최후를 맞이하겠는가!”
커다란 조창의 목소리가 조비와 그의 호위를 흔들었다. 조비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굳이 죽을힘을 다하여 싸울 이유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를 완벽히 믿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조비는 말고삐를 잡았다.
“믿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아나, 조비 네놈이 갑자기 죽으면 유선이 네 세력을 집어삼킬 수 있는 일이니 주군께서 인정을 베풀기로 하였다.”
조비는 주변 호병들의 눈치를 보았다. 호위병들은 묘한 분위기가 생겼다. 마치 그냥 항복하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비는 악을 질렀다.
“저들의 말은 거짓이다. 나를 잡는다면 위는 저들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저들을 막아라! 배신으로 불충한 모습을 보일 것이냐!”
조창은 조비의 말에 슬쩍 웃음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바는 알지만 죽이고자 하였다면 그냥 내가 처리했을 것이다.”
발악하는 조비를 보며 조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충의를 높게 여기는 이들이 여기 있을 것이다. 하나 조비를 무사히 잡게 해 준다면 네놈들 가족들도 서주로 이주할 수 있게 돕겠다. 기주인들 다수가 지금 서주에 있으니 그들과 같이해도 될 것이고, 정 어렵다면 내 봉지에 들어와도 될 것이다.”
확실한 대가와 안전을 제시하자 조비를 지키는 이들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더 도망간다 하여도 길이 없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 조비를 끝까지 지키려는 이들을 치워 버리고 조비를 잡아 조창의 앞에 데려왔다.
조비는 이제 협상을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신 조창의 이름을 부르며, 조비는 비굴한 얼굴로 협상을 시도하였다.
“차, 창아. 너와 나는 피로 얽혀 있는 사이가 아니더냐? 같은…….”
“전하도 조씨 성을 쓰는 분입니다. 그리 멀지도 않지요. 겨우 사촌 관계인데 그런 말을 해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형님은 그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란 우리 모두를 쫓아 내지 않았습니까?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뭐 더 약속할 것이 있습니까?”
“나에게 오면… 그래,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황제가 되면 가족들은 왕이 되지 않겠느냐?”
조창의 눈이 가늘게 떠지자 조비는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말을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생각해 보아라. 일국의 왕이 되어 천하를 호령…….”
“왕이라는 작위만 남겠지요. 군을 기백이라도 이끌 수 있겠습니까? 아니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곁에 있는 집안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진도, 조휴도 모두 물리시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놈은 다르더냐?”
조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증좌가 뒤에 있는데 다르냐고 물어보면 어찌 대답해야겠습니까? 이만 이야기하시고 같이 가시지요. 제가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위나라를 멸하고 차지하는 게 송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도 아닙니다. 이만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솔직히 형님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군요.”
* * *
승태는 자리에 앉아 조비를 내려다보았다. 조비는 승태를 향해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네놈이 또다시 나의 것들을 빼앗아 갔다.”
승태는 이상한 말을 하는 조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엇을 빼앗아 갔더냐?”
“형님을! 아버지를! 가족을! 가져갔다. 내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아버지라는 말에 사실 조금 뜨끔하기는 하였지만, 뒤이어 내뱉는 단어를 들으며 한숨을 내쉬는 승태였다.
“망상이 깊군…….”
승태의 말에 조비는 더욱 발악하며 소리를 쳤다.
“네가 나타난 이후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네가 원인이 아니고서야 그 모든 것이 이렇게 몰락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나는 분명 천명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황도에 앉아 천하를 통치해야 했단 말이다!”
시답잖은 소리였다. 하기야 원래 역사였다면 그가 말한 수순대로 흘러갔겠지만, 조비도 스스로의 욕망과 자존심 때문에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다.
“일단 조비를 치우도록.”
“으아아! 조제 네놈이!”
끝까지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조비였다.
만일 조비가 개심하여 빠르게 승태에게 손을 벌렸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순욱과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조씨가 서로 뭉쳤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아마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었다.
‘원래보다 더 빨리 삼국을 통일했을 수도 있는 일이겠지. 물론 역사가 어찌 흘러갈지는 모르니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야.’
이미 늦어 버린 생각과 후회였다. 그리고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이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나라를 세우고, 중원의 패권국을 자처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그뿐이던가? 지금은 만화에서만 봐 오던 악당들처럼 천하를 뒤에서 조정하는 인물들의 수장이 되어 암약하며, 천하를 원하는 대로 잘라 내고 있었다.
