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14
514화
[한조의 마지막 황제, 또는 선함과 광기를 모든 가진 황제로 알려진 유협의 치세 말기는 의문스러운 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기에 역사학자들에게는 정말 이야기할 것이 많은 인물이지요.치세 초기, 동탁에 의하여 세워지고 삼보의 난이 일어날 때까지는 선하지만 의기는 부족한 인물. 중기인 조조의 봉대 이후는 자신의 가족을 잃고 복수하기 위해 싸우며 결국 조조를 죽였으니 굴기의 인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은 황조를 떠받치던 송왕과 순욱 모두를 내치며 한조의 부흥을 짓밟고 멸망을 부추긴 인물로 기록되어 있지요.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언제나 선택을 강요당했던 황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협, 한의 마지막 ― 김승]
제갈량은 낙양성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낙양 내부에는 병사들을 지도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을 터였다. 또한 내부에서 군수물자를 움직이거나 공급할 이들의 숫자도 부족할 것이었다.
“낙양 내부의 일만 군사들은 어찌 움직이던가?”
“이미 군관들 중 대다수가 귀부를 청하였습니다. 내성을 제외하고는 아군의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군관들이 아군에 귀부하였다면, 그 휘하의 병사들은 어떠하던가?”
“이미 며칠을 굶어 싸울 힘도 없을 것입니다. 몇몇 남은 군관들이 대항하여 모인다고 한들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갈량은 부채를 살랑살랑 휘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제갈량이 직접 움직이자, 그 움직임에 따라 성벽에 걸린 깃발들이 떨어졌다.
멈칫.
이후 제갈량이 성문 앞에 선 순간, 낙양의 문이 열렸다. 병사들이 들어가 점령한 낙양성의 위에는 진의 깃발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제갈량은 묘한 감상이 들었다.
‘한이 떨어지고 진이 올라가니 이 무슨 상황이던가?’
감상에 빠져 있는 제갈량의 앞에 건실해 보이는 젊은 관리가 예를 표하였다.
“상국, 혹 함정일 수 있으니 병사들을 먼저 보내겠습니다.”
제갈량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황제의 행동을 보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귀부한 이들 중 나를 노릴 인물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지. 누구를 보낼 생각인가?”
“멀리서 보면 상국과 비슷한 생김새의 인물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자를 보낼 생각이옵니다.”
“그들이 들어가면 안전하게 돌아올 수는 있는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일부러 적들이 노릴 수 있게 따로 방호할 것 없이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제갈량은 고개를 저었다. 순간 비관이 자신을 비난하던 그때가 생각난 것이다. 아무리 미끼라 하지만 그냥 쉬이 보낼 수는 없었다.
“되었네. 내 직접 가지.”
“상국…….”
“백약. 내 그대를 믿고 비군의 일부를 맡겼는데, 적의 기습으로부터 나를 지킬 이들의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던가?”
강유는 제갈량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할 능력은 충분하옵니다. 하나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상국께 계책을 권해 드린 것이옵니다.”
“나의 목숨을 연명하고자 다른 이의 목숨을 가벼이 여긴다면, 어찌 한조의 백성들을 이끌 수 있겠는가?”
“미끼를 먼저 보내는 이유는 반감을 가진 이 모두를 잡아들이기 위함입니다. 상국께서 먼저 가신다면, 앙심을 품은 이들을 모두 잡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도 전하의 백성이 될 인물들이네. 피해 없이 그들을 막아 낼 수 있다면 그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네. 자신이 없는가?”
“절대 아니옵니다. 제가 이끄는 무당비군은 파와 촉의 정예 중 정예이옵니다. 밥을 굶어 빌빌거리는 저들 정도는 쉬이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유는 예를 표하고 제갈량을 호위하기 위한 무당비군을 선발하였다. 제갈량은 오랜만에 갑주를 입으며 자신을 돕는 소동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색하지 않구나. 초주에게 학문을 배울 때나 내 곁에서 일할 때 모두 갑주를 입을 일은 거의 없었을 터인데… 신기하구나.”
소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잠시 후, 무당비군이 모두 모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병사들과 다르게 굉장히 빠르고 날랬다.
자신의 호위병이 모인 것을 본 제갈량은 열린 문을 향하여 당당하게 움직였다. 강유의 예상처럼 숨어 있던 이들이 제갈량을 노려 화살을 쏘았다.
쐐애액!
그러나 무당비군들은 팔에 들린 방패를 이용하여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 냈다. 그러고 나서 몇몇은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하여 움직였다. 남은 이들은 제갈량의 옆에 서서 좁게 모인 뒤 경호하였다.
그중 가장 앞에 선 강유는 자신의 방패에 박힌 화살을 뽑아낸 뒤, 방패를 퉁퉁 치며 말했다.
“모두 나와라! 어차피 무당비군이 이곳에 온 이상, 네놈들에게는 이제 그 어떠한 기회도 없을 것이다!”
강유의 강한 말에 제갈량은 강유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런다고 하여 나오겠는가? 병사들이 그들을 잡을 것이니 먼저 가지.”
“상국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길을 열어라!”
제갈량은 습격에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금 옮겼고, 내성의 문 앞에 도착하였다. 황궁의 앞에 도착한 제갈량은 강유에게 물었다.
“내성을 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리겠는가?”
강유는 내성의 성벽 위에 서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국께서 원하신다면 응당 지금이라도 성벽을 넘겠으나, 폐하가 있는 곳이니 조금 신중하게 있어야 할 듯합니다. 폐하의 명예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예우하며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라 봅니다.”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폐하께 아뢸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제갈량은 유유히 그곳을 벗어났고, 그것을 본 내성의 병사들은 순간 힘이 풀리며 무기를 내려놓을 뻔하였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사라지는 제갈량의 뒷모습을 보았다.
