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52
삼국지 : 미완의 군주 51화
진기의 시신은 도망온 기병들이 도착한 얼마지 않아 말 위에 얹어져 돌아왔
다. 장훈은 노발대발하며 장수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저 날파리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기병들로 우회 타격하지도 못한다.
또 진창에서 기병을 어디다 쓰겠느냐! 기병들을 이끌고 저 날파리들을 모조리
처리하라! 누가 하겠느냐!”
장훈의 말에도 이전과 달리 선뜻 나서는 인물이 없었다. 단양에서 도법으로
유명한 진기보다 무예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
훈은 아까와 다른 부장들의 분위기를 보고 더욱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수춘 전투에서 죽은 악취나 기령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용맹도, 지혜도 그들만 못한 이들만 남았구나.’
장훈은 자신 자신을 스스로 그들보다 위에 놓지 않았다. 차라리 무예는 기령
이, 지혜는 교유가 더욱 나았다. 특히 아쉬운 일은 손가가 원가를 떠나 버렸
다는 것이었다.
손견의 뒤를 이은 손책은 성정이 불과 같기는 했지만, 풍모도 뛰어날 뿐 아니
라 마초적인 분위기로 뭍 남성들을 이끄는 인물이었다. 거기다 그를 따르는
인물들이 다들 범상치 않으니 이러한 상황 따위는 쉽게 타파했을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장훈은 허리춤에 메어 있는 부월을 만지작거렸다. 진창에서의
난전으로 소모전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펼쳐
진 듯싶었다.
‘진창에서 일전을 벌이게 된다면 어차피 기병은 무용지물이다. 적의 기병의
숫자가 많지 않으니 백병전으로 이끌어 가면 숫자도 많고, 유협의 무리는 일
대일의 경험이 많은 우리가 유리하다.’
장훈은 차분히 전황을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숲에서 복병이 있다고 한들
거리가 멀어 비효율적이었다. 즉 ‘지금 보이는 적들이 다’라는 판단이 선 장
훈은 양강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가 기병을 이끌고 나가 적의 기병들의 시선을 끌어라. 진을 짜고 거리를
점하면 어차피 숫자는 우리가 우위이니, 저들이 무리하게 돌파하거나 상대하
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싸우려 하지 말고, 아군이 적과 접전을 벌일 때까지
저들의 접근을 막아라.”
이에 양강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대장군의 명을 받듭니다.”
“어차피 진창 위의 싸움은 숫자 싸움이다. 저들이 제아무리 진을 짜고 있다고
한들 난전으로 유도한다면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장훈의 확답에 부장들이 표정을 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부장들의 표정을
모두 확인한 장훈은 허탈한 감정을 이루어 말하기 어려웠다.
‘어리석은 놈들··· 지금 전투뿐만 아니라 후일 조조와 격돌할 것도 생각해야
하는데, 난전을 벌여 승리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면 어찌한단 말이냐.’
어쩌겠는가. 뛰어난 장수들은 원술을 버리거나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모두 목
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지금에 뛰어난 인물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큰 기대였다.
장훈 측에서 다시금 나팔 소리가 크게 들려오며 그들이 진군을 시작했다. 그
리고 좌측에서는 기병들이 무리를 지어 조운 쪽으로 가다가 일정한 거리를 두
고 섰다.
그 상황을 본 진궁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모전을 원하나 보군. 뭐, 이 정도면 일군을 이끄는 장수로서는 나쁘지 않
은 사람이야. 한데 아쉽군, 아쉬워. 주군을 잘못 선택하여 스러지게 된다니
말이야.”
진궁은 장훈을 평하다가 이내 쓰게 웃음을 지었다. 자신 또한 여포의 휘하에
서 다른 모사들이나 군사들에게 이러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자 절로
실소가 나왔다.
“이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마지막 선택이 부디 옳기를 기도해야겠군.”
진궁도 후일 평가를 받을 때, 실로 뛰어났으나 주군을 잘못 선택한 범증과 같
은 평가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말년은 모르겠으나 범증보다는 장량의 삶이
더 나은 삶이 아니던가.
“장훈이여, 이 진모의 덫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오.”