이 얼마나 즐거운가? 알고 있는 역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며 인재들을 휘하에 두는 맛은 실로 형언하기 힘든 것이었다. 21세기에서 게임으로 천하를 경영하는 것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는데, 그러한 인재들이 자신을 칭송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짜릿한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수많은 인재들로 인한 문제는 어차피 그 다음 할 일이었으니, 승태는 그런 이들을 그저 모으고 힘을 키워 주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
“한심하군.”
승태의 눈이 조창에게 닿았다. 조창은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 고개를 숙였고,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국의 왕이라 할 인물이 한심한 말이나 내뱉고 있으니 돌아간다고 한들 어찌 될지 뻔하구나. 제를 지내고 죄를 청한 뒤에 감사함을 품을 것이 아니라 원망을 품을 것인데,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가?”
조창은 예를 표하며 승태에게 고하였다.
“방계의 조진과 조휴는 응당 전하의 뜻을 알아보고 이를 감사히 여길 것이옵니다. 조비의 세는 본시 조씨 가문과 하후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한 것이니, 그들이 조비와 거리를 둔다면 조비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입니다.”
“어찌 멀게 할 수 있겠는가?”
“잠시 그를 붙들어 두기만 하소서. 아마 후계를 두고 서로 싸울 것이 뻔하옵니다. 하후 가문은 원가의 씨앗인 조예에게 거리를 두고 있으며, 나이가 어리니 다른 이들을 왕위에 올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승태는 묘한 표정으로 조창을 바라보았다.
“식이나 너를 왕위에 올리고자 함이더냐?”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옵니다. 하나 저는 은혜를 모르는 금수는 아니옵니다. 또한 조비의 아들들이 많으니 그들 가운데 고를 것이옵니다. 소신, 어차피 이곳을 떠나 전하를 적으로 삼는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옵니다.”
“하북의 가문에서 나온 말이겠군. 그럼 그들 중 조씨와 하후가가 척을 지게 된다는 것인가? 영 믿기지 않는 이야기로군. 하나 시도해 볼 가치는 있는 이야기야.”
그만큼 하후 가문과 조씨 가문은 끈끈하였고, 그 끈끈함의 유산을 조비가 온전히 물려받았기에 흔들림 없는 권세를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하후 가문이나 조가 하나로는 강력한 권세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 둘이 갈라선다면 위나라는 외부로 힘을 투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터.
“좋네. 그렇다면 이만하지.”
승태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무엇인가 생각난 것이 있어 엉거주춤 섰다가 조창에게 말했다.
“그리고 조비를 한 번 설득해야 할지, 아니면 강요케 해야 할지 내 일러 준 것을 한번 이야기해 보게. 솔직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명색이 일국의 왕. 그리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말이야.”
실제론 전혀 부담감 따위가 없었지만, 승태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조창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전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조비의 비명과 같은 고함이 계속 들려왔다. 그곳을 나온 승태는 뒤를 살짝 돌아보며 자신의 뒤에 선 진등에게 물었다.
“아마 강제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소? 겸사겸사 사람도 좀 모으고 말이요. 서주나 청주 일대의 호족들을 참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옳은 판단이옵니다. 걱정인 것은, 혹 조비가 화병으로 죽거나 쓰러지는 것이 아닐지 그것 뿐이옵니다.”
“생각한 바이기에 이미 수춘에 명을 내려 의원들을 불렀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역시 총명하시옵니다, 전하.”
“그럼 이제 천천히 움직이기만 하면 되겠군. 조비의 일만 끝내고 술 한잔 서로 기울입시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 * *
승태의 건재함이 알려지고 조비의 대패로 인하여 조비가 승태에게 사로잡혔다는 소식은 하북을 강타하였고, 위 왕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조비가 죽었다고 한다면 빨리 장남인 조예를 승계하도록 하겠지만, 지금은 조비가 멀쩡하게 살아 있고 그저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여도 전하께서 살아 계시는데 그 자리에 왕자 저하를 올리자는 것이오? 지금 반역을 하겠다는 말로 들리오!”
“반역이라니! 반역이라니! 지금 개국 공신을 역당으로 모는 것이오? 단지 지금과 같은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리청정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오!”
“전하가 멀쩡하오! 전하를 먼저 모셔 오는 것이 우선이오!”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던 이들 사이에 진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사마부와 눈을 마주쳤고 빠르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후씨와 조씨의 세력이 아닌 그들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기에, 진군과 시마 가문의 인물들이 만나는 것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