제갈량은 천천히 돌아와 병사들이 가져온 이륜거에 올라탔다.
“자중지란이 일 것인지, 아니면 거래를 할 것인지……. 기다려 봐야겠군.”
* * *
황궁 내부는 도망간 이들로 꽤나 휑한 느낌이 들어 보였다. 이곳저곳이 비어 전달을 내려도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듯했다. 남아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쭉정이.
황제가 지금 자신들을 왜 불렀는지, 그리고 지금 전황이 어찌 흘러가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두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만이 모여 그저 웅성거릴 뿐이었다.
혼란과 혼돈의 광경이었다. 그저 목소리만 높이며 우겨 대는 이들 위에 유협이 앉아 있었다.
마치 저잣거리와도 같은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협이 중얼거렸다.
“이리하면 분명 송왕이 돌아올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무엇이 잘못된 것이지? 그때 말하던 이들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인가? 아니,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 하겠군…….”
유협은 그 끝에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발밑에서 서로 옳다고 우겨 대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옳다고 싸우는 자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유협은 자신의 옆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빙글빙글 머리를 돌리던 내관을 보았다.
“어찌해야겠는가? 내 저들에게 큰 소리를 친다고 한들 방도가 나올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작금 관직을 내려놓고 물러난 동소를 부름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듣기로 제갈량이 외성을 점거하였을 때, 내성으로 들어와 내관들과 같이 있다고 하옵니다.”
“이제 와서 다 죽어 가는 이를 부른다고 한들 무엇이 바뀌겠는가?”
“그렇지만 지금처럼 어지러운 상황만큼은 정리해 드릴 것입니다.”
“그런가? 그럼 빨리 모셔 오게. 어렵다면 중서령이 직접 모셔 오도록.”
“명을 받들겠나이다.”
중서령이 동소를 데려오겠다며 물러나자, 유협은 의자 팔걸이에 기대어 언성을 높이는 이들로 가득한 황궁을 보았다.
황제는 이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그저 숨만 내쉬며 소리치는 이들 면면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내관들이 동소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리자 신료들이 놀라 대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유협은 빠르게 달려 나가 동소를 맞이하였다. 황제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관료들이 그곳을 보자, 입구에서 걸음을 잘 걷지도 못하는 동소가 천천히 움직이며 들어오고 있었다. 황제가 직접 동소를 부축하며 자리를 옮기자, 신하들은 동소를 향하여 예를 표하였다.
“짐이 직접 공을 맞이하여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리 부르게 되었소이다.”
동소는 느리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소신의 재능을 원하신다면, 응당 부름을 받고 등청해야 함이 옳지 않겠습니까?”
유협은 동소의 말에 감동스러운 마음을 받았다.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대소 신료들은 낙양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낙양을 나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한데 동소는 이렇게 낙양을 지키고 있으니,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밖에 제갈량이 내성을 노리고 황실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하여 공의 기책을 받고자 이리 부른 것이오.”
동소는 느릿느릿 황제에게 다시금 예를 표하였다.
유협은 이도 답답했는지 동소에게 일그러진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예를 올릴 필요는 없소이다. 내 말을 들으면 되니 말이오. 어찌 방법이 없겠소?”
“없사옵니다.”
유협은 순간 멍하니 동소를 바라보았다. 동소는 유협의 표정에 굴하지 않고 말했다.
“이미 적들이 내성까지 들어온 상황이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제갈량이 멀쩡히 내성까지 왔다는 것이지요.”
유협은 뜨끔해하는 얼굴로 동소를 바라보았고 동소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제갈량은 대화가 되는 인물이니, 폐하와 신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항복을 하자는 것이오? 그럴 수는 없소!”
멀리서 신하들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외치며 동소의 말에 반대하였고, 동소는 그자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계책의 힘이 다하여 화란이 일어나고 실패가 임박하였다면, 부자와 군신이 성을 등지고 나아가 싸워 사직을 위해 죽고 선제들을 뵙는 것이 충의 길이 될 것이오!”
동소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역성혁명이라도 일어났으면 그대의 말을 따르는 게 맞겠으나, 동성의 유씨가 군을 일으킨 것이네. 또한 한조의 몰락에 진왕이 의기를 세웠다고 하면 충의지사들은 무어라 할 것 같은가? 그냥 헛된 죽음이 되는 것일세. 충의지사 같은 것이 아니라, 한을 변혁하려는 이들의 앞을 막아선 자들이 될 것이네.”
동소의 말을 들은 유협은 동소를 밀쳐 내며 뒤로 물러났고, 동시에 큰 소리를 질렀다.
“내가 바로 한조의 적통이다! 한데 그대가 유선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그대는 제갈량의 첩자이던가!”
“아니옵니다.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소신, 그저 폐하의 곁에서 도움을 드리고자 이리 등청한 것이옵니다.”
“무엇을 말이더냐!”
“폐하의 목숨을 보장할 방도를 드리려고 하는 것이옵니다.”
동소는 말하기도 힘든 듯 한번 숨을 몰아쉬더니 말했다.
“폐하, 옥새를 숨겨 목숨을 보존하소서.”
“그것이 무슨 뜻인가? 옥새를 버려 목숨을 보존하라니 말이야?”
“그들에게 온전한 한나라를 넘겨주지 말라는 뜻으로 소신, 이렇게 간청드리는 것이옵니다. 저들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니, 조금의 기회라도 얻기 위해서라면 굴욕을 참으시라는 말을 올리는 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