조운은 기병들이 방패를 들고 진을 짜고 움직이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
다. 그런 조운을 보며 기병 중 하나가 그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이야, 겁을 단단히 먹었나 보네. 저렇게 나오면 어떻게 하기도 어렵다. 숫자
도 많아서 갈라치기에는 너무 크지 않냐.”
조운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돌기병(突騎兵, 돌진기병)이 단단한 벽에
부딪혀 쪼개지지 않는 순간 포위당하여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을
조운이 모르지 않기에 기병들을 빤히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뒤를 내주지도 못하겠다. 거기다 방패를 들고 있으니 궁격도 애매하고, 방법
은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균열이 생기면 들이치는 것인데.”
“저놈들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뒤를 잡는 척 해야지. 그러면 따라오지 않겠냐?”
그때, 장훈의 본대가 전진하는 것을 본 조운은 혀를 차며 말했다.
“저거 던져 놓고 우리를 아예 무시해 버리는군.”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렇게 자신이 대책을 세울 동안 숲을 돌아가는 장료는
분명 확실한 공을 세울 것이 분명했다.
‘그 능글맞은 모습으로 주공의 옆에서 놀리는 모습은 다시 보기 싫은데.’
조운의 상상 속, 능글맞은 모습으로 승태에게 상찬을 받으며 다른 이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장료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공을 다투려고 한 자신의 앞
에서 너스레를 떨 장료가 어른거리자, 그의 눈 위로 단박에 불을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친우가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여자 생각하냐?”
조운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친우는 목을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지, 무슨 눈을 그렇게 뜨냐.”
“······말을 노려 쏘자. 어차피 저놈들의 말을 가져갈 것도 아니니 말이야.”
조운의 말에 친우는 약간 거북한지 목을 긁으며 말했다.
“말을 노리는 건 좀······.”
“가져다 팔 것도 아닌데, 저런 것들 상대하려면 말을 쏴야지. 아니면 방법을
내봐.”
조운의 말에 상산병들은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맞추기가 쉽겠냐? 우리도 달리면, 저놈들도 같이 달릴 텐데. 곡사는 맞
지도 않을 거고, 애매하게 때리면 말가죽을 뚫지도 못해 비싼 화살만 낭비할
거다.”
“최대한 가까이 가서 쏴야지. 어차피 저렇게 방패 들고 나 겁먹었다고 알리는
놈들을 못 잡으면 백마라는 이름을 쓰면 안 되지. 그렇지 않냐?”
친우는 뒤의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딱히 두려워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조운의 말대로 어떻게 말을 쓰러트려 진형을 무너지게 할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네 말대로 하자. 어차피 이 중에서 머리를 제일 잘 쓰는 것은 자룡이, 너 아
니냐.”
조자룡은 피식 웃으며 화살을 조준했고, 기병들도 그를 따라 활을 꺼내 기병
들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화살이 쏘아지는 순간, 기마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장훈이 이끄는 병사들이 넓게 포진하면서 진형을 감싸려는 모습이 보였다. 진
궁은 그 모습을 보면서 깃을 들어 올렸다. 깃이 움직이자 함진영과 광릉군이
움직이며 어린진의 모습을 보이며 진형을 바꾸었다.
로마 병사들과 같은 커다란 방패로 중무장을 한 함진영의 압박감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개펄 너머 성벽이 세워지는 것 같은 모습에 진창을 넘고 있는 유협
들의 눈에 절망감이 어렸다. 하지만 갑자기 가장 앞의 방패가 열리자, 유협들
은 그곳을 향하여 빠르게 개펄을 넘어갔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승태가 함진
영에 허락한 신무기였다.
가장 가까이 그들과 서 있는 유협들이 함진영의 손에 쥐어진 노의 모습에 놀
라 등을 돌리거나 자리에 주저앉으려는 순간, 함진영의 손에 들려 있던 특이
한 모양의 노에서 화살이 발사됐다. 그 모습을 보고 장훈의 부대 앞 열은 물
러나려 했으나, 밀려드는 병사들에 의해 돌아가지 못하고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계속 나아가라. 노를 장전하는 동안 소요 시간이······.”
독전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금 노에서 다시 화살이 쏟아지며 그 뒷줄을
무너트렸다. 그저 열을 나누어 쐈다고 생각한 장훈의 눈이 커졌다. 다시금 화
살이 계속 병사들에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예봉의 유협들이 진창에서 쓰러지며 죽어 나갔으나 장훈은 독전관들에게 명했다.
“더 밀어붙이게 만들어라. 어차피 화살이 다 떨어지거나, 거리가 없어지면 쓰
지 못할 무기다.”
독전관들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밀어붙여라! 어차피 거리가 짧으면 사용하지 못한다!”
장훈의 정예병들이 계속해서 나아가자, 앞 열의 유협들은 밀리고 밀려 함진영
의 앞까지 도달했다.
그러자 함진영은 다시금 자세를 바꾸어 방패를 들어 올렸다.
화살 세례가 끝나자, 유협들은 다시 함진영의 방패 대형에 달려들었으나, 이
내 광릉군의 장창에 죽임을 당하였다. 그럼에도 장훈은 계속 밀어 붙이며 유
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일부가 무지막지한 명령에 반기를 들기 위해 뒤
를 돌기는 했으나, 이내 독전관에게 죽임을 당하고 다시금 다들 앞으로 나아
갈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장훈은 독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들 앞에 시체를 쌓고 방패에 칼 하나라도 더 박아 넣으면, 결국 진형은 무
너지고 방패는 쓸 수 없을 것이다. 그 후에 빠르게 저들을 물리친다. 어차피
유협들은 많다.”
장훈의 명령이 적중한 듯 함진영 중 몇이 진형이 무너지고 방패를 이용하지
못하여 죽을 뻔했다가 함진영의 후열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유협들은 빛을 발견한 듯 더더욱 함진영의 방패에 달라붙기 시작했
다. 이윽고 함진영 중 한 명이 적진으로 끌려 들어가 유협들의 쏟아지는 검에
죽었다.
그런 모습에도 고순은 무심히 말했다.
“좌우는 한 발 앞으로. 중앙은 조금씩 물러난다.”
장훈은 전열의 진형 형태가 변하는 것을 보자, 살짝 웃음을 지으며 깃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독전관들 빠지고 갑주를 갖추어 입은 병사들이 긴 창을 들고
전진했다. 유협들을 고순이 물러난 중앙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누가 누구의 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흉흉한 병사들의 모습에 유협들은 쫓
기듯이 고순이 내준 중앙으로 들어갔고, 장훈의 정예병들은 고순군과 대치하
는 자리에 서서 버텼다.
중앙으로 들어간 유협들이 방패 사이에서 쏟아지는 창과 칼에 의해 갈려 나가
듯이 쓰러지고 있었으나, 장훈은 그 모습을 덤덤히 바라보며 말했다.
“투창으로 적의 방패를 무력화시켜라.”
장훈의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고순은 기다란 창들이
던져지자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진궁도 장훈의 모습에 놀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장훈은 칼을 뽑아들며 말했다.
“폐하의 넓은 은혜를 목숨으로 갚아라!”
그러자 병사들이 팔뚝만 한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대해와 같은 폐하의 은혜를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그들은 오랜 세월 원술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정예 중 정예이자, 패배자 중 패
배자였다. 그런데도 원술은 그들을 그저 처음부터 자신을 따른 이들이라는 이
유로 감싸 안았고,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그들을 높은 곳으로 영전하였다. 장
훈 또한 그들과 다른 바가 없는 이였다. 원술의 친정에서 군을 직접 움직이는
것은 자신과 같은 장수들이었다.
‘손가의 인물들이 내 자리에 있었다면 폐하께서 이미 진정한 패자로서 군림하
고 있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장훈은 이미 이번 전투의 서전에 기병들의 패배를 보며 전투가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대는 정예의 병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면, 원술군
은 수는 많지만, 오합지졸의 유협들과 호족의 호위병들, 그리고 패배로 얼룩
진 자신의 병사들뿐이었다.
“전투에 패하게 되면 아군의 미래는 없다. 그나마 폐하께 등을 돌린 이들이
다시 돌아오려는데, 만약 여기에서까지 져 버린다면······.”
비대해진 원술군의 기세에 등을 돌린 이들이 최근에야 겨우 다시 생각하는,
그런 시기였다. 그런 지금 패전을 하게 된다면, 미래는 없었다. 그래서 장훈
은 소모전을 결심했고, 유협들을 미끼를 통해 완전한 난전(亂戰)으로 몰아갈
생각이었다.
적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준비는 해 뒀겠지만, 장훈의 직속 부대
와 절실함이 다를 것이었다. 패배 속에서도 한없이 은혜만 베풀던 주군의 마
지막을 자신들이 결정하는 전투였다.
“살아서 다시 패배의 굴욕을 느낄 바에야 죽어서 승리의 영광을 폐하께 드리
리라.”
장훈의 나지막한 말을 시작으로 모두가 검을 들었다. 이윽고 투창 공격이 끝
나고, 재정렬하는 장창병의 창격을 피하며 함진영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언제나 전투에서 공포를 안겨 준 함진영에게는 꽤 어색한 광경이었다.
긴 투창 때문에 방패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던 함진영. 그들이 방패로
자세를 잡기도 전에 짧은 검을 든 병사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함진
영의 고강한 무예라도 주로 사용하던 방패가 무거워지자, 원래의 실력이 나오
지 않았다. 방패를 버리거나 몸이 무거운 채로 싸워야 했다.
그러나 둘 다 여의치는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며 달려든 병사들은 함진영의
칼에 찔리면서도 적의 팔다리 중 하나를 노렸다. 방패를 버리자면 저런 이들
의 공격을 모두 피해 가며 싸워야 할 텐데,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확실히 숫자의 우위에 있는 이들이 이렇게 나오자, 함진영이 무너지며 유협들
을 노리던 이들의 중앙 또한 공세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유협들은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장훈 또한 직접 검을 들고 나와 전진하기 시작하자, 원술의 군세들은 더욱 기
세등등해졌다.
장훈의 비상식적인 공격에 진궁은 인상을 찡그리며 깃을 들어 올렸다. 고순은
뒤에서 깃이 올라가자마자 함진영의 앞, 뒷줄을 바꾸었고, 원형 방패를 든 이
들이 부상병들을 끌고 갔다. 그러자 진형이 바뀌었다.
고순은 주변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피 칠갑을 한 장훈은 크게 웃고는 굳은 얼굴의 고순을 가리키며 외쳤다.
“함진영도 별것이 아니구나!”
장훈의 도발에도 고순은 그저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
“진 노사의 다른 명은 없으시냐?”
전령은 예를 취하며 고순에게 말했다.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한다고만 하셨습니다.”
고순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말에서 내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간 고순은 쭉 갈라진 병사들 사이를 지
나 적들의 앞에 섰다.
“함진영의 대장, 서주 도독 고정무다. 함진영을 모욕한 자와 결투하겠다. 나
와라. 내 직접 목을 베어 주겠다.”
고순의 말에 유협들 중 하나가 칼을 뽑으며 달려들었고, 그는 그저 칼을 위에
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으로 답해주었다. 대충 내리친 것처럼 보였지만, 놀랍
게도 유협의 검을 가볍게 막아 내더니,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상대의 목
을 내리치기까지 했다. 목이 반쯤 잘려나간 채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유협을 향해 고순이 말했다.
“동작이 너무 컸다. 그렇게 큰 동작으로 움직이면 어디를 노리는지 보이지 않
는가.”
더 큰 움직임을 보인 고순이었기에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지는 모르지만 말이
다. 결과만 놓고 볼 때, 고순은 상대의 검을 막으면서 그와 동시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유협의 목에 칼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이윽고 다른 유협들이 고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순은 피식 웃음을 흘리
고 칼을 놀리면서 유협들을 베어냈다. 다섯을 베는 데 겨우 열 합이었다. 고
순의 고강함에 유협들은 차마 더 나서지 못하고 물러났다.
고순은 칼을 바닥에 꽂으며 외쳤다.
“장훈!”
고순의 외침에 장훈이 웃음을 흘렸다.
“웃기지 마라! 못 이길 것 같으니 단기로 대결하고자 하는구나! 오늘 네놈의
목과 후군에 있을 서주목도 따겠다.”
그러나 고순은 담담하게 말했다.
“글쎄? 내 주공보다 네 주공이 위험할 것 같은데 말이야.”
장훈은 고순의 말에 비웃음을 흘렸으나, 후방에서 달려오는 전령과 연기를 보
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장훈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